묘법연화경
妙法蓮華經
묘법연화경 제 일권
妙法蓮華經 第 一卷
묘법연화경 제 일 서품
妙法蓮華經 第 一 序品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기사굴산(嗜闍崛山)중에 머무시어 큰 비구 대중 일만 이천 사람들과 함께 계시었다. 이들은 모두 아라한이라, 모든 새어 흐름(漏)이 이미 다하여 다시 번뇌가 없고 자기의 이로움을 체득(逮得)하여 모든 있다는 결박으로부터 벗어나 마음의 자재로움을 얻은 이들이었다.
그들의 이름은 아야교진여, 마하가섭, 우루빈나가섭, 가야가섭, 나제가섭, 사리불, 대목건련, 마하가전연, 아누루다, 겁빈나, 교범바제, 이바다, 필능가바차, 박구라, 마하구치라, 난타, 손타라난타, 부루나-미다라니자, 수보리, 아난, 라후라 등이라. 이와 같이 여러 사람들이 잘 아는 큰 아라한들이었다.
또 배움에 있는 이와 배울 것이 없는 이천 사람이 있었으며, 마하파사파제 비구니는 그 권속 육천인과 함께 있었으며, 라후라의 어머니 야수다라 비구니도 또한 그 권속들과 함께 있었다.
[2] 보살마하살 팔만인이 있었으니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아니하고, 모두 다라니(陀羅尼)와 말 잘하는 변재(辯才)를 얻어서 물러나지 않는 법륜(法輪)을 굴리며, 한량없는 백천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온갖 덕의 근본을 심어 항상 모든 부처님께서 칭탄하시는 바가 되었으며, 자비로써 몸을 닦아 부처님 지혜에 잘 들어가고, 큰 지혜를 통달하여 저 언덕(彼岸)에 이르러 이름이 한량없는 세계에 널리 들리어 능히 수없는 백천 중생을 제도하시었다.
그분들의 이름은 문수사리보살 관세음보살 득대세보살 상정진보살 불휴식보살 보장보살 약왕보살 용시보살 보월보살 월광보살 만월보살 대력보살 무량력보살 월삼계보살 발타바라보살 미륵보살 보적보살 도사보살 등으로 이와 같은 보살마하살 팔만인이 함께 하시었다.
[3] 그 때 석제환인은 그의 권속 이만 천자와 함께 있었으며, 또 이름이 월천자 보향천자 보광천자 사대천왕도 그의 권속 일만 천자와 함께 있었으며, 자재천자와 대자재천자는 그의 권속 삼만 천자와 함께 있었으며, 사바세계 주인인 범천왕 시기대범 광명대범 등은 그의 권속 일만 이천 천자와 함께 있었으며, 여덟 용왕이 있었는데 난타용왕 발난타용왕 사가라용왕 화수길용왕 덕차가용왕 아나바달다용왕 마나사용왕 우발라용왕 등이 각각 수백천 권속과 함께 있었으며, 네 긴나라왕이 있었으니 법긴나라왕 묘법긴나라왕 대법긴나라왕 지법긴나라왕도 각각 수백천 권속과 함께 있었으며, 네 건달바왕이 있었으니 악건달바왕 악음건달바왕 미건달바왕 미음건달바왕이 각각 수백천 권속과 함께 있었으며, 네 아수라왕이 있었으니 바치아수라왕 거라건타아수라왕 비마질다라아수라왕 라후아수라왕이 각각 수백천 권속과 함께 있었으며, 네 가루라왕이 있었으니 대위덕가루라왕 대신가루라왕 대만가루라왕 여의가루라왕이 각각 수백천 권속과 함께 있었으며, 위제희의 아들 아사세왕도 수백천 권속과 함께 있었는데, 이들은 각각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4] 그 때 세존께서는 사부대중에게 둘러싸여 공양과 공경과 존중 찬탄을 받으시면서 모든 보살을 위하여 대승경을 설하시니, 이름이 무량의(無量義)요,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깊이 간직하시는 바였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하시고는 가부좌를 맺으시고 무량의처삼매(無量義處三昧)에 드시어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아니하시거늘, 이 때 하늘에서 만다라꽃 마하만다라꽃 만수사꽃 마하만수사꽃이 비오듯이 내려, 부처님 위와 또 모든 대중에게 흩어지며 넓은 부처님의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그 때 모임 가운데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과 또 모든 작은 왕과 전륜성왕(轉輪聖王) 등 이 모든 대중은 일찍이 없었던 것을 얻어 환희하며 합장하고 일심으로 부처님을 우러러 보았다.
이 때 부처님께서 미간(眉間)의 백호상(白毫相)에서 광명을 놓으시어 동방으로 일만 팔천 세계를 비추시니, 널리 두루하지 않은 데가 없어서 아래로는 아비지옥에 이르고 위로는 아가니타천(阿迦尼吒天)에 이르러서, 이 세계에서 저 국토의 여섯 갈래 중생들을 다 보며, 또 저 국토에 현재 계시는 모든 부처님을 뵈오며, 또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시는 경전의 법을 들을 수 있고, 아울러 저 모든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가 모든 수행을 하여 도를 얻는 것을 보며, 다시 모든 보살마하살이 가지가지 인연과 가지가지 신해(信解)와 가지가지 모습으로 보살도를 행하는 것을 보며, 또 모든 부처님께서 열반(涅槃)에 드심을 보며, 또 모든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부처님 사리의 칠보탑(七寶塔)을 세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5] 그 때 미륵보살은 이렇게 생각하되, 「지금 세존께서 신통 변화의 형상을 나타내시니, 무슨 인연으로 이러한 상서가 있는 것일까. 지금 부처님 세존께서는 삼매에 드셨으니, 이 불가사의하고 희유한 일이 나타남을 마땅히 누구에게 물을 것이며 누가 능히 대답할 것인가.」 하고 다시 이렇게 생각하기를, 「이 문수사리법왕자는 이미 지난 세상에서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며 공양하였으므로 반드시 이렇게 희유한 형상을 보았으리라. 내가 지금 마땅히 물어 보리라.」
그 때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와 모든 하늘 용 귀신들도 모두 이런 생각을 하되, 「이 부처님의 광명과 신통한 모습을 이제 마땅히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그 때 미륵보살은 자기의 의심을 해결하고 또한 사부대중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와 모든 하늘 용 귀신 등의 대중의 마음을 살펴보고 문수사리에게 물어 말씀하되, 『무슨 인연으로 이러한 상서와 신통의 형상이 있으며, 큰 광명을 놓으시어 동방으로 일만 팔천 국토를 비추시어 저 부처님 세계의 장엄을 다 보게 하시나이까.』
[6]이에 미륵보살이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되,
문수사리보살이여, 도사(導師)께서 무슨 연고로
미간의 백호에서 큰 광명을 두루 비추시며,
만다라꽃 만수사꽃 비오듯 내려오고,
전단향 바람불어 중생의 마음을 기쁘게 하시나이까.
이와 같은 인연으로 땅은 모두 깨끗하게 장엄하고
이러한 세계마다 육종으로 진동하니,
이 때 사부대중이 모두 다 환희하여
몸과 마음이 쾌락하니 전에 없던 일을 얻었나이다.
미간으로 놓으신 광명이 동방으로 멀리 비쳐
일만 팔천 국토마다 모두 금빛으로 찬란하고,
아래로는 아비지옥 위로는 유정(有頂)까지
그 모든 세계 중에 여섯 갈래 중생들이
나고 죽어 가는 곳과 선악의 업연(業緣)과
받는 과보(果報) 좋고 나쁨을 여기에서 다 보나이다.
또 모든 부처님을 우러러 뵈오니
거룩한 성주시며 사자이시라,
경전을 설하심이 미묘하고도 제일이시니,
그 음성이 청정하여 부드러운 음성을 내시어
수도 없는 억만의 모든 보살을 가르치시니,
범음(梵音)이 깊고 묘하여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뻐하게 하고
각각 다른 세계마다 바른 법을 강설하시매,
가지가지 인연과 한량없는 비유로써
부처님 법 밝게 밝히시어 중생들 깨달음 열게 하시며,
어떤 사람 늙고 병나 죽는 고통 싫어하면
열반을 설하시어 모든 괴로움 건져 주시며,
혹은 어떤 사람 복이 있어 부처님께 공양하고
뛰어난 법을 구하면 연각(緣覺)을 설하시고,
만약 어떤 불자가 가지가지 행을 닦아
무상지혜를 구하면 청정한 도를 설하시네.
[7]문수사리보살이여, 내가 여기 있으면서
보고 들음 이와 같이 천억 가지 이르지만
이와 같이 여러가지 많은 일을 이제 간략히 말씀하오리다.
내가 보니 저 국토의 항하(恒河)모래같은 보살들이
가지가지 인연으로 불도를 구하는데
혹은 어떤 이는 보시하되, 금과 은과 산호와
진주와 마니(摩尼)구슬과 자거(硨磲)와 마노(瑪瑙)와
금강석과 여러가지 보배와 남녀종과 타는 수레와
보배로 꾸민 연(輦輿)을 환희하며 보시하여
불도에 회향하고, 삼계에서 제일가는
이 길을 얻고자 하니 모든 부처님 찬탄하옵니다.
혹은 어떤 보살은 네 필의 말이 끄는 보배수레를
난간마다 비단일산으로 화려하게 꾸며 보시하고,
또 보니 어떤 보살은 몸과 살과 수족이며
처자까지 보시하여 위없는 도를 구하고,
또 어떤 보살은 머리와 눈과 신체를
기뻐하며 보시하여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옵니다.
문수사리보살이여, 내가 보니 모든 왕들이
부처님께 나아가서 위없는 도를 묻고는
좋은 국토와 궁전과 신하와 첩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 깎고 법복을 입으며,
혹은 어떤 보살은 비구의 몸이 되어
홀로 고요한 곳에서 경전을 즐거이 읽으며,
또 보니 어떤 보살은 용맹하게 정진하여
깊은 산에 들어가서 불도를 깊이 생각하며,
또 어떤 이는 욕심 떠나 항상 고요한 데 머물면서
깊은 선정을 닦아 다섯 가지 신통을 얻으며,
또 보니 어떤 보살은 선정에 편히 들어 합장하고
천만 가지 게송으로 모든 법왕을 찬탄하며,
또 보니 어떤 보살은 지혜 깊고 뜻이 굳어
모든 부처님께 법을 물어 듣는 대로 다 지니고,
또 보니 어떤 불자는 선정 지혜 구족하여
한량없는 비유로써 대중을 위해 설법하며
기쁘고 즐겁게 법을 설해 모든 보살을 교화하고
마의 군사 무리 격파하여 법북(法鼓)을 둥둥 치며,
또 보니 어떤 보살은 고요히 선정에 들어
하늘과 용이 공경해도 기뻐하지 아니하고,
또 보니 어떤 보살이 숲속에서 광명놓아
지옥 고통 제도하여 불도에 들게 하며,
또 보니 불자들이 잠도 자지 아니하고
숲속을 거닐면서 부지런히 불도를 구하오며,
또 보니 계행을 갖추어 위엄있는 거동에 흠이 없어
깨끗함이 보배구슬과 같이 하여 불도를 구하오며,
또 보니 어떤 불자는 욕됨을 참는 힘에 머물러
증상만의 사람들이 나쁘게 욕을 하고 때려도
모두 다 능히 참고는 불도를 구하옵니다.
또 보니 어떤 보살은 희롱하고 웃는 일과
어리석은 권속 떠나 지혜로운 자를 친근하고
일심으로 산란함을 버리고 숲속에서 생각을 거두어
억천만 년 지내면서 불도를 구하옵니다.
혹은 어떤 보살은 좋은 반찬 좋은 음식
백 가지 탕약으로 부처님과 승려에게 보시하며,
천만냥 값 나가는 훌륭한 의복이나
혹은 값도 모를 좋은 옷을 부처님과 승려에게 보시하고,
천만억 가지가지 전단으로 지은 보배집과
여러가지 묘한 침구를 부처님과 승려에게 보시하고,
깨끗한 숲과 동산 꽃과 과일 무성한데
솟는 샘과 목욕하는 연못을 부처님과 승려에게 보시하고,
이와 같이 보시함이 가지가지 미묘한데
환희하며 싫음없이 위없는 도를 구하옵니다.
혹은 어떤 보살은 적멸(寂滅)한 법을 설하여
수없는 중생을 가지가지로 교화하며,
혹은 어떤 보살은 법의 성품 허공같아
두 모양 없는 줄을 진실하게 관찰하며,
또 보니 어떤 불자는 집착하는 마음이 없어
이런 미묘한 지혜로써 위없는 도를 구하옵니다.
[8]문수사리보살이여, 또 보니 어떤 보살은
부처님 멸도하신 후에 사리에 공양하며,
또 보니 어떤 불자는 항하의 모래같은
수없는 탑묘를 세워서 국토를 장엄하게 꾸미니,
높고 묘한 보배탑은 높이가 오천 유순이며,
가로 세로가 똑같아 이천 유순이며,
하나하나 탑묘마다 각각 당번(幢幡)이 일천이요,
진주로 된 교로만(交露幔)에 보배방울 울려오니,
모든 하늘 용 귀신과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이
향과 꽃과 기악(伎樂)으로 항상 공양을 하옵니다.
문수사리보살이여, 모든 불자들이
사리에 공양하고자 탑묘를 장엄하게 꾸미니
온 나라는 자연히 특별하게 아름답고 묘하여
천수왕이 그 꽃을 피운 듯 하옵니다.
부처님께서 한 광명을 놓으시니, 나와 또 대중들은
이 세계의 가지가지로 특수하고 묘함을 보나이다.
모든 부처님의 신통력과 밝은 지혜 희유하여
한 줄기 광명을 놓으시어 한량없는 세계를 비추시나니,
저희들은 이를 보고는 미증유를 얻었나이다.
불자이신 문수사리여,
원컨대, 대중의 의심을 풀어 주시옵소서.
사부대중이 인자와 나를 우러러 보고 있나이다.
세존께서 무슨 연고로 이러한 광명을 놓으시나이까.
불자이시여, 지금 대답하시어 의심을 풀어 기쁘게 하시옵소서.
무엇을 이익되게 하시려고 이러한 광명을 놓으시나이까.
부처님께서 도량에 앉아 깨쳐 얻으신 미묘한 법을
설하시고자 하나이까. 수기(授記)주시려 하나이까.
모든 부처님 나라를 보고 여러가지 보배로 장엄함과
모든 부처님을 뵙게 된 것은 이는 작은 인연 아니옵니다.
문수사리여, 마땅히 아시옵소서. 사부대중과 용과 신은
인자를 우러러 보고 있나니, 무엇을 설하시고자 하나이까.
[9] 그 때 문수사리보살은 미륵보살마하살과 그리고 모든 대사(大士)에게 말씀하시되, 『선남자들이여, 나의 생각으로 헤아리건대, 지금 부처님 세존께서 큰 법을 설하시며, 큰 법비를 내리시며, 큰 법소라를 부시며, 큰 법북을 치시며, 큰 법의 뜻을 연설하시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선남자여, 내가 지난 예전에 모든 부처님 계신 곳에서 일찍이 이러한 상서를 보았나니, 이런 광명을 놓으시고는 곧 큰 법을 설하셨나이다. 이런고로 마땅히 아소서. 지금 부처님께서 광명을 나타내심도 또한 이와 같아서, 중생으로 하여금 일체 세간에서 믿기 어려운 법을 다 만족하게 듣고 알게 하시고자 이러한 상서를 나타내신 줄로 압니다.
모든 선남자여, 지난 예전의 한량없고 가이 없는 불가사의 아승지 겁에 그 때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는 일월등명여래(日月燈明如來) 응공(應供) 정변지(正遍知) 명행족(明行足) 선서(善逝) 세간해(世間解) 무상사(無上士) 조어장부(調御丈夫) 천인사(天人師) 불 세존(佛世尊)이셨습니다. 정법을 연설하시되, 처음도 잘 하셨고 중간도 잘 하셨고 뒤에도 잘 하셨으니, 그 뜻은 깊고 멀며 그 말씀은 훌륭하시고 묘하시어 한가지로 순수하시며 잡됨이 없어 맑고 깨끗한 범행(梵行)의 형상을 구족하셨습니다.
성문(聲聞)을 구하는 자를 위하여 사제법(四諦法)을 설하시어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건너 마침내 열반에 이르게 하시고, 벽지불(辟支佛)을 구하는 자를 위하여 십이인연법(十二因緣法)을 설하시고, 모든 보살을 위하여는 육바라밀(六波羅蜜)을 설하시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여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이루게 하셨나이다.
[10] 다음에 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또한 이름이 일월등명이시며, 다음에 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또한 이름이 일월등명이셨습니다. 이와 같이 이만 부처님께서 모두 동일하게 명호는 일월등명이시며, 또한 같은 성씨이니 성(姓)은 파라타이셨나이다.
미륵보살이여, 마땅히 아소서. 처음 부처님과 뒤의 부처님께서 모두 동일한 글자로 이름은 일월등명이시며, 십호(十號)를 구족하시고, 설하신 법도 처음과 중간과 뒤가 훌륭하셨나이다. 그 가장 뒤의 부처님께서 출가하지 아니하셨을 때, 여덟 왕자가 있었으니, 첫째는 유의(有意)요 둘째는 선의(善意)며 셋째는 무량의(無量意)요 넷째는 보의(寶意)요 다섯째는 증의(增意)며 여섯째는 제의의(除疑意)요 일곱째는 향의(響意)며 여덟째는 법의(法意)라 이름했습니다. 이 여덟 왕자는 위엄과 덕이 자재하여 각각 사천하를 다스렸습니다. 이 모든 왕자가 아버지께서 출가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셨다는 말을 듣고는, 모두 왕위를 버리고 또한 따라 출가하여 대승의 뜻을 일으켜 항상 깨끗한 범행을 닦아 모두 법사가 되어 이미 천만 부처님 처소에서 착한 근본을 심었나이다.
[11] 이 때 일월등명 부처님께서 대승경을 설하시니, 이름이 무량의(無量義)라,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깊이 간직하시는 바이었습니다. 이 경을 설하시고는 곧 대중 가운데서 가부좌를 맺으시고 무량의처삼매에 드시어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아니하셨습니다.
이 때 하늘에서는 만다라꽃 마하만다라꽃 만수사꽃 마하만수사꽃을 비오듯이 내려 부처님 위와 모든 대중에게 흩으니, 넓은 부처님 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습니다.
그 때 모임 가운데서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과 모든 작은 왕과 전륜성왕 등의 이 모든 대중은 일찍이 없던 일을 만나 환희하여 합장하고 일심으로 부처님을 우러러 보았습니다.
그 때 여래께서는 미간(眉間)의 백호상(白毫相)으로부터 광명을 놓으시어 동방으로 일만 팔천 부처님 국토를 비추시니, 두루 미치지 않은 데가 없어서 지금 보는 바의 이 모든 부처님 국토와 같았습니다.
미륵보살이여, 마땅히 아소서. 이 때 모임 가운데에 이십억 보살이 있어 즐거이 법을 듣고자 하였는데, 이 모든 보살은 이 광명이 부처님 국토에 널리 비침을 보고 일찍이 없던 일을 만나 이 광명이 비치는 인연을 알고자 하였습니다.
이 때 보살이 있었으니 이름은 묘광(妙光)이며 팔백 제자가 있었습니다. 이 때 일월등명 부처님께서는 삼매에서 일어나시어 묘광보살로 인하여 대승경을 설하시니, 이름은 묘법연화인데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깊이 간직하시는 바이었습니다.
[12] 육십 소겁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아니하시거늘, 이 때 모여 듣는 자도 또한 한 곳에 앉아서 육십 소겁 동안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아니하고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기를 밥 먹는 사이와 같이 생각했습니다. 이 때 대중 가운데서 혹은 몸이나 혹은 마음에 게으름과 권태를 내는 이는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일월등명 부처님께서 육십 소겁 동안 이 경을 설하시기를 마치시고 곧 범천(梵天) 마(魔) 사문(沙門) 바라문(婆羅門) 천인(天人) 아수라의 무리 가운데서 이러한 말씀을 펴시되, 「여래는 오늘 밤중에 마땅히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리라.」고 하셨습니다.
이 때 보살이 있었으니, 이름은 덕장(德藏)이라 하며, 일월등명 부처님께서 곧 그에게 수기를 주시고 모든 비구에게 이르시되, 「이 덕장보살이 다음에 마땅히 부처님을 이루리니, 명호는 정신(淨身) 다타아가도 아라하 삼먁삼불타라 하리라.」 부처님께서 수기 주시고 문득 밤중에 무여열반에 드셨습니다.
[13]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 묘광보살은 묘법연화경을 지니고 팔십 소겁이 차도록 사람들을 위하여 연설하였습니다. 일월등명 부처님의 여덟 왕자도 모두 묘광보살을 스승으로 섬기고, 묘광보살은 교화하여 그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튼튼히 하게 하였습니다. 이 모든 왕자는 한량없는 백천만억 부처님께 공양하고 모두 불도를 이루었으니, 그 가장 뒤에 성불하신 분은 이름이 연등(燃燈)이셨습니다.
팔백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있었으니, 이름은 구명(求名)이라 하였는데, 이익을 키우는데 탐착하여 비록 많은 경을 읽고 외워도 이에 통리하지 못하고 잊어버리는 바가 많았으니, 그러므로 이름을 구명이라 하였습니다. 이 사람도 모든 선근을 심은 인연의 연고로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부처님 만남을 얻어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 찬탄하였습니다.
[14] 미륵보살이여, 마땅히 아소서. 그 때 묘광보살이 어찌 다른 사람이리오. 내 몸이 곧 그 사람이요, 구명보살은 그대의 몸이었습니다. 이제 이 상서를 보니 옛날과 다름이 없습니다. 이러한 까닭으로 깊이 헤아리건대, 오늘 여래께서 마땅히 대승경을 설하시리니, 이름은 묘법연화라,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깊이 간직하시는 바입니다.』
[15] 그 때 문수사리보살이 대중 가운데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되,
내가 생각하니 지난 세상 한량없는 오랜 겁에
존귀한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는 일월등명이시라.
세존께서 법을 연설하시어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시고
수없는 억만의 보살들을 부처님 지혜에 들게 하시었소.
부처님께서 출가하시기 전에 낳으신 여덟 왕자는
거룩하신 성인의 출가하심을 보고 또한 따라 범행을 닦았소.
그 때 부처님께서 대승경을 설하시니, 경의 이름은 무량의라,
모든 대중 가운데서 널리 분별하시었소.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하시고는 곧 법좌에 오르시어
가부좌를 맺으시고 삼매에 드시니, 이름이 무량의처삼매라,
하늘에서 만다라꽃 비오듯 하고 하늘북은 저절로 울리고,
모든 하늘과 용 귀신들은 세존님께 공양하며
일체 모든 부처님의 국토는 즉시 크게 진동이 일어나고
부처님께서 미간 광명을 놓으시어 희유한 일 나타내시었소.
[16]이 광명이 동방으로 일만 팔천 불국토에 비추시니
일체 중생의 나고 죽는 업보처가 보였으며,
모든 부처님의 국토가 여러가지 보배로 장엄되고
유리와 파려색으로 보였으니, 부처님의 광명 때문이었소.
또 보니 모든 하늘과 사람과 용 신 야차의 무리와
건달바 긴나라 등이 각각 부처님께 공양하고,
또 보니 모든 여래께서 자연히 불도를 이루시니,
몸빛이 금산과 같으시며 단정 엄숙하여 심히 미묘함이
마치 깨끗한 유리 속에 진금상을 나타낸 듯 하였소.
세존께서 대중 속에 계시면서 깊은 법의 뜻을 베풀어 설하시고
한 분 한 분 부처님 국토마다 성문대중이 수 없는데
부처님의 광명으로 인하여 저 대중을 다 볼 수 있었소.
혹은 여러 비구들이 산림 속에 있으면서
정진하며 청정한 계를 지녀 마치 밝은 구슬을 지킴과 같았소.
또 보니 여러 보살들이 보시와 인욕 등을 행하니
그 수는 항하 모래같아 이는 부처님의 광명 때문이었소.
또 보니 여러 보살들이 모두 깊은 선정에 들어
몸과 마음 고요히 부동하여 위없는 도를 구하고
또 보니 여러 보살들이 법의 적멸상(寂滅相)을 알아
각각 그 국토에서 법을 설하여 불도를 구하였소.
[17]그 때 사부대중은 일월등명 부처님께서
큰 신통력을 나투심을 보고 그 마음 다 환희하여
각각 서로에게 묻기를 이런 일은 무슨 인연인가 하더니,
천인의 공경받는 세존께서 때마침 삼매에서 일어나시어
묘광보살을 찬탄하시되, 너는 세간의 눈이 되어서
일체가 믿고 귀의(歸依)하리니,
능히 법장(法藏)을 받들어 지니되,
나의 설한 법과 같이 하여 오직 너만이 능히 증지(證知)하리라.
세존께서 찬탄하시어 묘광보살로 하여금 환희케 하시고
이 법화경을 설하시되, 육십 소겁이 차도록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시고 설하신 바 가장 미묘한 법을
이 묘광법사는 모두 다 받아지니었소.
부처님께서 이 법화경을 설하시어
대중으로 하여금 환희케 하시고,
곧 이날 부처님께서 천인 대중에게 이르시되,
모든 법의 실상의 뜻을 이미 너희들을 위해 설했으니,
나는 오늘 밤중에 마땅히 열반에 들겠노라.
너희는 일심으로 정진하여 마땅히 방일(放逸)하지 말지니라.
모든 부처님은 심히 만나 뵙기가 어려워서
억겁에야 한 번 만나느니라.
세존의 모든 제자들은 부처님 열반에 드신다는 말씀 듣고
각각 슬픔을 품고 부처님 멸도하심 왜 이리 빠르실까 하였소.
[18]성주이신 법왕께서 무량 중생을 편안히 위로하사,
내가 만약 멸도할 시에도 너희들은 근심하지 말지니라.
이 덕장보살이 무루(無漏)의 실상에서
마음이 이미 통달하여 다음에 마땅히 성불하리니,
이름은 정신(淨身)이며 또한 무량 중생을 제도하리라.
부처님께서 이날 밤에 멸도하시니,
섶(薪)이 다해 불 꺼진 듯 하였소.
모든 사리를 나누어 한량없는 탑을 일으키고,
항하 모래 수와 같은 비구와 비구니들이
배나 더 정진을 하여 위없는 도를 구하였소.
이 묘광법사는 부처님의 법장을 받들어 지니어서
팔십 소겁 동안에 널리 법화경을 펴니,
이 여덟 왕자 모두는 묘광법사의 교화받고
무상도를 튼튼히 하여 마땅히 수없는 부처님을 뵙고는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며 큰 도를 순히 따라 행하고
서로 이어서 성불함을 얻어 차례차례로 수기하니,
최후의 천중천(天中天)은 명호가 연등(燃燈)부처님이시라,
모든 신선 도사(導師)로서 한량없는 중생을 건지셨소.
이 묘광법사에게 한 제자가 있었으니,
마음에 항상 게으름을 품고 명리(名利)에 탐착하여
명리 구하기를 싫어하지 않아, 명문집에 드나들며 많이 놀고
외우고 익힌 것 그만두니 잊어버려 통리하지 못하고
이런 인연의 까닭으로 이름이 구명(求名)이라 하였소.
그래도 여러가지 선업을 행하여 수없는 부처님을 만나 뵙고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며 큰 도를 순히 따라 행하고
육바라밀을 구족하여 지금 석가세존을 만나 뵙고
그 뒤에 마땅히 성불하리니, 이름을 미륵이라 하고
모든 중생을 널리 제도하여 그 수가 한량없을 것입니다.
[19]저 부처님 멸도하신 후에 게으른 자는 그대요,
묘광법사란 자는 지금 곧 나의 몸입니다.
내가 본 등명 부처님의 광명 상서가 이와 같으니
지금의 부처님께서도 법화경을 설하시고자 하심을 알겠습니다.
지금과 옛날의 상서의 모양이 같으심은
이는 모든 부처님의 방편이며,
지금 부처님께서 광명 놓으심은 실상의 뜻을 도와 밝히시렴이요.
모든 사람은 이제 마땅히 알지니, 합장하고 일심으로 기다리시오.
부처님께서 마땅히 법비를 내리시어
구도자를 흡족하게 하시리니,
삼승을 구하는 모든 사람이여, 만약 의심이 있다면
부처님께서 마땅히 모두 끊어 남음이 없게 하시리라.
서품 끝
묘법연화경 제 이 방편품
妙法蓮華經 第 二 方便品
[1] 그 때 세존께서 조용히 삼매에서 일어나시어 사리불에게 이르시되, 『모든 부처님의 지혜는 심히 깊어 한량없으며, 그 지혜의 문은 이해하기 어렵고 들어가기도 어려워서 일체 성문과 벽지불은 능히 알지 못할 것이니라. 왜냐하면, 부처님은 일찍이 백천만억 수없는 모든 부처님을 친근하여 모든 부처님의 한량없는 도법을 다 행하시고 용맹 정진하시어 이름이 널리 알려졌으며, 매우 깊고 미증유한 법을 성취하여 마땅함을 따라 설하시므로 뜻을 알기가 어려움이니라.
사리불(舍利弗)아, 내가 성불하여 지금에 이르도록 가지가지 인연과 가지가지 비유로써 널리 가르침을 연설하고, 수없는 방편으로 중생을 인도하여 모든 집착을 떠나게 하였느니라. 왜냐하면, 여래는 방편지견의 바라밀을 이미 다 구족함이니라.
[2] 사리불아, 여래의 지견은 넓고 크며 깊고 멀어서 무량(無量) 무애(無礙) 힘(力) 무소외(無所畏) 선정(禪定) 해탈(解脫) 삼매(三昧)에 한없이 깊이 들어가 온갖 미증유한 법을 성취하였느니라.
사리불아, 여래는 능히 가지가지로 분별하여 모든 법을 공교롭게 설하시되, 말씨는 부드럽고 연하시어 여러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시느니라.
사리불아, 요긴한 것을 말하자면, 한량없고 가이 없는 미증유한 법을 부처님은 모두 성취하였느니라.
그만두어라. 사리불아, 다시 말하지 말지니라. 왜냐하면, 부처님이 성취하신 바는 가장 희유하고 알기가 어려운 법으로 오직 부처님과 더불어 부처님만이 이 모든 법의 실상(實相)을 능히 깨달아 아시기 때문이니라. 이른바 모든 법은
이와 같은 상(如是相)
이와 같은 성(如是性)
이와 같은 체(如是體)
이와 같은 역(如是力)
이와 같은 작(如是作)
이와 같은 인(如是因)
이와 같은 연(如是緣)
이와 같은 과(如是果)
이와 같은 보(如是報)
이와 같은 본말구경등(如是本末究竟等)이니라.』
[3]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세간의 영웅 가히 헤아리지 못하나니,
모든 하늘과 또 세상 사람과
일체 중생의 무리들은 부처님을 헤아릴 자 아무도 없느니라.
부처님의 힘과 무소외(無所畏)와 해탈과 모든 삼매와
부처님의 모든 다른 법을 측량할 자 아무도 없느니라.
본래 수없는 부처님을 따라 모든 도를 갖추어 닦았으매,
심히 깊고 미묘한 법은 보기도 어렵고 깨닫기도 어려우니라.
한량없는 억겁 동안 이 모든 도를 닦아 행하여서
도량에서 과를 이루어 얻음이니 나는 이미 다 알고 보았노라.
이와 같은 큰 과보와 가지가지 성품과 모양과 뜻을
나와 시방 부처님만이 능히 이 일을 아시느니라.
이 법은 가히 보일 수도 없고 말과 형상이 적멸(寂滅)이니,
모든 다른 중생들은 능히 이해할 수 없으나,
믿는 마음이 견고한 모든 보살대중은 제외되느니라.
모든 부처님의 제자들이 일찍이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일체의 흐름이 이미 다하여 이 마지막 몸에 머무른
이와 같은 모든 사람들도 그들의 힘으로 감당하지 못하리.
가령 사리불과 같은 이가 세간에 가득차서
다 함께 생각할지라도 부처님의 지혜 측량하지 못하며,
모두 사리불과 같은 이가 시방세계 가득하고
또 그 밖에 모든 제자들이 또한 시방세계 가득차서
다 함께 생각을 다하여 측량하여도 또한 역시 알 수 없느니라.
지혜로운 벽지불이나 무루의 최후신에 머문 이들이
또한 그 수가 대나무 숲과 같이 시방세계 가득하여
함께 한마음으로 한량없는 억겁 동안을
부처님의 실상지혜를 생각하여도
능히 작은 부분도 알지 못하리.
새로 발심한 보살이 수없는 부처님께 공양하고
모든 뜻을 통달하여 알며 또 능히 설법 잘하는 이가
벼 삼 대 갈대와 같이 시방세계 가득차서
일심으로 묘한 지혜로써 항하사 겁을 두고
다 함께 생각할지라도 부처님의 지혜 알지 못하리.
불퇴전의 모든 보살들이 항하 모래같은 수가
일심으로 함께 생각하여 구할지라도
또한 역시 알지 못하느니라.
또 사리불에게 이르노니, 무루(無漏)의 불가사의한
심히 깊은 미묘한 법을 나는 지금 이미 갖추어 얻었으며
오직 나만이 이 모양을 알았으며
시방 부처님께서도 또한 그러하시느니라.
[4]사리불아, 마땅히 알지니라.
모든 부처님의 말씀은 다름이 없어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에 마땅히 크게 믿는 힘을 낼지니라.
세존의 법은 오랜 뒤에야 요긴하고 진실하게 설하느니라.
모든 성문대중과 연각승을 구하는 이들에게 이르노니,
내가 괴로움의 속박을 풀어 열반을 얻는데 집착된 자에게
부처님의 방편력으로 삼승(三乘)을 가르쳐 보임은
중생이 곳곳에 집착하므로 이끌어서 나오게 함이니라.
[5] 그 때 대중 가운데 모든 성문으로서 흐름이 다한 아라한인 아야교진여 등 천이백 인과 성문과 벽지불의 마음을 일으킨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가 있어, 각각 이런 생각을 하되, 「지금 세존께서는 무슨 연고로 은근히 방편을 칭탄하시며 이런 말씀을 하시는가. 부처님께서 얻으신 법은 심히 깊어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말씀하신 뜻도 알기 어려워 일체 성문 벽지불은 능히 미치지 못하는 바라고 하시는가. 부처님께서 한가지 해탈의 뜻을 설하셨으므로 우리들도 또한 이 법을 얻어서 열반에 이르렀는데, 지금 이 말씀의 뜻은 알지 못하겠구나.」
그 때 사리불이 사부대중이 마음에 의심하는 것을 알고 자기도 아직 알지 못하므로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모든 부처님의 제일의 방편과 심히 깊고 미묘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법을 은근히 칭탄하시옵니까. 저는 예로부터 오면서 일찍이 부처님으로부터 이와 같은 말씀을 듣지 못하였나이다. 지금 사부대중이 모두 다 의심하고 있사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이 일을 자세히 설명하시옵소서. 세존께서는 어떠한 까닭으로 심히 깊고 미묘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법을 은근히 칭탄하시옵니까.』
[6]그 때 사리불이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씀하되,
해와 같은 밝은 지혜 거룩하신 세존님,
오랫만에 이런 법을 설하시되,
이와 같은 힘과 무외(無畏)와 삼매와 선정(禪定)과 해탈 등의
불가사의한 법을 얻었다고 스스로 말씀하셨나이다.
도량에서 얻으신 법은 능히 묻는 자도 없고,
나의 뜻은 가히 측량하기 어려워
또한 능히 묻는 자도 없으리라 하시니,
묻는 이 없어도 스스로 설하시되, 행하신 도를 칭탄하시고
지혜는 심히 미묘하여 모든 부처님께서 얻으신 바라 하시니,
흐름(漏)이 없는 모든 아라한과 열반을 구하는 자들은
지금 모두 의심 그물에 떨어졌나이다.
부처님, 어찌하여 이런 말씀을 하시나이까.
연각을 구하는 이와 비구와 비구니들
모든 하늘 용 귀신과 또한 건달바들이
서로 보며 의심하는 마음을 품고
양족존을 우러러 보고 있사옵니다.
이 일은 어찌된 것이옵니까.
원컨대, 부처님, 해설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모든 성문대중에서 저를 제일이라 말씀하시나
지금 저의 지혜로써는 의혹하여 능히 깨닫지 못하겠나이다.
이것이 궁극의 법이 되나이까. 이것이 행할 도가 되나이까.
부처님 입으로 생긴 제자들이 합장하고 우러러 기다리오니,
원컨대, 미묘하신 음성을 내시어
지금 실상과 같이 설하시옵소서.
모든 하늘 용 귀신들, 그 수가 항하 모래 같으며,
불도를 구하는 여러 보살들이 팔만의 큰 수가 있사오며,
또 모든 만억 나라의 전륜성왕이 이르러
합장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구족하신 도를 듣고자 하나이다.
그 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시되, 『그만 두어라. 다시 말하지 말지니라. 만약 이 일을 말한다면 일체 세간의 모든 하늘과 사람이 모두 마땅히 놀라고 의심하리라.』
사리불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옵건대, 설하여 주시옵소서. 오직 원하옵건대, 설하여 주시옵소서. 왜냐하오면, 이 모임의 수없는 백천만억의 아승지 중생들은 일찍이 여러 부처님을 친근하여 모든 근기가 빠르고 영리하며 지혜가 밝사오니, 부처님께서 설하심을 들으면 곧 능히 공경하고 믿으오리다.』
[7] 그 때 사리불이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씀하되,
위없이 높은 법왕이시여, 오직 설하시되 염려 마시옵소서.
이 모임의 한량없는 대중들은
능히 공경하고 믿을 이만 있나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제지하시며, 『사리불아, 만약 이 일을 설하면 일체 세간의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는 모두 응당 놀라고 의심할 것이며, 깨닫지 못하고서도 깨달은 체하는 거만한 비구는 장차 큰 구렁에 떨어지리라.』
그 때 세존께서 거듭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그만 그만 두어라 다시 말하지 말지니라.
나의 법은 묘하여 생각하기 어려워
모든 증상만(增上慢)의 사람들이
듣고는 반드시 공경하여 믿지 않으리라.
그 때 사리불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옵건대, 설하여 주시옵소서. 오직 원하옵건대, 설하여 주시옵소서. 지금 이 모임 가운데서 저희들과 같은 무리 백천만억은 세세에 이미 일찍이 부처님의 교화를 받았사오니, 이와 같은 사람들은 반드시 능히 공경하며 믿사옵고 긴 밤에 편안하여 요익(饒益)함이 많으오리다.』
그 때 사리불이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씀하되,
위없는 양족존(兩足尊)이시여,
원컨대, 제일의 법을 설하시옵소서.
저는 부처님의 맏아들이오니,
오직 분별하여 설해 주시옵소서.
이 모임의 한량없는 대중들은
능히 이 법을 공경하여 믿으오리다.
부처님께서 이미 지난 세상마다
이와 같은 이들을 교화하셨으니,
모두 일심으로 합장하고 부처님 말씀 듣고자 하옵니다.
저희들 천이백 인과 그 밖의 불도를 구하는 이들,
원하옵건대, 이 대중을 위하시어
오직 분별하여 설해 주시옵소서.
이들이 이 법을 듣고는 곧 크게 환희심을 내오리이다.
[8] 그 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시되, 『네가 이미 은근히 세 번이나 청하였으니 어찌 말하지 않겠느냐. 너는 이제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고 생각할지니라. 나는 마땅히 너를 위하여 분별하여 해설하리라.』 이 말씀을 하실 때 모임 가운데 있던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오천 사람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왜냐하면, 이 무리는 죄의 뿌리가 깊고 무거우며 증상만(增上慢)이라, 얻지 못하고도 얻었다 하고 증(證)하지 못한 것을 증했다 하는 이런 허물이 있으니, 그러므로 머물지 못하거늘, 세존께서는 잠자코 제지하지 아니하시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시되, 『나의 지금 이 대중은 다시 가지와 잎은 없고 순수한 열매만이 있으니, 사리불아, 이와 같은 거만한 사람들은 물러감이 좋으니라. 너희는 이제 잘 들을지니라. 마땅히 너희를 위하여 말하리라.』
사리불이 말씀하되, 『그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즐거이 듣고자 하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시되, 『이와 같은 묘한 법은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때가 되어야 설하시는 것이니, 마치 우담발화(優曇鉢華)가 때가 되어야 한 번 피는 것과 같으니라. 사리불아, 너희들은 마땅히 부처님의 설하신 바를 믿을지니, 허망한 말씀은 아니하시느니라.
[9] 사리불아, 모든 부처님께서 마땅함을 따라 법을 설하시는 것이니 뜻이 향하는 바를 알기가 어려우니라. 왜냐하면, 내가 수없는 방편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말로써 모든 법을 연설하나니, 이 법은 생각으로 헤아리거나 분별하는 바로는 능히 풀이하지 못하나니, 오직 모든 부처님만이 능히 알 수 있는 것이니라.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오직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 때문에 세상에 출현하시기 때문이니라.
사리불아, 어찌하여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오직 일대사인연으로 세상에 출현하신다고 이름하느냐 하면,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知見)을 열어서(開) 청정함을 얻게 하시고자 세상에 출현하시며,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을 보게(示) 하시고자 세상에 출현하시며,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을 깨닫게(悟) 하시고자 세상에 출현하시며,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의 도에 들게(入) 하시고자 세상에 출현하시느니라.
사리불아, 이것을 모든 부처님께서 일대사인연 때문에 세상에 출현하신다고 함이니라.』
[10]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시되,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다만 보살을 교화하시느니라. 모든 지으신 바가 있음은 항상 하나의 일을 위함이니, 오직 부처님의 지견을 중생에게 보이어 깨닫게 하심이니라.
사리불아, 여래는 다만 일불승(一佛乘)으로 중생을 위하여 법을 설하시나니, 다른 승인 혹은 이승이나 혹은 삼승은 있을 수 없느니라. 사리불아, 일체 시방세계 모든 부처님의 법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사리불아, 과거 모든 부처님께서 한량없고 수없는 방편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말씀으로 중생을 위하여 모든 법을 연설하신 것이니, 이 법은 모두 일불승을 위한 까닭이니라. 이 모든 중생이 모든 부처님으로부터 법을 듣고 마침내 모두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느니라.
사리불아, 미래의 모든 부처님께서도 마땅히 세상에 출현하시어 또한 한량없고 수없는 방편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말씀으로 중생을 위하여 모든 법을 연설하실 것이니, 이 법은 모두 일불승을 위한 까닭으로 이 모든 중생이 부처님으로부터 법을 듣고 마침내 모두 일체종지를 얻을 것이니라.
사리불아, 현재 시방의 한량없는 백천만억 부처님 국토 가운데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중생을 안락하게 하시고 넉넉히 이익되는 바를 많게 하시니, 이 모든 부처님께서도 역시 한량없고 수없는 방편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말씀으로 중생을 위하여 모든 법을 연설하시나니, 이 법은 모두 일불승을 위한 까닭이니라. 이 모든 중생이 부처님으로부터 법을 들으면 마침내 모두 일체종지를 얻을 것이니라.
사리불아, 이 모든 부처님께서는 다만 보살을 교화하시나니, 부처님의 지견을 중생에게 보이고자 하시는 까닭이며, 부처님의 지견을 중생이 깨닫게 하고자 하시는 까닭이며,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에 들게 하고자 하시는 까닭이니라.
[11] 사리불아, 나도 지금 또한 이와 같아서 모든 중생이 가지가지 욕망에 마음이 깊이 집착함이 있음을 알고, 그 근본 성품을 따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말씀과 방편의 힘으로 이에 법을 설하는 것이니라. 사리불아, 이와 같은 것은 일불승의 일체종지를 얻게 하기 위한 연고이니라.
사리불아, 시방세계 가운데 이승도 없거늘 어찌 하물며 삼승이 있겠느냐.
사리불아, 모든 부처님께서는 다섯 가지 흐리고 악한 세상에 출현하시니, 이른바 겁(劫)이 흐리고, 번뇌(煩惱)가 흐리고, 중생(衆生)이 흐리고, 견해(見解)가 흐리고, 명(命)이 흐린 것이니라. 이와 같아서 사리불아, 겁이 흐리고 어지러운 때에는 중생이 번뇌가 많고 인색하고 탐내고 질투하여 모든 착하지 못한 근본을 성취하는 까닭으로, 모든 부처님께서 방편의 힘으로 일불승을 분별하여 삼승을 설하시느니라.
[12] 사리불아, 만약 나의 제자가 스스로 아라한이나 벽지불이라 여기면서,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다만 보살을 교화하시는 일을 듣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한다면, 이는 부처님의 제자가 아니며 아라한이 아니며 벽지불이 아니니라.
또 사리불아, 이 모든 비구 비구니가 스스로 이미 아라한을 얻어서 이것이 마지막 몸이며 구경열반이라 하고, 다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려는 뜻이 없으면, 마땅히 알지니라. 이러한 무리는 모두 깨닫지 못하고서도 깨달은 체하는 거만한 사람들이니라. 왜냐하면, 만약 어떤 비구가 진실로 아라한을 얻고도 혹은 이 법을 믿지 않는다는 경우는 있을 수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 부처님이 현전에 계시지 않을 때는 제외되느니라.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이와 같은 경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며 뜻을 해설하는 사람을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니라. 만약 다른 부처님을 만나면 이 법 가운데서 문득 분명하게 알게 됨을 얻으리라.
사리불아, 너희들은 마땅히 일심으로 믿고 이해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받아지니어라. 모든 부처님 여래의 말씀은 허망함이 없나니, 다른 승은 있을 수 없고 오직 일불승만이 있느니라.』
[13]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거만함을 품고 있는 비구와 비구니들
아만(我慢)에 찬 우바새와 믿지 않는 우바이들
이와 같은 사부대중들이 오천인이 있었는데
자기 허물을 못보고 계가 깨어져 흐름이 있어도
그 허물을 감추려 하는 이 잔꾀 가진 이들이 나갔으니,
무리 중에 지게미(糟糠)들 부처님 위덕에 눌려 갔느니라.
이런 사람 복덕이 적어서 이 법을 감수(堪受)하지 못하느니라.
이 대중에는 가지와 잎은 없고 오직 모든 열매만이 있으니,
사리불아, 잘 들을지니라. 모든 부처님께서는 얻으신 법을
한량없는 방편력으로 중생을 위하여 설하시느니라.
중생들의 마음에 생각하는 바와 가지가지 행하는 도와
약간의 모든 욕망과 성품과 전 세상의 선악의 업을
부처님께서 이미 다 아시고 모든 인연과 비유와
말씀과 방편력으로써 일체로 하여금 환희케 하시느니라.
혹은 수다라(修多羅)를 설하시거나 가타(伽陀)와 본사(本事)와
본생(本生)과 미증유(未曾有)와 또한 인연(因緣)을 설하시며
비유(譬喩)와 아울러 기야(祇夜)와
우바제사경(優波提舍經)을 설하시느니라.
[14]둔한 근기는 작은 법을 좋아하고 생사에 탐착하여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의 깊고 묘한 도를 행하지 않고
온갖 괴로움에 시달리므로 이를 위하여 열반을 설하느니라.
내가 이런 방편을 설하여 부처님 지혜에 들어감을 얻게 하고,
너희들에게 마땅히 성불하리라고 아직 설하지 않았노라.
일찍이 설하지 아니한 것은 설할 때가 오지 않음이니라.
지금이 바로 이 때이니, 결정하여 대승을 설하노라.
나의 이 구부경을 설함은 중생의 성질에 수순함이며
대승에 드는 것을 근본 삼음이니,
이런 까닭으로 이 경을 설하노라.
[15]어떤 불자가 마음이 깨끗하고 부드럽고 또한 영리하며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깊고 묘한 도를 행하면,
이러한 모든 불자를 위해 이 대승경을 설하여서
내가 수기하노니 이와 같은 사람은
오는 세상에 불도를 이루리라.
깊은 마음으로 부처님을 생각하고
깨끗한 계를 닦아 지닌 까닭으로
이들이 부처님 얻을 것을 듣고 큰 기쁨이 몸에 가득하리니,
부처님께서 그 마음을 아시고 이런 까닭으로 대승을 설하노라.
성문이나 혹은 보살들이 내가 설하는 법을
한 게송이라도 들을지라도 모두 성불함이 의심이 없느니라.
시방 부처님 나라 가운데 오직 일승법만 있고
이승도 없고 또한 삼승도 없나니,
부처님 방편으로 설하심은 제외하느니라.
다만 거짓 이름으로 중생을 인도하심은
부처님의 지혜를 설하시려는 까닭으로
모든 부처님 세간에 출현하시니,
오직 이 한 가지 일만 진실이고 다른 둘은 진실이 아니니,
마침내 소승으로는 중생을 제도하지 아니하느니라.
[16]부처님은 스스로 대승에 머무시어 그 얻은 법과 같이
선정과 지혜의 힘으로 장엄하여
이것으로 중생을 제도하시느니라.
스스로 무상도인 대승 평등법을 증득하고도
만약 소승으로 교화함이 한 사람에 이를지라도
나는 곧 간탐에 떨어지리니 이런 일은 옳지 못하느니라.
만약 부처님을 믿고 귀의하는 사람을
여래는 거짓으로 속이거나
또한 탐내고 질투함이 없느니라.
모든 법 가운데서 악을 끊어서
그러므로 부처님은 시방에서 홀로 두려울 바가 없느니라.
나는 삼십이 상으로 몸을 장엄하여 세간에 광명을 비추나니,
한량없는 중생에게 존경받으며 실상의 법인을 설하노라.
사리불아, 마땅히 알지니라. 내가 본래 서원을 세우기를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나와 다름이 없게 함이니라.
내가 옛적에 소원하던 바가 지금 이미 만족하노니,
일체 중생을 교화하여 모두 불도에 들게 함이니라.
[17]만약 내가 중생을 만나면 불도를 가르쳐 다하지만
지혜없고 어지러운 자는 미혹하여 가르침을 받지 않느니라.
나는 아노니 이런 중생은 착한 근본을 닦지 아니하고
다섯 가지 욕심에 굳게 집착하여
어리석게 사랑하므로 번뇌가 생겨
모든 욕심의 인연으로 삼악도에 떨어져서
여섯갈래(六趣)로 윤회하며
모든 독한 고통을 갖추어 받느니라.
태(胎)로 받는 미세한 형상은 세세에 항상 자라나고
박덕하고 복이 적은 이라, 여러가지 고통에 시달리느니라.
삿된 소견의 숲이 들어서서 혹은 있다 혹은 없다는 것 등의
이 모든 견해에 의지하여 육십이 견해를 구족하고,
허망한 법에 깊이 착하여 굳게 받아서 버리지 못하나니,
아만과 자존심이 높고 아첨하고 마음이 진실치 못하여
천만억 겁 동안에 부처님의 이름자를 듣지 못하고
또한 정법을 듣지 못하나니,
이와 같은 사람은 제도하기 어렵노라.
이런 까닭으로 사리불아, 내가 방편을 베풀고
모든 괴로움이 다하는 도를 설하여 열반으로써 보이느니라.
내가 비록 열반을 설하나 이는 또한 진실한 멸이 아니니라.
모든 법은 본래부터 오면서 항상 스스로 적멸의 형상이니
불자가 이런 도를 수행하면 오는 세상에 성불하리라.
나에게 방편의 힘이 있어 삼승법을 열어 보이나,
일체 모든 세존께서는 모두 일승도를 설하시느니라.
이제 이 모든 대중은 모두 응당 의혹함을 제거하라.
모든 부처님 말씀은 다름이 없나니,
오직 일승이요, 이승은 없노라.
[18]지난 옛적 수없는 겁에 한량없이 멸도하신 부처님들
백천만억 종류이시나 그 수를 헤아리지 못하거늘,
이와 같은 모든 세존께서는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수없는 방편력으로 모든 법의 형상을 설하셨느니라.
이 모든 세존께서는 모두 일승법을 설하시어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여 불도에 들게 하셨노라.
또 거룩하신 모든 성인께서는 일체 세간의 하늘과 사람과
뭇 중생들의 마음에 깊이 하고자 함을 아시고,
다시 다른 방편으로 참된 진리의 뜻을 도와 나타내셨노라.
만약 어떤 중생들이 지난 예전 모든 부처님을 만나서
혹은 법을 듣고 보시와 혹은 지계와 인욕과
정진과 선정과 지혜 등으로 가지가지 복과 지혜를 닦은
이와 같은 모든 사람들은 모두 이미 성불하였노라.
모든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
만약 사람이 마음 착하고 부드러운
이와 같은 모든 중생들은 모두 이미 성불하였노라.
모든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 사리에 공양하는 자가
만억 가지 탑을 세워서 금과 은과 파려(玻瓈)와
자거(硨磲)와 마노(瑪瑙)와 매괴(玫瑰)와 유리구슬 등으로
청정하고 넓고 장엄하게 꾸미고 여러가지 탑을 장식하였거나,
혹은 돌로 묘(廟)를 세웠거나 전단 나무와 침수향 나무와
목밀과 아울러 다른 재목과 벽돌과 기와나 진흙 등으로
혹은 넓은 들판 가운데 부처님 묘를 흙을 쌓아 이루거나
혹은 아이들이 장난으로 모래로 부처님 탑을 쌓았어도
이와 같은 모든 사람들은 모두 이미 성불하였노라.
[19]혹은 어떤 사람이 부처님을 위하여
여러가지 형상(形像)을 세우거나,
조각으로 여러가지 상을 이룬 이들은 모두 이미 성불하였노라.
혹은 칠보로써 이루거나 유석(鍮鉐)과 적백동(赤白銅)과
흰 백철과 아연과 주석과 쇠와 나무와 진흙으로써
혹은 베에 아교나 옻칠을 하여
불상을 훌륭하게 꾸며 만들면,
이와 같은 모든 사람들은 모두 이미 성불하였노라.
채색으로 불상을 그리거나 백복으로 장엄한 거룩한 상을
자기나 혹은 남을 시켜 만든 이도 모두 이미 성불하였노라.
아이들이 장난으로 혹은 풀이나 나무나 붓이나
혹은 손가락과 손톱으로 부처님 상을 그린 이들,
이와 같은 모든 사람들도 점점 공덕을 쌓아서
대비심을 구족하여 모두 이미 성불하였노라.
다만 모든 보살을 교화하여 한량없는 중생을 건졌노라.
[20]만약 어떤 사람이 탑묘와 보배 불상이나 화상(畫像)에
꽃과 향과 번개(幡蓋)로써 공경하는 마음으로 공양하거나,
혹은 사람을 시켜 음악을 짓되, 북치고 소라고둥 불며
피리와 거문고와 공후와 비파와 징과 동발(銅鈸)로
이와 같이 여러가지 미묘한 소리로 모두 지녀서 공양하고,
혹은 환희하는 마음으로 부처님의 공덕을 노래하되,
작은 한마디에 이를지라도 모두 이미 성불하였노라.
만약 사람이 산란한 마음으로 꽃 한 송이에 이를지라도
불상에 공양함이 있어도 점점 수없는 부처님 만나 뵙고,
혹은 어떤 사람이 예배하거나 혹은 다시 다만 합장하거나
또는 손 한 번 든다거나 혹은 머리 약간 숙여
불상에 이런 공양하여도 한량없는 부처님 차차 만나 뵙고,
스스로 위없는 도를 이루어 수없는 중생을 널리 제도하고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되, 섶이 다하여 불 꺼진 듯 하리라.
어떤 사람이 산란한 마음으로 탑묘에 들어가서
나무불 한 번 외워도 모두 이미 성불하였노라.
모든 과거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시거나 혹은 열반하신 뒤
만약 이 법을 듣는 자가 있으면 모두 이미 성불하였노라.
[21]미래의 모든 세존의 그 수가 한량없는데,
이 모든 여래께서도 또한 방편으로 법을 설하시리.
일체 모든 여래께서는 한량없는 방편으로
모든 중생을 제도하사 해탈케 하여
부처님의 무루지에 들게 하시리.
만약 법을 듣는 자가 있으면 성불 못함이 하나도 없으리라.
모든 부처님께서 본래 서원하시되, 내가 행한 바 불도를
널리 중생으로 하여금 또한 같이 이 도를 얻게 함이니라.
미래세상 모든 부처님께서 비록 백천만억의
수없는 법문을 설하셔도 그 실상은 일승을 위함이니라.
모든 부처님 양족존께서는 법에 항상 성품 없음을 아시고
불종자 인연 따라 일어나니,
이런 까닭으로 일승을 설하시노라.
이 법은 법의 위치에 머물며
세간의 형상에도 항상 머무느니라.
도량에서 이미 아시고 도사(導師)께서 방편으로 설하시노라.
하늘과 사람의 공양받는 현재 시방 부처님도
그 수가 항하 모래같아 세간에 출현하시어
중생이 안온할 수 있게 또한 이와 같은 법을 설하시노라.
제일의 적멸법을 아시건마는 방편의 힘으로
비록 가지가지 도를 보이시나 그 실상은 일불승을 위함이니라.
중생의 모든 행과 마음 깊이 생각하는 바와
지난 예전에 익힌 업과 욕망과 성품과 정진의 힘과
모든 근기 영리하고 둔함을 아시고,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말씀으로 응당 방편을 따라 설하시노라.
[22]지금 나도 또한 이와 같아서 중생이 안온할 수 있게
가지가지 법문으로 불도를 펴 보이느니라.
나는 지혜의 힘으로써 중생의 성품과 욕망을 알고,
모든 법을 방편으로 설하여 모두 기쁨을 얻게 하느니라.
사리불아, 마땅히 알지니라. 내가 불안(佛眼)으로 관하여
여섯갈래 길의 중생을 보니, 빈궁하고 복과 지혜가 없어서
나고 죽는 험한 길에 들어 계속되는 괴로움을 끊지 못하고
오욕에 깊이 집착함이 모우( 牛)가 꼬리를 사랑하듯
탐욕과 애욕으로 스스로 가려 눈이 멀어 보는 바가 없고,
큰 세력의 부처님과 괴로움을 끊는 법을 구하지 않고
모든 사견에 깊이 빠져 고통으로 고통을 버리고자 하니,
이런 중생을 위하는고로 대비심을 일으키느니라.
내가 처음 도량에 앉아 나무를 관하고 또한 경행하면서
삼칠일 동안 이와 같은 일을 생각하되,
내가 얻은 지혜는 가장 미묘하고 제일이건마는,
중생은 모든 근기가 둔하여
즐거움에 착하여 어리석은 장님이라,
이와 같은 무리들을 어떻게 가히 제도할 수 있을까.
[23]이 때 모든 범왕(梵王)과 모든 하늘의 제석천왕과
세간을 수호하는 사천왕과 또 대자재천과
아울러 다른 모든 하늘 무리와 권속 백천만이
공경하고 합장하여 예배하며
나에게 전법륜(轉法輪)을 청하거늘,
나는 곧 스스로 생각하되, 만약 다만 불승만 찬탄하면
괴로움에 빠진 중생들이 이 법을 능히 믿지 아니함일세.
법을 믿지 않고 파하므로 삼악도에 떨어지리니,
내가 차라리 법을 설하지 않고 빨리 열반에 들리라 하다가,
과거 부처님께서 행하신 방편의 힘을 찾아 생각하고,
나도 지금 얻은 바의 도를 또한 응당 삼승으로 설하리라.
깊이 이런 생각을 하였을 때 시방 부처님께서 모두 출현하시어
범음(梵音)으로 나를 위로하사 착하도다, 석가모니
제일가는 도사시여, 이 위없는 법을 얻으시고도
모든 일체 부처님을 따라 방편의 힘을 쓰시는구려.
가장 미묘한 제일의 법을 우리들도 또한 얻었건마는,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삼승을 분별하여 설하였습니다.
적은 지혜는 작은 법을 즐기며 스스로 부처됨을 믿지 않나니,
이런 연고로 방편으로 모든 과를 분별하여 설함이며,
비록 다시 삼승을 설하였사오나
다만 보살을 교화하기 위함이라 하셨느니라.
사리불아, 마땅히 알지니라. 나는 성스러운 사자의
깊고 맑고 미묘한 음성을 듣고,
나무 모든 부처님 하고 외우면서
다시 이런 생각을 하되, 나는 흐리고 악한 세상에 나왔으니,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와 같이
나도 또한 순히 따라 행하리라.
이 일을 깊이 생각하고는 곧 바라나(波羅奈)에 나아가
모든 법의 적멸한 상을 가히 말로써 펴지 못하여
방편의 힘의 까닭으로써 다섯 비구를 위하여 설했노라.
이것을 이름하여 법륜 굴림이라 하느니라.
오로지 열반이란 소리와
아라한과 법과 승려라는 차별의 이름이 있게 되었노라.
[24]오랜 먼 겁으로부터 오면서 열반의 법을 찬탄하여 보이고,
생사의 고통을 영원히 다한다고 나는 항상 이렇게 설했노라.
사리불아, 마땅히 알지니라. 내가 불자들을 보니,
불도를 구하는 자로서 한량없는 천만억이
다 공경하는 마음으로 모두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일찍이 모든 부처님으로부터 방편으로 설법하심을 들었노라.
나는 곧 이런 생각을 하되, 여래께서 출현하심은
부처님 지혜 설하기 위한 연고이니, 지금이 바로 그 때로다.
사리불아, 마땅히 알지니라. 둔한 근기와 지혜가 적은 사람과
상에 집착한 교만한 자는 이 법을 능히 믿지 않나니,
나는 지금 기뻐하고 두려움 없이 모든 보살 가운데서
정직히 방편을 버리고 다만 무상도를 설하노라.
보살이 이 법을 듣고는 의심 그물 이미 다 제하여
천이백 아라한도 모두 마땅히 성불하리라.
삼세의 모든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시는 의식대로
나도 지금 또한 이와 같이 분별없는 법을 설하노라.
[25]모든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심은 멀고 멀어 만나기 어렵나니,
세상에 출현하신다 하여도 이 법을 설하시기는 또 어렵고,
한량없고 수없는 겁에 이 법을 듣기 또한 어렵나니,
능히 이 법을 알아듣는 자, 이런 사람은 또한 다시 어렵노라.
비유하면, 우담발화를 일체 모두가 즐거이 사랑하지만
하늘과 사람에게 희유한 바로
때때로 겨우 한 번 피는 것과 같으니라.
법을 듣고 환희하여 찬탄으로 한마디 말에 이를지라도,
곧 일체 삼세 부처님께 이미 공양함이 되느니라.
이런 사람은 매우 희유하여 우담발화보다 더 지나느니라.
너희들은 의심하지 말지니라. 나는 모든 법의 왕이 되어
널리 모든 대중에게 이르노니, 다만 일승도로써
모든 보살을 교화하되, 성문 제자는 없느니라.
[26]너희들 사리불과 성문과 보살들은
마땅히 알지니, 이 묘법은 모든 부처님의 비요(秘要)이니라.
오탁 악세에는 다만 모든 욕망에 즐겁게 탐착하니,
이와 같은 중생들은 끝내 불도를 구하지 않으리라.
오는 세상 악한 사람들은 부처님의 일불승 설함을 듣고
미혹하여 믿어 받지 않고 법을 파하고 악도에 떨어지리라.
뉘우치고 청정하여 불도를 구하는 자가 있거든
마땅히 이와 같은 이를 위하여 널리 일승도를 찬탄할지니라.
사리불아, 마땅히 알지니라. 모든 부처님의 법은 이와 같이
만억의 방편으로써 마땅함을 따라 법을 설하시니,
배워 익히지 않는 자는 능히 이를 알 수 없느니라.
모든 부처님은 세상의 스승이시라,
마땅함을 따라 방편으로 설하심을
너희들은 이미 알았으니, 다시 모든 의혹을 없애고
크게 환희하는 마음을 내어
스스로 마땅히 부처됨을 알지니라.
방편품 끝
묘법연화경 제 이권
妙法蓮華經 第 二卷
묘법연화경 제 삼 비유품
妙法蓮華經 第 三 譬喩品
[1] 그 때 사리불이 뛰고 뛸 듯이 환희하며 곧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의 존안(尊顔)을 우러러 보면서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지금 세존으로부터 이러한 법음을 듣자옵고 마음에 뛰고 뛸 듯한 즐거움을 품으며 미증유함을 얻었나이다. 까닭은 무엇인가 하오면, 제가 옛적에 부처님으로부터 이와 같은 법을 들었사옵고, 모든 보살은 성불하리라고 수기하심을 보았으나, 그러나 저희들은 이 일에 참여하지 못하여 여래의 한량없는 지견을 잃었음을 스스로 마음 상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항상 홀로 산림이나 나무 아래서 혹은 앉거나 혹은 거닐면서 매양 이런 생각을 하되, 「저희들도 법의 성품에 같이 들었거늘,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소승법으로 제도하심을 보이시는가.」 하였지만, 이것은 저희들의 허물이고 세존의 탓이 아니옵니다. 까닭은 무엇인가 하오면, 만약 저희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는 인연을 설하심을 기다렸으면, 반드시 대승으로써 제도되어 해탈을 얻었을 것이거늘, 그러나 저희들은 마땅함을 따라 설하시는 방편을 이해하지 못하고 처음에 부처님의 법을 듣고는 문득 믿고 받아서 증득하였다고 깊이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옛적부터 오면서 날이 저물고 밤이 새도록 매양 스스로 엄하게 꾸짖었는데, 그러나 지금 부처님으로부터 듣지 못하던 미증유의 법을 듣자옵고, 모든 의심과 후회함을 끊고, 몸과 마음이 태연하여 쾌히 편안함을 얻었사옵니다. 오늘에야 진실된 부처님의 아들이며, 부처님의 입으로부터 났으며, 법으로부터 화생(化生)하여 불법의 일부분을 얻게 된 것을 알았나이다.』
[2] 그 때 사리불이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씀하되,
제가 이런 법음을 듣자옵고 미증유함을 얻어
마음에 큰 환희함을 품고 의심 그물 이미 모두 없어졌나이다.
옛적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을 입사와 대승을 잃지 않았나이다.
부처님의 음성 매우 희유하시어
능히 중생의 번뇌를 제하시니,
저는 이미 번뇌가 다함을 얻어
듣자옵고는 또한 근심 걱정 끊었나이다.
제가 산골짜기에 있거나 혹은 숲이나 나무 밑에 있으면서
혹은 앉거나 혹은 거닐면서 항상 이 일을 깊이 생각하고
탄식하며 깊이 스스로 책망하되, 어찌하여 스스로 속았느뇨.
우리들도 또한 부처님의 아들로 무루법에 같이 들었건마는,
능히 미래에 위없는 도를 연설하지 못하며,
서른두 가지 금빛 모습과 열 가지 힘(十力)과 모든 해탈이
같은 한 가지 법 가운데 있거늘, 이런 일을 얻지 못하고,
여든 가지 묘하고 좋은 상호 열여덟 가지 같지 않는 법,
이와 같은 것들의 공덕을 나는 이미 모두 잃었는가.
제가 홀로 거닐 때에 부처님께서 대중 속에 계심을 보고,
명성이 시방에 가득히 들려 널리 중생을 요익하게 하시거늘,
스스로 생각컨대, 이 이익을 잃음은
제가 스스로를 거짓으로 속임이 됨이라.
제가 항상 밤낮으로 매양 이 일을 생각하고
세존께 여쭈고자 하는 것은, 잃음이 됩니까 잃지 않음이 됩니까.
저는 항상 세존께서 모든 보살을 칭찬하심을 보고,
밤낮으로 이와 같은 일을 셈하여 헤아렸나이다.
[3]지금 부처님 음성 듣자오니, 마땅함을 따라 설하시는 법
무루(無漏)의 경지 부사의하여 중생을 도량에 이르게 하옵니다.
저는 본래 삿된 견해에 착하여 모든 범지의 스승이 되었으나,
세존께서 저의 마음을 아시고
삿된 소견을 뽑아 열반을 설하시니,
제가 삿된 견해를 다 제하고 공한 법을 증득하였나이다.
이 때 마음에 스스로 생각하기를 열반에 이르렀다고 하였더니,
이것은 참된 열반 아님을 지금에야 스스로 깨달았나이다.
만약 부처님 됨을 얻을 때는
서른두 가지 거룩한 형상을 갖추며
천상과 사람과 야차들과 용과 신들이 공경해야,
이 때에야 가히 다 없어진 무여열반(無餘涅槃)이라 할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 대중 가운데서 제가 마땅히 성불하리라 하시니,
이와 같은 법음을 듣자옵고
의심과 후회함이 다 없어졌나이다.
[4]처음 부처님께서 설하신 말씀 듣고
마음 속으로 크게 놀라고 의심하되,
마(魔)가 부처님 되어서 저의 마음 시끄럽게 함인가 했더니,
부처님께서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훌륭한 말씀으로 설하시니,
그 마음 바다같이 편안하여 저의 의심 그물 끊어졌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지난 세상에
한량없이 멸도하신 부처님께서도
방편에 편안히 머물러 계시면서 또한 모두 이 법을 설하셨고,
현재와 미래의 부처님께서도 그 수는 한량없으나
역시 모든 방편으로 이와 같은 법을 연설하시리라 하시며,
지금의 세존께서도 탄생하시고 출가하시어
도를 얻고 법륜을 굴리시되 또한 방편으로 설하시나니,
세존께서 실상의 도를 설하시나 파순(波旬)은 이런 일 없나이다.
이로써 저는 정녕코 마가 부처된 것 아닌 줄 알았나이다.
제가 의심 그물에 떨어진 까닭에
이것은 마의 소행이라 하였나이다.
부처님의 부드러운 음성은 심히 깊고 멀며 미묘하시어
청정한 법을 설명하심을 듣고 저의 마음 크게 환희하여
의심과 후회함이 영원히 다하여
참된 지혜 가운데 편히 머물렀나이다.
저도 결정코 마땅히 성불하여 하늘과 사람의 공경받고
위없는 법륜을 굴리어 모든 보살을 교화하오리다.
[5] 그 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시되, 『내가 지금 하늘과 사람과 사문과 바라문 등의 대중 가운데서 설하노니, 내가 옛적에 이만억 부처님 처소에서 무상도를 위하는고로 항상 너를 교화하였으니, 너는 또한 긴 세월에 나를 따라 배움을 받았느니라. 내가 방편으로 너를 인도한 까닭으로 나의 법 가운데에 태어났느니라.
사리불아, 내가 옛적에 너를 가르쳐서 불도를 이루기를 지원(志願)하게 하였으나, 너는 지금 다 잊어버리고 스스로 이미 멸도를 얻었다고 생각하였느니라. 내가 지금 너로 하여금 돌이켜 본래 원하고 행하던 도를 기억하고 생각하게 하고자 하는고로 모든 성문을 위하여 이 대승경을 설하노니, 이름은 묘법연화라,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호념(護念)하시는 바이니라.
사리불아, 너는 미래 세상에 한량없고 가이 없는 불가사의 겁을 지나서, 몇 천만억 부처님께 공양하고 바른 법을 받들어 지니며 보살이 행할 바 도를 구족하여 마땅히 성불하리니, 명호는 화광(華光)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니라. 나라 이름은 이구(離垢)이며, 그 국토는 평정하고 청정하게 장엄되어 편안하게 의지하여 즐거움이 가득하고, 하늘과 사람이 번성하며 유리로 땅이 되고 여덟 갈래의 길이 있으되, 황금줄로 그 가를 경계로 하고 그 옆에는 각각 칠보로 된 나무가 줄지어 섰고 항상 꽃과 과실이 있으리라. 화광여래도 역시 삼승으로 중생을 교화하시리라.
사리불아, 저 부처님 출현하실 때는 비록 악한 세상은 아니지만 본래 서원한 까닭으로 삼승법을 설하시리라. 그 겁의 이름은 대보장엄(大寶莊嚴)이니, 왜 이름을 대보장엄이라 하는고 하면, 그 나라 가운데 보살로써 큰 보배를 삼는 까닭이니라.
[6] 그 모든 보살은 한량없고 가이 없으며 불가사의라, 산수나 비유로는 능히 미치지 못할 것이며, 부처님의 지혜의 힘이 아니면 능히 아는 자가 없느니라. 만약 다니고자 할 때는 보배꽃이 발을 받드느니라. 이 모든 보살은 처음 발심한 것이 아니고, 모두 오랫동안 덕의 근본을 심어서 한량없는 백천만억 부처님 처소에서 깨끗한 범행을 닦아 항상 모든 부처님께서 칭탄하시는 바이며, 항상 부처님의 지혜를 닦아 큰 신통을 갖추고 일체 모든 법의 문을 잘 알며 바탕이 곧아서 거짓이 없고 뜻과 생각이 견고하니, 이런 보살이 그 나라에 가득하리라.
사리불아, 화광 부처님의 수명은 십이 소겁이니 왕자로서 성불하기 전 세월은 제외하느니라. 그 나라 백성의 수명은 팔 소겁이니라.
화광여래께서 십이 소겁을 지내고 견만(堅滿)보살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시고, 모든 비구에게 이르시되, 「이 견만보살이 다음에 성불하여 이름은 화족안행 다타아가도 아라하 삼먁삼불타라 하리니, 그 부처님의 국토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하시느니라.
사리불아, 이 화광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정법이 세상에 머무름은 삼십이 소겁이며 상법이 세상에 머무름도 또한 삼십이 소겁이니라.』
[7]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사리불은 오는 세상에 성불하여 지혜는 넓고 높으며,
명호는 화광여래라. 마땅히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며
수없는 부처님께 공양하고 보살행과
열 가지 힘 등을 구족하여 무상도를 증득하리라.
한량없는 겁을 지나서 겁의 이름은 대보장엄이요,
세계의 이름은 이구이니라. 청정하여 더러운 것이 없으며
유리로 땅이 되고 황금줄로 그 길을 경계로 하며,
칠보로 된 온갖 색의 나무에는 항상 꽃과 과실이 있느니라.
그 나라의 모든 보살은 뜻과 생각이 항상 견고하며
신통과 바라밀이 모두 이미 다 구족하여,
수없는 부처님 처소에서 보살도를 잘 배운,
이와 같은 큰 보살들이니 화광 부처님께서 교화하심이니라.
부처님께서 왕자이던 때 나라와 세상 영화도 버리고
가장 마지막 몸으로 출가하여 불도를 이룰 것이니라.
화광불이 세상에 계시는 수명은 십이 소겁이며,
그 나라 백성들의 수명은 팔 소겁이니라.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 정법이 세상에 머무름은
삼십이 소겁이니, 널리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
정법이 다 멸한 뒤 상법도 삼십이 소겁이니라.
사리를 널리 유포하여 하늘과 사람이 널리 공양하리니,
화광 부처님 하시는 바의 그 일은 모두 이와 같으니라.
그 양족존은 거룩하시고 높으신 분
가장 뛰어나 짝할 무리 없나니,
그가 곧 그대의 몸이니, 응당 스스로 기뻐하고 경하할지니라.
[8] 그 때 사부대중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등의 대중은 사리불이 부처님 앞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 받는 것을 보고 마음이 크게 기쁘고 즐거워서 한량없이 뛰놀면서 각각 몸에 입었던 웃옷을 벗어 부처님께 공양하며, 석제환인과 범천왕들도 수없는 천자와 더불어 또한 하늘의 묘한 옷과 하늘의 만다라꽃과 마하만다라꽃들로 부처님께 공양하니, 흩은 하늘옷이 허공 중에 머물러 빙글빙글 스스로 돌아가고, 모든 백천만억 가지 하늘의 슬기로운 음악이 허공 중에서 일시에 울리며, 여러가지 하늘꽃을 비오듯이 하며 이런 말을 하되, 『부처님께서 옛적에 바라나에서 처음 법륜을 굴리시고, 지금에야 다시 위없는 가장 큰 법륜을 굴리시도다.』
[9] 그 때 모든 천자가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씀하되,
옛적에 바라나에서 사제(四諦)의 법륜을 굴리시어
다섯 가지 화합하여 생멸하는 모든 법을 분별하여 설하시고,
지금 다시 가장 묘하고 위없는 큰 법륜을 굴리시니,
이 법은 심히 깊고 오묘하여 능히 믿는 자가 적나이다.
저희들이 옛적부터 오면서 세존의 말씀을 자주 들었사오나,
이와 같이 깊고 묘하고 높은 법은 일찍이 듣지 못하였나이다.
세존께서 이 법을 설하시니, 저희들은 모두 따라 기뻐하나이다.
큰 지혜의 사리불이 지금 세존의 수기를 받으오니,
저희들도 또한 이와 같이 반드시 마땅히 성불하여
일체 세간에서 높고 높은 세존 되오리다.
불도는 생각으로 논의하기 어려워 방편따라 알맞게 설하시니,
지금 세상과 혹은 지난 세상에서 저희가 지은 복의 업과
부처님 뵈온 공덕을 모두 불도에 회향(廻向)하나이다.
[10] 그 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다시 의심과 후회가 없사오며 친히 부처님 앞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았나이다. 이 모든 천이백의 마음이 자재한 자는 옛날에 배우는 위치에 있을 적에 부처님께서 항상 교화하여 말씀하시되, 「나의 법은 능히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떠나서 필경에 열반에 드느니라.」 하시매, 이 배우는 이와 배울 것이 없는 사람도 또한 각각 스스로 나라는 소견과, 있다 없다는 소견을 떠나 열반을 얻었다고 생각하였는데, 그러나 지금 세존 앞에서 듣지 못한 말씀을 듣자옵고 모두 의혹에 떨어졌나이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사부대중을 위하여 그 인연을 말씀하시어 의심과 후회를 여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 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시되, 『내가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말씀과 방편으로 설하시는 법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함이라고 먼저 말하지 않았느냐. 이 모든 설하는 바는 모두 보살을 교화하기 위한 까닭이니라. 그러나 사리불아, 이제 마땅히 다시 비유로써 이 뜻을 밝히리니, 모든 지혜있는 자는 비유로써 이해할 수 있느니라.
사리불아, 어떤 나라의 성읍의 부락에 큰 장자가 있었으니, 그의 나이는 늙었으나 재물은 한량없는 부자여서 밭과 집과 여러 시중꾼이 많았으며, 그 집은 넓고 크나 문은 오직 하나만 있고, 많은 사람들 무리가 일백 이백 내지 오백 사람이 그 가운데 살고 있었느니라.
[11] 집과 누각은 낡고 썩었으며, 담과 벽은 무너져 떨어졌고 기둥 뿌리는 썩고 대들보는 기울어져 위태한데, 두루 한꺼번에 홀연히 불이 일어나 집이 불에 타고 있었는데, 장자의 모든 자식들이 혹은 열이나 스물이나 혹은 서른에 이르도록 이 집 안에 있었느니라. 장자는 이 큰 불이 사면으로부터 일어남을 보고, 곧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며, 이런 생각을 하되, 「나는 비록 능히 이 불타는 집에서 무사히 나왔으나, 그러나 모든 자식들은 불난 집 안에서 장난치고 노는 데에만 집착하여, 깨닫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놀라지도 두려워하지도 아니하고, 불길이 몸에 와 닿아 고통이 닥칠 것인데도 마음에 싫어하거나 근심하지 않고 나오려는 생각도 않는구나.」 하였느니라.
사리불아, 이 장자는 이렇게 생각을 하되, 「나의 몸과 손에는 힘이 있는지라, 마땅히 옷 담는 함이나 혹은 책상에 앉혀서 들고 집으로부터 나오리라.」 하다가 다시 생각을 하되, 「이 집은 오직 문이 하나만 있고 또 좁고 작은데, 모든 자식들은 나이가 어려서 아직 아는 것이 없고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렸으니, 혹시 땅에 떨어져서 불에 타지나 않을까. 나는 마땅히 두렵고 겁나는 일을 말하되, 이 집이 이미 불에 타고 있으니, 응당 지금 빨리 나와서 불에 타지 않게 하리라.」 이런 생각을 하고는 깊이 생각한 바와 같이 모든 자식들에게 이르기를, 「너희들은 빨리 나오너라.」 하였느니라.
아버지는 비록 가련하고 불쌍히 여겨서 좋은 말로 달래어 깨우쳐 주나, 그러나 모든 자식들은 희희낙락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 믿지도 아니하고 놀라지도 두려워하지도 아니하며 나올 생각이 없었느니라. 또한 어떤 것이 불인지 어떤 것이 집인지 어떤 것을 잃게 되는지 알지 못하고, 다만 동서로 왔다 갔다 놀며 아버지만 바라볼 뿐이었느니라.
[12] 그 때 장자는 곧 이런 생각을 하되, 「이 집이 이미 큰 불에 타고 있으니, 나와 또 모든 자식들이 만약 이 때에 나오지 아니하면 반드시 불에 타게 되리니, 내가 지금 마땅히 방편을 베풀어 자식들로 하여금 이런 해를 면하게 하리라.」 하고 아버지는 모든 자식들이 먼저 마음에 각각 좋아하는 가지가지 진귀한 노리개와 기이한 물건에 뜻을 두고 있음을 상기하고 반드시 좋아할 것을 알고, 자식들에게 일러 말하되, 「너희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은 희유하여 얻기가 어려운 것이라, 너희가 만약 받지 아니하면 다음에 반드시 후회하리라.
이와 같은 가지가지 양이 끄는 수레 사슴이 끄는 수레 소가 끄는 수레가 지금 대문 밖에 있으니, 가히 장난하며 즐겁게 놀 수 있느니라. 너희들은 이 불타는 집에서 빨리 나오너라. 너희가 하고자 함에 따라 마땅히 모두 너희에게 주리라.」
그 때 모든 자식들은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진기한 장난감이 바로 원하던 것이므로 마음이 각각 용맹하고 날쌔어져서 서로 밀치면서 앞다투어 재빨리 불난 집에서 뛰쳐 나왔느니라. 이 때 장자는, 모든 자식들이 아무 탈 없이 불타는 집에서 나와 모두 네거리 길 가운데 모여 앉으니, 다시 장애됨이 없음을 보고, 그 마음 태연하여 기쁘고 즐거워서 뛰고 뛸 듯이 하였느니라.
이 때 모든 자식들이 각각 아버지께 말하기를, 「아버지께서 먼저 허락하신 좋은 장난감인 양이 끄는 수레 사슴이 끄는 수레 소가 끄는 수레를 원하옵건대, 지금 내려 주시옵소서.」
[13] 사리불아, 그 때 장자는 모든 자식들에게 각각 똑같이 하나의 큰 수레를 주니, 그 수레는 높고 넓은데 여러가지 보배로 단정하게 꾸미었고 난간의 둘레를 빙 둘러서 사면에는 방울을 달고 또 그 위에는 일산과 휘장을 치고 또한 진기한 여러가지 보배로써 장엄하게 꾸몄으며, 보배줄로 얽어매어 여러가지 꽃과 구슬을 드리우고 예쁜 자리를 겹겹이 깔아 놓고 붉은 베개를 안정하게 놓았으며, 흰 소로 멍에를 메게 하니, 털의 빛깔이 깨끗하며 몸집은 충실하고 아름다워 큰 힘이 있는지라, 걸음이 평탄하고 바르며 바람같이 빠르고 또 많은 시중꾼이 따라 모시며 호위하였느니라. 왜냐하면, 이 큰 장자는 재물이 한량없어 가지가지 모든 창고마다 모두 다 차서 넘치니, 이에 이런 생각을 하되, 「나의 재물은 한정이 없으니, 변변치 못한 작은 수레를 모든 자식들에게 줄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어린 아이들이 모두 나의 자식이니 사랑함이 치우쳐 편듦이 없이 하리라.
나에게 이와 같은 칠보로 된 큰 수레가 있으되 그 수가 한량 없으니, 응당 평등한 마음으로 각각 이를 주되 차별하지 아니하리라. 왜냐하면, 내가 이 물건으로 두루 한 나라에 줄지라도 오히려 모자라지 아니하거늘 하물며 모든 자식들이겠느냐.」
이 때 모든 자식들은 각각 큰 수레를 타고 전에 없던 즐거움을 얻으니, 본래 바라던 것이 아니었느니라.
사리불아, 너의 뜻에는 어떠하느냐. 이 장자가 모든 자식들에게 진귀한 보배로 된 큰 수레를 똑같이 준 것이 허망함이 있다 하겠느냐. 아니하겠느냐.』
사리불이 말씀하되,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이 장자가 다만 모든 자식들로 하여금 불의 난리를 면하게 하여 그 몸과 목숨만 보전하게 할지라도 허망함이 되지 않나이다. 어떤 연고이냐 하오면, 만약 몸과 목숨만 보전하여도 이미 훌륭한 장난감을 얻은 것 이상이 되옵거늘, 하물며 다시 방편으로 저 불난 집에서 빼내어 구제함이오리까.
세존이시여, 만약 이 장자가 가장 작은 수레 하나도 주지 않았다 할지라도 오히려 허망한 것이 아니옵니다. 왜냐하오면, 이 장자가 먼저 이러한 생각을 하되, 「내가 방편으로써 자식들을 나오게 하리라.」 하였으니, 이러한 인연으로 허망함이 없사온데, 하물며 장자가 재물이 한량없음을 스스로 알고 모든 자식들에게 이익되게 하고자 하여 똑같이 큰 수레를 줌이오리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시되, 『착하고 착하도다. 네가 말한 바와 같으니라.
[14] 사리불아, 여래도 또한 이와 같아서 곧 일체 세간의 아버지가 되어, 모든 공포와 두려움과 쇠약함과 번뇌와 근심과 질병과 무명(無明)과 어두움이 가리운 것이 영원히 다하여 남음이 없고, 그리고 한량없는 지견과 힘과 두려움 없는 것을 다 성취하여 큰 신통력과 지혜의 힘이 있으며, 방편 바라밀과 지혜 바라밀과 대자대비를 구족하여 언제나 게으름과 권태가 없으며, 항상 착한 일을 구하여 일체를 이익되게 하느니라. 이에 삼계의 썩고 낡은 불난 집에 나서, 중생의 나(生)고 늙(老)고 병(病)들고 죽음(死)과, 근심(憂)과 슬픔(悲)과 고통(苦)과 번뇌(惱)와 어리석음과 어두움에 덮인 삼독의 불에서 건지기 위하여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려는 것이니라.
모든 중생을 보니,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과, 근심 슬픔 고통과 번뇌의 불에 타고 있으며, 또한 다섯 가지 욕심과 재물의 이익을 위하는고로 가지가지 고통을 받으며, 또 탐착하여 구하려 하므로 현 세상에서 여러가지 고통을 받다가, 뒤에는 지옥 축생 아귀의 괴로움을 받으며, 혹은 천상이나 인간에 나더라도 가난하고 빈궁한 고통을 받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괴로움과 원수와 미워하는 사람을 만나는 괴로움 등, 이와 같은 가지가지 온갖 고통을 받으면서도 중생은 그 가운데 빠져 즐겁게 놀면서, 깨닫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놀라지도 두려워하지도 아니하며, 또한 싫어함도 내지 않고 해탈도 구하지 않으며, 이 삼계의 불난 집에서 동서로 뛰고 달리며 비록 큰 괴로움을 만날지라도 이를 근심하지 않느니라.
사리불아, 부처님은 이런 것을 이미 보고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되, 「나는 중생의 아버지가 되는지라, 응당 그 고통과 어려움에서 빼내어 한량없고 가이 없는 부처님의 지혜의 낙을 주어서 그들로 하여금 즐겁게 놀게 하리라.」
사리불아, 여래는 다시 이런 생각을 하되, 「내가 만약 다만 신통력과 또 지혜의 힘으로 방편을 버리고 모든 중생을 위하여 여래의 지견과 힘과 두려울 바 없는 것을 찬탄하면, 중생이 이것으로써는 제도되지 못하리라. 왜냐하면, 이 모든 중생이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과 근심과 슬픔과 고통과 번뇌를 면하지 못하고, 삼계라는 불난 집에서 불타는 바가 될 것이니, 무엇으로써 부처님의 지혜를 능히 이해할 수 있으랴.」
[15] 사리불아, 저 장자가 비록 몸과 손에 힘이 있으나, 쓰지 않고 다만 은근히 방편으로써 모든 자식들을 불난 집에서 힘써 건지고, 그러한 뒤에 각각 진귀한 보배 큰 수레를 주는 것과 같이, 여래도 또한 이와 같아서 비록 힘과 두려울 바가 없음이 있지마는, 그러나 쓰지 않고 다만 지혜와 방편으로써 삼계의 불난 집에서 중생을 빼내어 제도하기 위하여 삼승인 성문과 벽지불과 불승을 설하여 이에 이러한 말씀을 하시되, 「너희들은 삼계의 불난 집에 있기를 좋아하지 말며, 거칠고 나쁜 빛과 소리와 향기와 맛과 닿음을 탐하지 말지니라. 만약 탐착하여 사랑함이 생기면 곧 불타게 되느니라. 너희가 빨리 삼계를 나오면, 마땅히 삼승인 성문과 벽지불과 불승을 얻으리라. 내가 지금 너희를 위하여 이 일을 보증하노니 마침내 허망하지 않으리라. 너희들은 다만 부지런히 닦고 정진하라.」
여래가 이런 방편으로 중생을 달래어 정진하게 하고 다시 이런 말씀을 하시되, 「너희들은 마땅히 알지니라. 이 삼승법은 성인께서 모두 칭탄하시는 바로써 자재하여 얽매임이 없고 의지하여 구할 바도 없으니, 이 삼승을 타면 누설없는 뿌리와 힘과 깨달음과 도와 선정과 해탈과 삼매 등으로 스스로 즐기면서 한량없는 편안함과 쾌락함을 얻으리라.」
[16] 사리불아, 만약 어떤 중생이 안으로 지혜로운 성품이 있어 부처님 세존을 따라 법을 듣고 믿어 받아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빨리 삼계를 나오고자 하여 스스로 열반을 구하면, 이 이름은 성문승이니, 저 모든 자식들이 양의 수레를 구하기 위하여 불난 집을 나옴과 같으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부처님 세존을 따라 법을 듣고 믿어 받아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자연지혜를 구하며, 혼자 있기를 좋아하여 고요한 곳을 즐기고 모든 법의 인연을 깊이 알면, 이 이름은 벽지불승이니, 저 모든 자식들이 사슴의 수레를 구하기 위하여 불난 집을 나옴과 같으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부처님 세존을 따라 법을 듣고 믿어 받아서 부지런히 닦고 정진하여 일체지(一切智)와 불지(佛智)와 자연지(自然智)와 무사지(無師智)와 여래의 지견과 힘과 두려울 바 없음을 구하고, 한량없는 중생을 불쌍히 생각하여 안락하게 하고 하늘과 사람을 이익되게 하여 일체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면, 이 이름은 대승보살이니, 이러한 대승을 구하는 까닭으로 마하살이라 이름하느니라. 저 모든 자식들이 소의 수레를 구하기 위하여 불난 집을 나옴과 같으니라.
[17] 사리불아, 저 장자가 모든 자식들이 무사히 불난 집에서 나와 두려움 없는 곳에 이르럼을 보고, 자기의 재물이 한량없음을 생각하여 큰 수레를 모든 자식들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는 것과 같이, 여래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 일체 중생의 아버지가 되느니라. 만약 한량없는 억천 중생이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문으로 삼계의 겁나고 두렵고 험한 길을 나와서 열반락(涅槃樂)을 얻는 것을 보고는, 여래가 그 때 문득 이런 생각을 하되, 「나는 한량없고 가이 없는 지혜와 힘과 두려움 없는 등의 모든 부처님의 법장(法藏)이 있으며, 이 모든 중생은 모두 나의 아들이니, 똑같이 대승을 줄 것이요, 어떤 사람이든지 홀로 열반을 얻게 하지 아니하고, 모두 여래의 열반으로써 이에 열반하게 하리라. 삼계에서 벗어난 이 모든 중생들에게 모든 부처님의 선정과 해탈의 오락기구를 다 주나니, 이는 모두 한 모양 한 종류이고, 성인께서 칭탄하시는 바이며, 능히 깨끗하고 묘한 제일의 낙이 생기느니라.」
사리불아, 저 장자가 처음에 세 가지 수레로 모든 자식들을 달래어 끌어낸 뒤에, 다만 보배로 장엄한 편안하고 제일가는 큰 수레를 주었느니라. 그러나 저 장자는 허망한 허물이 없는 것과 같이 여래도 또한 이와 같아서 허망함이 없느니라. 처음에 삼승을 설하여 중생을 인도하고 그러한 뒤에 다만 대승으로써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느니라. 왜냐하면, 여래는 한량없는 지혜와 힘과 두려울 바 없음과 모든 법장이 있어서 능히 일체 중생에게 대승의 법을 주건마는, 다만 능히 다 받지 못하느니라.
사리불아, 이런 인연으로 마땅히 알지니라. 모든 부처님께서는 방편의 힘으로써 일불승을 분별하여 삼승을 설하시느니라.』
[18] 부처님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비유하면, 어떤 장자에게 큰 집이 있었는데,
그 집은 오래되어 낡고 퇴락하였으며
집은 높고 위태로우며 기둥 뿌리는 썩어들고
대들보는 기울어져 축대마저 무너지고,
담장과 벽은 헐어져서 발랐던 진흙은 떨어지고,
지붕은 썩어 흩어졌고 서까래와 처마는 어긋나 떨어졌고,
울타리는 꾸불어지고 더러운 것이 가득찼는데,
오백여 명 식구들이 그 가운데 살고 있었느니라.
솔개와 올빼미와 부엉이와 독수리와
까마귀와 까치들과 비둘기와
독사와 뱀과 살무사와 전갈과 지네와 노래기와
그리마와 백족충과 족제비와 살쾡이와 두더지와 쥐들과
온갖 악한 벌레들이 왔다 갔다 달음치고,
똥오줌 구린 곳에 더러운 것이 가득한데
말똥구리와 온갖 벌레들이 그 위에 우글우글 모여 들고,
여우와 이리와 야간들은 씹어 물고 밟고 뛰고
죽은 시체를 물어 뜯어 뼈와 살이 낭자함이라.
[19]이로 말미암아 뭇 개들이 다투어 와서는 밀고 당기고
굶주리어 파리하고 두렵고 조급하며 여기저기 먹이를 찾느라고
다투고 움켜잡고 당기면서 물어뜯고 크게 짖어 대니,
그 집의 두렵고 겁남의 변괴가 이와 같으니라.
갖가지 도깨비들 곳곳마다 다 있는데
야차와 나쁜 귀신들이 사람 살을 씹어 먹고,
지독한 벌레들과 온갖 악한 짐승들이
알을 까고 새끼쳐서 젖 먹이고 제각기 감추어 보호하나,
야차가 몰려와서 다투어 잡아먹고
먹고나서 배 부르면 악한 마음 치성하여
다투고 싸우는 소리가 심히 겁나고 두려우며,
구반다 귀신들은 흙더미에 걸터 앉아,
혹 때로는 땅에서 한 자 두 자 솟아 뛰고
왔다 갔다 뒹굴면서 제멋대로 장난하고
개의 양 발을 잡고서는 팽개쳐 소리도 못 지르게
다리로 목을 눌러 개가 겁내는 것 좋아하네.
다시 여러 귀신들이 있어 그 몸은 장대한데
헐벗은 몸은 검고 야윈 것이 항상 그 가운데 머물면서
큰 소리로 악을 쓰고 먹이를 구하려 울부짖고
다시 여러 귀신이 있어 그 목구멍은 바늘과 같고
다시 여러 귀신이 있어 머리는 쇠머리와 같고
혹은 사람 살도 먹으며 혹은 개도 씹어 먹고,
머리털은 헝클어져 흉악 잔인하게 해치며
기갈이 막심하여 울부짖고 내달리니,
야차와 아귀들과 온갖 나쁜 새와 짐승들이
배고파 사방으로 다니면서 창틈으로 엿보나니,
이와 같은 모든 난리 두렵고 무서움이 한량없네.
[20]이 썩고 낡은 집을 한 사람이 가졌는데
그 사람이 집 나온 지 오래되지 아니하여
그 뒤에 그 집에서 홀연히 불이 나서
사면에서 한꺼번에 불길이 활활 붙어
대들보와 용마루와 서까래 기둥에서
튀는 소리 진동하며 갈라지고
꺾어지고 부러져 떨어지며 담과 벽도 무너지고
온갖 종류 귀신들이 큰 소리로 울부짖고,
부엉이 독수리와 모든 새와 구반다 귀신들이
두루두루 무섭고 황급하여 능히 스스로 나오지 못하며,
악한 짐승 독한 벌레 쥐구멍에 숨어 있고,
비사사 귀신들도 또한 그 가운데 살았나니,
복과 덕이 없는고로 불길에 쫓기면서
서로서로 잔인하게 해쳐서는 피 마시고 살을 씹고,
야간의 무리들은 이미 먼저 죽었으니,
온갖 크고 악한 짐승들이 앞다투며 달려와서 씹어 먹고,
냄새나는 연기가 자욱하여 사면을 가득히 메웠느니라.
[21]지네와 노래기와 독사의 무리들이
불에 타서 뜨거워서 다투어 구멍에서 나오면은
구반다 귀신들이 따라와서 잡아 먹고
또 모든 아귀들은 머리 위에 불이 붙어
배고프고 목마르며 뜨거워 황급하게 달아나니,
그 집이 이와 같이 심히 겁나고 두려우니라.
독하고 해로운 불의 재앙 여러가지 난리가 하나만이 아니네.
이 때 집 주인이 대문 밖에 서 있는데,
어떤 사람 말 들으니, 당신의 모든 자식들이
장난하기 좋아하여 이 집 안에 들어가서
어리고 아는 소견없어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소.
장자가 이 말을 듣고는 놀라서 불난 집에 뛰어들어
마땅히 구제하여 불타는 해가 없게 하리라 하고,
모든 자식에게 타일러 많은 환난 설명하되,
악한 귀신 독한 벌레와 화재까지 번져가니
여러가지 고통이 차례로 끊임없이 이어지네.
독사와 도롱뇽과 살무사와 여러가지 야차들과
구반다 귀신들과 야간과 여우와 개와
부엉이와 독수리와 솔개와 올빼미와 노래기와 쥐며느리들이
기갈의 괴로움이 다급하여 심히 무섭고 두렵거늘,
이런 고통과 난리 속에 하물며 다시 큰 불까지 났음이랴.
모든 자식들은 무지하여 비록 아버지의 가르침을 들었으나
오히려 노는 데만 정신 팔려 장난질에 끝이 없네.
[22]이 때 장자는 이런 생각을 하되,
모든 자식들이 이와 같으니 나의 근심을 돋우는구나.
지금 이 집에는 즐거울 것 하나도 없건마는,
그러나 모든 자식들은 노는 데만 깊이 빠져
나의 가르침을 받지 아니하니, 장차 불에 타고 말 것이라,
곧 이렇게 깊이 생각하되, 모든 방편을 베푸리라.
모든 자식들에게 이르되, 나에게 가지가지
진기한 노리개와 묘한 보배로 된 수레인,
양의 수레 사슴의 수레 큰 소의 수레들이
지금 대문 밖에 있으니 너희들은 나오너라.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이 수레를 만들었으니
뜻에 따라 즐겁게 가히 타고 끌고 노닐어라.
모든 자식들은 이와 같은 모든 수레가 있다는 말을 듣고,
곧 그 때 다투어 재빨리 밀치면서 뛰쳐나와
빈 땅에 이르러니, 모든 고난을 여의었네.
장자는 자식들이 불난 집에서 빠져나와
네 거리에 있는 것을 보고 사자자리에 앉아서
스스로 다행하여 말을 하되, 나는 지금 즐겁도다.
이 모든 자식들을 낳아 기르기가 심히 어렵거늘,
어리석고 아는 것이 없어 이 험한 집에 들었으니,
온갖 독한 벌레들이 많고 도깨비는 가히 두려우며,
큰 불꽃이 맹렬히 사면에서 일어났는데,
이 모든 자식들이 즐겁게 노는 데 빠진 것을
내가 이미 구해내어 난리에서 벗어나게 하였으니,
이런고로 모든 사람들아, 나는 지금 즐겁도다.
이 때 모든 자식들은 아버지가 편안히 앉았음을 알고
모두 아버지의 처소로 나아가 그리고 아버지께 말하기를,
원하옵건대, 저희들에게 앞서 주신다 허락하신
세 가지 보배수레를 주시옵소서. 저희들이 나오면은
마땅히 세 가지 수레를 하고자 함에 따라 준다고 하셨으니,
지금이 바로 그 때이오니 오직 나누어 주시옵소서.
[23]장자는 큰 부자라, 창고도 많고 많아
금과 은과 유리와 자거와 마노와
여러가지 보물로써 모든 큰 수레를 만들어
장식도 아름답게 꾸몄으되, 난간을 빙 둘렀으며
사면에다 방울을 달고 금줄로 얽었으며,
진주로 된 그물을 그 위에 펴서 덮고는
금빛 꽃과 여러가지 영락을 곳곳마다 드리웠고,
여러가지 비단 장식으로 둘레를 빙 둘렀으며
부드러운 비단보료 자리삼아 깔아 놓고
더없는 묘하고 가는 천은 가치가 천억인데,
곱고 희고 맑고 깨끗한 것으로 그 위를 덮었으며,
크고도 흰 소가 있으니 살이 쪄서 기운세고
몸집이 잘 생긴 소 보배수레 멍에를 메게 하니
많은 시중꾼이 따르고 이를 모셔 호위함이라.
이러한 묘한 수레를 모든 자식들에게 똑같이 주니,
모든 자식들은 이 때에야 환희하며 뛰고 솟고 하면서
이 보배수레를 타고 사방으로 노닐면서
희희낙락 즐거워하며 자재하여 걸림이 없었노라.
사리불에게 이르노니, 나도 또한 이와 같아
모든 성인 중에 높은 이라, 세간의 아버지니라.
일체 중생은 모두 바로 나의 아들이나,
세상낙에 깊이 빠져 지혜로운 마음이 전혀 없고,
삼계가 편안함이 없는 것이 마치 불난 집과 같아
많은 고통 가득차서 심히 겁나고 두려우니라.
항상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근심과 걱정이 있으며,
이와 같은 것들의 불이 치성하여 쉬지를 않으나,
여래는 이미 삼계의 불난 집을 떠나서
고요하고 한가하게 살며 숲과 들에 편안하게 계심이라.
지금 이 삼계는 모두 나의 것이며,
그 가운데 중생은 모두 나의 아들이라,
그러나 지금 이 삼계에는 모든 환난이 많으니
오직 나 한 사람만이 능히 구호할 수 있느니라.
비록 다시 타일러 가르치나, 그러나 믿어 받지 아니함은
온갖 욕망에 물이 들어 탐착이 심한 까닭이니,
그러므로 방편으로 삼승을 설하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삼계의 고통을 알게 하고,
세간에서 나오는 길을 열어 보여 연설하노니,
이 모든 자식들이 만약 마음이 결정되면,
삼명(三明)과 육신통(六神通)을 구족하여
연각(緣覺)과 불퇴전(不退轉)의 보살을 얻을 수 있느니라.
너 사리불아, 나는 중생을 위하여
이러한 비유로써 일불승을 설하노니,
너희들이 만약 능히 이 말을 믿어 받아지니면,
일체가 모두 마땅히 부처님의 도를 이루리라.
[24]이 일불승은 미묘하여 청정함이 제일이라,
모든 세간에서 위가 없이 높으니,
부처님께서 가히 기뻐하시는 바이며, 일체 중생도
응당 칭찬하고 공양 예배할 것이니라.
한량없는 억천의 모든 힘과 해탈과
선정과 지혜와 또 부처님의 나머지 법이니라.
이와 같은 일불승을 얻어 모든 자식들로 하여금
낮과 밤의 겁수에 항상 유희(遊戲)함을 얻게 하며,
모든 보살과 더불어 성문의 무리들이
이 보배수레를 타고 바로 도량에 이르느니라.
이러한 인연으로 시방세계를 살펴 구할지라도,
다시 다른 승은 없나니, 부처님의 방편은 제외하느니라.
사리불에게 이르노니, 너희 모든 사람들은
모두 나의 아들이요, 나는 곧 너의 아버지니라.
너희들이 오랜 겁에 많은 고통에 불타는 바이거늘,
내가 모두 건지고 빼내어 삼계에서 나오게 하였노라.
내가 비록 너희들에게 멸도했다고 먼저 설하였으나,
다만 생사를 다했을 뿐, 그러나 진실한 멸도가 아니니,
지금 응당 지을 것은 오직 부처님의 지혜이니라.
만약 보살이 이 대중 가운데 있으면,
능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모든 부처님의 실상의 법을 들을지니라.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비록 방편을 쓰시나,
교화하시는 바 중생은 모두 다 보살이니라.
[25]혹은 사람이 지혜가 적어 애욕에 깊이 탐착하면
이들을 위하는 까닭으로 괴로움의 이치(苦諦)를 설하노라.
중생이 기쁜 마음으로 미증유를 얻나니,
부처님이 설하시는 고제(苦諦)는 진실하여 다름이 없느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괴로움의 근본을 알지 못하고
괴로움의 원인에 깊이 집착하여 잠시도 능히 버리지 못하면,
이들을 위하는 까닭으로 방편으로 도를 설하느니라.
모든 괴로움의 원인은 탐욕이 근본이 되거늘,
만약 탐욕을 멸하면 의지할 바가 없으니
모든 괴로움이 다 멸함을 세 번째 진리(三諦)라 이름하느니라.
멸함의 진리(滅諦)를 위하는고로 도제(道諦)를 닦아 수행하여
모든 괴로움의 속박 벗어나면 해탈을 얻었다 이름하나니,
이 사람이 어찌하여 해탈을 얻었다고 하는가,
다만 허망함을 여읜 것을 해탈이라 이름할 뿐이라,
그 참된 일체 해탈은 아직 얻지 못하였으니,
부처님은 이 사람을 참된 멸도가 아니라고 설하노라.
이 사람은 위없는 도를 아직 얻지 못한고로
내가 멸도에 이르게 했다고 생각하지 아니하였노라.
내가 법왕이 되어 모든 법에 자재하여
중생을 안온하게 하고자 세상에 출현한 것이니라.
너 사리불아, 나의 이 법인(法印)은
세간을 이익되게 하고자 설하는 것이니,
이곳 저곳에 있어서 함부로 선전하지 말지니라.
만약 듣는 자가 있어 따라 기뻐하고 머리로 받으면,
마땅히 알지니라. 이 사람은 불퇴전의 보살이니라.
[26]만약 이 경법(經法)을 믿고 받아지니는 자가 있으면,
이 사람은 이미 과거에 부처님을 만나 뵙고
공경하고 공양하였으며 또한 이 법을 들었느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능히 너의 설한 바를 믿는다면,
곧 나를 본 것이며 또한 너와 비구승과
아울러 모든 보살을 본 것이 되느니라.
이 법화경은 깊은 지혜를 위하여 설한 것이니,
아는 것이 얕은 이가 들으면 미혹하여 이해하지 못하나니,
일체 성문과 그리고 또 벽지불은
이 경 가운데에 힘이 미치지 못하느니라.
너 사리불도 오히려 이 경에
믿음으로써 들게 되었거늘, 하물며 다른 성문이랴.
그 다른 성문들도 부처님 말씀을 믿는고로
이 경을 순히 따름이요, 자기 지혜의 분수가 아니니라.
또 사리불아, 교만하고 게으르고
나라는 소견을 가진 자에게 이 경을 설하지 말지니라.
범부의 얕은 소견과 오욕에 깊이 탐착하여
들어도 능히 이해하지 못하나니,
또한 그에게 설하지 말지니라.
만약 사람이 믿지 아니하고 이 경을 헐어 비방하면
곧 일체 세간의 부처님 종자를 끊는 것이니라.
혹은 다시 얼굴을 찡그리며 그리고 의혹함을 품으면,
이 사람의 죄보를 설할테니 너는 마땅히 들어보라.
혹은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시거나 혹은 열반하신 뒤에라도,
그가 이와 같은 경전을 비방함이 있거나,
경을 읽고 외우며 쓰고 지니는 자를 보고
가벼이 여겨 천대하거나 미워하고
질투하며 이에 원한을 품으면,
이 사람의 죄보를 너는 지금 다시 들어보라.
[27]그 사람은 명을 마치면 아비지옥에 들어가서
일 겁 동안을 흡족히 채우고 겁이 다하여 다시 태어나며,
이와 같이 돌고 돌아 수없는 겁에 이르러고
지옥으로부터 나와서는 마땅히 축생길에 떨어져서
혹은 개나 야간이 되어 그 모양이 수척하고 파리하며
검고 누렇고 문둥병이나 옴에 걸려 사람에게 차이고 찔리고,
또 다시 사람에게 미움과 천대받게 될 것이고,
항상 곤궁하여 굶주리고 뼈와 살이 야위고 마르며,
살아서는 회초리로 매를 맞고 죽어서는 기와나 돌에 묻히나니,
부처님 종자 끊은 까닭으로 이런 죄보를 받느니라.
혹은 낙타가 되거나 혹은 당나귀로 태어나서
몸에 항상 무거운 짐을 싣고 몽둥이 채찍을 당하면서
다만 여물만 생각할 뿐 다른 것은 모르나니,
이 경을 비방한 까닭으로 이와 같은 죄를 받느니라.
혹은 야간이가 되어 동네에 들어오면
몸에는 옴과 문둥이고 또 한쪽 눈이 애꾸되어
여러 사내 아이들의 발길에 채이고 매를 맞아
온갖 고통을 다 받아서, 혹 때로는 죽음을 당해
여기에서 죽어서는 다시 구렁이 몸을 받아
그 형상이 길고 커서 오백 유순이나 되며
귀먹고 미련하고 발도 없이 꿈틀꿈틀 기어가면
온갖 작은 벌레들에게 씹어 먹히고 빨리며
밤낮으로 고통받아 휴식이 잠깐도 없나니,
이 경을 비방한 까닭으로 이와 같은 죄를 받느니라.
[28]만약 사람으로 태어나도 모든 감관(感官)이 암둔하며,
난쟁이 곰배팔이 절름발이 장님과 귀머거리 곱사등이 되며,
무슨 말을 하더라도 사람이 믿어 받지 않으며,
입에서는 항상 나쁜 냄새가 나고 귀신과 도깨비가 따라붙고,
빈궁하고 하천하여 사람들의 심부름꾼 되며,
병이 많아 소갈증에 바싹 말라 믿고 의지할 바가 없으며,
비록 사람을 친하려 해도 그 사람은 뜻이 없고,
혹은 얻는 바가 있어도 곧 다시 잃어버리게 되며,
혹은 의술을 닦아서 처방따라 병을 치료해도
다시 다른 질병만 더하고 혹은 죽음까지 이르며,
혹은 자기가 병이 나면 구하여 치료해 줄 사람없고
설령 좋은 약을 먹더라도 그러나 병은 더욱 심해지며,
혹은 다른 사람의 반역죄나 강도죄나 절도죄에
이와 같은 죄목으로 뜻밖의 재앙에 걸리느니라.
이와 같은 죄인은 영원히 부처님을 못 뵈옵고
여러 성인의 왕이신 부처님이 법을 설하여 교화할지라도
이와 같은 죄인은 항상 어려운 곳에 태어나며,
미치고 귀먹고 마음 어지러워 영원히 법을 듣지 못하며,
항하의 모래같은 수없는 겁 동안
날 적마다 귀먹고 벙어리라, 모든 근이 불구되어
항상 지옥에 사는 것을 공원에서 놀듯 하고,
악도에 들고 나기를 자기 사는 집과 같이 하며,
낙타와 나귀와 돼지와 개, 이는 그가 윤회하는 곳이니,
이 경을 비방한 까닭으로 이와 같은 죄를 받느니라.
혹은 사람으로 태어나도 귀먹고 장님과 벙어리 되고,
빈궁하고 모든 쇠약한 것으로 스스로 치장하며 꾸미고
옴과 습진과 목마름과 학질과 문둥병과 악한 종기
이와 같은 병으로써 의복 삼아 입으며,
몸은 항상 냄새나는 곳에 있어 때 끼고 더러워 부정하고,
나라는 소견에 깊이 집착하여 성내는 일 더욱 많고
음탕한 마음이 치성하여 날짐승 길짐승 가리지 않나니,
이 경을 비방한 까닭으로 이와 같은 죄를 받느니라.
사리불에게 이르노니, 이 경을 비방한 자의
만약 그 죄를 말한다면 무량한 겁에도 다하지 못하리라.
이러한 인연으로 내가 너에게 말하노니,
지혜없는 사람 가운데서는 이 경을 설하지 말지니라.
[29]만약 영리한 근기가 있고 지혜를 밝게 깨달아
많이 듣고 분명히 알아 부처님 도를 구하거든
이와 같은 사람에게 가히 설하여 줄만하고,
만약 사람이 일찍이 억백천의 부처님을 뵈옵고
온갖 착한 근본을 심어서 마음이 깊고 견고하거든
이와 같은 사람에게 가히 설하여 줄만하며,
만약 사람이 정진하고 항상 자비심을 닦아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아니하면 가히 설하여 줄만하며,
혹은 사람이 공경하여 다른 마음이 전혀 없고
범부의 어리석음을 모두 떠나 홀로 산수간에 살거든
이와 같은 사람에게 가히 설하여 줄만하리.
또 사리불아, 혹은 어떤 사람이
악지식을 버리고 착한 벗을 친근함을 보거든
이와 같은 사람에게 가히 설하여 줄만하리.
만약 불자가 청정한 계(戒)를 가지기를
깨끗함이 밝은 구슬과 같이 하여 대승경전을 구하거든
이와 같은 사람에게 가히 설하여 줄만하고,
만약 사람이 성 안내고 바탕이 곧고 부드러우며
항상 일체를 가엾게 여기고 모든 부처님을 공경하거든
이와 같은 사람에게 가히 설하여 줄만하고,
다시 어떤 불자가 대중 가운데에서
청정한 마음으로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말로써 법을 설하되 걸림이 없거든
이와 같은 사람에게 가히 설하여 줄만하고,
혹은 어떤 비구가 일체종지를 얻기 위하여
사방으로 법을 구하되 합장하고 정수리로 받들며,
다만 대승경전만을 받아지니기를 좋아하고
다른 경전 한 게송도 받지 아니하거든
이와 같은 사람에게 가히 설하여 줄만하며,
어떤 사람이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사리를 구하듯이
이와 같은 경전을 구하여 얻고 나서 정수리로 받들고
그 사람이 다시 다른 경전에 뜻도 두지 아니하고
또한 외도의 경서를 생각지도 아니하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 가히 설하여 줄만하리.
사리불에게 이르노니, 내가 이런 모양으로
불도를 구하는 자를 설하려면 무량 겁에도 다 못하리라.
이와 같은 사람들은 곧 능히 믿고 이해하리니,
너는 마땅히 그들을 위하여 묘법연화경을 설할지니라.
비유품 끝
묘법연화경 제 사 신해품
妙法蓮華經 第 四 信解品
[1] 그 때 혜명수보리와 마하가전연과 마하가섭과 마하목건련이 부처님으로부터 미증유한 법과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 주심을 듣고, 희유한 마음을 일으켜 즐거워 뛰고 뛸 듯이 기뻐하며,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가지런히 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꿇어 땅에 대고 일심으로 합장하고, 허리를 굽혀 공경하고 존안(尊顔)을 우러러 뵈오며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저희들이 대중의 우두머리로서 나이는 늙었사오며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미 열반을 얻었으니 더 맡아 할 일이 없다 하여 다시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세존께서 지난 옛적부터 법을 설하신 지는 이미 오래시거늘, 그 때 저희가 자리에 있었으되, 몸이 피곤하고 게을러져 다만 공(空) 무상(無相) 무작(無作)만을 생각하고, 보살법인 신통으로 즐겁게 노니는 것과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하는 것과 중생을 성취시키는 일에는 마음에 기뻐하고 즐거워하지 않았나이다. 왜냐하오면, 세존께서 저희들로 하여금 삼계에서 나와 열반을 증득하게 하시고, 또 지금 저희들도 나이는 이미 늙었으므로 부처님께서 보살을 교화하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는 한 생각도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마음을 내지 아니하였나이다.
저희들이 지금 부처님 앞에서 성문에게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 주심을 듣자옵고, 마음이 매우 환희하여 전에 없던 기쁨을 얻었나이다. 생각지도 못한 지금 뜻밖에 희유한 법을 듣자옵고, 스스로 매우 경사스럽고 다행스러우며 큰 이익을 얻었으며, 한량없는 진귀한 보배를 구하지 아니하여도 저절로 얻었나이다.
[2]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지금 즐거이 비유를 들어 이 뜻을 밝히오리다.
비유하건대, 만약 어떤 사람이 나이가 어려서 아버지를 버리고 도망하여 다른 나라에 오래 살기를, 혹 십 년 이십 년 오십 년을 지냈는데 나이는 이미 많아서 늙었어도 더욱 곤궁하여 사방으로 헤매면서 옷과 밥을 구하려고 점차로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본국으로 향하였나이다.
그 아버지는 먼저부터 오면서 아들을 찾다 찾지 못하고, 중도에 어느 한 성(城)에 머물러 살았는데, 그 집은 큰 부자라, 재물과 보배가 한량없어 금 은 유리 산호 호박 파려구슬 등이 그 모든 창고마다 모두 다 차서 넘치며, 시중과 신하와 청지기와 관리와 백성이 많이 있으며, 코끼리 말 수레와 소와 양이 수없으며, 이자가 들고 나고 하는 것이 다른 나라에까지 두루 미치고 장사꾼들과 거간꾼들이 또한 매우 많았나이다.
이 때 빈궁한 아들은 여러 동네로 돌아다니면서 나라와 고을을 지나 마침내 그 아버지가 살고 있는 성에 이르렀나이다. 아버지는 매양 아들을 생각하되, 「아들과 이별한 지가 오십여 년이 되었으나,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이와 같은 일을 말하지 아니하고, 다만 스스로 깊이 생각만 하고 마음에 후회함과 한탄함을 품고 스스로 생각하되, 나이는 늙어 쇠약한데 재물은 많이 있어 금 은 진귀한 보배가 창고에 차서 넘치나 있을 자식이 없으니, 마침내 죽으면 재물은 흩어져 잃을 것이니, 부탁하여 맡길 곳이 없도다.」 하였나이다.
그러므로 은근히 아들을 매양 생각하며, 다시 이런 생각을 하되, 「내가 만약 아들을 찾아서 재물을 부탁하여 전해주게 되면, 한없이 쾌락하여 다시는 근심과 염려가 없으리라.」 하였나이다.
[3] 세존이시여, 그 때 빈궁한 아들은 머슴살이나 품팔이로 굴러다니다가, 우연히 아버지가 사는 집에 다다라 대문 옆에 머물러 서서 멀리 그 아버지를 바라보니, 사자상에 걸터 앉아 보배로 된 궤에 발을 올려 놓고, 여러 바라문과 찰제리와 거사가 모두 공경하여 둘러쌌으며, 가치가 천만이나 되는 진주영락으로 그 몸을 장엄하였고, 관리와 백성과 시중꾼이 손에 하얀 불자(拂子)를 잡고 좌우에 모시고 섰으며 보배휘장을 덮고 모든 꽃번을 드리웠으며, 향수를 땅에 뿌리고 여러가지 이름난 꽃을 흩었으며 보물을 벌려놓고 내고 들이고 주고 받는, 이와 같은 등의 가지가지로 장엄하게 꾸며서 위엄과 덕이 특별히 높았나이다.
빈궁한 아들은 아버지가 큰 세력이 있는 것을 보고, 곧 두려움을 품고 여기에 온 것을 후회하며 가만히 이런 생각을 하되, 「저이는 혹시 왕이거나 혹은 왕과 같은가 보다, 내가 머슴살이 하여 삯을 받을 곳이 아니니 가난한 동네에 가서 일할 땅이 있으면 부지런히 하여 의식을 얻는 것만 못하도다. 만약 여기 오래 있으면 혹은 보고 붙들어다가 나에게 강제로 일을 시킬 것이리라.」 이런 생각을 하고는 빨리 달아났나이다.
[4] 이 때 부자인 장자는 사자좌에서 아들을 문득 알아 보고, 마음이 크게 환희하여 곧 이런 생각을 하되, 「나의 창고의 재물을 이제 맡길 곳이 있도다. 내가 항상 이 아들을 생각하고 생각하였으나 만날 수가 없더니, 홀연히 스스로 왔으니 나의 소원과 맞음이로다. 내가 비록 나이는 늙었으나 오히려 일부러 탐하고 아꼈노라.」 하고는 곧 사람을 보내어 급히 쫓아가서 데려오게 하였나이다.
그 때 심부름꾼이 빨리 달려가서 붙잡으니, 빈궁한 아들은 깜짝 놀라서 원통하다고 크게 부르짖으며, 「나는 붙들려 갈 만한 짓을 범하지 아니하였거늘, 어찌하여 잡으려고 하느뇨.」 하니, 심부름꾼은 더욱 급하게 억지로 끌고 가려 하거늘, 그 때 빈궁한 아들은 스스로 생각하되, 「죄없이 붙들려 가게 되었으니, 이는 반드시 죽음이 정해진 것이다.」 하고는 더욱 두렵고 놀라서 기절하여 땅에 넘어졌나이다. 아버지가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 심부름꾼에게 말하기를, 「그 사람은 필요없으니 억지로 데려오지 말고 냉수를 얼굴에 뿌려서 깨어나게 하고 다시는 말하지 말지니라.」 하였나이다. 왜냐하오면, 아버지는 그 아들의 뜻과 생각이 하열함을 알고, 자기의 호화롭고 귀함이 자식이 어렵게 여기는 바가 됨을 짐작하고, 자기의 아들임이 확실하지만 그러나 방편으로 다른 사람에게 이는 나의 아들이라고 말하지 않았나이다.
심부름꾼이 말하기를, 「너를 지금 놓아 줄 터이니 마음대로 가거라.」 하니, 빈궁한 아들은 좋아라 하며 전에 없던 기쁨을 얻어 땅으로부터 일어나 가난한 마을에 가서 옷과 밥을 구하려 하였나이다.
[5] 그 때 장자는 장차 그 아들을 유인하여 데려오려고 방편을 베풀어서 형색이 초췌하고 위덕이 없는 두 사람을 비밀히 보내되, 「너희는 저기에 가서 빈궁한 사람에게 천천히 말을 하라. 저기 일할 곳이 있는데 삯을 배나 준다고 하여라. 빈궁한 그가 만약 허락하거든, 데리고 와서 일을 시키고, 만약 어떠한 일을 시키려고 하느냐 묻거든 편의상 가히 말하기를, 거름치는 일인데 우리 두 사람도 함께 일을 한다고 할지니라.」
이 때 두 사람은 곧 빈궁한 아들을 찾아가서 위의 일을 다 말하였나이다. 이 때 빈궁한 아들은 품삯을 먼저 받고 거름을 치우는데, 그 아버지는 아들을 보고 불쌍하고 기이하게 여겼나이다. 또 어느날 창틈으로 멀리서 아들의 몸을 보니, 병들어 파리하고 초췌하며 거름과 흙과 먼지에다 땀이 나서 더럽기가 짝이 없는지라, 곧 영락과 부드러운 좋은 의복과 아름다운 장식품을 벗어놓고 더럽고 허름한 때 낀 옷을 갈아입고, 티끌과 흙과 먼지를 몸에 묻히고 오른손에는 거름치는 기구를 들고 조심스럽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서 말하되, 「너희들은 부지런히 일하고 게으르지 말라.」 하고 방편으로써 그 아들을 가까이 한 뒤에 다시 말을 하되, 「애닯다. 이 사람아, 너는 항상 여기서 일을 하고 다시는 다른 데 가지 말라. 마땅히 너에게 품삯도 더 줄 것이며, 모든 필요한 그릇과 쌀 밀가루 소금 식초 및 생활에 속한 것을 스스로 걱정하여 어렵게 여기지 말지니라. 또한 늙은 심부름꾼이 있어 필요하면 도와 주리니 스스로 좋아하고 뜻을 편안히 하여라. 나는 너의 아버지와 같으니 다시는 근심 걱정을 하지 말지니라. 왜 그런가 하면, 내 나이는 늙었으나 그러나 너는 젊고 힘이 있으며, 너는 항상 일할 적에 속이거나 게으르고 성내고 한탄하거나 원망하는 말이 없어서, 도무지 너에게는 이 모든 나쁜 것이 있음이 다른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지금부터는 내가 낳은 자식과 같이 하리라.」 하고는 곧 장자는 이름을 다시 지어 주고 이름을 아들이라고 불렀나이다.
그 때 빈궁한 아들은 비록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이 기뻤으나, 오히려 예전대로 스스로 머슴살이 하는 천한 사람이라 생각하였나이다.
이런 연유로 이십 년 동안 항상 거름을 치우다가 이렇게 지낸 뒤에야 마음을 서로 믿고 어려움 없이 드나들면서도, 그러나 그 머무는 곳은 아직 본래 있던 곳이었나이다.
[6] 세존이시여, 그 때 장자는 병이 들어 스스로 장차 오래지 않아 죽을 것을 알고 빈궁한 아들에게 말하기를, 「나에게 지금 많은 금 은 진귀한 보배가 창고마다 가득 넘치니, 그 가운데 많고 적은 것과 응당 받고 줄 것을 네가 다 알아서 할지니라. 나의 마음이 이와 같으니 마땅히 이 뜻을 받들어라. 왜냐하면, 지금 내가 너와 더불어 다를 것이 없으니, 마음씀을 조심하여 소홀하여 흐름이 있거나 잃어버림이 없게 할지니라.」 하였나이다.
그 때 빈궁한 아들은 곧 가르침을 받고, 여러가지 물건과 금 은 진귀한 보배와 모든 창고를 맡아 알아서 처리하되, 한움큼도 가질 생각이 없었나이다. 그러나 거처하는 곳은 본래 있던 곳에 있었으며, 낮고 용렬한 마음도 역시 능히 버리지 못하였나이다.
다시 얼마를 지나서 아버지는 아들의 뜻이 점점 커져서 큰 뜻을 성취하여 스스로 먼저 마음이 못났음을 뉘우치는 것을 알고, 임종할 때에 다다라 아들에게 명령하여 일가 친척을 모음과 아울러, 국왕과 대신과 찰제리와 거사를 모두 다 모이게 하고는 곧 스스로 선언하되, 「여러분 마땅히 아십시오. 이는 바로 나의 아들이요, 내가 낳았으나 어느 성중에서 나를 버리고 도망하여 달아나 헤매면서 모진 고생하기를 오십여 년이었소. 그 본명은 아무개요, 나의 이름은 아무개인데, 옛날 고향에 있을 적에 근심하여 찾았더니, 뜻밖에 여기에서 우연히 만났소. 이는 진실로 나의 아들이요, 나는 진실로 그의 아비요, 지금 내가 가진 바 일체 재물은 모두 바로 이 아들의 소유이며, 먼저 출납하던 것도 이 아들이 알아서 할 것이오.」 하였나이다.
[7] 세존이시여, 이 때 빈궁한 아들은 아버지의 이 말을 듣고 곧 크게 환희하여 미증유함을 얻고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되, 「나는 본래 마음에 바라고 구함이 없었는데, 지금 이 보배 창고가 저절로 이르렀도다.」 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큰 부자인 장자는 곧 여래이시고, 저희들은 모두 부처님의 아들과 같사온데, 여래께서 항상 말씀하시기를 저희들을 아들이라 하셨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세 가지 괴로움으로 인하여 나고 죽는 가운데에서 모든 뜨거운 번뇌를 받고 미혹하고 아는 것이 없어서 소승법만 즐거이 집착하였나이다. 오늘날 세존께서 저희들로 하여금 깊이 생각하게 하시어 모든 법의 희론(戲論)의 찌꺼기를 버리게 하시니, 저희들이 이 가운데서 부지런히 정진을 더하여 하루 품삯의 열반에 이르럼을 얻었나이다. 이미 이를 얻고는 마음이 크게 환희하여 스스로 만족하게 여기며, 문득 스스로 말을 하되, 「부처님 법 가운데서 부지런히 정진한 까닭으로 얻은 소득이 크고 많았다.」고 하였나이다. 그러나 세존께서는 저희들의 마음이 좋지 못한 욕망에 착을 하여 소승법을 즐기는 줄 먼저 아시나, 짐짓 보시고도 내버려 두시고 너희들에게도 마땅히 여래의 지견인 보배광의 몫이 있느니라고 분별해 주시지 아니하셨나이다.
세존께서 방편의 힘으로써 여래의 지혜를 설하셨으나, 저희들은 부처님으로부터 하루 품삯의 열반만 얻고는 크게 얻었다고 하여, 이 대승을 구할 뜻이 없었나이다. 저희들은 또 여래의 지혜로 인하여 모든 보살을 위하여 연설하며 열어 보였사오나, 그러나 스스로 여기에 원하는 뜻이 없었나이다. 왜냐하오면, 부처님께서는 저희들 마음에 소승법을 좋아하는 것을 아시고, 방편의 힘으로써 저희들의 근기 따라 설하셨건마는, 저희들은 참으로 부처님의 아들인 줄 알지 못하였나이다.
[8] 지금에야 저희들은 세존께서 부처님의 지혜를 아끼시는 바가 없는 것을 알았나이다. 까닭은 무엇인가 하오면, 저희들은 예전부터 오면서 참으로 부처님의 아들이거늘, 그러나 다만 소승법만을 좋아하였나이다. 만약 저희들이 대승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부처님께서는 곧 저희들에게 대승법을 설하셨을 것이옵니다.
이 경 가운데서는 오직 일승만을 설하시며, 옛적에 보살 앞에서 성문의 소승법을 좋아하는 자를 꾸짖고 나무라셨나이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실상은 대승으로써 교화하셨나이다. 이런고로 저희들은 말하기를 「본래 바라고 구하는 마음이 없었으나, 이제 법왕의 큰 보배가 저절로 이르렀으니, 부처님의 아들로서 응당 얻을 것을 모두 이미 얻은 것과 같도다.」 하였나이다.』
[9] 그 때 마하가섭이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씀하되,
저희들은 오늘날에 부처님의 가르치심을 듣고,
환희하여 뛰고 뛸 듯이 하며 미증유를 얻었나이다.
부처님께서 성문들도 마땅히 성불한다 말씀하시니,
위없는 보배 무더기를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얻었나이다.
비유하면, 어린 아들 나이 어리고 소견없어
아버지를 버리고 도망하여 타관 땅에 멀리 가서
여러 나라 두루두루 떠돌기가 오십여 년 되었는데,
그 아버지 근심하여 사방으로 찾았으나
찾다찾다 지친 끝에 한 성중에 머물러서
살 집을 지어 놓고 오욕락을 스스로 즐기는데,
그 집은 큰 부자라, 모든 금과 은과
자거와 마노와 진주와 유리구슬
코끼리와 말과 소와 양과 가마와 타는 수레가 많았으며,
밭일하는 시중꾼과 인민의 무리가 많아
들고 나는 이식(利息)들이 타국까지 두루 퍼져
장사꾼과 거간꾼들 안 있는 곳 없으며,
천만억 대중들이 공경하여 둘러싸고,
항상 나라의 왕이 사랑하며 생각하고,
여러 신하와 명문 호족이 모두 같이 우러러 공경하며,
이 모든 인연으로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았나이다.
호화롭고 부유함이 이와 같고 큰 힘과 권세가 있으나,
그러나 나이는 늙어 쇠약하니 아들 생각이 더욱 간절해
자나 깨나 생각하고 생각하되, 죽을 때가 되었는데
어리석은 아들이 나를 버린 지 오십여 년 되었으니,
창고마다 모든 재물을 어떻게 한다 말인가 하였나이다.
그 때 궁한 아들은 옷과 밥을 버느라고
이 마을 저 마을로 이 나라 저 나라로 헤매는데,
혹은 얻는 때도 있지마는 혹은 어떤 때는 소득없어
굶주려서 야위었고 몸에는 옴과 버즘이 생겼나이다.
점차로 돌아다니다가 아버지 사는 성에 이르러
품팔이로 전전하다 마침 아버지의 집에 이르렀나이다.
[10]그 때 장자는 그의 문 안에서
큰 보배휘장을 치고 사자좌에 앉았는데,
권속들이 둘러싸고 여러 사람이 호위하며,
혹은 어떤 이는 금과 은과 보물을 계산하고
들고 나는 재산을 장부에 기록하였나이다.
궁한 아들은 아버지의 호화롭고 귀하고 존엄함을 바라보고,
이는 국왕이거나 혹은 나라의 왕과 같다 하여
여기에는 왜 왔을까, 놀라고 두려워서 스스로 의심하며
다시 스스로 생각하여 말을 하되, 내가 만약 오래 있다가는
혹시 보고는 핍박(逼迫)하여 억지로 일을 시키리라.
이렇게 깊이 생각하고는 빨리 도망을 가서
가난한 동네를 물어 품팔이를 하려 하였나이다.
장자는 이 때 사자좌에 앉아서
멀리 그 아들을 바라보고 묵묵하였으나, 그러나 알아보고
곧 심부름꾼을 시켜서 붙들어 오게 하니,
궁한 아들은 놀라며 부르짖고 기절하여 땅에 쓰러지며,
이 사람이 날 붙드니 반드시 죽음을 당할 것이라,
어찌 의식을 벌려고 내 여기는 왜 왔을고 하였나이다.
장자는 아들이 어리석고 용렬하여
자신의 말을 믿지 않으며 이 아버지를 믿지 않는 줄 알고는,
곧 방편을 써서 다시 다른 사람을 보내되,
애꾸눈과 난장이와 위덕없는 자를 시키는데,
네가 가히 말하기를 마땅히 서로 머슴살이 하면서
거름이나 치워주면 너에게 품삯을 곱을 준다고 하여라.
궁한 아들이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따라와서
거름치는 일도 하고 모든 방과 집을 청소하였나이다.
[11]장자는 창틈으로 항상 그 아들을 바라보고
아들이 어리석고 용렬하여 비천한 일만 좋아하는지라,
이 때 장자는 허름하고 때 묻은 옷을 입고
거름치는 도구 들고 아들이 있는 곳에 이르러
방편으로 가까이 가서 말하기를 부지런히 일 잘하면,
이미 너에게 품삯을 더 주고, 아울러 발에 바르는 기름과
음식도 넉넉히 해주고 두터웁고 따뜻한 자리도 주리라,
이와 같이 충고하여 말을 하되,
너는 마땅히 부지런히 일을 하라,
또 부드러운 말씨로 너는 나의 아들과 같다고 하였나이다.
장자는 지혜가 있어 점점 들고 나게 하여
이십 년이 지나도록 집안 일을 맡아 보게 하고
금 은 진주 파려 등 귀한 재물을 보여 주고
들고 나는 모든 물건을 다 알아서 맡아 보게 하였으나,
오히려 문 밖에 있는 초막에서 잠을 자며
스스로 가난한 일을 생각하여
나는 이러한 물건이 없다고 하였나이다.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이 점점 자라남을 알고는,
재물을 물려 주고자 곧 친족과 국왕과
대신과 찰제리와 거사를 모으고
이 대중에게 말하기를, 이는 나의 아들인데
나를 버리고 타향살이 오십 년을 지내더니,
아들이 스스로 찾아와서 이미 이십 년이 되었소.
옛적에 한 성에서 이 아들을 잃고는
두루 다니면서 찾느라고 마침내 여기까지 온 것이요,
이제 나의 소유인 사는 집과 인민을
다 맡기고는 마음대로 쓰게 하리라 하였나이다.
아들이 옛날 가난함을 생각하여 뜻과 생각이 용렬하더니
지금 아버지 처소에서 진귀한 보배와
아울러 사는 집과 일체 재물을 크게 얻으니,
매우 즐겁고 기뻐하며 전에 없던 일을 얻었다 하였나이다.
[12]부처님께서도 또한 이와 같으시니
저희가 소승을 좋아함을 아시고,
일찍이 너희들이 성불하리라고 말씀하지 아니하시고,
저희들에게 설하시기를 모든 무루법을 얻어
소승을 성취한 성문 제자라고 하셨나이다.
부처님께서 저희에게 명하시어 가장 높은 도를 설하게 하시되,
이 법을 닦아 익히는 자는 마땅히 성불한다 하시거늘,
저희는 부처님 가르침대로 큰 보살을 위하여
여러가지 인연과 가지가지 비유와
약간의 말씨로 위없는 도를 설하니,
모든 불자들이 저희에게 법을 듣고는,
밤낮으로 생각하여 부지런히 닦고 익혔나이다.
이 때 모든 부처님께서 곧 그들에게 수기주시되,
너는 오는 세상에서 마땅히 성불하리라 하셨으니,
일체 모든 부처님의 비밀히 간직한 법은
다만 보살만을 위하여 그 실상의 일을 연설하시고,
그리고 저희들을 위하여서는
이 참된 진리를 설하지 않으셨나이다.
저 가난한 아들이 그 아버지를 가까이하여
비록 모든 재물을 알았으나 가질 마음이 없는 것과 같이
저희들이 부처님의 보배 법장을 비록 말하기는 하나
스스로 원하는 뜻이 없음은 또한 다시 이와 같았나이다.
저희들이 안으로 번뇌를 끊고 스스로 만족하게 생각하고,
오직 이 일만을 알고 다시 다른 일은 없다 하였나이다.
불국토를 청정히 하고 중생을 교화하는 것을
저희들이 만약 들었어도 도무지 즐거워함이 없었으니,
까닭은 무엇인가 하오면, 일체의 모든 법은
모두 다 비고 고요하여 남(生)도 없고 멸(滅)도 없으며,
큰 것도 없고 작은 것도 없으며,
무루(無漏) 무위(無爲)라 하였나이다.
이와 같이 생각하고 즐겁고 기쁜 마음 내지 않았나이다.
저희들이 긴긴 밤에 부처님의 지혜를
탐냄도 없고 집착함도 없었으며 다시 원하는 뜻도 없어서,
그리하여 스스로 이 법을 구경(究竟)이라 생각하였나이다.
저희들이 긴긴 밤에 공한 법을 닦아 익혀
삼계의 고뇌와 환난을 벗어나 해탈을 얻어서
최후의 몸인 유여열반(有餘涅槃)에 머물렀으므로
부처님의 교화하신 바에 헛되지 않은 도를 얻었으니,
이미 곧 부처님의 깊은 은혜 보답했다 하였나이다.
[13]저희들이 비록 모든 불자들을 위하여
보살의 법을 설하여 불도를 구하라 하였으나,
그러나 이 법에 있어서 영원히 원하는 즐거움이 없었으니,
도사께서 보시고 버려두시되, 저희의 마음을 아신 까닭으로
처음에는 참된 이익 있다고 설하시어
권하여 나아가게 하시지 아니하셨나이다.
부자인 장자가 아들의 뜻이 용렬한 것을 알고는
방편의 힘으로써 그 마음을 부드럽게 조복하고,
그런 뒤에 일체 재물을 부탁하는 것과 같이,
부처님께서도 또한 이와 같으사 희유한 일 나타내셨나이다.
소승을 좋아함을 아시고 방편의 힘으로써
그 마음 조복시키시고 이내 큰 지혜를 가르치시니,
저희들은 오늘에야 미증유를 얻었나이다.
먼저 바라지도 않던 것을 그러나 지금 저절로 얻었음은
저 궁한 아들이 한량없는 보배를 얻음과 같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지금 도를 얻고 과를 얻어,
무루법(無漏法)에서 청정한 눈을 얻었나이다.
저희들이 긴긴 밤에 부처님의 청정 계율을 지녔으니,
비로소 오늘에야 그 과보를 얻었나이다.
법왕의 법 가운데서 오랫동안 범행을 닦아
지금 샘이 없고 위없는 큰 과(果)를 얻었으니,
저희들이 지금에야 참된 성문이 되온지라,
불도의 음성으로써 일체 중생이 듣게 하오리다.
저희들이 지금에야 참된 아라한이오니,
모든 세간의 하늘과 사람과 마와 범천이나
널리 그 가운데서 응당 공양을 받게 되었나이다.
[14]세존의 크고 크신 은혜는 희유한 일로써
가엾고 불쌍히 여겨 교화하시어 저희들을 이익되게 하시니,
한량없는 억겁엔들 누가 능히 갚으리이까.
수족으로 받드옵고 머리 조아려 예경하며
일체의 공양을 할지라도 능히 다 갚지 못하오리다.
혹은 머리에 이고 양 어깨에 메고 지고
항하사 겁이 다하도록 마음으로 공경하며,
또 맛나는 음식과 한량없는 보배옷과
여러가지 이부자리 가지가지 탕약과
우두전단 좋은 향과 또 모든 진귀한 보배로
탑묘(塔廟)를 일으키고 보배옷을 땅에 깔고
이와 같은 여러가지 일로 항하사 겁을 두고
공양을 드릴지라도 또한 능히 갚지 못하오리다.
[15]모든 부처님께서는 희유하시어 한량없고 가이 없는
불가사의의 거룩하신 신통력과
샘이 없고 변함없는 모든 법의 왕으로서
능히 용렬한 저희 위하시어 이 일을 너그럽게 참으시고,
상(相)을 취하려는 범부에게 마땅함을 따라 설하셨나이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법에 있어 가장 자재함을 얻으시어,
모든 중생들의 가지가지 욕락과
뜻과 힘을 아시고 맡아 감당할 바를 따라
한량없는 비유로써 이에 법을 설하시며,
모든 중생의 지난 세상의 선근(善根)을 따르시며,
또 성숙한 자와 성숙하지 못한 자를 아시고
가지가지로 셈을 하시어 분별하여 아시옵고는,
일불승을 마땅함을 따라 삼승으로 설하셨나이다.
신해품 끝
묘법연화경 제 삼권
妙法蓮華經 第 三卷
묘법연화경 제 오 약초유품
妙法蓮華經 第 五 藥草喩品
[1] 그 때 세존께서 마하가섭과 모든 큰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착하고 착하도다. 가섭이여, 여래의 진실한 공덕을 잘 말하였으니, 진실로 네가 말한 바와 같으니라. 여래는 또 한량없고 가이 없는 아승지의 공덕이 있나니, 너희들이 만약 한량없는 억겁에 말할지라도 능히 다하지 못하리라.
가섭이여, 마땅히 알지니라. 여래는 이 모든 법의 왕이므로 혹은 설한 바가 있는 것은 다 허망하지 아니하느니라. 일체 법을 지혜의 방편으로 연설하나니, 그 설한 바 법은 모두 다 일체종지의 지위에 이르게 하느니라. 여래는 일체 모든 법이 돌아가는 곳을 관하여 알며, 또한 일체 중생의 깊은 마음에 행하는 바를 알아 통달하여 걸림이 없고, 또 모든 법의 궁극을 다 잘 알아서 모든 중생에게 일체종지를 보이느니라.
가섭이여, 비유하면, 삼천대천세계의 산과 내와 계곡과 토지에 나서 자라는 풀과 나무와 빽빽한 숲과 모든 약초의 종류가 여러가지라 이름과 형색이 각각 다르느니라. 짙은 구름이 널리 퍼져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덮어 일시에 똑같이 쏟아지는 그 비에 풀과 나무와 빽빽한 숲과 모든 약초의 작은 뿌리 작은 줄기 작은 가지 작은 잎과, 중간 뿌리 중간 줄기 중간 가지 중간 잎과, 큰 뿌리 큰 줄기 큰 가지 큰 잎이 두루 젖으나, 모든 크고 작은 나무들이 상 중 하를 따라 각각 비를 받는 바이나 한 구름에서 내리는 비는 그 종류와 성품에 적합하여 나고 자람을 얻어 꽃과 과실이 맺나니, 비록 한 땅에서 나고 한 비로 적시지마는 그러나 여러가지 초목들이 각각 차별이 있느니라.
[2] 가섭이여, 마땅히 알지니라. 여래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세상에 출현함은 큰 구름이 일어나는 것과 같고, 큰 음성으로 널리 세계의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에게 두루 외치는 것은 저 큰 구름이 삼천대천국토를 두루 덮는 것과 같으니라.
대중 가운데서 이런 말로 외쳤느니라. 「나는 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라, 제도되지 못한 자로 하여금 제도되게 하고, 이해하지 못한 자로 하여금 이해하게 하며, 편안하지 못한 자로 하여금 편안하게 하고, 열반하지 못한 자로 하여금 열반을 얻게 하느니라.
지금 세상과 뒷 세상을 실상과 같이 아나니, 나는 이 일체를 아는 자이며, 일체를 보는 자이며, 도를 아는 자이며, 도를 여는 자이며, 도를 설하는 자이니, 너희들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들은 법을 듣기 위한 까닭으로 모두 응당 여기에 이르도록 하라.」
그 때 수없는 천만억 종류의 중생들이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법을 들었느니라. 여래는 이 때 중생의 모든 근기가 영리함과 둔함과 정진함과 게으름을 관하여, 그들이 감당할 바를 따라 법을 설하심이 가지가지로 한량없어 모두 환희하게 하고 쾌히 좋은 이익을 얻게 하였느니라. 이 모든 중생이 이 법을 듣고는, 현 세상에서 편안하고 다음 생에는 좋은 곳에 나서 도의 즐거움을 받고 또한 법을 얻어들으며, 이미 법을 듣고는 모든 장애를 여의고 모든 법 가운데서 힘의 능력에 따라서 점점 도에 들게 됨을 얻나니, 저 큰 구름이 일체의 풀과 나무와 빽빽한 숲과 모든 약초에 비를 내리면, 그 종류와 성품에 따라 흡족하게 물기를 받아서 각각 성장함과 같으니라.
여래가 설한 법은 한 모양(一相)이며 한 맛(一味)이라, 이른바 해탈상(解脫相)이며 이상(離相)이며 멸상(滅相)이니, 궁극에는 일체종지(一切種智)에 이르느니라.
그 어떤 중생이 여래의 법을 듣고 만약 지니고 읽고 외우며 설한대로 수행하면, 얻는 바 공덕은 스스로 깨달아 알지 못하느니라. 왜냐하면, 오직 여래만이 이 중생들의 종류와 모양과 본체(本體)와 성품과, 어떤 일을 염하며, 어떤 일을 깊이 생각하며, 어떤 일을 닦으며, 어떻게 염하며, 어떻게 깊이 생각하며, 어떻게 닦으며, 어떤 법으로써 염하며, 어떤 법으로써 깊이 생각하며, 어떤 법으로써 닦으며, 어떤 법으로써 어떤 법을 얻는지 알기 때문이니라.
중생이 가지가지 지위에 머물러 있는 것을 오직 여래만이 사실과 같이 보아서 밝게 알아 걸림이 없으니, 저 풀과 나무와 빽빽한 숲과 모든 약초들은 스스로 상 중 하의 성품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라.
[3] 여래는 이 한 모양과 한 맛의 법을 아나니, 이른바 해탈의 모양(解脫相), 여의는 모양(離相), 멸하는 모양(滅相)이며, 궁극의 열반인 적멸한 모양(究竟涅槃常寂滅相)이니, 마침내 공(空)으로 돌아가느니라.
부처님은 이것을 이미 아시지만 중생의 마음에 하고자 함을 관찰하여 이를 장차 보호하고자, 이런 까닭으로 곧 일체종지를 설하지 아니하셨느니라.
너희들 가섭은 매우 희유하여 여래가 마땅함을 따라 설한 법을 능히 알아서 능히 믿고 능히 받는구나.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마땅함을 따라 말씀하신 법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렵기 때문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있다(有)는 것을 깨뜨리신 법왕께서 세간에 출현하시어
중생의 욕망을 따라서 가지가지 법을 설하시느니라.
여래는 존중하시어 지혜는 깊고 머나니
오래도록 이 요긴한 법을 빨리 설하지 않으셨노라.
지혜있는 이가 만약 들으면 곧 능히 믿고 이해하지만,
지혜없는 이는 의심하여 곧 영원히 잃게 되느니라.
이런고로 가섭이여, 힘에 따라 설하여
가지가지 인연으로 바른 견해를 얻게 하느니라.
가섭이여, 마땅히 알지니라. 비유컨대, 큰 구름이
세간에 일어나서 일체를 두루 덮는 것과 같이,
지혜의 구름이 물기를 머금고 번갯불이 번쩍이며
우뢰소리 멀리 진동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미리 기쁘게 하고,
햇빛을 가려서 땅을 서늘하게 하며
뭉게구름 드리워져 가히 이어져 잡힐 듯 하느니라.
그 비는 널리 평등히 사방에 함께 내려
한량없이 흘러 들어가 온 땅을 가득히 젖게 하며,
산과 내와 험한 골짜기의 깊은 곳에서 나서 자라는
풀과 나무와 약초와 크고 작은 모든 나무와
온갖 곡식과 종묘와 감자와 사탕수수와 포도가
비에 젖어 윤택하여 풍족하지 않음이 없으며,
마른 땅은 두루 젖어 약초와 나무가 아울러 무성하느니라.
그 구름에서 내리는 한 맛의 비를 맞아
풀과 나무와 빽빽한 숲이 분수 따라 물기를 받느니라.
일체 모든 나무의 큰 나무 중간 나무 작은 나무
그 크고 작은 성질대로 각각 나서 자라남을 얻어서,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잎과 꽃과 과실의 빛과 색이
한 맛의 비에 젖어 모두 곱고 윤택함을 얻되,
그 체(體)와 모양과 성분(性分)은 크고 작으나
적시는 비는 한 가지라, 그러나 무성함이 각각이니라.
[4]부처님도 또한 이와 같아서 세상에 출현하심은
비유컨대, 큰 구름이 널리 일체를 덮는 것과 같고,
이미 세상에 나와서 모든 중생을 위하여
모든 법의 실상을 분별하여 연설하심이니라.
거룩한 성인이신 세존께서 모든 하늘과 사람과
일체 중생 가운데서 선언하여 말씀하시기를,
나는 곧 여래이며 양족존(兩足尊)이니라.
세간에 출현함은 마치 큰 구름이
일체를 충분히 적시는 것과 같아 바싹 메마른 중생을
모두 괴로움을 여의게 하고 안온한 즐거움과
세간의 즐거움과 또 열반의 즐거움을 얻게 함이니라.
모든 하늘과 인간 대중들은 일심으로 잘 듣고,
모두 응당 여기에 와서 위없이 높은 이를 뵈올지니라.
나는 세존이라, 능히 미칠 자가 없나니,
중생을 편안하게 하려고 세상에 출현하는고로
대중을 위하여 감로(甘露)의 맑은 법을 설하노니,
그 법은 한 맛으로 해탈과 열반이라,
한가지 묘한 음성으로 이 뜻을 연설하는 것은
항상 대승을 위하여 이에 인연을 짓느니라.
나는 일체를 관하되, 널리 모두 평등하여
여기저기에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며,
나는 탐착함이 없고 또한 막히고 걸릴 것이 없느니라.
항상 일체 중생을 위하여 평등하게 법을 설하되,
한 사람을 위함과 같이 하며, 많은 대중에게도 또한 그러하며
항상 법을 연설해도 일찍이 다른 일은 없었으며,
가고 오고 앉고 일어섬에 끝내 피곤하고 싫어하지 않았노라.
세간을 충족하게 단비가 골고루 젖어들듯,
귀천(貴賤)이나 상하(上下)거나 계를 가졌거나 계를 파했거나,
위의(威儀)를 갖추었거나 또 갖추지 못하였거나,
바른 견해거나 삿된 견해거나 영리한 근기거나 우둔한 근기거나,
똑같이 법비를 내리되, 이에 게으름이 없느니라.
일체 중생으로서 나의 법을 듣는 자는
힘에 따라 받아서는 여러 지위에 머무나니,
혹은 하늘과 사람과 전륜성왕과 제석천왕과
범천왕과 모든 왕으로 있으면 이는 소품 약초이고,
샘이 없는 법을 알아 능히 열반을 얻으며
육신통을 일으키고 삼명(三明)을 얻어서
홀로 산림 속에 있으면서 항상 선정을 행하여
연각(緣覺)을 증득하면 이는 중품 약초이고,
세존의 자리를 구하여 나는 마땅히 부처되리라 하고
선정 닦아 정진하면 이는 상품 약초이니라.
[5]또 모든 불자들이 마음을 오로지 불도에 두어
항상 자비를 행하여 스스로 부처될 줄 알아
결정코 의심이 없으면 이는 작은 나무라 이름하고,
신통에 편안히 머물러서 불퇴전의 법륜을 굴리며
한량없는 백천만억 중생을 제도하면,
이와 같은 보살은 큰 나무라 이름하느니라.
부처님의 평등한 설법은 한 맛의 비와 같으나,
중생의 성품에 따라 받는 바가 같지 않음은
저 풀과 나무들이 받는 바가 각각 다름과 같으니라.
부처님은 이런 비유와 방편으로 열어 보이며
가지가지 말씀으로 한가지 법을 연설하나,
부처님의 지혜에는 바다의 한 방울 물과 같으니라.
내가 법비를 비오듯 하여 세간에 가득차게 하나니,
한 맛의 법을 힘에 따라 수행함은
저 빽빽한 숲과 약초와 모든 나무가
그 크고 작은 성품 따라 점점 무성하게 자라남과 같으니라.
모든 부처님의 법은 항상 한 맛으로
모든 세간으로 하여금 널리 구족함을 얻게 하여
점차로 닦고 행하여 모두 도과(道果)를 얻게 하노라.
성문이나 연각이 산림 속에 있으면서
최후의 몸에 머물러서 법을 듣고 과(果)를 얻으면
이는 약초가 각각 더 자라남을 얻는 것이라 이름함이요,
혹은 모든 보살이 지혜가 견고하여
삼계를 명확히 깨달아 최상승을 구하면은
이는 작은 나무가 더 자라남을 얻는 것이라 이름함이며,
또 선정에 머물러 있으면서 신통력을 얻고
모든 법이 공(空)함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환희하며
수없는 광명을 놓아 모든 중생을 제도하면,
이는 큰 나무가 더 자라남을 얻는 것이라 이름하느니라.
가섭이여, 이와 같이 부처님께서 설하시는 법은
비유컨대, 큰 구름이 한 맛의 비로써
사람과 꽃을 윤택하게 하여 각각 열매 맺음과 같으니라.
가섭이여, 마땅히 알지니라. 모든 인연과
가지가지 비유로써 부처님의 도를 열어 보이나,
이것은 나의 방편이라, 모든 부처님도 또한 그러하시느니라.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가장 진실된 일을 설하노니,
모든 성문대중은 모두 멸도가 아니니라.
너희들이 행하는 바 이것은 보살도이니,
점점 닦고 배우면 모두 마땅히 성불하리로다.
약초유품 끝
묘법연화경 제 육 수기품
妙法蓮華經 第 六 授記品
[1] 그 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설하시고는 모든 대중에게 음성을 높여 이와 같이 말씀하시되, 『나의 제자인 마하가섭은 미래 세상에서 마땅히 삼백만억 모든 부처님 세존을 받들어 뵈옵고 공양 공경하고 존중 찬탄하며, 모든 부처님의 한량없는 큰 법을 널리 펴다가 최후의 몸으로 성불하리니, 이름은 광명(光明)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라 하며, 나라의 이름은 광덕(光德)이요, 겁의 이름은 대장엄(大莊嚴)이니라. 부처님의 수명은 십이 소겁이요, 정법이 세상에 머무름은 이십 소겁이며, 상법도 또한 이십 소겁을 머무느니라. 온 나라를 아름답게 장엄하여 모든 더럽고 나쁜 것과 기와나 자갈 가시나무와 똥오줌 등 부정한 것은 없으며, 그 땅은 평정하며 높고 낮음과 갱과 구덩이와 둔덕이 없으며, 유리로 땅이 되고 보배나무가 줄지어 섰으며, 황금줄로 길 옆을 경계하고 모든 보배꽃을 흩어서 두루 널리 청정하느니라. 그 나라의 보살은 한량없는 천만억이며, 모든 성문의 무리가 또한 수가 없고, 마(魔)의 노략질은 있을 수 없으며, 비록 마와 또 마의 백성이 있다 할지라도 모두 부처님 법을 보호할 것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노니, 내가 부처님의 눈으로써
이 가섭을 보니 미래 세상의
수없는 겁을 지나 마땅히 성불할 것이니라.
그러한즉 오는 세상에서 삼백만억의
모든 부처님 세존을 받들어 뵈옵고 공양하며,
부처님 지혜를 위하여 범행을 깨끗이 닦으며
가장 위이신 양족존께 공양하여 마치고는,
일체 위없는 지혜를 닦고 익혀서
최후의 몸으로 부처님 이룸을 얻으리라.
그 나라 땅은 청정하여 유리로 땅이 되고
여러가지 많은 보배나무가 길 옆에 줄을 짓고,
황금줄로 길을 경계하여 보는 자가 환희하며,
항상 좋은 향기가 나고 온갖 이름난 꽃을 흩고
가지가지 기묘한 것으로 이 땅을 장엄하며,
그 땅은 평정하고 언덕과 구렁이 없으며,
모든 보살대중의 수를 가히 계산하지 못하리라.
그 마음 고르고 부드러워 큰 신통에 도달하며
모든 부처님의 대승경전을 받들어 지니리라.
모든 성문대중의 흐름이 없는 최후의 몸인
법왕의 아들의 수를 또한 가히 계산하지 못하리니,
하늘눈(天眼)으로써도 능히 수를 알지 못하리라.
그 부처님의 수명은 십이 소겁이요,
정법이 세상에 머무름은 이십 소겁이며,
상법도 또한 이십 소겁을 머무느니라.
광명 세존의 그 일이 이와 같으니라.
[2] 그 때 대목건련과 수보리와 마하가전연 등이 모두 다 송구스러워하면서 일심으로 합장하고 존안(尊顔)을 우러러 뵈오며 잠깐도 눈을 떼지 아니하고 곧 소리를 함께하여 게송으로 말씀하되,
거룩하신 영웅 용맹하신 세존께서는
모든 석(釋)씨의 법왕이시니,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부처님 음성을 내려 주시옵소서.
저희들의 깊은 마음을 살피시어 수기 주심을 보게 하신다면,
감로수를 뿌려 열을 식혀 청량함을 얻는 것과 같으오리다.
굶주리는 나라로부터 와서 문득 대왕께서 내린 음식을 만나도
마음에 오히려 의심과 송구함을 품고 감히 곧 먹지 못하다가,
만약 다시 왕의 명령을 받은 뒤에야 감히 먹는 것과 같나이다.
저희들도 또한 이와 같아서 매양 소승의 허물만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부처님의 무상지혜를
얻을 것인지 알지 못하였나이다.
비록 부처님의 음성으로 저희들도
부처님 되리라는 말씀 들었사오나,
마음에 오히려 근심과 송구함을 품고
감히 먹지 못하는 것과 같나이다.
만약 부처님께서 수기를 주신다면 이제야 쾌히 안락하오리다.
거룩하신 영웅 용맹하신 세존께서
항상 세간을 편안케 하고자 하시니,
원컨대, 저희들에게 수기를 주시옵소서.
주린 자에게 먹어라 함과 같사옵니다.
[3] 그 때 세존께서 모든 큰 제자들의 마음에 생각하는 바를 아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시되, 『이 수보리는 마땅히 오는 세상에서 삼백만억 나유타 부처님을 받들어 뵈옵고 공양 공경하고 존중 찬탄하며, 항상 깨끗한 범행을 닦아 보살도를 갖추어서 최후의 몸으로 성불하리니, 호는 명상(名相)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며, 겁의 이름은 유보(有寶)요, 나라 이름은 보생(寶生)이니라.
그 땅은 평탄하고 반듯하며 파려로 땅이 되고 보배나무로 장엄되며, 모든 언덕과 구덩이와 모래 자갈과 가시나무와 똥오줌의 더러운 것은 없고, 보배꽃이 땅을 덮어 두루 널리 청정하리라. 그 국토의 백성은 모두 보배정자와 진기하고 묘한 누각에 살며, 성문제자는 한량없고 가이 없어 산수 비유로는 능히 알지 못하며, 모든 보살대중이 수없는 천만억 나유타이니라. 부처님의 수명은 십이 소겁이요, 정법이 세상에 머무름은 이십 소겁이며, 상법도 또한 이십 소겁을 머무느니라. 그 부처님은 항상 허공에 계시며 대중을 위하여 법을 설하시어 한량없는 보살과 성문대중을 제도하여 해탈케 하시리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모든 비구대중이여, 이제 너희들에게 이르노니,
모두 마땅히 일심으로 나의 설하는 바를 들을지니라.
나의 큰 제자인 수보리는
마땅히 성불하리니, 이름은 명상여래이니라.
마땅히 수없는 만억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부처님의 행하신 바를 따라 점점 큰 도를 갖추어
최후의 몸으로 삼십이 상을 얻어
단정하고 뛰어나게 묘함이 마치 보배산과 같으리라.
그 부처님의 국토는 깨끗하게 장엄함이 제일이라,
이를 보는 중생은 좋아하고 즐거워하지 않음이 없으며,
부처님께서는 그 가운데서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시리라.
그 부처님 법 가운데 모든 보살이 많으며
모두 다 영리한 근기로 물러나지 않는 법륜을 굴리며,
그 나라는 항상 보살로써 장엄되리라.
모든 성문대중도 가히 수를 셀 수 없고
모두 삼명(三明)을 얻고 육신통을 갖추고
팔해탈(八解脫)에 머물러 큰 위엄과 덕이 있으리라.
그 부처님의 설법은 한량없는 신통과
변화를 나타내시니 불가사의의 일이라,
항하 모래같은 수의 모든 천상과 사람들이
모두 함께 합장하고 부처님 말씀을 받아 들으리라.
그 부처님의 수명은 십이 소겁이요,
정법이 세상에 머무름은 이십 소겁이며,
상법도 또한 이십 소겁을 머무느니라.
[4] 그 때 세존께서 다시 모든 비구대중에게 이르시되, 『내가 지금 너희들에게 말하노니, 이 대가전연은 마땅히 오는 세상에서 여러가지 공양거리로 팔천억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며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모든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각각 탑묘를 일으키되, 높이는 천 유순이며 가로와 세로가 똑같이 오백 유순이라, 금 은 유리 자거 마노 진주 매괴의 일곱 가지 보배로써 합하여 이루며, 온갖 꽃과 영락과 바르는 향 가루향 사르는 향과 비단일산과 당기와 번기로 탑묘에 공양하고, 이렇게 이미 지난 뒤에도 마땅히 다시 이만억 부처님께 공양하고, 또한 다시 이와 같이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는 보살의 도를 갖추어서 마땅히 성불하리니, 이름은 염부나제금광(閻浮那提金光)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니라.
그 땅은 평탄하고 반듯하며 파려로 땅이 되고 보배나무로 장엄하며, 황금줄로 길 옆을 경계하고 묘한 꽃으로 땅을 덮어서 두루 널리 청정하리니 보는 자가 환희하며, 네 가지 악도인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는 없고 천상과 사람이 많이 있으며 모든 성문대중과 모든 보살이 한량없는 만억이라, 그 나라를 장엄하며, 부처님의 수명은 십이 소겁이요, 정법이 세상에 머무름은 이십 소겁이며, 상법도 또한 이십 소겁을 머무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모든 비구대중이여, 다 일심으로 들을지니라.
내가 설한 바는 진실하여 다름이 없느니라.
이 가전연은 마땅히 가지가지
묘하고 좋은 공양거리로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모든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칠보탑을 세워서
또한 꽃과 향으로써 사리에 공양하며,
그 가장 뒤의 몸으로 부처님의 지혜를 얻어
등정각(等正覺)을 이루나니, 국토는 청정하며
한량없는 만억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고,
시방에서 모두 공양하는 바가 되며,
부처님의 광명을 능히 이길 자가 없으리라.
그 부처님의 명호는 염부나제금광여래이며,
일체 있다는 것을 끊은 보살과 성문이
한량없고 수없어 그 나라를 장엄하리라.
[5] 그 때 세존께서 다시 대중에게 이르시되, 『내가 지금 너희에게 말하노니, 이 대목건련은 마땅히 가지가지 공양거리로 팔천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모든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각각 탑묘를 세우되, 높이는 천 유순이며 가로와 세로는 똑같이 오백 유순이고, 금 은 유리 자거 마노 진주 매괴의 일곱 가지 보배로써 합하여 이루고, 온갖 꽃과 영락과 바르는 향 가루향 사르는 향, 비단일산과 당기와 번기를 공양으로 쓰며, 이렇게 이미 지난 뒤에 마땅히 다시 이백만억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또한 다시 이와 같이 하여 마땅히 성불하리니, 이름은 다마라발전단향(多摩羅跋栴檀香)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니라. 겁의 이름은 희만(喜滿)이요, 나라의 이름은 의락(意樂)이며, 그 땅은 평탄하고 반듯하며 파려로 땅이 되고 보배나무로 장엄하며, 진주꽃을 흩어서 두루 널리 청정하니 보는 자가 환희하며, 모든 천상과 사람이 많으며 보살과 성문은 그 수가 한량없으리라. 부처님의 수명은 이십사 소겁이요, 정법이 세상에 머무름은 사십 소겁이며, 상법도 또한 사십 소겁을 머무느니라.
[6]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나의 이 제자 대목건련은
이 몸을 버린 뒤에 팔천 이백만억의
모든 부처님 세존을 받들어 뵈옵고,
불도를 위하는 까닭으로 공양하고 공경하며,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항상 범행을 닦아
한량없는 겁 동안 불법을 받들어 지니며,
모든 부처님 멸도하신 뒤에 칠보로 된 탑을 세우되,
황금 찰간으로 길게 표하며 꽃과 향과 기악으로
모든 부처님의 탑묘에 공양하고
점점 보살도를 구족하여 마치고는,
의락국에서 성불하리니
명호는 다마라발전단향이니라.
그 부처님의 수명은 이십사 소겁이며,
항상 천상과 사람을 위하여 불도를 연설할 것이며,
성문이 한량없어 항하 모래와 같나니,
삼명과 육신통과 큰 위덕이 있으며
수없는 보살은 굳은 뜻으로 정진하여
부처님의 지혜에서 모두 물러나지 않으리라.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정법은 마땅히
사십 소겁을 머무르고 상법도 또한 그러하리라.
나의 모든 제자로서 위엄과 덕을 구족한 이
그 수가 오백이라, 모두 마땅히 수기 주리니,
오는 미래 세상에서 모두 다 성불하리라.
나와 너희들과의 지난 세상의 인연을
내가 지금 마땅히 설하리니, 너희들은 잘 들을지니라.
수기품 끝
묘법연화경 제 칠 화성유품
妙法蓮華經 第 七 化城喩品
[1]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에게 이르시되, 『옛적 지난 옛적 한량없고 가이 없는 불가사의 아승지 겁에 그 때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이름은 대통지승(大通智勝)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셨느니라. 그 나라의 이름은 호성(好城)이요, 겁의 이름은 대상(大相)이었느니라.
모든 비구여, 그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지 이미 매우 오래되었으니, 비유하면,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바 땅의 종류를 가령 어떤 사람이 갈아서 먹을 만들어, 동방으로 천 국토를 지나면서 이에 한 점을 떨어뜨리되, 큰 것은 미진과 같이 하며, 또 천 국토를 지나면서 다시 한 점을 떨어뜨리고, 이와 같이 전전(展轉)하여 땅의 종류의 먹이 다하였다면, 너희들의 생각에 어떠하느냐. 이 모든 국토를 혹은 계산하는 스승이나 혹은 그의 제자가 능히 가와 끝을 깨달아 그 수를 알겠느냐, 모르겠느냐.』
『모르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모든 비구여, 이 사람이 지난 바 국토의, 혹은 점이 떨어진 곳이나 떨어지지 않은 곳을 다 갈아 미진을 만들어 한 미진을 한 겁이라 할지라도, 저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지는 다시 이 수보다 더 오래되어 한량없고 가이 없는 백천만억 아승지 겁이니라. 나는 여래 지견의 힘의 까닭으로 저 멀고 오래된 것을 관하되, 오히려 오늘과 같이 하노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내가 지난 세상을 생각하니 한량없고 가이 없는 겁에
양족존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이름은 대통지승이시니라.
어떤 사람이 힘을 써서 삼천대천세계의 땅을 갈되,
이 모든 땅의 종류를 다하여 모두 다 먹을 만들어
천 국토를 지나면서 한 미진을 떨어뜨리되,
이와 같이 전전하여 점을 찍어 이 모든 미진의 먹이 다하고
이와 같이 모든 국토의 점을 찍은 것과 점을 찍지 않은 것을
다시 다 갈아서 미진을 만들어 한 미진을 한 겁이라 하더라도
이 모든 미진수보다도 그 겁은 다시 이를 지나느니라.
저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지는 이와 같이 한량없는 겁이나,
여래의 걸림없는 지혜로 저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것과
또 성문과 보살을 알기를 지금 멸도함을 봄과 같으니라.
모든 비구여, 마땅히 알지니라. 부처님의 지혜는 청정 미묘하여
샘이 없고 걸릴 바도 없어서 한량없는 겁을 통달하느니라.
[2]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에게 이르시되, 『대통지승 부처님의 수명은 오백사십만억 나유타 겁이었느니라. 그 부처님께서 본래 도량에 앉아 마군을 파하시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려 하셨으나, 그러나 모든 불법이 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이와 같이 일 소겁 내지 십 소겁을 가부좌를 맺으시고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아니하셨으나, 그러나 모든 불법은 오히려 앞에 나타나지 않았느니라.
그 때 도리(忉利)천인들이 먼저 그 부처님을 위하여 보리수 아래에 사자좌를 펴되 높이는 일 유순이니, 부처님께서 이 자리에 앉아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하시고, 마침 이 자리에 앉으실 때 모든 범천왕이 온갖 하늘꽃을 비오듯 하니 면이 백 유순이라, 향기로운 바람이 때때로 불어와서 시들어진 꽃을 불어가고 다시 새로운 꽃을 비오듯 하여, 이와 같이 끊어지지 않고 십 소겁이 차도록 부처님께 공양하였는데 멸도하실 때까지 항상 이 꽃을 비오듯 하였느니라.
모든 사천왕들은 부처님께 공양하기 위하여 항상 하늘북을 치고, 그 나머지 모든 하늘은 하늘의 슬기로운 음악을 지어 십 소겁이 차도록 하고, 멸도에 이르기까지 또한 다시 이와 같이 하였느니라. 모든 비구여, 대통지승 부처님께서는 십 소겁이 지나고서야 모든 불법이 겨우 앞에 나타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셨느니라.
[3] 그 부처님께서 출가하시기 전에 열여섯 아들이 있었는데, 그 첫째 아들의 이름은 지적(智積)이었느니라. 모든 아들은 저마다 가지가지 진귀하고 훌륭한 장난감이 있었으나, 아버지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셨다는 말을 듣고는 모두 진귀한 장난감을 버리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니, 모든 어머니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떠나보냈느니라.
그 할아버지인 전륜성왕은 일백의 대신과 또 나머지 백천만억의 인민이 모두 함께 둘러싸고 도량에 이르러, 다 대통지승여래를 친근하고 공양 공경하고 존중 찬탄하며, 이르러서는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을 돌고서는 일심으로 합장하고 세존을 우러러 뵈오며 게송으로 말을 하되,
큰 위덕의 세존께서는 중생을 제도하시려고
한량없는 억겁을 지내고는 이제 비로소 성불하시네.
모든 원을 이미 구족하셨으니,
장하시고 길하시어 위가 없나이다.
세존께서 심히 희유하시어 한 번 앉아서 십 소겁 동안
몸과 손과 발을 고요하고 편안하게 부동하시고,
그 마음 항상 단박하시어 일찍이 산란하지 않으시고,
궁극에 영원히 적멸하시어 무루법에 편안히 머무시나이다.
지금 세존께서 편안하게 불도를 이루심을 뵈오니,
저희들이 좋은 이익을 얻어서 크게 환희하며 경사스럽나이다.
중생은 항상 고뇌하고 눈이 어둡고 스승이 없어,
괴로움이 다하는 도를 알지 못하며
해탈을 구하는 것도 알지 못하고,
긴 밤에 악으로 나아감만 늘고, 모든 하늘대중은 줄어들며
어두운 데로부터 어두운 데로 들어가
영원히 부처님 이름을 못 듣나이다.
지금 부처님께서 가장 높고 편안한 무루도를 얻으셨으니,
저희들과 천상과 사람들이 가장 큰 이익을 얻게 되었나이다.
이런 까닭으로 함께 머리 숙여 위없는 세존께 귀의하나이다.
그 때 열여섯 왕자가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고는 세존께 법륜을 굴려 주시기를 권청하여 함께 이런 말을 하되, 「세존께서 법을 설하시면 편안하게 의지할 바가 많겠사오니, 모든 천상과 인간을 가엾고 불쌍히 여기사 널리 이익되게 하시옵소서.」 하고 거듭 게송으로 말을 하되,
같이 짝할 이 없는 세웅께서는 백 가지 복으로 장엄하시고
위없는 지혜를 얻으셨으니, 원컨대, 세간을 위해 설법하시어
저희들과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시고,
분별하여 나타내 보이시어 이 지혜를 얻게 하시옵소서.
만약 저희들이 성불하면 중생도 또한 그러하오리다.
세존께서는 중생이 마음깊이 생각하는 바를 아시며,
또한 행하는 도를 아시며 또 지혜의 힘도 아시리이다.
욕락과 또 닦은 복과 과거생에 행한 업을
세존께서는 이미 다 아시니
마땅히 위없는 법륜을 굴리시옵소서.
[4]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에게 이르시되, 『대통지승 부처님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셨을 때, 시방의 각각 오백만억 모든 부처님 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며, 그 나라 중간에 해와 달의 위엄스런 광명이 능히 비치지 않는 깊고 어두운 곳도 모두 크게 밝은지라, 그 가운데 중생이 각각 서로 보게 되어 다 이런 말을 하되, 「이 곳에 어찌하여 문득 중생이 생겼는가.」 하였느니라. 또 그 나라 세계의 모든 하늘궁전과 이에 범천의 궁전에 이르도록 여섯 가지로 진동하며, 큰 광명이 널리 비치어 두루 세계에 가득차니 모든 하늘의 광명을 능가하였느니라.
그 때 동방의 오백만억 모든 국토 중의 범천 궁전에도 광명이 밝게 비치되, 평상시보다 배가 밝으니, 모든 범천왕이 각각 이런 생각을 하되, 「지금 궁전의 광명은 옛적에는 있지 아니한 것이니, 어떤 인연으로써 이러한 상서가 나타났는가.」 하고는 이 때 모든 범천왕이 곧 각각 서로 모여 같이 이 일을 논의하였느니라.
이 때 그 대중 가운데 한 대범천왕이 있었으니, 이름은 구일체(救一切)라, 모든 범천의 무리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을 하되,
우리들의 모든 궁전의 광명은 예전에는 있지 않았는데,
이것은 어떠한 인연입니까. 마땅히 같이 찾아봅시다.
대덕천(大德天)이 나시려는가요.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시려는가요.
이렇게 큰 광명이 시방세계를 두루 비추시네요.
그 때 오백만억 국토의 모든 범천왕이 궁전과 더불어 함께하여 각각 꽃바구니로 모든 하늘꽃을 가득 담아 가지고 같이 서방으로 나아가 이 상서를 찾다가, 대통지승여래께서 도량의 보리수 아래에 계시어 사자좌에 앉으셨는데, 모든 하늘 용왕 건달바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 등이 공경하며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고, 또 열여섯 왕자가 부처님께 법륜을 굴리시기를 청하는 것을 보았느니라.
곧 그 때 모든 범천왕이 머리 조아려 부처님께 예배하고 백천 번을 돌고는, 곧 하늘꽃을 부처님 위에 흩으니, 그 흩은 꽃은 수미산과 같고 아울러 부처님의 보리수에도 공양하였으니, 그 보리수의 높이는 십 유순이었느니라. 꽃 공양을 마치고 각각 궁전을 그 부처님께 받들어 올리고 이런 말을 하되, 「오직 저희들을 불쌍히 보시옵고 이롭게 하시사 드리는 궁전을 원하옵건대, 너그러이 받으시옵소서.」
이 때 모든 범천왕이 곧 부처님 앞에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소리를 같이하여 게송으로 말을 하되,
세존께서는 매우 희유하시어 가히 만나 뵈옵기 어렵사오며,
한량없는 공덕을 갖추시어 능히 일체를 구호하시나니,
천상과 인간의 크신 스승으로 세간을 불쌍히 여기시므로
시방의 모든 중생들이 널리 모두 이익을 입나이다.
저희들이 여기까지 온 것은 오백만억 나라에서
깊은 선정의 낙을 버리고 부처님께 공양하려는 연고이옵니다.
저희들이 지난 세상 복으로 아름답게 장엄된 궁전을
이제 세존께 받들어 올리오니,
오직 가엾이 여겨 받아 주시옵소서.
[5] 그 때 모든 범천왕이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고는 각각 이런 말을 하되,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법륜을 굴리시어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시옵고 열반의 길을 열어 주시옵소서.」
이 때 모든 범천왕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소리를 같이하여 게송으로 말을 하되,
세상의 영웅 양족존이시여, 오직 원컨대, 법을 연설하시어
크게 자비하신 힘으로 고뇌하는 중생을 제도하시옵소서.
그 때 대통지승여래께서는 묵묵히 허락하셨느니라.
또 모든 비구여, 동남방 오백만억 국토의 모든 대범천왕이 각각 자기의 궁전에 광명이 비치는 것을 보고 옛적에는 있지 아니한 것이라, 뛰고 뛸 듯이 환희하고 희유한 마음을 내어 곧 각각 서로 모여서 함께 이 일을 논의하였느니라.
이 때 그 대중 가운데 한 대범천왕이 있으니, 이름은 대비(大悲)라, 모든 범천의 무리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을 하되,
이 일은 무슨 인연으로 이와 같은 상서가 나타났을까.
우리들의 모든 궁전에 예전에는 있지 않은 광명인데
대덕천이 나시려는가요.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시려는가요.
일찍이 이런 상서는 못 보았는데
마땅히 일심으로 함께 찾아봅시다.
천만억 국토를 지나서라도 같이 광명을 찾아봅시다.
마침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어
괴로운 중생을 제도 해탈케 하심이리.
그 때 오백만억 모든 범천왕이 궁전과 더불어 함께하여 각각 꽃바구니로 모든 하늘꽃을 가득 담아 가지고 같이 서북방으로 나아가서 이 상서를 찾다가, 대통지승여래께서 도량의 보리수 아래 사자좌에 앉으셨는데, 모든 하늘 용왕 건달바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 등이 공경하며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고, 또 열여섯 왕자가 부처님께 법륜을 굴리시기를 청하는 것을 보았느니라.
이 때 모든 범천왕이 머리 조아려 부처님께 예배하고 백천번을 돌며, 곧 하늘꽃을 부처님 위에 흩으니 흩은 꽃은 수미산과 같고, 아울러 부처님의 보리수에도 공양하고, 꽃 공양을 하고는 각각 궁전을 그 부처님께 받들어 올리고 이런 말을 하되, 「오직 저희들을 불쌍히 보시어 이롭게 하시옵고 드리는 궁전을 원하옵건대, 너그러이 받아 주시옵소서.」
그 때 모든 범천왕이 곧 부처님 앞에서 일심으로 소리를 같이하여 게송으로 말을 하되,
성주(聖主)이시며 하늘의 왕께서는
가릉빈가(迦陵頻伽)의 음성으로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는 분이시니,
저희들이 지금 공경히 예배하옵니다.
세존께서는 심히 희유하시어 오랫만에 한 번 나타나셨나이다.
일백팔십 겁을 지내도록 부처님 아니 계시어 헛되이 지나니,
삼악도는 가득차고 모든 하늘대중은 줄어졌나이다.
이제 부처님 세상에 출현하시어 중생을 위하여 눈이 되시니,
세간이 귀의할 곳이옵니다. 일체를 구호하시옵소서.
중생들의 아버지가 되시어 불쌍히 여기시고 이롭게 하시니
저희들 숙세의 복으로 경하롭게도
이제 세존을 만나 뵈옵나이다.
[6] 그 때 모든 범천왕이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고는 각각 이런 말을 하되,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일체를 불쌍히 여기사 법륜을 굴리시어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시옵소서.」
이 때 모든 범천왕이 일심으로 소리를 같이하여 게송으로 말을 하되,
거룩하신 성인께서 법륜 굴리시어
모든 법의 상(相)을 나투어 보이시고,
고뇌하는 중생을 제도하사 큰 즐거움을 얻게 하시옵소서.
중생이 이 법을 들으면 도를 얻거나 혹은 하늘에 나서
모든 악도는 줄어들고 착하고 참는 자는 더욱 많아지리이다.
그 때 대통지승여래께서 묵묵히 허락하셨느니라.
또 모든 비구여, 남방 오백만억 국토의 모든 대범천왕이 각각 자기 궁전에 광명이 밝게 비침을 보고, 예전에는 있지 아니한 것이라, 뛰고 뛸 듯이 환희하며 희유한 마음을 내어 곧 서로 모여서 함께 이 일을 논의하되, 「어떠한 인연으로 우리들의 궁전에 이러한 광명이 비치고 있느뇨.」
이 때 그 대중 가운데 한 대범천왕이 있었으니, 이름이 묘법(妙法)이라, 모든 범천의 무리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을 하되,
우리들의 모든 궁전에 광명이 매우 찬란하게 빛나니,
이것은 인연이 없지 아니함이라, 이 상서를 마땅히 찾아봅시다.
백천 겁을 지내도록 아직 이런 상서를 못 보았으니,
대덕천이 나시려는가요.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시려는가요.
그 때 오백만억 모든 범천왕이 궁전과 더불어 함께하여 각각 꽃바구니로 하늘꽃을 가득 담아 가지고 같이 북방으로 나아가서 이 상서를 찾다가, 대통지승여래께서 도량의 보리수 아래 사자좌에 앉으셨는데, 모든 하늘 용왕 건달바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 등이 공경하며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고, 또 열여섯 왕자가 부처님께 법륜 굴리시기를 청하는 것을 보았느니라.
이 때 모든 범천왕이 머리 조아려 부처님께 예배하고 백천번을 돌며 곧 하늘꽃을 부처님 위에 흩으니, 흩은 꽃은 수미산과 같고, 아울러 부처님의 보리수에도 공양하며, 꽃 공양을 마치고 각각 궁전을 그 부처님께 받들어 올리고 이런 말을 하되, 「오직 저희들을 불쌍히 보시어 이롭게 하시사, 드리는 궁전을 원하옵건대, 너그러이 받아 주시옵소서.」
그 때 모든 범천왕이 곧 부처님 앞에서 일심으로 소리를 같이하여 게송으로 말을 하되,
세존 뵈옵기 매우 어렵나이다. 모든 번뇌를 파하신 분이시라,
백삼십 겁을 지나서야 이제 겨우 한 번 뵈옵나이다.
모든 주리고 목마른 중생에게 법비를 내려 충만케 하시옵소서.
예전에 일찍이 뵈옵지 못하던 지혜가 한량없는 어른이시니,
우담발라 꽃과 같이 오늘에야 겨우 뵈옵나니,
저희들의 모든 궁전이 광명을 받아 훌륭하게 장엄했나이다.
세존께서 큰 자비를 드리우사
오직 원컨대, 가엾이 여겨 받아 주시옵소서.
[7] 그 때 모든 범천왕이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고는 각각 이런 말을 하되,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법륜을 굴리시어 일체 세간과 모든 하늘과 마왕과 범천과 사문과 바라문으로 하여금 모두 편안함을 얻어 이에 제도되고 해탈을 얻게 하시옵소서.」
이 때 모든 범천왕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음성을 같이하여 게송으로 말을 하되,
오직 원컨대, 천인의 높으신 분께서 위없는 법륜을 굴리시어
큰 법북을 치시옵고 큰 법소라를 부시며,
널리 큰 법비를 내리시어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시옵소서.
저희들이 모두 귀의하고 청하오니,
깊고 먼 음성으로 연설하시옵소서.
그 때 대통지승여래께서 묵묵히 허락하셨느니라. 서남방과 하방에 이르기까지 또한 다시 이와 같았느니라.
그 때 상방 오백만억 국토의 모든 대범천왕이 모두 다 우러러 보되, 자기가 머무는 바 궁전에 광명이 찬란하게 빛나니 예전에는 있지 않았던 바이라, 뛰고 뛸 듯이 환희하여 희유한 마음을 내며, 곧 각각 서로 모여서 이 일을 같이 논의하되, 「어떠한 인연으로 우리들의 궁전에 이러한 광명이 있음인가.」
이 때 그 대중 가운데 한 대범천왕이 있었으니, 이름은 시기(尸棄)라, 모든 범천의 무리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을 하되,
지금 어떠한 인연으로 우리들의 모든 궁전에
위덕의 광명이 비치오리까.
아름답게 장엄됨은 미증유한 일이라,
이와 같은 묘한 상서는 예전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니
대덕천이 나시려는가요.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시려는가요.
그 때 오백만억 모든 범천왕이 궁전과 더불어 함께하여 각각 꽃바구니로 모든 하늘꽃을 가득 담아 가지고 하방으로 함께 나아가서 이 상서를 찾다가, 대통지승여래께서 도량의 보리수 아래 사자좌에 앉으셨는데, 모든 하늘 용왕 건달바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 등이 공경하며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고, 또 열여섯 왕자가 부처님께 법륜을 굴리시기를 청하는 것을 보았느니라.
이 때 모든 범천왕이 머리 조아려 부처님께 예배하고 백천번을 돌며 곧 하늘꽃을 부처님 위에 흩으니, 흩은 꽃은 수미산과 같고, 아울러 부처님의 보리수에도 공양하였으며, 꽃 공양을 마치고 각각 궁전을 그 부처님께 받들어 올리고 이에 이런 말을 하되, 「오직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이롭게 하시사, 드리는 궁전을 원하옵건대, 너그러이 받아 주시옵소서.」
[8] 이 때 모든 범천왕이 곧 부처님 앞에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음성을 같이하여 게송으로 말을 하되,
거룩하신 모든 부처님이시여, 세상을 구원하시는 성존을 뵈오니,
능히 삼계의 지옥에서 모든 중생을 힘써 구출하시나이다.
넓으신 지혜이시며 천인의 높으신 어른께서
뭇 어린 풀싹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능히 감로의 문을 여시어 두루 일체를 제도하시옵소서.
옛적부터 한량없는 겁에 부처님 안 계시어 헛되이 지냈나이다.
세존께서 출현하시기 전에는 시방은 항상 어둡고 캄캄하여
삼악도는 늘어만 가고 아수라도 또한 성하며,
모든 하늘대중은 점점 줄어들고
죽어서는 악도에 많이 떨어졌나이다.
부처님으로부터 법을 못 들어 항상 착하지 못한 일을 행하며
육신의 힘과 또 지혜 이런 것 등은 모두 줄어들고,
죄업의 인연의 까닭으로 즐거움과 즐거운 생각까지도 잃고,
삿된 소견의 법에 머물러서 착한 예의와 범절을 알지 못하고
부처님의 교화를 받지 못하여 항상 악도에 떨어졌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세간의 눈이 되시어 오랫만에 이제 출현하셨나니,
모든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므로 세간에 나타나시어
세간을 뛰어넘어 정각을 이루시니,
저희들은 매우 기쁘고 경하하오며
다른 일체 중생도 기뻐 찬탄하며 일찍이 없던 일이라 하옵니다.
저희들의 모든 궁전이 광명 받아 훌륭하게 장엄된 것을
이제 세존께 받들어 올리나니,
오직 가엾이 여기사 받아 주시옵소서.
원하옵건대, 이 공덕이 널리 일체에 미치어
저희들과 더불어 중생이 다 함께 불도를 이루어지이다.
그 때 오백만억 모든 범천왕이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고는 각각 부처님께 아뢰어 말을 하되,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법륜을 굴리시어 편안할 바가 많게 하시옵고, 제도하사 해탈할 바가 많게 하시옵소서.」
이 때 모든 범천왕이 게송으로 말을 하되,
세존이시여, 법륜을 굴리시옵소서. 감로의 법북을 치시어
고뇌하는 중생을 제도하시옵고
열반의 길을 열어 보여 주시옵소서.
오직 원하옵건대, 저희들의 청을 받으시어
거룩하고 미묘하신 음성으로
불쌍히 여기시어 한량없는 겁에 익히신 법을 널리 펴시옵소서.
[9] 그 때 대통지승여래께서는 시방의 모든 범천왕과 또 열여섯 왕자의 청을 받으시고, 곧 십이행의 법륜을 세 번 굴리시니, 혹은 사문이거나 바라문이거나 혹은 하늘 마왕 범천이나 또 다른 세간은 능히 굴리지 못할 바이니라.
말하자면,
「이것이 괴로움(苦)이며,
이것이 괴로움의 모임(苦集)이며,
이것이 괴로움의 멸함(苦滅)이며,
이것이 괴로움을 멸하는 도(苦滅道)이니라.」 하시었다.
또 십이인연법(十二因緣法)을 널리 설하시니,
「무명(無明)은 행(行)에 인연되고
행(行)은 식(識)에 인연되고
식(識)은 명색(名色)에 인연되고
명색(名色)은 육입(六入)에 인연되고
육입(六入)은 촉(觸)에 인연되고
촉(觸)은 수(受)에 인연되고
수(受)는 애(愛)에 인연되고
애(愛)는 취(取)에 인연되고
취(取)는 유(有)에 인연되고
유(有)는 생(生)에 인연되고
생(生)은 노사우비고뇌(老死憂悲苦惱)에 인연되느니라.
무명이 멸하면 곧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면 곧 식이 멸하고
식이 멸하면 곧 명색이 멸하고
명색이 멸하면 곧 육입이 멸하고
육입이 멸하면 곧 촉이 멸하고
촉이 멸하면 곧 수가 멸하고
수가 멸하면 곧 애가 멸하고
애가 멸하면 곧 취가 멸하고
취가 멸하면 곧 유가 멸하고
유가 멸하면 곧 생이 멸하고
생이 멸하면 곧 노사우비고뇌가 멸하느니라.」 하시었다.
부처님께서 천상과 사람과 대중 가운데서 이 법을 설하실 때, 육백만억 나유타의 사람들은 일체 법을 받지 않은 까닭으로 모든 번뇌에서 마음에 해탈을 얻어 모두 깊고도 묘한 선정과 삼명과 육신통을 얻고 팔해탈을 갖추었느니라.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에 법을 설하실 때에도, 천만억 항하사 나유타 중생들이 또한 일체 법을 받지 않은 까닭으로 모든 번뇌에서 마음의 해탈을 얻었으며, 이로부터 이런 뒤에도 모든 성문대중은 한량없고 가이 없어서 수를 가히 헤아리지 못하였느니라.
그 때 열여섯 왕자가 모두 동자로서 출가하여 사미가 되니, 모든 근기가 영리하고 지혜가 밝아 이미 일찍이 백천만억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깨끗한 범행을 닦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여 부처님께 함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이 모든 한량없는 천만억 대덕의 성문들은 모두 이미 성취하였으니, 세존께서는 또한 마땅히 저희들을 위하시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을 설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들이 듣고는 다 함께 닦고 배우오리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여래의 지견과 뜻을 원하옵나니 마음 깊이 생각하는 바를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증득하여 아시리이다.」
그 때 전륜성왕이 거느린 대중 가운데 팔만억 사람이 열여섯 왕자가 출가함을 보고 역시 출가를 구하거늘, 왕이 곧 허락하였느니라.
[10] 그 때 그 부처님께서 사미들의 청을 받으시고 이만 겁을 지나고서야 겨우 사부대중 가운데서 이 대승경을 설하시니, 이름이 묘법연화경이라,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호념하시는 바이니라. 이 경을 설하여 마치시니, 열여섯 사미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하여 모두 함께 받아지니고 읽고 외워서 통달하였느니라. 이 경을 설하실 때 열여섯 보살사미는 모두 다 믿고 받아지녔으며, 성문대중 가운데서도 또한 믿고 이해하는 이가 있었으나, 그 나머지 천만억 종류의 중생은 모두 의혹함을 내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하시기를 팔천 겁 동안 일찍이 쉬거나 그치지 아니하셨느니라. 이 경을 설하시고는 곧 고요한 방에 드시어 팔만 사천 겁을 선정에 머무셨느니라.
이 때 열여섯 보살사미는 부처님께서 방에 드시어 고요히 선정에 드심을 알고, 각각 법좌(法座)에 올라가서 또한 팔만 사천 겁 동안 사부대중을 위하여 널리 묘법연화경을 분별하여 설하니, 하나하나 모두가 육백만억 나유타 항하사 중생들을 제도하여 가르쳐 보이고 이롭고 기쁘게 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게 하였느니라.
대통지승 부처님께서 팔만 사천 겁을 지나고서야 삼매로부터 일어나시어 법좌에 나아가 편안히 앉으시어 널리 대중에게 이르시되, 「이 열여섯 보살사미는 심히 희유하느니라. 모든 근기가 형통하며 영리하고 지혜가 총명하며 이미 한량없는 천만억수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였고, 모든 부처님 계신 곳에서 항상 범행을 닦아 부처님의 지혜를 받아지녀 중생에게 열어 보이며 그 가운데에 들게 하니, 너희들은 모두 마땅히 자주자주 친근하여 이에 공양할지니라. 무슨 까닭이냐 하면, 만약 성문과 벽지불과 또 모든 보살이 능히 이 열여섯 보살이 설한 바 경법을 믿고 받아지니고 헐뜯지 않는 자는, 이 사람은 모두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여래 지혜를 얻을 것이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에게 이르시되, 『이 열여섯 보살은 항상 이 묘법연화경을 설하기를 좋아하여, 하나하나 보살이 교화한 바는 육백만억 나유타 항하사 중생들이라, 세세에 나는 곳마다 보살과 함께하여 그로부터 법을 듣고 모두 다 믿고 이해하나니, 이런 인연으로 사백만억 모든 부처님 세존 만남을 얻되, 지금도 다하지 않았느니라.
[11] 모든 비구여, 내가 지금 너희들에게 말하노라. 그 부처님 제자인 열여섯 사미는 이제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 현재 시방국토에서 법을 설하며, 한량없는 백천만억 보살과 성문이 있어 권속이 됨이니라.
그 두 사미는 동방에서 성불하시니, 첫째 이름은 아촉불(阿閦佛)로서 환희국에 계시고, 둘째 이름은 수미정불(須彌頂佛)이시니라. 동남방의 두 부처님은 첫째 이름은 사자음불(師子音佛)이시고, 둘째 이름은 사자상불(師子相佛)이시며, 남방의 두 부처님은 첫째 이름은 허공주불(虛空住佛)이시고, 둘째 이름은 상멸불(常滅佛)이시니라. 서남방의 두 부처님은 첫째 이름은 제상불(帝相佛)이시고, 둘째 이름은 범상불(梵相佛)이시며, 서방의 두 부처님은 첫째 이름은 아미타불(阿彌陀佛)이시고, 둘째 이름은 도일체세간고뇌불(度一切世間苦惱佛)이시니라. 서북방의 두 부처님은 첫째 이름은 다마라발전단향신통불(多摩羅跋栴檀香神通佛)이시고, 둘째 이름은 수미상불(須彌相佛)이시며, 북방의 두 부처님은 첫째 이름은 운자재불(雲自在佛)이시고, 둘째 이름은 운자재왕불(雲自在王佛)이시니라. 동북방의 부처님의 이름은 괴일체세간포외불(壞一切世間怖畏佛)이시고, 제 십육은 나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이니, 사바국토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느니라.
모든 비구여, 우리들이 사미로 있을 적에 각각 한량없는 백천만억 항하사 중생들을 교화하였느니라. 나를 따라 법을 들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함이니, 이 모든 중생들로서 지금까지 성문지에 머물러 있는 자는, 내가 항상 아뇩다라삼먁삼보리로써 교화하나니, 이 모든 사람들은 응당 이 법으로 점점 불도에 드느니라. 왜냐하면, 여래의 지혜는 믿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니라.
그 때 교화한 한량없는 항하사 중생들이란, 너희들 모든 비구와 또 내가 멸도한 뒤에 미래 세상 가운데 성문 제자가 바로 이들이니라. 내가 멸도한 뒤에 다시 어떤 제자가 이 경을 듣지 못하고 보살의 행할 바를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여, 스스로 얻은 공덕으로 멸도하였다는 생각을 내어 마땅히 열반에 든다 하나, 내가 다른 국토에서 성불하여 다시 다른 이름이 있으리니, 이 사람이 비록 멸도하였다는 생각을 내어 열반에 들었다 하나, 그 나라에서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여 이 경을 얻어들으리라. 오직 불승으로써 멸도를 얻을 것이고, 다시 다른 승은 없나니, 모든 여래께서 방편으로 설하시는 법은 제외하느니라.
모든 비구여, 만약 여래가 스스로 열반할 때에 이르러 대중도 또 청정하여 믿고 이해하는 것이 견고하며 공한 법을 통달하여 선정에 깊이 든 것을 알면, 곧 모든 보살과 또 성문대중을 모아서 이 경을 설하느니라. 세간에서 이승으로 멸도를 얻음은 있을 수 없고 오직 일불승(一佛乘)으로만 멸도를 얻을 뿐이니라.
[12] 비구여, 마땅히 알지니라. 여래는 방편으로 중생의 성품에 깊이 들어가서, 그 뜻이 소승법을 좋아하여 다섯 가지 욕심에 깊이 탐착함을 알므로 이들을 위하는고로 열반을 설하나니, 이 사람이 만약 들으면 곧 믿어 받느니라.
비유하면, 오백 유순이나 되는 험난하고 나쁜 길에 인적은 끊어져 겁나고 두려운 곳을, 혹은 어떤 많은 대중이 이 길을 지나 진귀한 보물이 있는 곳에 이르고자 하였느니라.
한 인도하는 스승이 있었는데, 총명한 지혜로 밝게 통달하여 험난한 길의 통하고 막힌 모양을 잘 알아서 여러 사람들을 거느리고 이 험난한 곳을 통과하고자 하였느니라. 거느린 바 많은 사람들이 중도에서 게으름과 물러갈 마음이 생겨 인도하는 스승에게 아뢰어 말하기를, 「저희들은 극도로 피로하고 겁나고 두려워서 능히 다시 나아갈 수 없나이다. 앞길은 아직도 머나니, 이제 되돌아갈까 하나이다.」 인도하는 스승은 여러가지 방편이 많으므로 이런 생각을 하되, 「이들은 가히 불쌍하구나. 어찌하여 큰 진귀한 보물을 버리고 되돌아가려고 하는가.」 이러한 생각을 하고는 방편의 힘으로써 험난한 길에서 삼백 유순을 지나 한 성(城)을 화작(化作)하여 놓고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은 두려워하지 말고 되돌아가려 하지 말라. 지금 이 큰 성중에 머물러 가히 뜻에 따라 할 수 있으니, 만약 이 성에 들어가면 쾌히 편안함을 얻고, 만약 능히 앞의 보물이 있는 곳에 가고자 하면 또한 바로 갈 수 있느니라.」
이 때 피로가 극한 대중들은 마음이 크게 환희하여 일찍이 없던 일이라 찬탄하되, 「저희들이 이제 이 나쁜 길을 벗어나서 쾌히 편안함을 얻었노라.」 하였느니라. 이리하여 여러 사람들이 앞에 화작한 성에 들어가서 이미 지나왔다는 생각을 내고 편안하다는 생각을 내었느니라.
그 때 인도하는 스승은 이 사람들이 이미 휴식을 얻어 다시 피로함이 없는 것을 알고는, 곧 화작한 성을 없애버리고 여러 사람들에게 말을 하되, 「너희들은 앞으로 나아가라. 보물은 가까운 곳에 있노라. 앞에 있던 큰 성은 내가 변화로 만든 것이니, 잠시 쉬게 하기 위한 것이었느니라.」
[13] 모든 비구여, 여래도 또한 이와 같아서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크게 인도하는 스승이 되나니, 모든 나고 죽는 것과 번뇌의 악한 길이 험난하고 멀고도 멀지마는 응당 가야 하고 응당 건너야 할 것임을 아느니라. 만약 중생이 다만 일불승만 듣는다면, 곧 부처님을 뵈오려고 하지 않고 친근하려고 하지도 아니하고 오로지 이런 생각을 하되, 「불도는 멀고 멀어서 오래도록 부지런히 고행을 닦아야만 가히 성취할 수 있으리라.」 하리라.
부처님은 이 마음이 겁약하고 용렬함을 아시고, 방편의 힘으로써 길 중도에서 쉬게 하기 위한 까닭으로 두 가지 열반을 설하시나니, 만약 중생이 두 지위에 머무르면 여래는 그 때 곧 그들을 위하여 설하느니라.
「너희들은 할 바를 아직 다하지 못하였노라. 너희가 머문 지위는 부처님의 지혜에 가까우나, 마땅히 관찰하고 셈하여 헤아릴지니라. 얻은 바의 열반은 진실한 것이 아니니라. 다만 이것은 여래가 방편의 힘으로 일불승을 분별하여 삼승으로 설한 것이니라.」
저 인도하는 스승이 머물러 쉬게 하려고 큰 성을 화작하였다가 이미 쉰 줄을 알고는 이에 일러 말을 하되, 「보물은 가까운 곳에 있노라. 이 성은 진실이 아니고 내가 변화로 만든 것뿐이니라.」 함과 같으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대통지승 부처님께서 십 겁을 도량에 앉아 계셨으되,
불법이 앞에 나타나지 않아 불도의 이룸을 얻지 못하시니,
모든 하늘과 신과 용왕과 아수라의 무리들이
항상 하늘꽃을 비오듯 내려 저 부처님께 공양하며
모든 하늘이 하늘북을 치고 아울러 온갖 기악을 지으며,
향기로운 바람이 시든 꽃을 불어가고
다시 새롭고 좋은 꽃비를 내리며,
십 소겁을 지내고는 비로소 불도 이룸을 얻으셨나니,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이
마음에 모두 기뻐 뛰고 뛸 듯함을 품었노라.
그 부처님의 열여섯 아들은 모두 그 권속들의
천만억에 둘러싸여 부처님 처소에 함께 가서는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법륜을 굴리시기를 청하되,
거룩하신 사자께서 법비를 내리사
저희와 일체에 가득하게 하시옵소서.
세존 만나 뵙기가 심히 어렵나이다.
멀고 오랜 세월에 한 번 나타나시니,
뭇 중생의 깨달음을 깨우쳐 주시려고 일체를 진동하시나이다.
[14]동방의 모든 세계 오백만억 나라의
범천 궁전에 광명이 비치니 옛적에 일찍이 없었던 바라,
모든 범천이 이 상서를 보고 부처님 계신 곳에 찾아가서
하늘꽃을 흩어 공양하고 아울러 궁전을 받들어 올리며
부처님께 법륜 굴리시기를 청하고 게송으로 찬탄하나,
부처님께서는 때가 이르지 않음을 아시고
청을 받으시고 묵묵히 앉아 계심이라.
남서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과 하방 또한 다시 그러하니
꽃을 흩고 궁전을 받들어 올리며
부처님께 법륜 굴리시기를 청하되,
세존은 만나 뵙기 심히 어렵나니 원하옵건대, 본래의 자비하신
감로의 문을 널리 여시어 위없는 법륜을 굴리시옵소서.
한량없는 지혜의 세존께서 저 여러 사람들의 청을 받으시고,
사제(四諦)와 십이인연과 가지가지 법을 설하시되,
무명에서 노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생(生)을 인연으로 하여 있음이니,
이와 같은 온갖 허물을 너희들은 마땅히 알지니라.
이 법을 널리 설하실 때 육백만억 나유타 중생이
모든 괴로움을 다 여의고 모두 아라한을 이루었으며,
두 번째 설법하실 때도 천만 항하사의 중생이
모든 법을 받지 아니하고 또한 아라한을 얻었으며,
이로부터 뒤에 도를 얻은 이도 그 수가 한량없으니,
만억겁 동안 셈하여도 그 끝을 능히 얻지 못하리라.
이 때 열여섯 왕자는 출가하여 사미가 되어
다 함께 저 부처님께 청을 하되, 대승법을 연설하시옵소서.
저희들과 따르는 시중들이 모두 마땅히 불도를 이루어
세존과 같은 제일 맑은 지혜의 눈(慧眼)을 얻기 원하옵나이다.
부처님께서 동자들의 마음과 지난 세상에 행한 바를 아시고
한량없는 인연과 가지가지 모든 비유로써
여섯 가지 바라밀과 또 모든 신통의 일을 설하시어
보살의 행할 도와 진실한 법을 분별하시어,
이 법화경의 항하사 같은 게송을 설하셨느니라.
그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시고는 고요한 방에서 선정에 드시어
일심으로 한 곳에 앉으시기를 팔만 사천 겁이거늘,
이 모든 사미들이 부처님께서 선정에 드신 줄 알고
한량없는 중생을 위하여 부처님의 위없는 지혜를 설하였노라.
각각 법좌에 앉아 이 대승경을 설하였으며
부처님께서 편안히 열반하신 뒤에도
법을 선양(宣揚)하고 도와 교화하여
하나하나 사미들이 제도한 바 모든 중생이
육백만억 항하사의 무리들이 있었느니라.
[15]그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이 법을 들은 모든 자는
간 곳마다 모든 부처님 국토에서
항상 스승과 더불어 함께 났느니라.
이 열여섯 사미는 불도를 행함을 구족하여
지금 시방에 나타나 있으면서 각각 정각을 이루었고,
그 때 법을 들은 자도 각각 모든 부처님 처소에 있느니라.
그 성문에 머물고 있는 이는 점점 불도로써 가르치노라.
나도 열여섯 왕자로 있으면서
일찍이 또한 너희를 위하여 설하였노라.
이런 까닭으로 방편을 써서
너희를 부처님 지혜로 인도하느니라.
이런 본래의 인연으로 지금 법화경을 설하여
너희로 하여금 불도에 들게 하니
삼가 놀라고 두려워하지 말지니라.
비유하면, 험난하고 나쁜 길에
멀고 인적이 끊어져 독한 짐승이 많고
또 다시 물과 풀이 없으며 사람이 두렵고 겁나는 곳을
수없는 천만의 무리가 이 험난한 길을 지나고자 하는데,
그 길은 심히 멀고멀어 오백 유순을 지나느니라.
이 때 한 인도하는 스승이 있었으니, 지혜가 있어 분명히 알고
밝게 깨달아 마음이 견고하여 위험한 데서 많은 어려움 건지나,
여러 사람들은 모두 피로해 지쳐서
인도하는 스승에게 말하기를,
저희들은 이제 지쳐서 여기서 되돌아갈까 하나이다.
인도하는 스승은 이런 생각을 하되,
이 무리는 심히 불쌍하도다.
어찌하여 되돌아가고자 하여
크고도 진귀한 보물을 잃으려 하는가.
이 때 방편을 찾아 생각하되, 마땅히 신통력을 베푸리라.
큰 성곽을 조화로 만들어 모든 저택을 장엄하게 꾸미고
주위는 수풀동산이 둘러있고 흐르는 개천과 목욕하는 연못과
첩첩된 문이며 높은 누각에 남녀가 모두 가득차게 하였느니라.
곧 이렇게 조화로 만들고는 무리를 위로해 말하되 두려워 말라.
너희들이 이 성에 들어가면 각각 가히 즐거워할 것이니라.
모든 사람들은 이미 성에 들어가 마음이 모두 크게 환희하여
모두 편안한 생각을 내고 스스로 이미 건너왔다고 생각하였노라.
인도하는 스승은 잘 쉰 줄 알고 대중을 모아 일러 말하되,
너희들은 앞으로 나아갈지니 이것은 화작한 성일 뿐이니라.
내가 너희를 보니 극히 피로하여 중도에서 되돌아가려 하기에
그러므로 방편의 힘으로써 편의상 조화로 이 성을 만들었노라.
너희들은 이제 부지런히 정진하여
응당 함께 보물 있는 곳에 이를지니라.
[16]나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일체를 인도하는 스승이 되어
모든 도를 구하는 자를 보니 중도에서 지치고 게을러서
생사 번뇌의 모든 험난한 길에서 능히 건너지 못하므로
그러므로 방편의 힘으로써 쉬게 하려고 열반을 설하고,
너희들은 괴로움을 멸하였고 할 일을 이미 다했다고 말하되,
이미 열반에 이르러서 모두 아라한을 얻은 줄 알기에
그리하여 이렇게 대중을 모아서 진실한 법을 설하느니라.
모든 부처님은 방편의 힘으로 삼승을 분별해 설하시지만,
오직 일불승만 있나니, 쉬게 하는 처소로 이승을 설하시노라.
이제 너희들을 위해 진실을 설하노니
너희가 얻은 것은 멸도가 아니니라.
부처님의 일체종지를 얻기 위하여
마땅히 크게 정진을 일으킬지니라.
너희는 일체종지와 열 가지 힘 등 불법을 증지하여
삼십이 상을 갖추어야만 이것이 진실한 멸도이니라.
모든 부처님 도사께서 쉬게 하려고 열반을 설하시고,
이미 쉰 줄을 아시고는 부처님 지혜에 인도하여 들게 하시노라.
화성유품 끝
묘법연화경 제 사권
妙法蓮華經 第 四卷
묘법연화경 제 팔 오백제자수기품
妙法蓮華經 第 八 五百弟子 授記品
[1] 그 때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는 부처님으로부터 이 지혜의 방편으로 마땅함을 따라 법을 설하심을 들었으며, 또 모든 큰 제자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 주심을 듣고, 다시 지난 세상의 인연의 일을 들었으며, 다시 모든 부처님께서 크게 자재하신 신통의 힘이 있으심을 듣고, 미증유를 얻어 마음이 깨끗하여 뛰고 뛸 듯이 하며,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 이르러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 쪽에 머물러서 존안(尊顔)을 우러러 뵈옵고, 눈을 잠깐도 팔지 아니하고 이렇게 생각을 하되, 「세존께서는 심히 기이하시고 특별하시어 하시는 바는 희유하시니, 세간의 여러가지 성품을 따르고 좇아서 방편의 지견으로써 법을 설하시어 중생이 곳곳마다 탐착하는 것을 빼내주시니, 저희들은 부처님의 공덕을 말로써 능히 펴지 못하겠나이다. 오직 부처님 세존만이 저희들의 마음속 깊은 본래 소원을 아시오리다.」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에게 이르시되, 『너희들은 이 부루나-미다라니자를 보느냐. 않느냐. 내가 항상 그를 일러 설법하는 사람 가운데서 가장 제일이라고 칭찬하였으며, 또한 그의 가지가지 공덕을 항상 찬탄하였느니라. 부지런히 정진하여 나의 법을 수호하여 지니며 도와서 펴되, 능히 사부대중에게 이롭고 기쁜 것을 가르쳐 보이고, 부처님의 바른 법을 구족하게 해석하여 같이 범행을 하는 자에게 크게 이익되게 하였느니라. 여래를 제외하고는 능히 그의 언론의 변재(辯才)를 당할 수 없느니라.
너희들은 부루나가 다만 나의 법만을 능히 수호하여 지니며 도와서 편다고 생각하지 말지니라. 또한 지난 예전에 구십억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도 부처님의 정법을 수호하고 지니며 도와서 폈으되, 그 법을 설하는 사람 중에서도 또한 가장 제일이었으며, 또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 공한 법을 밝게 깨달아 통달하였으며, 네 가지 걸림없는 지혜(四無礙智)를 얻어서 항상 자세히 살펴서 청정한 법을 설하되, 의심과 미혹됨이 없으며, 보살의 신통한 힘을 구족하여 그 수명을 따라 항상 범행을 닦으니, 그 부처님의 세상 사람이 모두 다 이르기를, 진실한 성문이라 하였느니라. 그러나 부루나는 이러한 방편으로 한량없는 백천 중생에게 이익되게 하였으며, 또 한량없는 아승지 사람들을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세우게 하였나니,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하게 하기 위한 까닭으로 항상 불사를 하여 중생을 교화하였느니라.
[2] 모든 비구여, 부루나는 또한 일곱 부처님의 법을 설하는 사람 중에서도 제일을 얻었으며, 지금 나의 처소에서 법을 설하는 사람 중에서도 또한 제일이며, 현겁(賢劫)중의 당래 모든 부처님의 법을 설하는 사람 중에서도 또한 다시 제일이며, 그리고 부처님 법을 모두 수호하여 지니며 도와서 펼 것이니라. 또한 미래에도 한량없고 가이 없는 모든 부처님의 법을 수호하고 지니며 도와서 펴고,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여 이익되게 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세우도록 하며, 부처님의 국토를 청정하게 하기 위하여 항상 부지런히 정진하며 중생을 교화하여 점점 보살도를 구족하고 한량없는 아승지 겁을 지나 마땅히 이 국토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니, 이름은 법명(法明)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니라.
그 부처님께서는 항하사와 같은 삼천대천세계를 한 부처님의 국토로 하시되, 칠보로 땅이 되고 땅은 평탄하여 손바닥과 같고 산 능선과 계곡과 시내와 구덩이가 없으며, 칠보로 된 누각이 그 가운데 가득차고, 모든 하늘궁전이 허공 가까이 있어서 사람과 하늘이 서로 사귀되 양쪽에서 서로 볼 수 있으며, 모든 악도가 없고, 또한 여인이 없으며, 일체 중생은 모두 화생(化生)함으로써 음욕이 없으며, 큰 신통을 얻어 몸에서는 광명이 나오고 날아다니기를 마음대로 하며 뜻과 생각이 견고하여 정진하며 지혜롭고 널리 모두 금빛이며 서른두 가지 상으로 이에 스스로 장엄하느니라. 그 나라 중생은 항상 두 가지 음식을 먹나니, 하나는 법을 기뻐하는 법희식(法喜食)이요, 둘은 선정을 즐겨하는 선열식(禪悅食)이니라.
한량없는 아승지 천만억 나유타의 모든 보살대중이 있으되, 큰 신통과 네 가지 걸림없는 지혜를 얻어서 능히 중생들을 잘 교화하며, 그 성문대중도 산수로 계산하여도 능히 알지 못할 것이며, 모두 여섯 가지 신통과 삼명과 팔해탈을 구족하여 얻느니라.
그 부처님의 국토에는 이와 같은 것들의 한량없는 공덕이 있어 장엄하여 성취하리니, 겁의 이름은 보명(寶明)이요, 나라의 이름은 선정(善淨)이며, 그 부처님의 수명은 한량없는 아승지 겁이니라. 법은 심히 오래 머무르고,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칠보로 된 탑을 세워서 그 나라를 두루 채우리라.』
[3]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모든 비구여, 자세히 들을지니라. 불자가 행하는 바의 도는
방편을 잘 배운 까닭으로 생각하거나 의논할 수 없느니라.
대중이 작은 법을 즐기며 큰 지혜를 두려워함을 알고,
이런 까닭으로 모든 보살들이 성문이나 연각이 되어
수없는 방편으로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되,
스스로 성문이라 말하고 불도에 가기 심히 멀다 하며,
무량 중생 제도하고 해탈케 하여 모두 다 성취하게 함이니,
비록 욕망이 적고 게으를지라도
점점 마땅히 부처를 이루게 하느니라.
안으로 은밀히 보살행을 하고 밖으로 성문인 양 드러내어
욕망이 적고 생사를 싫어하나, 실은 불국토를 깨끗이 함이니라.
중생에게 삼독이 있음을 보이고
또 삿된 견해의 모습 나타내느니라.
나의 제자는 이와 같이 방편으로 중생을 제도하나니,
만약 내가 갖가지 교화한 일을 나타내어 구족하여 말한다면,
중생은 이것을 듣고는 마음에 곧 의혹함을 품으리라.
지금 이 부루나는 옛적에 천억 부처님에게서
도를 행하고 부지런히 닦아
모든 부처님 법을 펴고 수호하였으며,
위없는 지혜를 구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큰 제자로 있으면서 많이 들어 지혜가 있고
설법함에 두려울 바가 없고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환희케 하되,
일찍이 피로와 권태로움이 없어 부처님 일을 도움으로
이미 큰 신통을 건너 네 가지 걸림없는 지혜를 갖추어
모든 근기의 영리하고 둔함을 알고,
항상 청정한 법을 설하였느니라.
이와 같은 뜻을 널리 펴서 모든 천억 중생을 가르쳐
대승법에 머무르게 하여 스스로 불국토를 깨끗하게 하였노라.
미래에도 또한 한량없고 수없는 부처님께 공양하며,
정법을 수호하며 도와서 펴고
또한 스스로 불국토를 깨끗하게 하며,
항상 모든 방편으로 두려움 없이 법을 설하되
계산도 못할 중생을 제도하여 일체종지를 성취케 하느니라.
모든 여래께 공양하고 법보장(法寶藏)을 수호하여 지니고,
그 뒤에 성불하리니 이름은 법명(法明)이며
그 나라 이름은 선정(善淨)이니, 칠보로 합하여 이루어졌고
겁의 이름은 보명(寶明)이니라. 보살대중이 심히 많아
그 수는 한량없는 억이니 모두 큰 신통을 건넜으며,
위엄과 덕의 힘을 구족하여 그 국토에 가득차리라.
성문도 또한 수없으니 삼명(三明)과 팔해탈과
네 가지 걸림없는 지혜를 얻은 이런 이들이 승려가 되느니라.
그 나라의 모든 중생은 음욕이 이미 모두 끊어져
순일하게 변화로 태어나고 상호를 갖추어 몸을 장엄하며
법희식과 선열식을 먹고 다시 다른 음식은 생각조차 없으며,
모든 여인은 있을 수 없고 또한 모든 악도가 없느니라.
부루나 비구는 공덕을 다 가득히 성취하여
마땅히 이러한 깨끗한 국토를 얻나니,
현성(賢聖)의 대중이 매우 많으리라.
이와 같이 한량없는 일을 내가 이제 다만 간략하게 설하였노라.
[4] 그 때 천이백 아라한의 마음이 자재로운 이가 이런 생각을 하되, 「우리들은 환희하며 일찍이 없던 일을 얻었으나, 만약 세존께서 다른 큰 제자와 같이 각각 수기 주심을 보이신다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
부처님께서 이들의 마음에 생각하는 바를 아시고 마하가섭에게 이르시되, 『이 천이백 아라한에게 내가 지금 마땅히 현전(現前)에서 차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리라. 이 대중 가운데 나의 큰 제자인 교진여(憍陳如) 비구는 마땅히 육만 이천억 부처님께 공양한 연후에 성불하리니, 이름은 보명(普明)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니라. 그 오백 아라한인 우루빈나가섭 가야가섭 나제가섭 가유타이 우타이 아누루다 이바다 겁빈나 박구라 주타 사가타 등도 모두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니, 다 같이 한가지 이름인 보명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교진여 비구는 마땅히 한량없는 부처님을 뵈옵고
아승지 겁을 지나서 등정각(等正覺)을 이루리라.
항상 큰 광명을 놓고 모든 신통을 구족하여
이름이 시방에 두루 들리어 일체가 공경하는 바가 되며,
항상 위없는 도를 설하리니, 그러므로 이름을 보명이라 하리라.
그 나라의 땅은 청정하고 보살이 모두 용맹하여
미묘한 누각에 함께 올라 모든 시방국토에 노닐며
위없는 공양거리로 모든 부처님께 받들어 올리며,
이렇게 공양하고는 크게 환희하는 마음을 품고
잠깐 동안에 본국에 돌아오는 이와 같은 신통력이 있으리라.
부처님의 수명은 육만 겁이고 정법이 머무름은 수명의 배이며
상법은 다시 정법의 갑절이니라.
법이 멸하면 천인이 근심하리니,
그 오백 비구가 차례차례 마땅히 부처님 되어,
같은 이름으로 보명이니라. 돌아가며 차례로 수기하노니,
내가 멸도한 뒤에는 아무가 마땅히 부처님 되어
그 교화하는 세상은 또한 오늘날 나와 같으니라.
국토의 깨끗한 장엄과 또 모든 신통력과
보살과 성문대중과 정법과 또 상법과
수명의 겁이 많고 적음도 모두 위에서 말한 바와 같으니라.
가섭이여, 너는 이미 오백의 자재한 이를 알거니와
나머지 모든 성문대중도 또한 마땅히 다시 이와 같음이니,
그들이 이 모임에 있지 않거든
네가 마땅히 그를 위하여 설하여 줄지니라.
[5] 그 때 오백 아라한이 부처님 앞에서 수기를 받고는 뛰고 뛸 듯이 기뻐하며 곧 자리로부터 일어나 부처님 앞에 이르러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허물을 뉘우쳐 스스로 책망하되,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항상 이런 생각을 하였으되, 스스로 이미 구경열반을 얻었다고 생각하였사오나, 이제야 겨우 알았사오니, 지혜없는 자와 같나이다. 까닭은 무엇인가 하오면, 저희들도 응당 여래의 지혜를 얻을 수 있었으나, 그러나 스스로 작은 지혜로 만족하게 여겼나이다.
세존이시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친한 친구 집에 갔다가 술에 취하여 자는데, 이 때 친한 친구는 관청일로 집을 떠나면서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배구슬을 그의 옷 속에 매어 주고 갔나이다. 그 사람은 술에 취해 누워서 도무지 깨달아 알지 못하고 일어나서는, 다른 나라에까지 두루 다니면서 의식(衣食)을 위하여 부지런히 힘써 구했으나, 매우 가난하고 어려워서 만약 조그마한 소득이 있어도 만족하게 여겼나이다. 뒤에 친한 친구가 우연히 만나서 이를 보고 이런 말을 하되, 「애닯다. 졸장부야, 어찌 의식을 위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느냐. 내가 옛적에 너로 하여금 편안하고 즐거움을 얻고 다섯 가지 욕락을 스스로 즐기도록 하고자 하여, 아무해 달 날에 값을 헤아릴 수 없는 보배구슬을 너의 옷 속에 매어 두지 않았던가. 지금도 그대로 있는데 그러나 너는 알지 못하고 애쓰고 고생하며 근심 걱정하면서 스스로 생활을 구하니, 심히 어리석도다. 너는 지금 가히 이 보배로써 필요한 것을 바꾸어 항상 뜻과 같이 하면은 옹색함이 없으리라.」 하였나이다.
부처님께서도 또한 이와 같으시어 보살로 계셨을 때 저희들을 교화하시어 일체종지의 마음을 일으키게 하셨사오나, 그러나 잊어버리고 알지도 깨닫지도 못하고 이미 아라한 도를 얻어 스스로 멸도했다고 생각하고, 재물이 생기는 것이 어렵고 어려워 적은 것을 얻고도 만족하게 여겼으나, 일체종지를 원함은 오히려 잃지 않고 있사옵니다.
지금 세존께서 저희들을 깨닫게 하시려고 이와 같은 말씀을 하시되, 「모든 비구여, 너희들이 얻은 바는 궁극의 열반이 아니니라. 내가 오랫동안 너희로 하여금 부처님의 선근을 심게 하려고 방편으로 열반의 상(相)을 보였거늘, 그러나 너희는 진실한 멸도를 얻었다고 생각하였느니라.」 하셨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이제서야 참된 보살이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 받았음을 알고 이러한 인연으로 심히 크게 환희하여 전에 없던 일을 얻었나이다.』
[6] 그 때 아야교진여 등이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씀하되,
저희들이 위없이 편안한 수기 주시는 음성 듣자옵고,
일찍이 없던 일이라 환희하며
무량 지혜의 부처님께 예배하나이다.
지금 세존 앞에서 스스로 지난 모든 허물을 뉘우치나이다.
한량없는 부처님의 보배에서 적은 열반의 몫을 얻고는
지혜없는 어리석은 사람같이 스스로 만족하게 여겼나이다.
비유하면, 빈궁한 사람이 친한 친구 집에 갔는데,
그 집은 매우 큰 부자라 여러가지 음식 갖추어 대접하고,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배구슬을 옷 속에 매어 주고는
묵묵히 볼일 보러 떠나갔는데,
잠들어 깨달아 알지 못하였나이다.
이 사람이 조금 뒤 일어나서 다른 나라에까지 돌아다니면서
의식을 구하여 스스로 생활하나,
재물생김이 심히 어렵고 어려워
적은 것을 얻고도 만족해 하고 다시 좋은 것을 원하지 않았으며,
옷 속에 값도 모를 보배구슬 매여 있는 줄 깨닫지 못했나이다.
구슬을 준 친한 친구 그 뒤에 이 가난한 사람을 보고
몹시 책망하여 꾸짖고는 옷 속에 구슬을 보여 주니,
가난한 사람이 구슬을 보고 그 마음 크게 환희하며
모든 재물이 넉넉하여져서 오욕락을 스스로 누렸나이다.
저희들도 또한 이와 같아서 세존께서 긴 세월에
항상 불쌍히 보시옵고 교화하시어 위없는 원을 심게 하셨으나,
저희들이 지혜가 없는고로 깨닫지 못하고 또한 알지 못하여,
적은 열반의 몫을 얻고는 자족하여 다른 것 구하지 않았나이다.
이제 부처님께서 저희를 깨닫게 하시어
진실한 멸도 아님을 말씀하시고
부처님의 위없는 지혜를 얻어야
이에 진실한 열반이라 하셨나이다.
저희는 지금 부처님으로부터 수기 주시는 장엄한 일과
차례로 수기하리라 결정하심을 듣고
몸과 마음에 기쁨이 두루하나이다.
오백제자 수기품 끝
묘법연화경 제 구 수학무학인기품
妙法蓮華經 第 九 授學無學人記品
[1] 그 때 아난과 라후라는 이런 생각을 하되, 「우리들이 매양 스스로 깊이 생각하기를, 가령 수기를 얻으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하고 곧 자리로부터 일어나 부처님 앞에 이르러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함께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여기에 또한 응당 분수가 있사오리다. 오직 여래만이 저희들이 귀의할 바이옵니다. 또 저희들은 일체 세간의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가 보고 아는 바이며, 아난은 항상 시자가 되어 법장(法藏)을 수호하여 가지며, 라후라는 바로 부처님의 아들이오니, 만약 부처님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 주시는 것을 보이신다면, 저희의 소원이 이미 차고 대중의 소망도 또한 만족하오리다.』
그 때 배우는 이와 배울 것이 없는 성문제자 이천 사람이 모두 자리로부터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부처님 앞에 이르러 일심으로 합장하고 세존을 우러러 뵈오며, 아난과 라후라의 원하는 바와 같이 하고 한쪽에 머물러 서 있었다.
그 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시되, 『너는 오는 세상에 마땅히 성불하리니, 명호는 산해혜자재통왕(山海慧自在通王)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라 하리라. 마땅히 육십이억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법장을 수호하여 가진 연후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며, 이십천만억 항하사의 모든 보살을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게 하리라. 나라의 이름은 상립승번(常立勝幡)이며, 그 국토는 청정하여 유리로 땅이 되고, 겁의 이름은 묘음편만(妙音徧滿)이니라. 그 부처님의 수명은 한량없는 천만억 아승지 겁이니라. 만약 사람이 천만억 한량없는 아승지 겁 동안 산수로 계산하여도 능히 알지 못하리라. 정법이 세상에 머무름은 수명의 배이고, 상법이 세상에 머무름은 다시 정법의 배이니라. 아난아, 이 산해혜자재통왕 부처님은 시방의 한량없는 천만억 항하사 등의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함께 찬탄하시는 바가 되며 그 공덕을 칭찬하시리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내가 지금 승려 가운데서 설하노니, 아난은 법을 가진 자이니,
마땅히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그런 뒤에 정각을 이루리라.
이름은 산해혜자재통왕 부처님이니라.
그 국토는 청정하며 이름은 상립승번이요,
모든 보살을 교화하여 그 수는 항하 모래와 같으리라.
부처님은 큰 위덕이 있어 이름이 시방에 가득히 들리며,
수명은 한량없으리니 중생을 가엾이 여긴 까닭이니라.
정법은 수명의 배이고 상법은 다시 정법의 배이며,
항하의 모래와 같은 수없는 모든 중생이
이 부처님의 법 가운데서 불도의 인연을 심으리라.
그 때 모임 가운데 새로 발심한 보살 팔천인이 다 이런 생각을 하되, 「저희들은 모든 큰 보살들도 이와 같은 수기를 받는 것을 오히려 듣지 못하였는데, 어떤 인연이 있어서 모든 성문들이 이와 같은 결정을 얻는가.」
[2]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보살들이 마음에 생각하는 바를 아시고 이에 이르시되, 『모든 선남자여, 내가 아난과 더불어 공왕(空王) 부처님 계신 곳에서 같은 때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켰건마는, 아난은 항상 많이 듣기를 좋아하고 나는 항상 부지런히 정진하였느니라. 이런 까닭으로 나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으나, 그러나 아난은 나의 법을 수호하여 가지고 또한 장래의 모든 부처님의 법장을 수호하고 모든 보살대중을 교화하여 성취케 하리니, 그 본래의 소원이 이와 같으므로 이 수기를 얻었느니라.』
아난이 부처님 앞에서 자신의 수기 하심과 또 국토의 장엄함을 듣고, 소원이 만족하여 마음이 크게 환희하여 미증유함을 얻고, 곧 이 때 지난 예전의 한량없는 천만억의 모든 부처님의 법장을 기억하고 생각함이 걸림없이 통달하여 지금 듣는 바와 같으며 또한 본래 소원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때 아난이 게송으로 말씀하되,
세존께서 매우 희유하시어 저로 하여금 지난 예전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 법을 생각케 하시되, 오늘 듣는 바와 같이 하시니
저는 지금 다시 의심이 없어 불도에 편안히 머물렀건만,
방편으로 시자가 되어 모든 불법을 수호하여 가졌나이다.
그 때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이르시되, 『너는 오는 세상에서 마땅히 성불하리니, 명호는 도칠보화(蹈七寶華)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라 하리라. 마땅히 십 세계 미진수와 같은 모든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며, 항상 모든 부처님의 맏아들이 될 것이며, 마치 지금과 같으리라. 이 도칠보화 부처님의 국토장엄과 수명의 겁수와 교화할 제자와 정법과 상법이 또한 산해혜자재통왕여래와 같아서 다름이 없으며, 또한 이 부처님의 맏아들이 되리라. 이렇게 이미 지낸 뒤에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내가 태자이었을 때 라후라는 맏아들이 되었더니,
내가 이제 불도를 이루니 법을 받는 법자(法子)가 되었네.
미래 세상 가운데서 한량없는 억의 부처님 뵈옵고,
모두 그의 맏아들이 되어 일심으로 불도를 구하리니,
라후라의 은밀한 행은 오직 나만이 능히 아느니라.
현재 나의 맏아들이 되어 모든 중생에게 보이나니,
한량없는 억천만의 공덕을 가히 셀 수 없으며
부처님 법에 편안히 머물러 위없는 도를 구하느니라.
[3] 그 때 세존께서 배우는 이와 배울 것이 없는 이천 사람을 보시니, 그 뜻이 부드럽고 고요하고 청정하여 일심으로 부처님을 관(觀)하고 있는지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시되, 『너는 이 배우는 이와 배울 것이 없는 이천 사람을 보느냐. 않느냐.』
『예 그러하나이다. 이미 보았나이다.』
『아난아, 이 모든 사람들이 마땅히 오십 세계 미진수의 모든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법장을 수호하여 가지며, 그런 뒤에 같은 때에 시방세계에서 각각 성불하리니, 모두 한가지 명호로 이름은 보상(寶相)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니라. 수명은 일 겁이고, 국토의 장엄과 성문과 보살과 정법과 상법이 모두 다 같으리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지금 내 앞에 머물러 있는 이 이천 성문에게
모두 다 수기 주리니 미래에 마땅히 성불하리라.
공양할 바의 모든 부처님은 위에서 설한 미진수와 같으며,
그 법장을 수호하여 가진 뒤에 마땅히 정각을 이루리라.
각각 시방국토에서 다 같이 한가지 이름이니,
같은 때에 도량에 앉아서 위없는 지혜를 증득하리라.
모두 이름을 보상이라 하며 국토와 또 제자와
정법과 더불어 상법이 다 같아서 다름이 없으리라.
모두 다 모든 신통으로 시방의 중생을 제도하여
이름이 널리 두루 들리고 점점 열반에 들리라.
그 때 배우는 이와 배울 것이 없는 이천 사람이 부처님께서 수기 주심을 듣고 뛰고 뛸 듯이 환희하며 게송으로 말씀하되,
세존은 지혜의 밝은 등불이시라,
저희는 수기 주시는 음성을 듣고
마음에 환희함이 가득차서
감로로 적셔 주심과 같나이다.
수학무학인기품 끝
묘법연화경 제 십 법사품
妙法蓮華經 第 十 法師品
[1] 그 때 세존께서 약왕보살로 인하여 팔만 대사(大士)에게 이르시되, 『약왕이여, 너는 이 대중 가운데서 한량없는 모든 하늘 용왕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와 사람과 더불어 사람 아닌 것과 또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로 성문을 구하는 자와 벽지불을 구하는 자와 불도를 구하는 자를 보느냐. 이와 같은 무리들이 다 부처님 앞에서 묘법연화경의 한 게송이나 한 구절을 듣고 이에 한 생각으로 따라서 기뻐함에 이르는 자에게는 내가 모두 수기를 주노니,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부처님께서 약왕에게 이르시되, 『또 여래가 멸도한 뒤에 만약 어떤 사람이 묘법연화경의 한 게송이나 한 구절을 듣고 한 생각으로 따라서 기뻐함에 이르는 자에게 내가 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리라. 만약 다시 어떤 사람이 묘법연화경의 한 게송에 이를지라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며 해설하고 베껴쓰며 이 경권(經卷)을 공경하되 부처님과 같이 보고, 가지가지 꽃과 향과 영락이며 가루향 바르는 향 사르는 향, 비단일산과 당기 번기와 의복과 기악으로 공양하고 내지 합장하고 공경하면, 약왕이여, 마땅히 알지니라. 이 모든 사람들은 이미 일찍이 십만억 부처님께 공양하고,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큰 서원을 성취하였으나, 중생을 불쌍히 여긴 까닭으로 이 인간 세상에 난 것이니라.
약왕이여, 만약 어떤 사람이 묻기를, 「어떤 중생이 오는 세상에서 마땅히 성불하겠느냐.」고 하면, 응당 이런 모든 사람들이 오는 세상에서 반드시 성불하리라고 할지니라. 어떠한 까닭이냐 하면,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법화경의 이에 한 구절에 이를지라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며 해설하고 베껴쓰며, 가지가지로 경권에 공양하되, 꽃과 향과 영락이며 가루향 바르는 향 사르는 향, 비단일산과 당기 번기와 의복과 기악으로 하거나 합장하고 공경하면, 이 사람은 일체 세간이 응당 우러러 받드는 바이니, 마땅히 여래께 공양하듯이 이에 공양할지니라. 마땅히 알지니라. 이 사람은 큰 보살이니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였건마는 중생을 불쌍히 여겨 이 세간에 나기를 원하여 널리 묘법연화경을 분별하여 연설함인데, 어찌 하물며 능히 다 받아지니고 가지가지로 공양하는 자이겠느냐.
약왕이여, 마땅히 알지니라. 이 사람은 스스로 청정한 업보를 버리고 내가 멸도한 뒤에 중생을 불쌍히 여기는 까닭으로 악한 세상에 나서 널리 이 경을 연설하느니라. 만약 이 선남자 선여인이 내가 멸도한 뒤에, 가만히 한 사람을 위하여 능히 법화경의 한 구절에 이르러 설할지라도 마땅히 알지니, 이 사람은 곧 여래의 심부름꾼이라, 여래가 보낸 바이며, 여래의 일을 행함인데, 어찌 하물며 대중 가운데서 널리 사람을 위하여 설함이겠느냐.
[2] 약왕이여, 만약 어떤 악한 사람이 착하지 못한 마음으로 일겁 동안에 부처님 앞에 나타나 항상 부처님을 헐뜯고 욕할지라도 그 죄는 오히려 가벼우나, 만약 어떤 사람이 한마디 악한 말로써 집에 있는 이나 출가한 이의 법화경을 읽고 외우는 자를 헐뜯고 비방하면 그 죄는 심히 무겁느니라.
약왕이여, 그 어떤 이가 법화경을 읽고 외우면, 마땅히 알지니라. 이 사람은 부처님의 장엄으로 이에 스스로 장엄하고 곧 여래를 어깨에 메고 진 바가 되느니라. 그가 이르는 방위를 따라 향하여 응당 예배하며 일심으로 합장하고 공경 공양하고 존중 찬탄하되, 꽃과 향과 영락이며 가루향 바르는 향 사르는 향, 비단일산과 당기 번기와 의복과 음식과 모든 슬기로운 음악을 지어서 사람 중에 으뜸가는 공양으로 이에 공양할 것이며, 응당 하늘의 보배를 가져다가 이를 흩고 천상의 보배덩이를 응당 받들어 드릴지니라. 무슨 까닭이냐 하면, 이 사람이 환희하여 설하는 법문을 잠깐 동안 들을지라도, 곧 궁극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기 때문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만약 불도에 머물러서 자연지(自然智)를 성취하고자 하면,
항상 법화경을 받아지닌 자에게
마땅히 부지런히 공양할지니라.
그 어떤 이가 일체종지를 빨리 얻고자 한다면,
마땅히 이 경을 받아지니며 아울러 지닌 자에게 공양할지니라.
만약 묘법연화경을 능히 받아지니는 자는
마땅히 알지니라. 부처님의 심부름꾼이며
모든 중생을 불쌍히 생각함이니라.
능히 묘법연화경을 받아지니는 모든 이는
중생을 불쌍히 여기는 까닭에
청정한 국토를 버리고 여기에 났느니라.
마땅히 알지니, 이런 사람은 나고자 하는 곳에 자재함이니라.
능히 이 악한 세상에서 위없는 법을 널리 설하나니,
응당 하늘의 꽃과 향과 또 하늘의 보배의복과
천상의 묘한 보배무더기로써 설법하는 자에게 공양할지니라.
내가 멸도한 뒤 악한 세상에서
능히 이 경을 지니는 자에게는
마땅히 합장하고 공경 예배하되 세존께 공양함과 같이 하고,
달고 맛나는 온갖 훌륭한 음식과 또 가지가지 의복으로
이 불자에게 공양하고 잠깐이라도 법문 듣기를 원할지니라.
만약 능히 다음 세상에 이 경을 받아지니는 자는
내가 보내어 사람 가운데 있게 하여
여래의 일을 행하게 함이니라.
[3]만약 일 겁 동안 항상 나쁜 마음을 품고
성낸 얼굴로 부처님을 욕하면 한량없는 무거운 죄를 얻되,
그 어떤 이가 이 법화경을 읽고 외우고 지니는 자에게
잠깐이라도 나쁜 말을 하면 그 죄는 다시 저보다 더함이니라.
어떤 사람이 불도를 구하여 일 겁 동안
내 앞에서 합장하고 있으면서 수없는 게송으로 찬탄하면,
이렇게 부처님을 찬탄한 까닭으로 한량없는 공덕을 얻을 것이로되,
이 경을 지니는 자를 찬탄하면
그 복은 다시 저보다 더함이니라.
팔십억 겁을 가장 묘한 빛과 소리와
또 향기와 더불어 맛과 촉감으로
이 경을 지닌 자에게 공양하며
이와 같이 공양한 뒤에 만약 잠깐이라도 얻어들으면,
곧 응당 스스로 기뻐하고 경하하여
나는 지금 큰 이익을 얻었다 할지니라.
약왕이여, 이제 너에게 이르노니, 내가 설한 바 모든 경전들
이런 경전 가운데서 법화경이 가장 제일이니라.
그 때 부처님께서 다시 약왕보살마하살에게 이르시되, 『내가 설한 바 경전은 한량없는 천만억인데, 이미 설하였고, 지금 설하는 것, 앞으로 설할 것이 있는데, 그러나 그 중에서 이 법화경이 가장 믿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렵느니라.
약왕이여, 이 경은 모든 부처님의 비밀되고 요긴한 법장(法藏)이라, 함부로 분포하여 사람들에게 전하지 말지니라.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수호하시는 바라, 옛적으로부터 지금까지 오면서 일찍이 이 경을 나타내어 설하지 않은 것은 여래가 현재 있음에도 오히려 원망과 미움이 많거늘, 하물며 멸도한 뒤에랴.
약왕이여, 마땅히 알지니라. 여래가 멸도한 뒤에 능히 써서 지니고 읽고 외우며 공양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설하는 그 사람은 여래가 곧 옷으로 덮어 주시며, 또 다른 세계에 나타나 계시는 모든 부처님께서도 호념하시는 바가 되느니라. 이 사람은 크게 믿는 힘과 또 뜻하여 원하는 힘과 모든 선근의 힘이 있나니, 마땅히 알지니라. 이 사람은 여래와 더불어 같이 자며, 곧 여래가 손으로 그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심이니라.
약왕이여, 곳곳마다 혹은 설하거나 혹은 읽거나 혹은 외우거나 혹은 쓰며, 혹은 경권이 머무는 곳에는 모두 응당 칠보로 된 탑을 세우되, 극히 높고 넓고 장엄하게 꾸미고 다시 사리를 봉안하지 말지니라. 왜냐하면, 이 가운데는 이미 여래의 전신(全身)이 계시기 때문이니라.
이 탑에 응당 일체 꽃과 향과 영락이며 비단일산과 당기 번기와 기악과 칭송하는 노래로 공양 공경하고 존중 찬탄할지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이 탑을 보고 예배하고 공양하면, 마땅히 알지니라. 이들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가까우니라.
[4] 약왕이여, 어떤 많은 사람들이 집에 있거나 출가하여 보살도를 수행하면서, 만약 이 법화경을 보고 듣고 읽고 외우며 쓰고 지니며 공양을 능히 잘하지 않는 자는, 마땅히 알지니라. 이 사람은 보살도를 잘 행하지 못함이고, 만약 이 경전을 얻어듣는 자가 있으면 능히 보살도를 잘 행하는 것이니라. 그 어떤 중생이 불도를 구하는 자로, 이 법화경을 혹은 보고 혹은 듣고 하여 듣고는 믿고 이해하여 받아지니는 자는, 마땅히 알지니라. 이 사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기가 가까우니라.
약왕이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목이 말라서 물을 구하려고 저 높은 언덕에 우물을 파서 물을 구하되, 여전히 마른 흙을 보게 되면 아직 물은 먼 것을 알게 되나, 파기를 쉬지 아니하여 젖은 흙을 보고 점점 더 파서 진흙에 이르면, 그 마음에 결정코 물이 반드시 가까운 줄을 아는 것과 같으니라.
보살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만약 이 법화경을 듣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며 능히 닦아 익히지 못하면, 마땅히 알지니라. 이 사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가기가 아직 먼 것이요, 만약 얻어듣고 이해하며 깊이 생각하고 닦고 익히면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음이 가까운 줄 아느니라. 무슨 까닭이냐 하면, 일체 보살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모두 이 경에 속함이니라.
이 경은 방편의 문을 열어서 진실한 상(相)을 보이는 것이니라. 이 법화경의 법장은 깊고 굳으며 그윽하고 멀어서 사람이 능히 이를 수가 없거늘, 이제 부처님은 보살을 교화하여 성취시키려고 이에 열어 보이시느니라.
약왕이여, 만약 어떤 보살이 이 법화경을 듣고 놀라 의심하고 겁내고 두려워하면, 마땅히 알지니라. 이는 새로 발심한 보살이며, 만약 성문의 사람이 이 경을 듣고 놀라 의심하고 겁내고 두려워하면, 마땅히 알지니라. 이는 깨닫지 못하고서도 깨달은 체 하는 거만한 자라 하느니라.
약왕이여, 만약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여래가 멸도한 뒤에, 사부대중을 위하여 이 법화경을 설하고자 하는 자는 어떻게 응당 설해야 하는가 하면, 이 선남자 선여인은 여래의 방에 들어가 여래의 옷을 입고 여래의 자리에 앉아 이에 응당 사부대중을 위하여 이 경을 널리 설할지니라. 여래의 방이란 일체 중생 가운데서 큰 자비의 마음이 이것이며, 여래의 옷이란 부드럽고 온화하며 인욕하는 마음이 이것이요, 여래의 자리란 일체 법이 공(空)한 것이 이것이니라. 이런 가운데 편안히 머무른 연후에 게으르고 해이하지 않은 마음으로 모든 보살과 사부대중을 위하여 이 법화경을 널리 설해야 하느니라.
[5] 약왕이여, 내가 다른 국토에서 변화한 사람(化人)을 보내어 그를 위하여 법을 들을 대중을 모이게 해주며, 또한 변화한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를 보내어 그의 설하는 법을 듣게 하리라. 이 모든 변화한 사람은 법을 듣고 믿고 받아서 순종하여 따르고 거역하지 아니하리라.
만약 법을 설하는 자가 고요하고 한적한 곳에 있으면, 내가 이 때 널리 하늘 용 귀신 건달바 아수라 등을 보내어 그의 설하는 법을 듣게 하리라. 내가 비록 다른 나라에 있을지라도 때때로 법을 설하는 자로 하여금 나의 몸을 보게 하리라. 만약 이 경에서 글구를 잊어버리면 내가 돌아와 설하여 구족함을 얻게 하리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모든 게으름을 버리고자 하면 마땅히 이 경을 들을지니라.
이 경은 얻어듣기 어렵고
믿고 받아지니는 자 또한 어려우니라.
마치 어떤 사람이 목이 말라 높은 언덕에 우물을 팔 적에
아직 마른 흙을 보면 물이 여전히 먼 줄 아나
점점 진흙을 보게 되면 결정코 물이 가까운 줄 아느니라.
약왕이여, 너는 마땅히 알지니라. 이와 같이 모든 사람들이
법화경을 듣지 못하면 부처님 지혜에 가기가 심히 머나니,
만약 이 깊은 경을 들으면 결정코 성문의 법을 마치느니라.
이는 모든 경의 왕이니, 듣고는 자세히 생각하면,
마땅히 알지니라. 이 사람들은 부처님 지혜에 가까우니라.
만약 사람이 이 경을 설하려면 응당 여래의 방에 들어가
여래의 옷을 입고 그리고 여래의 자리에 앉아,
대중 가운데 두려울 바가 없이 널리 분별하여 설할지니라.
대자비(大慈悲)가 방이 되며,
부드럽고 온화하며 인욕함이 옷이 되고,
모든 법이 공함은 자리가 되니, 이 곳에서 법을 설할지니라.
만약 이 경을 설할 때에 어떤 사람이 나쁜 입으로 욕을 하며
칼 막대기 기와 돌로 때릴지라도
부처님을 생각하는고로 응당 참을지니라.
나는 천만억 국토에서 깨끗하고 견고한 몸을 나타내어
한량없는 억겁 동안 중생을 위하여 설법하느니라.
만약 내가 멸도한 뒤에 능히 이 경을 설하는 자에게는
내가 변화로 만든 사부대중인 비구 비구니와
청신사녀를 보내어 법사를 공양하게 하고
모든 중생을 인도하여 모아서는 법을 듣게 하리라.
만약 사람이 악하게 칼 막대기나 기와나 돌로 때릴려고 하면,
곧 변화한 사람을 보내어 그를 지키고 보호하게 하리라.
만약 법을 설하는 사람이 홀로 고요하고 한가한 곳에 있으면서
적막하여 사람 소리도 없는데 이 경전을 읽고 외우면,
내가 그 때 청정하고 광명나는 몸을 나타내며,
만약 문장이나 글구 잊어버리면
그를 위하여 설해서 통리케 하리라.
만약 사람이 이런 덕을 갖추어
혹은 사부대중을 위하여 설하거나
고요한 곳에서 경을 읽고 외우면 모두 나의 몸 봄을 얻으리라.
만약 사람이 한적한 곳에 있으면 내가 하늘과 용왕과
야차와 귀신 등을 보내어 법을 들을 대중이 되게 하며,
이 사람은 즐거이 설법하고 분별하되 걸림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께서 호념하시는고로
능히 대중으로 하여금 기쁘게 하리라.
만약 법사를 친근하면 빨리 보살도를 얻으며,
이 스승을 순히 따라 배우면 항하사 부처님 뵈옴을 얻으리라.
법사품 끝
묘법연화경 제 십일 견보탑품
妙法蓮華經 第 十一 見寶塔品
[1] 그 때 부처님 앞에 칠보로 된 탑이 있었으니, 높이는 오백 유순이요, 가로와 세로는 이백오십 유순이라, 땅으로부터 솟아나와서 공중에 머물러 있었다. 가지가지 보물로 치장하여 꾸몄으며, 난간이 오천이요 감실(龕室)이 천만이며, 수없는 당기 번기로 장엄하게 꾸미고 보배영락을 드리웠고, 보배방울 만억을 그 위에 달았으며, 사면에는 모두 다마라발전단의 향기가 나와 세계에 두루 가득차며, 그 모든 번기와 일산은 금 은 유리 자거 마노 진주 매괴의 칠보로 합하여 이루었으며, 높이는 사천왕궁에 이르렀다.
삼십삼천은 하늘의 만다라꽃을 비오듯 하여 보배탑에 공양하고, 다른 모든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 등 천만억의 무리는 일체의 꽃과 향과 영락이며 번기와 일산과 슬기로운 음악으로 보배탑에 공양 공경하고 존중 찬탄하였다.
그 때 보배탑 가운데서 큰 음성이 나와 찬탄하시되, 『거룩하시고 거룩하신 석가모니 세존이시여, 능히 평등한 큰 지혜의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호념하시는 바의 묘법연화경을 대중을 위하여 설하시나니, 이와 같고 이와 같나이다. 석가모니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는 모두 이는 진실이옵니다.』
그 때 사부대중은 큰 보배탑이 공중에 머물러 있음을 보고, 또 탑 안에서 나오는 음성을 듣고, 모두 법의 기쁨을 얻어 전에 없던 일이라 기이하게 여기며, 자리로부터 일어나 공경하며 합장하고 물러나 한 쪽에 머물러 있었다.
그 때 보살마하살이 있었으니, 이름이 대요설(大樂說)이었다. 일체 세간의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 등이 마음에 의심하는 바를 알고 부처님께 여쭈시되, 『세존이시여, 어떠한 인연으로 이 보배탑이 땅으로부터 솟아나왔으며 또 그 안에서 이러한 음성이 나오게 되었나이까.』
그 때 부처님께서 대요설보살에게 이르시되, 『이 보배탑 안에는 여래의 전신(全身)이 계심이니라. 옛날 옛적에 동방으로 한량없는 천만억 아승지 세계에 보정(寶淨)이라 이름하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가 다보(多寶)이셨느니라. 그 부처님께서 보살도를 행하실 때 큰 서원을 세웠으니, 「만약 내가 성불하였다가 열반한 뒤에 시방국토에서 법화경을 설하는 곳이 있으면, 나의 탑묘는 이 경을 듣기 위한 까닭으로 그 앞에 솟아나서 증명하고 거룩하다고 찬탄하리라.」 하셨느니라.
[2] 그 부처님께서 성불하셨다가 멸도하실 때에 하늘과 사람과 대중 가운데서 모든 비구에게 이르시되, 「내가 멸도한 뒤에 나의 전신에 공양하고자 하는 자는 응당 하나의 큰 탑을 세우도록 하라.」 하셨느니라. 그 부처님께서 신통과 원력으로 시방세계의 곳곳마다 만약 법화경을 설하는 자가 있으면, 저 보배탑이 모두 그 앞에 솟아나서 전신이 탑 안에 계시면서 찬탄의 말씀을 하시되, 「거룩하고 거룩하도다.」 하시느니라.
대요설이여, 지금 다보여래의 탑은 법화경 설함을 들으시려고 땅으로부터 솟아나와 거룩하시고 거룩하시도다 하고 찬탄의 말씀을 하시느니라.』
이 때 대요설보살이 여래의 신력으로 말미암아 부처님께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원하옵건대, 이 부처님 몸을 뵈옵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대요설보살마하살에게 이르시되, 『이 다보 부처님께서 깊고 중대한 원이 있으시니, 「만약 나의 보배탑이 법화경을 듣기 위한 까닭으로 모든 부처님 앞에 솟아나올 때에 그 어떤 분이 나의 몸을 사부대중에게 보이고자 하시면, 시방세계에 계시면서 법을 설하시는 그 부처님의 분신(分身) 모든 부처님을 다 돌아오게 하여 한 곳에 모이게 하신 뒤에야 나의 몸이 비로소 나타날 뿐이니라.」 하셨느니라. 대요설이여, 나의 모든 분신 부처로서 시방세계에서 법을 설하고 있는 이들을 이제 응당 모으리라.』
대요설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또한 원하옵건대, 세존의 모든 분신 부처님을 뵈옵고 예배하고 공양하고자 하나이다.』
그 때 부처님께서 백호(白毫)의 한 광명을 놓으시니, 곧 동방으로 오백만억 나유타 항하사 등의 국토에 모든 부처님께서 보이셨다. 그 모든 국토는 모두 파려로 땅이 되고 보배나무와 보배옷으로 장엄하였으며, 수없는 천만억의 보살이 그 가운데 가득 찼으며, 보배휘장을 두루 치고 보배그물로 위를 둘렀다.
그 나라의 모든 부처님께서 크고 묘한 음성으로써 모든 법을 설하시며, 또 한량없는 천만억 보살들이 모든 나라에 두루 가득하여 대중을 위하여 설법하심을 보게 되었다. 남서북방과 네 간방과 상하방에 백호상의 광명이 비추신 곳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았다.
[3] 그 때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각각 보살대중에게 이르시되, 『선남자여, 나는 지금 응당 사바세계의 석가모니 부처님이 계시는 곳에 가서 아울러 다보여래의 보배탑에 공양하리라.』 이 때 사바세계는 곧 청정하게 변하여 유리로 땅이 되고, 보배나무로 장엄되었으며, 황금으로 줄을 하여 여덟 갈래의 길에 경계를 하고, 모든 동네와 부락과 촌영과 성읍과 큰 바다와 강하(江河)와 산천과 숲과 덤불이 없으며, 큰 보배향을 사르고 만다라꽃을 그 땅에 두루 깔았으며, 보배그물과 휘장을 그 위에 덮고 여러가지 보배방울을 달았으며, 오직 이 모임의 대중만을 머물게 하고 모든 하늘과 사람을 다른 국토에 옮겨 두셨다.
이 때 모든 부처님께서 각각 하나의 큰 보살을 시자로 삼아 사바세계에 이르러 각각 보배나무 아래에 이르시니, 하나하나 보배나무의 높이는 오백 유순이요, 가지와 잎과 꽃과 과실을 차례로 장엄하여 모든 보배나무 아래에는 모두 사자좌(師子座)가 있는데, 높이는 오 유순이요, 또한 큰 보배로써 이에 꾸미었다.
그 때 모든 부처님께서 각각 이 자리에 가부좌를 맺어 앉으시되, 이와 같이 전전(展轉)하여 두루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하게 하여도, 그러나 석가모니 부처님의 한쪽 방위의 분신 부처님도 아직 다 차지 못하였다.
이 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모든 분신 부처님을 받아들이시고자 하는고로, 여덟 방위에 각각 다시 이백만억 나유타 나라를 변화시켜 모두 청정하게 하시니, 지옥과 아귀와 축생과 아수라는 없었다. 또 모든 하늘과 사람을 옮겨서 다른 국토에 두시고, 변화한 바의 나라는 또한 유리로 땅이 되고 보배나무로 장엄하였으며, 나무의 높이는 오백 유순이요, 가지와 잎과 꽃과 과실을 차례로 장엄하여 꾸몄으며, 나무 아래에는 모두 보배로 된 사자좌가 있으되, 높이는 오 유순이요, 가지가지 모든 보배로 꾸며 장식하였으며, 또한 큰 바다와 강과 큰 강과 또 목진린타산과 마하목진린타산과 철위산과 대철위산과 수미산 등의 모든 산왕이 없으며, 통하여 한 불국토가 되었으며 보배땅은 평탄하고 바르며 보배로 얽은 휘장을 그 위에 두루 덮고 모든 번기와 일산을 달고 큰 보배향을 사르며 모든 하늘의 보배꽃을 그 땅에 두루 덮었다.
[4]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모든 부처님이 오셔서 앉게 하시기 위한 까닭으로 다시 여덟 방위에 각각 이백만억 나유타 나라를 변화시켜 모두 청정하게 하시나니, 지옥과 아귀와 축생과 아수라는 없었다. 또 모든 하늘과 사람을 옮겨서 다른 국토에 두시며, 변화한 바의 나라도 또한 유리로 땅이 되고 보배나무로 장엄하였으며, 나무의 높이는 오백 유순이요, 가지와 잎과 꽃과 과실을 차례로 장엄하였으며, 나무 아래에는 모두 보배로 된 사자좌가 있는데 높이는 오 유순이요, 또한 큰 보배로 장식하여 꾸몄으며, 또한 바다와 강과 큰 강과 또 목진린타산과 마하목진린타산과 철위산과 대철위산과 수미산 등의 모든 산왕이 없으며, 통하여 한 불국토가 되었으며 보배땅은 평탄하고 바르며 보배로 얽은 휘장을 그 위에다 두루 덮고 모든 번기와 일산을 달고 큰 보배향을 사르며 모든 하늘의 보배꽃을 두루 그 땅에 펴 놓았다.
그 때 동방으로 석가모니불의 분신(分身)인 백천만억 나유타 항하사 등의 국토 가운데 모든 부처님께서 각각 법을 설하시다가 여기에 와서 모이셨다. 이와 같이 차례로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모두 다 오셔서 모여 팔방에 앉으시니 그 때 하나하나 방위의 사백만억 나유타 국토에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도 그 가운데 두루 가득하셨다.
이 때 모든 부처님께서 각각 보배나무 아래 사자좌에 앉아 계시면서 모두 시자를 보내어 석가모니 부처님께 문안을 드리고자 하여 각각 보배꽃을 가득 움켜쥐게 하고 일러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네가 기사굴산 석가모니 부처님 계신 곳에 가서 나의 말과 같이 하되, 「병이 적으시며 시끄러움도 적으시며, 기력이 안락하시며, 또 보살과 성문대중도 다 안온하나이까. 아니옵나이까.」 하고 이 보배꽃을 부처님께 흩어서 공양하고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되, 「그 아무 부처님께서 함께 이 보배탑을 열어 주셨으면 하나이다.」 할지니라.』
모든 부처님께서 보내신 시자도 또한 다시 이와 같이 하였다.
그 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분신 부처님이 다 이미 모여 와서 각각 사자좌에 앉으심을 보시고, 모든 부처님께서 함께 같이 보배탑을 열어 주시려 함을 모두 들으시고 곧 자리로부터 일어나시어 허공 가운데 머무시니, 일체 사부대중이 일어서서 합장하고 일심으로 부처님을 우러러 보았다.
이에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오른편 손가락으로 칠보탑의 문을 여시니, 큰 소리가 나는 것이 자물쇠와 빗장을 제치고 큰 성문을 여는 것과 같았다.
[5] 즉시 일체 모인 대중들이 모두 다보여래를 뵈오니, 보배탑 안에서 사자좌에 앉으셨는데, 전신이 흩어지지 않으심이 선정에 드신 것과 같으며, 또 그 말씀을 들으니, 『거룩하시고 거룩하시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 법화경을 쾌히 설하시니, 나는 이 경을 듣기 위한 까닭으로 이 곳에 이르렀노라.』 하시었다.
그 때 사부대중은 지난 예전 한량없는 천만억 겁에 멸도하신 부처님께서 이와 같은 말씀하심을 보고 전에 없던 일이라 찬탄하며 하늘의 보배꽃다발을 다보 부처님과 석가모니 부처님 위에 흩었다.
그 때 다보 부처님께서 보배탑 안에서 자리를 반으로 나누어 석가모니 부처님께 주시고 그리고 이런 말씀을 하시되,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이 자리에 앉으시옵소서.』 곧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그 탑 안으로 들어가시어 그 반의 자리에 가부좌를 맺고 앉으셨다.
그 때 대중은 두 분 여래께서 칠보로 된 탑 안에 계시면서 사자좌 위에 가부좌를 맺고 앉으심을 보고, 각각 이런 생각을 하되, 「부처님의 자리는 높고 머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여래의 신통력으로써 저희들 무리를 함께 허공에 있게 하시옵소서.」 하니, 곧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 모든 대중을 가까이하여 모두 허공에 있게 하시고, 큰 음성으로 널리 사부대중에게 이르시되, 『누가 능히 이 사바국토에서 묘법연화경을 널리 설하겠느냐. 지금이 바로 이 때이니라. 여래는 오래지 않아 마땅히 열반에 들리니, 부처님은 이 묘법연화경을 부촉할 곳이 있었으면 하노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거룩하신 세존께서는 비록 멸도하심이 오래지만
보배탑 안에 계시면서 오히려 법을 위하여 오셨거늘,
모든 사람들은 어찌하여 부지런히 법을 위하지 않는가.
이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지는 무앙수 겁이 지났으나,
곳곳에서 법을 들음을 만나기 어려운 까닭으로
저 부처님의 본래의 원은 내가 멸도한 뒤에
곳곳마다 찾아가서 항상 법을 들으리라 하심이니라.
또 나의 분신인 항하사와 같은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께서 와서 법을 듣고
또 멸도하신 다보여래를 뵙고자
각각 미묘한 국토와 또 제자의 대중과
하늘과 사람과 용과 신에게 모든 공양받는 일을 버리고,
법을 오래 머물게 하려고 여기에 이르렀느니라.
[6]모든 부처님을 앉으시게 하기 위하여 신통력으로
한량없는 중생을 옮기고 나라를 청정하게 하였노라.
모든 부처님께서 각각 보배나무 아래에 나아가시니,
청정한 연못에 연꽃으로 장엄함과 같으며,
그 보배나무 아래 모든 사자자리 그 위에
부처님께서 앉으시니, 광명으로 아름답게 꾸밈이
어두운 밤에 큰 횃불을 사르는 것과 같으며,
몸에서 묘한 향기가 나와 시방국토에 두루하여
중생들이 향기를 맡고 기쁨을 스스로 이기지 못하니,
비유하면, 작은 나뭇가지에 큰 바람이 부는 것과 같으니라.
이러한 방편으로 불법을 오래 머무르게 하느니라.
모든 대중에게 이르노니, 내가 멸도한 뒤에
누가 능히 이 경을 수호하여 지니고 읽고 설하겠느냐.
지금 부처님 앞에서 스스로 맹세의 말을 할지니라.
그 다보 부처님께서 비록 멸도하신 지 오래이나,
크나큰 서원으로 이에 사자후를 하시나니,
다보여래와 또 나의 몸과 더불어
모여 오신 화신불께서는 마땅히 이 뜻을 아시느니라.
모든 불자들이여, 누가 능히 법을 수호하려는가.
마땅히 큰 원을 일으켜 오래 머무름을 얻게 할지니라.
그 어떤 이가 능히 이 경법을 수호하면,
곧 나와 다보 부처님께 공양함이 되느니라.
이 다보 부처님께서 보배탑에 계시면서
항상 시방에 노니심은 이 법화경을 위하시는 까닭이니라.
또한 다시 시방세계를 광명으로 꾸며 장엄하시는
모든 분신 부처님께 공양드림이니라.
만약 이 경을 설하면 곧 나와 다보여래와
또 모든 화신 부처님을 뵈옵는 것이 되느니라.
모든 선남자여, 각각 자세히 깊이 생각하라.
이는 어려운 일이니 마땅히 큰 원을 일으킬지니라.
모든 다른 경전들의 수가 항하사 같으나
비록 이런 것을 설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없고,
혹은 수미산을 들어다가 다른 방위의
수없는 부처님 국토에 던져 두기는 또한 어렵다고 할 수 없고,
혹은 발가락으로 대천세계 움직여서
멀리 다른 나라에 던지기는 또한 어렵다고 할 수 없고,
혹은 유정천에 서서 대중을 위하여 한량없는
다른 경전을 연설하기는 또한 어렵다 할 수 없으나,
만약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 악한 세상 가운데서
능히 이 경을 설함이 이것이 곧 어려움이니라.
[7]가령 어떤 사람이 손으로 허공을 잡아쥐고
자유로이 다니는 것은 또한 어려운 일 아니지만,
내가 멸도한 뒤에 만약 스스로 써서 지니거나
혹은 남을 시켜 쓰게 하면 이것이 곧 어려움이니라.
혹은 큰 땅을 발톱 위에 올려놓고
범천에 올라가는 것은 또한 어려운 일 아니지만,
부처님이 멸도하신 뒤에 악한 세상 가운데서
이 경을 잠깐 읽는 이것이 곧 어려우며,
가령 겁화가 활활 타는데 마른 풀을 짊어지고
그 가운데 들어가서 아니 탐은 또한 어렵다고 할 수 없으나,
내가 멸도한 뒤에 만약 이 경을 지니고
한 사람에게라도 설하기는 이것이 곧 어려움이니라.
혹은 팔만 사천 법장과 그리고 십이부경을
모두 다 받아지니고 사람을 위하여 연설하며
모든 듣는 자로 하여금 여섯 신통을 얻게 함도
비록 능히 이와 같이 하기는 또한 어려운 일 아니지만,
내가 멸도한 뒤에 이 경을 받아 듣고서
그 뜻을 묻는다면 이것이 곧 어려움이니라.
만약 사람이 법을 설하여 천만억의 한량없고
수없는 항하사의 중생으로 하여금
아라한을 얻게 하고 여섯 신통을 구족하게 하는
비록 이런 이익이 있어도 또한 어렵다고 할 수 없으나,
내가 멸도한 뒤에 만약 이와 같은 경전을
능히 받들어 지닌다면 이것이 곧 어려움이니라.
내가 불도를 위하여 한량없는 국토에서
처음부터 지금에 이르도록 모든 경을 널리 설하였으나,
그러나 그 가운데서 이 법화경이 제일이니,
만약 능히 지니고 있으면 곧 부처님의 몸을 지님이니라.
모든 선남자여, 내가 멸도한 뒤에
누가 능히 이 경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겠느냐.
지금 부처님 앞에서 스스로 맹세의 말을 할지니라.
이 경은 지니기 어려우니 만약 잠깐이라도 지닌다면,
내가 곧 환희하며 모든 부처님도 또한 그러함이니,
이와 같은 사람은 모든 부처님께서 칭찬하시는 바이며,
이것이 곧 용맹이며 이것이 곧 정진이며
이를 이름하여 지계(持戒)라 하며 두타(頭陀)를 행하는 자이니,
곧 위없는 불도를 빨리 얻게 되느니라.
능히 오는 세상에서 이 경을 읽고 지니면
이는 진실한 불자이니 거룩한 땅에 머무르며,
부처님 멸도하신 뒤에 능히 그 뜻을 해설하면
이는 모든 하늘과 사람과 세간의 눈이 되며,
무섭고 두려운 세상에서 능히 잠깐이라도 설하면
일체 하늘과 사람이 모두 응당 공양하리라.
견보탑품 끝
묘법연화경 제 십이 제바달다품
妙法蓮華經 第 十二 提婆達多品
[1]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과 또 하늘과 사람과 사부대중에게 이르시되, 『내가 지난 옛적 한량없는 겁 동안 법화경을 구하되, 게으름이 없었으며, 많은 겁 동안에 항상 국왕이 되어 발원하여 위없는 보리를 구하되, 마음이 퇴전하지 아니하였노라. 육바라밀을 만족하게 하고자 하기 위하여 부지런히 보시를 행하되, 마음에 아끼는 것이 없어서 코끼리 말 칠보와 나라와 성과 처자와 남녀종과 심부름꾼과 머리 눈 골수 뇌 신육(身肉)과 손발과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아니하였느니라.
이 때 세상 인민의 수명은 한량없었으나, 법을 위하는 까닭으로 국왕의 자리를 버려 정사(政事)를 태자에게 위임하고, 북을 쳐서 널리 영을 내려서 사방으로 법을 구하되, 「누가 능히 나를 위하여 대승을 설할 것인가. 내가 마땅히 종신토록 받들어 모시고 심부름하리라.」 하였느니라.
이 때 어떤 선인(仙人)이 와서 왕에게 말씀하되, 「나에게 대승이 있으니, 이름은 묘법연화경이라, 만약 나를 어기지 아니하면 마땅히 선설하여 주리이다.」 왕은 선인의 말을 듣고 뛰고 뛸 듯이 기뻐하며 곧 선인을 따라가서 모시고 공급하되, 과실도 따고 물도 긷고 땔나무도 하고 음식도 만들며, 몸으로 앉는 자리가 되었지마는 몸과 마음에 게으름이 없었느니라. 그 때부터 받들어 섬기기를 일천 년을 지났으나, 법을 위하는고로 정성스럽고 부지런히 모시어 부족함이 없게 하였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내가 지나간 겁을 생각하니, 큰 법을 구하기 위한 까닭으로
비록 세상 국왕이 되었으나, 오욕락을 탐하지 않고
종을 쳐서 사방에 알리기를 누가 큰 법을 가졌는가.
만약 나를 위하여 해설해 주면 이 몸이 마땅히 노복이 되리라.
이 때 아사라는 어떤 선인이 대왕에게 와서 아뢰기를,
나에게 미묘한 법이 있는데 세간에서 드문 바이니,
만약 능히 수행한다면 나는 마땅히 왕을 위하여 설하리다.
이 때 왕은 선인의 말을 듣고 마음에 큰 기쁨을 내어
곧 선인을 따라가서 받들어 모시며 시중들고
땔나무와 나물과 과실도 따며 때를 따라 공경해 받들었으나,
뜻은 묘법에 있었던 까닭으로 몸과 마음에 게으름이 없었노라.
널리 모든 중생을 위하여 큰 법을 부지런히 구하고,
또한 자기의 몸과 오욕락을 위하지 않았느니라.
그러므로 큰 나라의 왕이 되어 부지런히 이 법을 구하여
마침내 성불하여서는 이제 너희를 위하여 설하느니라.
[2]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에게 이르시되, 『그 때 왕은 곧 나의 이 몸이요, 그 때 선인은 지금의 제바달다(提婆達多)이니라. 제바달다 선지식을 말미암은 까닭으로 나로 하여금 육바라밀과 자비희사(慈悲喜捨)와 삼십이상(三十二相)과 팔십종호(八十種好)와 자마금색(紫磨金色)과 십력(十力)과 사무소외(四無所畏)와 사섭법(四攝法)과 십팔불공법(十八不共法)과 신통도력(神通道力)을 구족하게 하여 등정각을 이루어 널리 중생을 제도하니, 모두 제바달다 선지식으로 인한 까닭이니라.
모든 사부대중에게 이르노니, 제바달다는 한량없는 겁이 지난 뒤에 마땅히 성불하리니, 명호는 천왕(天王)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며, 세계의 이름은 천도(天道)이니라. 그 때 천왕불께서 세상에 머무심은 이십 중겁이니라. 널리 중생을 위하여 묘법을 설하시리니 항하사 중생들은 아라한과를 얻고 한량없는 중생은 연각의 마음을 일으키며, 항하사 중생은 위없는 도의 마음을 일으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고 불퇴전에 이르리라.
그 때 천왕불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정법이 세상에 머무름은 이십 중겁이고, 전신(全身)사리로 칠보탑을 세우되, 높이는 육십 유순이요, 가로와 세로는 사십 유순이며, 모든 하늘과 인민이 모두 온갖 꽃과 가루향 사르는 향 바르는 향 의복과 영락과 당기 번기와 보배일산과 슬기로운 음악과 노래로 칠보로 된 묘한 탑에 예배하고 공양하리라. 한량없는 중생이 아라한과를 얻고, 한량없는 중생이 벽지불을 깨달으며, 불가사의의 중생은 보리심을 일으켜 불퇴전에 이르리라.』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에게 이르시되, 『미래 세상에서 만약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묘법연화경의 제바달다품을 듣고 깨끗한 마음으로 믿고 공경하며 의혹함을 내지 않는 자는, 지옥 아귀 축생에 떨어지지 아니하고 시방 부처님 앞에 날 것이며, 나는 곳마다 항상 이 경을 들을 것이며, 만약 사람과 하늘 가운데 나면 뛰어나게 묘한 즐거움을 받고, 만약 부처님 앞에 나면 연꽃에 화생(化生)하리라.』
[3] 이 때 하방에서 다보 세존을 따라 온 보살의 이름은 지적(智積)이라 하는데, 다보 부처님께 아뢰옵고 본국으로 돌아가려 하거늘,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지적보살에게 이르시되, 『선남자여, 잠깐만 기다릴지니 여기에 보살이 있으니, 이름은 문수사리라, 서로 만나 보아서 묘법을 논설하고 가히 본국토로 돌아갈지니라.』
그 때 문수사리는 큰 수레바퀴와 같은 천 개의 연꽃잎에 앉았으며, 함께 온 보살도 또한 보배연꽃에 앉아 큰 바다 사갈라용궁으로부터 자연히 솟아나왔으며, 허공 가운데에 머물러 영취산(靈鷲山)에 나아가 연꽃에서 내려와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 조아려 두 세존의 발에 예경함이라. 예경을 마치고 지적보살 있는 곳에 가서 서로 같이 위문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지적보살이 문수사리에게 물으시되, 『어지신 분께서 용궁에 가서 교화하신 바 중생은 그 수가 얼마나 되나이까.』
문수사리가 말씀하되, 『그 수는 한량없어서 가히 헤아려 계산하지 못하며 입으로 말할 바가 아니며 마음으로 측량할 바도 아니오니, 잠깐만 기다리면 스스로 마땅히 증험하여 아시오리다.』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수없는 보살이 보배연꽃에 앉아 바다로부터 솟아나와서 영취산에 나아가 허공에 머물렀다. 이 모든 보살은 모두 문수사리가 교화하여 제도한 바이며, 보살행을 갖추어 모두 함께 육바라밀을 논설하며, 본래 성문인 사람은 허공 중에 있으면서 성문의 행을 설하다가 이제 모두 대승의 공(空)한 뜻을 수행하였다.
문수사리가 지적보살에게 말씀하되, 『바다에서 교화한 그 일은 이와 같나이다.』
그 때 지적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되,
큰 지혜와 덕과 굳센 용맹으로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 제도하심을
지금 이 모든 큰 모임과 또 나는 이미 다 보았나이다.
실상의 뜻을 연설하여 펴시고 일승법을 열어 밝히시어
모든 중생을 널리 인도하여 빨리 보리를 이루게 하셨나이다.
[4] 문수사리가 말씀하되, 『나는 바다 가운데서 오직 항상 묘법연화경을 펴고 설하였나이다.』 지적보살이 문수사리에게 물어 말씀하되, 『이 경은 심히 깊고 미묘하여 모든 경 중에서 보배이라, 세상에서 드물게 있는 바이니, 어떤 중생이 부지런히 정진을 더하여 이 경을 수행하면 성불함이 빠릅니까. 아닙니까.』
문수사리가 말씀하되, 『사갈라용왕의 딸이 있는데 나이는 겨우 여덟 살이나, 지혜롭고 근기가 영리하여 중생의 모든 근기와 행하는 업을 잘 알며, 다라니를 얻어서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의 매우 깊고 비밀한 법장을 다 능히 받아지니며, 깊은 선정에 들어가 모든 법을 밝게 깨달았으며, 찰나 사이에 보리심을 일으켜서 물러나지 않는 자리를 얻었으며, 변재(辯才)가 걸림이 없고 중생을 사랑스럽게 생각하기를 마치 갓난 자식과 같이 하며, 공덕을 구족하여 마음으로 생각하고 입으로 연설함이 미묘하고 광대하며, 자비롭고 어질고 겸손하며 뜻과 생각이 부드러워 능히 보리(菩提)에 이르렀나이다.』
지적보살이 말씀하되, 『내가 석가여래를 뵈오니, 한량없는 겁 동안 난행고행(難行苦行)을 하시고 공덕을 쌓으시고 보리도를 구하시되 일찍이 그치거나 쉬지 않으셨으며, 삼천대천세계를 살펴보아도 겨자(芥子)씨만한 곳에 이르기까지 이 보살의 몸과 목숨을 버리지 아니한 곳이 없었나이다. 중생을 위하시는 연고로 그러하신 뒤에야 겨우 보리도를 이루셨거늘, 이 용녀가 잠깐 사이에 정각을 이루었다 함은 믿지 못하겠나이다.』
말을 끝내기도 전에 용녀가 문득 앞에 나타나서 머리 숙여 공경히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머물며 게송으로 찬탄하되,
죄와 복의 상을 깊이 통달하시어 시방세계를 두루 비추시며,
미묘하고 깨끗한 법신으로 서른두 가지 상을 갖추셨으며,
팔십 가지 좋은 상호로 법신을 장엄하게 꾸미시고
하늘과 사람이 우러러 받들며 용과 신도 모두 공경하고,
일체 중생의 무리들이 높이 받들지 않는 자 없나이다.
또 듣고 보리를 이루는 일
오직 부처님만이 증명하여 아시오리다.
제가 대승의 가르침을 열어
괴로운 중생을 제도 해탈케 하오리다.
이 때 사리불이 용녀에게 말씀하되, 『그대가 오래지 아니하여 위없는 도를 얻었다고 하나 이 일은 믿기 어렵도다. 무슨 까닭이냐 하면, 여자의 몸은 때 끼고 더러워서 이는 법기(法器)가 아니거늘, 어찌하여 위없는 보리를 능히 얻겠는가. 불도는 멀고 멀어서 한량없는 겁을 지나도록 부지런히 고행을 쌓고 모든 법도를 닦아 갖춘 연후에 겨우 이루는 것이며, 또 여인의 몸은 오히려 다섯 가지 장애가 있으니, 첫째는 범천왕이 되지 못함이고, 둘째는 제석천왕이며, 셋째는 마왕이요, 넷째는 전륜성왕이며, 다섯째는 부처님의 몸인데 어찌 여자의 몸으로 빨리 성불할 수 있겠는가.』
[5] 그 때 용녀에게 한 보배구슬이 있었으니, 값이 삼천대천세계만한 것이라, 가져다가 부처님께 올리니, 부처님께서 곧 이를 받으시거늘, 용녀가 지적보살과 사리불 존자에게 말하되, 『제가 드리는 보배구슬을 세존께서 받으시니, 이 일이 빠르옵니까. 아니옵니까.』 대답하되, 『심히 빠르도다.』 용녀가 말하되, 『여러분의 신통력으로써 저의 성불하는 것을 보시면 이보다도 더 빠를 것입니다.』
그 때 모인 대중이 모두 용녀를 보니 잠깐 사이에 홀연히 남자로 변하여 보살행을 갖추고 곧 남방 무구(無垢)세계로 가서 보배연꽃에 앉아 등정각을 이루나니, 서른두 가지 거룩한 상과 팔십 가지 좋은 모양이라, 널리 시방의 일체 중생을 위하여 묘법을 연설하시었다.
그 때 사바세계의 보살과 성문과 하늘과 용 팔부와 사람과 더불어 사람 아닌 것이 모두 멀리서 저 용녀가 성불하여서 이 때 모인 사람과 하늘을 위하여 널리 법을 설하시는 것을 보고 마음이 크게 환희하여 다 멀리서 공경히 예배하였다.
한량없는 중생은 법을 듣고 이해하고 깨달아 물러나지 않는 자리를 얻었으며, 한량없는 중생이 도의 수기 받음을 얻었으며, 무구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며 사바세계의 삼천 중생은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머물고 삼천 중생은 보리심을 일으키며 그리고 수기 받음을 얻었으며, 지적보살과 또 사리불과 일체 모인 대중은 묵묵히 믿어 받았다.
제바달다품 끝
묘법연화경 제 십삼 권지품
妙法蓮華經 第 十三 勸持品
[1] 그 때 약왕보살마하살과 대요설보살마하살이 이만 보살권속과 더불어 함께 모두 부처님 앞에서 이러한 맹세의 말씀을 하되,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저희들은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마땅히 이 경전을 받들어 지니고 읽고 외우며 설하겠나이다. 뒤 악한 세상에 중생이 선근(善根)은 적어지고 깨닫지 못하고서도 깨달은 체하는 거만한 자가 많으며, 재물의 공양을 탐하여 착하지 못한 근본(不善根)은 늘고 해탈에서 멀리 떠나 비록 교화하기가 어려울지라도, 저희들은 마땅히 크게 참는 힘을 일으켜 이 경을 읽고 외우고 지니며 설하고 베껴쓰며 가지가지로 공양하되,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겠나이다.』
그 때 대중 가운데서 오백 아라한으로서 수기를 받은 자들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또한 스스로 서원하오니, 다른 국토에서 널리 이 경을 설하겠나이다.』
또 배움에 있는 이와 배울 것이 없는 팔천 사람의 수기를 받은 자들이 자리로부터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이렇게 서원의 말을 하되,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또한 마땅히 다른 국토에서 이 경을 널리 설하오리다. 왜냐하오면, 이 사바국토 가운데에는 모질고 악한 사람이 많아서, 깨닫지 못하고서도 깨달은 체하는 거만함을 품고 공덕이 천박하고 성내고 흐리며 아첨하고 비뚤어져 마음이 진실하지 못한 연고이옵니다.』
그 때 부처님의 이모인 마하파사파제 비구니가 배움에 있는 이와 배울 것이 없는 비구니 육천인과 더불어 함께 자리로부터 일어나 일심으로 합장하고 존안(尊顔)을 우러러 보며 잠깐도 눈을 떼지 않거늘, 이 때 세존께서는 교담미(憍曇彌)에게 이르시기를, 『무슨 까닭으로 근심스러운 얼굴로 여래를 보느냐. 네 마음에 장차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함이 아닌가. 교담미여, 내가 먼저 다 말하여 일체 성문에게 모두 이미 수기를 주었거니와 이제 너의 수기를 알고자 한다면, 장차 오는 세상에 마땅히 육만 팔천억 모든 부처님 법 가운데서 큰 법사가 되며, 또 육천의 배움에 있는 이와 배울 것이 없는 비구니도 함께 법사가 될 것이며, 너는 이와 같이 점점 보살도를 갖추어서 마땅히 성불하리니, 명호는 일체중생희견(一切衆生喜見)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니라. 교담미여, 이 일체중생희견불과 또 육천 보살은 돌아가면서 차례로 수기를 주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니라.』
[2] 그 때 라후라의 어머니 야수다라 비구니도 이런 생각을 하되, 「세존께서 수기 주시는 가운데 홀로 내 이름만은 말씀하지 아니하시는가.」 하였더니, 부처님께서 야수다라에게 이르시되, 『그대는 오는 세상에서 백천만억 모든 부처님 법 가운데서 보살행을 닦아 큰 법사가 되어 점점 부처님 도를 갖추어 선국(善國) 가운데서 마땅히 성불하리니, 명호는 구족천만광상(具足千萬光相)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니라. 부처님의 수명은 한량없는 아승지 겁이니라.』
그 때 마하파사파제 비구니와 야수다라 비구니와 아울러 그 권속들이 모두 크게 환희하며 미증유를 얻고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씀하되,
세존 대도사께서는 하늘과 인간을 안온하게 하시며,
저희들은 수기하심을 듣자옵고
마음에 편안함을 구족하였나이다.
모든 비구니가 이 게송을 설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또한 능히 다른 국토에서 널리 이 경을 펴오리다.』
그 때 세존께서 팔십만억 나유타 모든 보살마하살을 보시니 이 모든 보살들은 모두 아비발치(不退轉의 菩薩)로서 물러나지 않는 법륜을 굴리며 모든 다라니를 얻은 이들이라,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 이르러 일심으로 합장하고 이런 생각을 하되, 「만약 세존께서 저희들에게 이 경을 지니고 설하여라 명령하시오면, 마땅히 부처님의 가르치심과 같이 널리 이 법을 펴오리다.」 다시 이런 생각을 하되, 「부처님께서 지금 묵묵하시어 명령하심이 없사오니, 저희는 마땅히 어찌해야 할 것인가.」
이 때 모든 보살이 부처님의 뜻을 공경하며 순종하고 아울러 스스로 본래의 원을 채우고자 하여 문득 부처님 앞에서 사자후를 하여 맹세의 말씀을 하되,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여래께서 멸도하신 뒤에 시방세계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이 경을 베껴쓰고 받아지니며 읽고 외우게 하며, 그 뜻을 해설하여 법과 같이 수행하고 바르게 생각하고 기억하게 하오리다. 이는 모두 부처님의 위력이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다른 방위에 계실지라도 멀리서 보시고 수호하여 주시옵소서.』
[3] 곧 이 때 모든 보살들이 소리를 함께 하여 게송으로 말씀하되,
오직 원컨대,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두렵고 악한 세상 가운데서 저희들이 마땅히 널리 설하오리다.
모든 지혜없는 사람들이 악한 입으로 꾸짖고 욕하고
칼과 몽둥이로 때릴지라도, 저희들은 모두 응당 참으오리다.
악한 세상 가운데 비구는 삿된 지혜로 마음이 아첨하여
아직 얻지 못한 것을 얻었다 하며
나(我)라 하는 교만심이 가득차며,
혹은 산중이나 한가한 곳에 있거나
누더기 입고 한적한 곳에 있어,
스스로 참된 도를 행한다 하면서
인간을 가벼이 여겨 천대하며
이익과 공양을 탐착하는고로 속인과 더불어 법을 설하니,
세상에서 공경받는 바가 육신통의 아라한과 같이 하옵니다.
이런 사람은 악한 마음을 품고 항상 세속 일만 생각하며,
거짓으로 아련야라 이름하여 저희들의 허물을 들추기 좋아하고
그리고 이와 같은 말을 하되, 이 모든 비구들은
이익과 공양을 탐하는 까닭으로 외도의 논의를 설하고,
스스로 이 경전을 만들어서 세간 사람을 속여 미혹하게 하며,
명예를 구하기 위한 까닭으로 이 경을 분별한다 할 것이옵니다.
항상 대중 가운데 있으면서 저희들을 훼방하고자 하는고로
국왕과 바라문 거사와 또 다른 비구대중을 향하여
저희를 나쁘다고 비방하여 말하되,
이는 삿된 소견의 사람이라, 외도의 논의를 설한다 해도
저희들은 부처님을 공경하는고로
이 모든 나쁜 것을 다 참으오리다.
이렇게 빈정대는 말을 하되, 너희들은 모두 부처다.
이와 같이 가볍게 업신여기는 말을 모두 마땅히 참고 받으오리다.
흐린 겁 악한 세상 가운데에는
모든 무섭고 두려운 것이 많이 있으며,
악한 귀신이 그 몸에 들어 저희를 욕설하고 훼방하여도,
저희들은 부처님을 공경히 믿으므로
마땅히 인욕의 갑옷을 입고
이 경을 설하기 위한 까닭으로 이 모든 어려운 일을 참으며
저희는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다만 위없는 도를 아껴서
저희들이 오는 세상에서 부처님 부촉하신 바를 호지하오리다.
세존께서는 몸소 마땅히 아시오리다. 흐린 세상에 악한 비구는
부처님께서 방편으로 마땅함을 따라
법을 설하심을 알지 못하고
악한 입으로 빈정대고 찡그리며 보고는 자주자주 쫓아내어
탑과 절에서 멀리 떠나게 하여도 이와 같은 온갖 나쁜 짓을
부처님의 명령하심을 생각하는고로
모두 마땅히 이런 일 참으오리다.
모든 동네와 성과 도시에서 불법을 구하는 자가 있으면,
저희는 모두 그 곳에 가서 부처님께서 부촉하신 법 설하오리다.
저희는 바로 세존의 심부름꾼이라,
대중 속에 있어도 두려울 바 없으며
저희는 마땅히 법을 잘 설하오리다.
원컨대, 부처님 편안히 계시옵소서.
저희는 세존과 시방에서 오신 모든 부처님 앞에서
이와 같은 맹세의 말을 아뢰옵나니,
부처님께서 저희들 마음 살피시옵소서.
권지품 끝
묘법연화경 제 오권
妙法蓮華經 第 五卷
묘법연화경 제 십사 안락행품
妙法蓮華經 第 十四 安樂行品
[1] 그 때 문수사리법왕자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이 모든 보살은 심히 있기 어렵나이다. 부처님을 공경하고 순종하는 까닭으로 큰 서원을 일으키어 뒤의 악한 세상에서 이 법화경을 수호하여 지니며 읽고 설할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뒤의 악한 세상에서 어떻게 하여야 능히 이 경을 설하오리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이르시되, 『만약 보살마하살이 뒤의 악한 세상에서 이 경을 설하고자 하면, 마땅히 네 가지 법에 편안히 머물러야 하느니라. 첫째는 보살이 행할 곳과 친근할 곳에 편안히 머물러서 능히 중생을 위하여 이 경을 연설해야 하느니라.
문수사리여, 어떠한 것을 보살마하살의 행할 곳이라 이름하는가 하면, 만약 보살마하살이 욕됨을 참는 자리에 머물러서 부드럽고 온화하며 착하고 순하며 그리고 불끈 성내지 아니하고, 마음에 또한 놀라지도 아니하고 또 다시 법에 행하는 바가 없어야 하며, 그리고 모든 법을 실상과 같이 관(觀)하되 또한 행하지 말고 분별하지도 아니함을,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행할 곳이라 이름하느니라.
어떤 것을 보살마하살의 친근할 곳이라 이름하느냐 하면, 보살마하살은 국왕과 왕자와 대신과 관리들을 친근하지 말 것이며, 모든 외도 범지(梵志)와 고행을 주로 하는 외도들(尼揵子)과 또 세속의 문필을 하는 이와, 외도의 글을 찬탄하며 읊는 이와, 또 세속의 욕망과 즐거움을 따르는 외도(路伽耶陀)와 세상의 도리에 꺼꾸로 행하는 외도(逆路伽耶陀)를 친근하지 말아야 하며, 또한 모든 흉악한 장난과 서로 찌르고 서로 치는 것과 또 힘을 겨루는 자(那羅廷)와, 가지가지로 변장하여 나타내는 장난꾼을 친근하지 말아야 하며, 또 살생과 감금 등 나쁜 일하는 자(캳陀羅)와, 또 돼지 양 닭 개를 기르는 자와 사냥하고 물고기 잡는 자와 모든 악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친근하지 말지니라. 이와 같은 사람들이 혹시 오거든 곧 위하여 법을 설하되, 희망하는 바가 없어야 하느니라.
또 성문을 구하는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를 친근하지 말것이며, 또한 문안하지도 말며 혹은 방안에서나 혹은 경행하는 곳이거나 혹은 강당 안에 있으면서도 함께 머무르지 말며, 혹시 오거든 마땅함을 따라 법을 설하되 바라고 구하는 바가 없어야 하느니라.
문수사리여, 또 보살마하살은 응당 여인의 몸에 능히 욕심을 내는 모습으로 법을 설하지 말며, 또한 보기를 즐겨하지 말며, 혹은 남의 집에 들어가더라도 소녀 처녀 과부 등과 더불어 함께 말하지 말며, 또한 다시 다섯 가지 남자 아닌(五種不男) 사람과 가까이하여 깊이 친하지 말며, 혼자서 남의 집에 들어가지 말며, 만약 인연이 있어 홀로 들어갈 때는 다만 일심으로 부처님을 생각해야 하느니라. 만약 여인을 위하여 법을 설하려거든 이(齒)를 드러내어 웃지 말며 가슴을 드러내지 말며, 법을 위해서라도 오히려 깊이 친하지 말아야 하거늘 하물며 다시 다른 일이겠느냐. 나이 어린 제자와 사미(沙彌)와 어린애 기르기를 좋아하지 말며, 또한 스승과 더불어 같이 즐기지 말며, 항상 좌선하기를 좋아하되 한적한 곳에 있으면서 마음을 거두어 닦아야 하느니라. 문수사리여, 이것을 첫째 친근할 곳이라 이름하느니라.
[2] 또 다시 보살마하살은 일체 법이 공한 것이 실상과 같음을 관할지니라. 뒤바뀌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며 물러나지 않으며 구르지도 않느니라. 허공과 같아서 성품이 있는 바가 없음이라, 일체 말이 끊어져(一切語言道斷) 나지도 아니하고 나오지도 아니하며, 일어나지도 않으며 이름도 없고 형상(形相)도 없어서 실로 있는 바가 없으며, 한량없고 가이 없으며 걸림도 없고 장애도 없건마는, 다만 인연으로 있으며 뒤바뀜을 좇아 나느니라. 그러므로 항상 이와 같이 법의 상을 즐거이 관하고 설할 것이니,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둘째 친근할 곳이라 이름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만약 어떤 보살이 미래의 악한 세상에서
두려움 없는 마음으로 이 경을 설하고자 하면,
응당 행할 곳과 또 친근할 곳에 들어갈지니라.
항상 나라의 왕과 또 나라의 왕자와
대신과 관리들과 흉악한 장난꾼과
살생하고 감금 등을 하는 이와 외도 범지를 멀리하며
또한 친근하지 말며 증상만의 사람과
소승에 탐착하는 삼장의 학자와
계를 파한 비구와 이름뿐인 아라한과,
또 비구니로서 웃고 희롱하기 좋아하는 자와
오욕락에 깊이 탐착하면서 멸도 나타나기를 구하는
모든 우바이들을 모두 친근하지 말지니라.
만약 이러한 사람들이 좋은 마음으로 와서
보살의 처소에 이르러 불도를 들으려 하면,
보살은 곧 두려움 없는 마음으로
바라는 마음을 품지 말고 그를 위하여 법을 설할지니라.
과부거나 처녀거나 또 모든 사내 아닌 자를
모두 친근하여 깊이 사귀지 말며,
또한 백정이나 회(膾)를 치는 이나 사냥하고 물고기 잡고
이익 위해 살생하는 자를 친근하지 말지니라.
고기 팔아 스스로 생활하고 여색(女色) 팔아 살아가는
이와 같은 사람들을 모두 친근하지 말지니라.
흉악하게 서로 치는 것과 가지가지 희롱하고 놀이하는 것과
모든 음탕한 여자들을 다 친근하지 말지니라.
홀로 으슥한 곳에서 여인을 위하여 설법하지 말며,
만약 설법할 때에는 희롱하고 웃지 말며,
동네에 들어가 걸식할려면 한 비구와 함께 하며,
만약 비구가 없거든 일심으로 부처님을 생각하리니,
이것이 곧 행할 곳과 친근할 곳이라 하느니라.
이 두 곳이라야 능히 안락하게 설하리라.
또 다시 상 중 하 법과 유위(有爲)와 무위(無爲)와
실다운 것과 실답지 않은 법을 행하지 말지니라.
또한 이는 남자다 여자다 분별하지 말며
모든 법을 얻었다 하지 말며
안다 하지 말고 보았다 하지 말지니라.
이것을 곧 보살의 행할 곳이라 이름하느니라.
[3]일체의 모든 법은 공하여 있는 바가 없고
항상 머물러 있음도 없고 또한 일어나고 멸함도 없으니,
이것을 지혜로운 자의 친근할 곳이라 이름하느니라.
뒤바뀐 마음으로 모든 법을 있다 없다
이는 실상이다 실상이 아니다
이는 난다 나지 않는다 분별하니,
한적한 곳에 있으면서 그 마음 닦아 다스리고,
편안히 머물러 움직이지 않기를 수미산과 같이 하며
일체 법을 관하되, 모두 있는 바가 없으니,
마치 허공과 같아서 견고함이 있을 수 없으며,
불생(不生) 불출(不出)하고 부동(不動) 불퇴(不退)하여
항상 한 모양(一相)에 머문다 함을
이것을 친근할 곳이라 이름하느니라.
만약 어떤 비구가 내가 멸도한 뒤에
이러한 행할 곳과 친근할 곳에 들어가면,
이 경을 설할 때에 겁약함이 있을 수 없느니라.
보살이 어떤 때에 고요한 방에 들어가
바른 기억과 생각으로 뜻을 따라 법을 관하고
선정으로부터 일어나 모든 나라 왕과 왕자와
신하와 백성과 바라문 등을 위하여
열어서 연설하여 교화하고 이 경전을 설하면
그 마음이 편안하며 겁약함이 있을 수 없느니라.
문수사리여, 이것을 보살이 첫째 법에
편안히 머물러서 능히 다음 세상에서
법화경 설함이라 이름하느니라.
『또 문수사리여, 여래가 멸도한 뒤에 말법 가운데서 이 경전을 설하고자 하면, 응당 안락한 행에 머물러서, 혹은 입으로 선설하거나 혹은 경을 읽을 때에는, 사람과 또 경전의 허물을 설하기를 즐기지 말며, 또한 다른 모든 법사를 가벼이 여기지 말며, 다른 사람의 좋고 나쁨과 잘잘못을 말하지 말지니라.
성문들에게도 또한 이름을 들먹여서 그의 허물과 나쁜 것을 말하지 말며, 또한 이름을 불러가며 그의 좋은 것을 찬탄하지 말며, 또한 원망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말지니라. 이와 같이 안락한 마음을 잘 닦는고로, 모든 듣는 자들이 그 뜻을 거스르지 아니하느니라. 어려운 것을 묻는 바가 있으면 소승법으로 대답하지 말며, 다만 대승으로써 이를 위하여 해설하여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게 할지니라.』
[4]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보살은 항상 즐거웁고 편안하게 법을 설하되,
맑고 깨끗한 땅에 법상(法床)의 자리를 펴고
기름을 몸에 바르고 더러운 때를 씻어 목욕하고
새로이 깨끗한 옷을 입어 안팎을 깨끗이 하고,
법자리에 편안히 앉아 물음에 따라 설할지니라.
만약 비구 비구니와 모든 우바새 우바이와
국왕이나 왕자나 신하들과 선비와 백성들이 있으면
미묘한 이치를 화평한 얼굴로 설할지니라.
만약 어려운 질문이 있으면 뜻에 따라서 이에 대답하되,
인연과 비유로써 자세히 분별하여 연설할지니라.
이러한 방편으로 모두 발심하게 하고
점점 이익을 더하게 하여 불도에 들게 할 것이며,
나태하고 느린 생각과 게으르고 소홀함을 제하고
모든 근심 걱정을 여의며 자비로운 마음으로 법을 설할지니라.
밤낮으로 항상 위없는 도의 가르침을 설할지니,
모든 인연과 한량없는 비유로써
중생에게 열어 보이며 모두로 하여금 환희케 하되,
의복과 침구와 음식과 의약을
그 가운데서 한 가지도 바라는 바가 없어야 하며,
다만 일심으로 생각하되 법을 설한 인연으로
불도를 이루기를 원하고,
중생으로 하여금 또한 성불을 원할지니라.
이것이 곧 큰 이익이며 안락한 공양이니라.
내가 멸도한 뒤에 만약 어떤 비구가
능히 이 묘법연화경을 연설하면
마음에 질투와 성냄과 모든 번뇌의 장애가 없고
또한 근심 걱정과 꾸짖고 욕설하는 자도 없으며,
또 겁나고 두려움이나 칼과 몽둥이 등으로 때리는 일이 없으며,
또한 쫓겨 나옴도 없으리니, 편안히 머물러 참는 까닭이니라.
지혜있는 자는 이와 같이 그 마음을 잘 닦아서
능히 안락하게 머물되, 내가 위에서 설한 것과 같이 하면,
그 사람의 공덕은 천만억 겁에
산수로나 비유로도 능히 다 말할 수 없느니라.
『또 문수사리여, 보살마하살은 다음 말세에서 법이 멸하고자 할 때, 이 경전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는 자를 질투하고 아첨하며 속이는 마음을 품지 말고, 또한 불도를 배우는 자를 가볍게 여겨 욕하며 그의 잘잘못을 찾지 말지니라. 만약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로서 성문을 구하는 자와 벽지불을 구하는 자와 보살도를 구하는 자를 괴롭게 하여 그로 하여금 의심하여 후회하게 하고는 그 사람에게 말하되, 「너희들은 도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마침내 일체종지를 얻지 못하리라. 왜냐하면, 너는 바로 방일(放逸)한 사람이라서 도에 게으른 까닭이니라.」 라고 하지 말지니라. 또한 역시 모든 법을 장난스럽게 논하여 싸우거나 다투는 일이 응당 없어야 하느니라. 마땅히 일체 중생에게 대비(大悲)의 마음을 일으키고, 모든 여래께는 사랑해 주시는 아버지라는 생각을 일으키며, 모든 보살에게는 큰 스승이라는 생각을 일으키며, 시방의 모든 큰 보살에게는 항상 응당 깊은 마음으로 공경하고 예배하며, 일체 중생에게는 평등하게 법을 설하되, 법에 순응하는 까닭으로 많이도 말고 적게도 말며, 법을 깊이 사랑하는 자에게라도 또한 많이 설하지 말지니라.
[5] 문수사리여, 이 보살마하살이 다음 말세에서 법이 멸하고자 할 때, 이 세 번째 안락한 행을 성취한 자가 있으면, 이 법을 설할 때에 능히 번뇌의 시끄러움이 없을 것이며, 좋은 동학(同學)을 얻어서 함께 이 경을 읽고 외울 것이며, 또한 대중이 와서 받아 들을 것이며 듣고는 능히 지니고 지니고는 능히 외우며 외우고는 능히 설하며 설하고는 능히 쓰며 혹은 사람을 시켜서 쓰게 하며, 경권에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 찬탄하리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만약 이 경을 설하고자 하면 마땅히 질투와 성냄과 교만과
아첨과 삿됨과 거짓된 마음 버리고
항상 바르고 곧은 행을 닦으며
사람을 가벼이 여겨 멸시하지 말며,
또한 법을 장난으로 논하지 말며,
다른 사람을 의심과 후회케 하여
너는 성불 못한다 하지 말지니라.
이 불자가 법을 설하려거든 항상 부드럽고 온화하며 능히 참고
일체를 자비롭게 여기며 게으른 마음을 내지 말지니라.
시방의 큰 보살들이 중생을 불쌍히 여겨 도를 행하나니,
응당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이는 곧 나의 큰 스승이라 하며,
모든 부처님 세존께는 위없는 아버지라는 생각을 내어
교만한 마음을 깨뜨리고 법을 설함에 장애없게 할지니라.
세 번째 법이 이와 같으니 지혜있는 자는 응당 수호하여
일심으로 안락한 행을 하면 한량없는 중생이 공경하리라.
『또 문수사리여, 보살마하살이 다음 말세에서 법이 멸하고자 할 때, 이 법화경을 지니고 있는 자는 집에 있거나 출가한 사람 가운데서는 대자(大慈)의 마음을 내고, 보살이 아닌 사람 가운데서는 대비(大悲)의 마음을 내어 응당 이런 생각을 하되, 「이와 같은 사람은 곧 크게 잃어버림이 되어 여래께서 방편으로 마땅함을 따라 설하신 법을 듣지도 못하고 알지도 깨닫지도 못하며 묻지도 아니하며 믿지도 아니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나니, 그 사람이 비록 이 경을 묻지도 아니하고 믿지도 아니하며 이해하지도 못하나,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 어느 곳에 있을지라도 따라서 신통력과 지혜의 힘으로 그를 이끌어서 이 법 가운데 머물게 하리라.」고 할지니라.
문수사리여, 이 보살마하살이 여래가 멸도한 뒤에 이 네 번째 법을 성취한 자가 있으면, 이 법을 설할 때에 허물이 있을 수 없으며, 항상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국왕 왕자 대신 인민 바라문 거사 등이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 찬탄하며 허공의 모든 하늘이 법을 듣기 위한 까닭으로 또한 항상 따라다니며 모시리라.
만약 마을이거나 성이나 도시이거나 한가한 산림 속에 있을 적에 어떤 사람이 와서 어려운 것을 묻고자 하면, 모든 하늘이 밤낮으로 항상 법을 위하는고로 이에 호위하고 보호하여 능히 듣는 자로 하여금 모두 기쁨을 얻게 하느니라. 왜냐하면, 이 경은 일체 과거 미래 현재의 모든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수호하시는 바이기 때문이니라.
[6] 문수사리여, 이 법화경은 한량없는 나라 가운데서 이름자만이라도 가히 얻어듣지 못하거늘, 하물며 얻어 보고 받아지니며 읽고 외움이겠느냐.
문수사리여, 비유하면, 힘센 전륜성왕이 위엄있는 세력으로 모든 나라를 항복받고자 하나, 그러나 모든 작은 왕들이 그 명령에 순종하지 않으면, 이 때 전륜성왕이 가지가지 군사를 일으켜 가서 토벌하되, 왕이 군사 무리에서 전쟁에 공이 있는 자를 보고, 곧 크게 기뻐하며 공에 따라 상을 주되, 혹은 논밭과 집과 마을과 성과 도시를 주며, 혹은 의복과 몸을 꾸미는 것을 주며 혹은 가지가지 진귀한 보물인 금 은 유리 자거 마노 산호 호박 코끼리 말과 타는 수레와 노비와 인민을 주되, 오직 상투 속에 밝은 구슬만은 주지 않노니, 왜냐하면, 홀로 전륜성왕의 머리 위에만 이 하나의 구슬이 있으니, 만약 이것을 준다면 왕의 모든 권속들이 반드시 크게 놀라고 괴이하게 여길 것이니라.
문수사리여, 여래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선정과 지혜의 힘으로 법의 국토를 얻어서 삼계의 왕이 되었거늘, 그러나 모든 마왕들이 순종하여 항복하지 않으면, 여래의 어질고 거룩한 모든 장수들이 함께 싸우니, 그 공이 있는 자에게는 마음이 또한 환희하여 사부대중 가운데서 모든 경을 설하여 그로 하여금 마음을 기쁘게 하고 선정과 해탈과 무루의 근력(根力)과 모든 법의 재물을 주며, 또 다시 열반의 성(城)을 더불어 주며, 멸도를 얻으리라고 말하여 그 마음을 인도하고 모두로 하여금 기쁘게 하되, 그러나 이 법화경을 설하지 아니하였노라.
문수사리여, 전륜성왕이 모든 군사 무리에서 큰 공이 있는 자를 보고 마음이 심히 기뻐서 이 믿기 어려운 구슬을 오래도록 상투 속에 두고 함부로 사람에게 주지 않던 것을 이제 주는 것과 같으니라. 여래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삼계 가운데서 큰 법왕이 되어 법으로써 일체 중생을 교화하되, 어질고 거룩한 군사가 오음마(五陰魔) 번뇌마(煩惱魔) 죽음마(死魔)와 더불어 함께 싸워서 큰 공훈이 있어, 삼독을 멸하고 삼계에서 나와 마군의 그물을 깨뜨리는 것을 보고, 그 때 여래는 또한 크게 환희하여, 이 법화경이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일체종지에 이르게 하지만, 일체 세간에서 원망이 많고 믿기 어려워 먼저 설하지 않던 것을 지금 설하는 것이니라.
문수사리여, 이 법화경은 이 모든 여래의 제일의 말씀이라, 모든 설하심 가운데서 가장 깊고 깊어서 뒤끝에야 베풀어 주시나니, 저 힘센 왕이 오랫동안 보호하던 밝은 구슬을 지금에야 주는 것과 같으니라.
문수사리여, 이 법화경은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비밀히 감추어 두셨던 바라, 모든 경 중에서 가장 으뜸에 있으니 긴 세월에 수호하여 함부로 펴서 설하지 않던 것을 오늘에야 비로소 너희들에게 주어 그리고 널리 연설하느니라.』
[7]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항상 인욕을 행하고 일체를 불쌍히 여겨
능히 부처님께서 찬탄하신 이 경을 연설할지니라.
뒤의 말세에서 이 경을 지니는 자는
집에 있거나 출가했거나 또 보살이 아닌 이에게도
응당 자비심을 낼지니, 이들이 이 경을
듣지도 않고 믿지도 아니하면 곧 크게 잃게 되느니라.
내가 불도를 얻어서 모든 방편으로
이 법을 설하여 그 가운데 머물게 하리라 할지니라.
비유하면, 힘이 센 전륜성왕이 있어
싸워서 공이 있는 병사에게 상으로 모든 물건을 주되,
코끼리와 말과 타는 수레와 몸을 단장하는 장신구와
또 모든 논밭과 사는 집과 마을과 성과 도시와
혹은 의복과 가지가지 진귀한 보물과
노비와 재물을 주어 함께 기뻐하게 하고,
용맹하고 굳센 군사가 능히 어려운 일을 하면
왕이 상투 속을 풀어 헤쳐 밝은 구슬 주는 것과 같이,
여래도 또한 그리하여 모든 법의 왕이 되어,
욕됨을 참는 큰 힘과 지혜의 보물 창고와
큰 자비로써 법과 같이 세상을 교화하되,
일체 사람이 모든 번뇌와 고통을 받고,
해탈을 구하고자 모든 마군과 싸우는 것을 보고
이런 중생을 위하여 가지가지 법을 설하고,
크나큰 방편으로 이 모든 경을 설하여
이미 중생들이 그 힘을 얻은 줄 알고는,
나중에야 그를 위하여 이 법화경을 설하나니,
왕이 상투를 풀어서 밝은 구슬 주는 것과 같으니라.
이 경은 존귀하여 많은 경 가운데 으뜸이라,
내가 항상 수호하여 함부로 열어 보이지 않았으나,
지금이 바로 이 때이므로 너희들을 위하여 설하노라.
내가 멸도한 뒤에 불도를 구하는 자가
편안하게 이 경을 연설하고자 하면,
응당 마땅히 이와 같은 네 가지 법을 친근(親近)할지니라.
이 경을 읽는 자는 항상 근심과 번뇌가 없고,
또 병의 고통이 없으며 얼굴빛이 곱고 희며
빈궁하고 비천하고 추하고 더러운 데 태어나지 않으며,
중생이 보기를 즐거이 하되, 거룩한 성현을 사모함과 같고
천상의 모든 동자들이 이를 위하여 시중들며,
칼과 몽둥이로 해치지 못하고 독약이 능히 해치지 못하며,
만약 사람이 악하게 욕을 하면 입이 곧 막힐 것이며,
두루 다녀도 두려움 없기는 사자왕과 같으며,
지혜의 광명이 해와 같이 비치리라.
[8]혹은 꿈 속에서도 다만 묘한 일만 보되,
모든 여래께서 사자좌에 앉으시어
모든 비구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설법하심을 보며,
또 항하 모래같은 수의 용과 신과
아수라 무리들이 공경하고 합장함을 보며,
자기 몸이 설법하는 것을 스스로 보게 되리라.
또 모든 부처님의 몸의 형상이 금빛이라,
한량없는 광명을 놓아 일체를 비추시고
맑고 깨끗한 음성으로 모든 법을 연설하심을 보며,
부처님께서 사부대중을 위하여 위없는 법을 설하시는데
자기 몸이 그 가운데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찬탄하며,
법을 듣고 환희하여 부처님께 공양하고,
다라니를 얻어 불퇴지(不退智)를 증득하니,
부처님께서 그 마음 불도에 깊이 들어갔음을 아시고,
곧 수기를 주시어 가장 바른 깨달음을 이루리니,
너희들 선남자여, 마땅히 오는 세상에서
한량없는 지혜의 부처님의 큰 도를 얻을 것이며,
국토는 엄정하여 넓고 커서 비할 데 없으며,
또한 사부대중이 있어 합장하고 법을 들으리라.
또 보니 자기 몸이 산림 속에 있으면서
좋은 법을 닦고 익혀서 모든 실상을 증득하며,
선정에 깊이 들어 시방 부처님을 뵈옵나니
모든 부처님의 몸은 금빛이요, 백복상(百福相)으로 장엄하였으며,
법을 듣고 남을 위하여 설하는 항상 이런 좋은 꿈을 꾸느니라.
또 꿈 속에서 국왕되어 궁전과 권속과 또 으뜸가는
묘한 다섯 가지 욕심 버리고 도량에 나아가서
보리수 아래 있으면서 사자좌에 머물러
도를 구하기 칠일을 지나 모든 부처님의 지혜를 얻고
위없는 도를 성취하고는 일어나서 법륜을 굴리며
사부대중을 위하여 법을 설하되, 천만억 겁이 지나도록
무루(無漏)의 묘법을 설하여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고
그 뒤에 마땅히 열반에 들기를
연기가 다하여 등불 꺼지듯 하리라.
만약 다음 악한 세상 가운데서 이 제일의 법을 설하면
이 사람이 얻는 큰 이익은 위의 모든 공덕과 같으니라.
안락행품 끝
묘법연화경 제 십오 종지용출품
妙法蓮華經 第 十五 從地涌出品
[1] 그 때 다른 방위의 국토에서 온 모든 보살마하살이 팔 항하사 수보다 많음이라. 대중 가운데서 일어나 서서 합장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만약 저희들이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이 사바세계에 있으면서 부지런히 정진을 더하며 이 경전을 수호하여 지니고 읽고 외우며 베껴쓰고 공양할 것을 허락하신다면 마땅히 이 국토에서 널리 설하오리다.』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마하살 대중에게 이르시되, 『그만두어라. 선남자여, 너희들이 이 경을 수호하여 지니기를 바라지 않나니, 왜냐하면, 나의 사바세계에는 스스로 육만 항하사 등의 보살마하살이 있으되, 하나하나 보살에게는 각각 육만 항하사 권속이 있거늘, 이 모든 사람들이 능히 내가 멸도한 뒤에 이 경을 수호하여 지니고 읽고 외우며 널리 설할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러한 말씀을 하실 때 사바세계의 삼천대천국토의 땅이 모두 진동하여 갈라지더니, 그리고 그 가운데서 한량 없는 천만억 보살마하살이 동시에 솟아나왔다. 이 모든 보살의 몸은 모두 금색이고 삼십이상(三十二相)과 한량없는 광명이 있었다. 먼저부터 이 사바세계의 아래 이 경계 허공 가운데에 머물러 있었음이니, 이 모든 보살들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설하시는 음성을 듣고 아래로부터 오게 됨이라, 하나하나 보살은 모두 이 대중을 인도하는 우두머리로서 각각 육만 항하사 권속을 거느렸거늘, 하물며 오만 사만 삼만 이만 일만 항하사 등의 권속을 거느린 보살이겠느냐. 하물며 다시 일 항하사 반 항하사 사분의 일 항하사와 천만억 나유타분의 일에 이르럼이랴. 하물며 다시 천만억 나유타 권속이며, 하물며 다시 억만 권속이며, 하물며 다시 천만 백만 내지 일만 권속이며, 하물며 다시 일천 일백 내지 십 권속이며, 하물며 다시 다섯 넷 셋 둘 하나의 제자만 거느린 보살이겠느냐. 하물며 다시 홀몸으로 멀리 여의는 행을 즐기는, 이와 같은 이들이 한량없고 가이 없어서 산수와 비유로는 능히 알 수 없었다.
이 모든 보살들은 땅으로부터 솟아나와서 각각 허공의 칠보로 된 묘한 탑의 다보여래와 석가모니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두 세존을 향하여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또 모든 보배나무 아래 사자좌에 앉으신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 또한 모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는 합장하고 공경하며, 모든 보살의 가지가지 찬탄하는 법으로 이에 찬탄하고 한쪽에 머물러 있으면서 기쁜 마음으로 두 세존을 우러러 보았다. 이 모든 보살마하살이 처음 솟아나와 모든 보살의 가지가지 찬탄하는 법으로 이에 부처님을 찬탄하니, 이와 같은 시간이 오십 소겁이 지났다.
이 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앉아 계시었고, 또 모든 사부대중도 또한 모두 잠자코 오십 소겁이 지났으나, 부처님의 신통력의 까닭으로 모든 대중으로 하여금 한나절과 같이 생각하게 하였다.
[2] 그 때 사부대중은 또한 부처님의 신통력의 까닭으로써 모든 보살이 한량없는 백천만억 국토의 허공에 두루 가득함을 보았다. 이 보살대중 가운데 네 도사(導師)가 있으니, 첫째 이름은 상행(上行)이요, 둘째 이름은 무변행(無邊行)이며, 셋째 이름은 정행(淨行)이요, 넷째 이름은 안립행(安立行)이었다.
이 네 보살은 그 대중 가운데서 가장 높은 우두머리로서 인도하는 스승이라, 대중 앞에서 각각 같이 합장하고 석가모니 부처님을 우러러 뵈옵고 문안을 여쭈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병이 적으시며 번거로움도 적으시며 안락한 행을 하시나이까. 응당 제도받을 이들이 가르치심을 잘 받나이까. 세존으로 하여금 피로를 내시게 하지는 않나이까.』
그 때 네 보살이 게송으로 말씀하되,
세존께서는 안락하시오며
병이 적으시고 번거로움도 적으시며,
중생을 교화하시는데 피로와 권태가 없으시며,
또 모든 중생은 교화를 쉽게 받나이까. 않나이까.
세존으로 하여금 피로함을 내시게 하지는 않나이까.
그 때 세존께서 보살대중 가운데서 이런 말씀을 하시되, 『이와 같고 이와 같으니라. 모든 선남자여, 여래는 안락하고 병도 적고 번거러움도 적으며, 모든 중생도 가히 교화하여 제도하기가 쉬워 피로함이 없노라. 왜냐하면, 이 모든 중생은 세세생생 이미 오면서 항상 나의 교화를 받았으며, 또한 과거 모든 부처님을 공경하고 존중하였으며 모든 선근을 심음이라. 이 모든 중생이 처음 나의 몸을 보고 내가 설한 바를 듣고는 곧 모두 믿고 받아서 여래의 지혜에 들었나니, 먼저 소승을 배워 닦고 익힌 자는 제외하느니라. 이와 같은 사람도 내가 지금 또한 이 경을 얻어듣게 하여 부처님 지혜에 들게 하느니라.』
그 때 모든 큰 보살들이 게송으로 말씀하되,
거룩하시고 거룩하시옵니다. 대웅(大雄)이신 세존이시여,
모든 중생들을 가히 쉽게 교화하여 제도하시며,
능히 모든 부처님의 심히 깊은 지혜를 물어서
듣고는 믿어 행한다 하오니, 저희들도 따라서 기뻐하나이다.
[3] 이 때 세존께서 우두머리의 모든 큰 보살을 찬탄하시되, 『착하고 착하도다. 선남자여, 너희들이 능히 여래를 따라 기쁜 마음을 일으키는구나.』
그 때 미륵보살과 또 팔천 항하사 모든 보살대중은 모두 이런 생각을 하되, 「우리들이 옛적부터 이미 오면서 이와 같은 큰 보살마하살 대중이 땅으로부터 솟아나와 세존 앞에 머물러 합장하고 공양하며 여래께 문안드리는 것을 보지도 못하였고 듣지도 못하였도다.」
이 때 미륵보살마하살은 팔천 항하사의 모든 보살들이 마음에 생각하는 바를 아시고, 아울러 자기의 의심도 해결하고자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게송으로 여쭈시되,
한량없는 천만억 모든 보살대중은
옛적에는 일찍이 보지 못한 바이오니,
원하옵건대, 양족존께서는 설해 주시옵소서.
이들은 어느 곳으로부터 왔으며, 어떠한 인연으로 모였나이까.
거대한 몸에 큰 신통과 지혜는 생각으로 논의하기 어려우며,
그 뜻과 생각이 견고하여 큰 인욕의 힘이 있으며,
중생이 보고 즐거워하는 바이니 어떠한 곳으로부터 왔나이까.
하나하나 모든 보살이 거느린 바의 모든 권속들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어 항하의 모래와 같으며,
혹은 어떤 큰 보살은 육만 항하사를 거느리며,
이와 같은 모든 대중이 일심으로 불도를 구하며,
육만 항하사의 이 모든 대사(大師)들이
함께 와서 부처님께 공양하고 또 이 경을 수호하여 지니며,
오만 항하사를 거느리니 그 수는 이보다 많으오며
사만과 삼만이며 이만과 일만에 이르러고,
일천과 일백 등 내지 일 항하사에 이르러고
반 항하사와 또 삼 사분과 억만분의 일이며,
천만 나유타 만억의 모든 제자와
반억 권속에 이르러니 그 수는 다시 위보다 많사오며,
백만 내지 일만 권속과 일천과 또 일백이며
오십과 더불어 십 권속이며 셋 둘 하나에 이르러고,
권속없이 홀몸으로 혼자 있기 즐겨하는 이가
부처님 처소에 함께 와서 이르니,
그 수는 위보다 더 많사옵니다.
이와 같은 모든 대중을 만약 사람이 수를 헤아리되,
항하사 겁을 지나도 오히려 능히 다 알지 못하오리다.
이 모든 큰 위덕(威德)의 정진하는 보살대중은
누가 그를 위하여 설법하고 교화하여 성취하게 하셨으며,
누구를 따라 처음 발심하고 어느 부처님 법을 찬양하였으며,
누구의 경을 받아지녀 행하고
어느 부처님 도를 닦아 익혔나이까.
이와 같은 모든 보살들이 신통과 큰 지혜의 힘으로
사방의 땅이 진동하고 갈라져서 모두 속에서 솟아나왔으니,
세존이시여, 저희는 옛적부터 오면서
일찍이 이런 일을 보지 못했나이다.
원하옵건대, 그들이 온 국토의 이름을 설하여 주시옵소서.
저는 항상 모든 나라를 다녔지만
일찍이 이런 대중을 보지 못하였으며,
저는 이 대중 가운데서 한 사람도 알지 못하겠나이다.
홀연히 땅에서 솟아나왔으니
원하옵건대, 그 인연을 설하여 주시옵소서.
지금 이 큰 모임의 한량없는 백천억의
이 모든 보살들이 모두 이러한 일과
이 모든 보살대중의 처음과 끝의 인연을 알고자 하옵나이다.
한량없는 위덕의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옵건대,
대중의 의심을 끊어 주시옵소서.
[4] 그 때 석가모니 부처님의 모든 분신 부처님께서 한량없는 천만억의 타방 국토로부터 오시어 팔방의 모든 보배나무 아래 사자좌에 가부좌를 맺고 앉으셨는데, 그 부처님의 시자(侍者)도 각각 이 보살대중이 삼천대천세계의 사방에서 땅으로부터 솟아나와서 허공에 머무름을 보고, 각각 그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이 모든 한량없고 가이 없는 아승지의 보살대중은 어떠한 곳으로부터 왔나이까.』
그 때 모든 부처님께서 각각 시자에게 이르시되, 『모든 선남자여, 잠깐만 기다릴지니라. 이름이 미륵이라는 보살마하살이 있으니,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기를 받아 다음에 성불하리니, 이미 이 일을 물었으니 부처님께서 지금 대답하시리라. 너희들도 스스로 마땅히 이로 인하여 듣게 되리라.』
그 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이르시되, 『착하고 착하도다. 아일다여, 능히 부처님께 이와 같은 큰 일을 묻는구나. 너희들은 마땅히 함께 일심으로 정진의 갑옷을 입고 견고한 뜻을 일으킬지니라. 여래는 지금 모든 부처님의 지혜와 모든 부처님의 자재하신 신통의 힘과 모든 부처님의 사자같이 떨쳐 일어나는 기세의 힘과 모든 부처님의 위엄과 용맹하신 큰 세력을 나타내어 일으켜서 펴 보이고자 하노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마땅히 일심으로 정진하라. 내가 이 일을 설하고자 하노니,
의심하여 후회함이 없게 할지니라.
부처님 지혜는 부사의하나니,
너희는 지금 믿는 힘을 내어 참고 착한 가운데 머물면,
옛적에 듣지 못하던 법을 지금 모두 마땅히 얻어들으리라.
내가 지금 너희를 편안히 위로하노니,
의심과 두려움을 품지 말지니라.
부처님 말씀 진실 아님이 없나니,
지혜는 가히 헤아리지 못하느니라.
얻은 바 제일의 법은 심히 깊어 분별하기 힘드나,
이와 같은 것을 이제 마땅히 설하리니,
너희들은 일심으로 들을지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설하시고는 미륵보살에게 이르시되, 『내가 지금 이 대중에서 너희들에게 널리 이르노라. 아일다여, 이 한량없고 수없는 아승지의 모든 큰 보살마하살이 땅으로부터 솟아나왔으니, 너희들은 옛적에 보지 못한 자이니라. 내가 이 사바세계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는 이 모든 보살을 교화하여 보이고 인도하고 그 마음을 조복받아 도(道)에 뜻을 일으키게 하였노라. 이 모든 보살이 모두 이 사바세계 아래 이 경계의 허공 가운데 머물면서 모든 경전을 읽고 외워서 통리하였으며, 깊이 생각하고 분별하여 바르게 기억하였느니라.
[5] 아일다여, 이 모든 선남자들은 대중 가운데에 있으면서 많이 설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항상 고요한 곳을 즐기며 부지런히 정진을 행하되 일찍이 쉬지 아니하였으며, 또한 사람과 하늘에 의지하여 머무르지 아니하고, 항상 깊은 지혜를 즐기어 장애됨이 없으며, 또한 항상 모든 부처님의 법을 좋아하여 일심으로 정진하여 위없는 지혜를 구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아일다여, 너는 마땅히 알지니라. 이 모든 큰 보살들은
수없는 겁으로부터 오면서 부처님의 지혜를 닦아 익혔느니라.
이는 다 내가 교화한 바로 큰 도의 마음을 일으키게 하였노라.
이들은 나의 아들이니 이 세계를 의지하여 머물러
항상 두타(頭陀)의 일을 행하고, 뜻은 고요한 곳을 좋아하여
대중의 시끄러움을 버리고 말많은 것 좋아하지 않나니,
이와 같은 모든 자식들이 나의 도법을 배워 익히며
밤낮으로 항상 정진하여 불도를 구하기 위한 까닭으로
사바세계 아래 방위의 허공 중에 머물러 있느니라.
뜻과 생각의 힘이 견고하여 항상 부지런히 지혜를 구하며
가지가지 묘법을 설하되, 그 마음 두려울 바 없느니라.
내가 가야성(伽耶城)의 보리수 아래 앉아
가장 바른 깨달음을 이루고 위없는 법륜을 굴리며
이들을 교화하여 처음 도의 마음 일으키게 하였노라.
지금은 모두 불퇴지에 머물러 모두 마땅히 성불할 것이니라.
나는 지금 진실한 말을 설하노니,
너희들은 일심으로 믿을지니라.
나는 오랜 옛적부터 오면서 이들의 대중을 교화하였노라.
그 때 미륵보살마하살과 또 수없는 모든 보살들이 마음에 의혹을 내고, 일찍이 있지 아니한 것이라 기이하여 이런 생각을 하되, 「어찌하여 세존께서는 짧은 시간에 이와 같은 한량없고 가이 없는 아승지의 큰 보살을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물게 하셨을까.」 곧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태자로 계실 때 석씨(釋氏) 궁궐을 나오시어 가야성에서 멀지 않은 도량에 앉으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셨나이다. 이로부터 지금까지 사십여 년이 지났거늘, 세존께서는 어찌하여 이 짧은 시간에 큰 불사를 지으셨나이까. 부처님의 세력과 부처님의 공덕으로 이와 같은 한량없는 큰 보살대중을 교화하시어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게 하셨나이까.
세존이시여, 이 큰 보살대중을 가령 어떤 사람이 천만억 겁 동안 세어도 능히 다하지 못하며 그 끝을 얻지 못하오리다. 이들은 오랜 옛날부터 오면서 한량없고 가이 없는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모든 선근을 심고 보살도를 성취하여 항상 범행을 닦았을 것이니,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일은 세상에서 믿기 어려운 것이옵니다.
[6] 비유하면, 얼굴이 아름답고 머리털이 검은 스물다섯 살 되는 어떤 젊은 사람이 백 살이나 된 노인을 가리키며 이는 나의 아들이라 말하고, 그 백 살 된 노인도 또한 나이 젊은 사람을 가리키며 이 분은 나의 아버지다 저를 낳아 길렀다고 말한다면, 이 일은 믿기 어렵나이다. 부처님께서도 또한 이와 같으시어 도를 얻으신 지 그 사실은 오래지 않사옵고, 이 대중의 모든 보살들은 이미 한량없는 천만억 겁에 불도를 위하는고로 부지런히 정진을 행하여 한량없는 백천만억 삼매에 잘 들고 나고 머물러서 큰 신통을 얻고 오랫동안 범행을 닦아 능히 차례로 모든 선법을 잘 익혀서 문답함에 훌륭하여 사람 가운데 보배이니, 일체 세간에서 심히 희유하나니, 오늘 세존께서 방금 말씀하시기를, 「불도를 얻었을 때 처음으로 발심하게 하고 교화하여 보여서 인도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향하게 하였다.」 하시오나, 세존께서는 부처님을 이루신 지 오래지 않사온데 이러한 큰 공덕을 능히 지으셨나이까.
저희들은 비록 다시 부처님께서 마땅함을 따라 말씀하심을 믿사옵고 부처님께서 하신 바 말씀은 일찍이 허망하지 않사오며, 부처님께서는 아실 바를 모두 다 통달하셨음을 믿사옵니다. 그러나 새로 발심한 모든 보살들은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만약 이 말씀을 듣고 혹은 믿어 받지 아니하고 법을 파하는 죄업의 인연을 일으키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해설하시어 저희들의 의심을 제하여 주시옵고 또 미래 세상 모든 선남자가 이 일을 듣고는 또한 의심을 내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7] 그 때 미륵보살이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되,
부처님께서 옛날 석씨 궁전에서
출가하시어 가야성 가까운 곳에
보리수 아래 앉으셨으니, 이렇게 옴이 오래지 않사온데,
이 모든 불자들의 그 수는 헤아릴 수 없나이다.
오래도록 이미 불도를 행하여 신통력에 머무르며
보살도를 잘 배워서 세간법에 물들지 않음이
연꽃이 물에 있는 것과 같나니, 땅으로부터 솟아올라와
모두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켜 세존 앞에 머무나이다.
이 일은 부사의하옵거늘 어찌 감히 믿으오리까.
부처님께서 도를 얻으신 지 오래잖는데
성취하신 바는 매우 많으시니,
원하옵건대, 대중의 의심을 제하기 위하여
진실과 같이 분별하여 말씀하시옵소서.
비유하면, 스물다섯 살 된 젊고 씩씩한 사람이
머리털은 희고 얼굴은 주름진 백 살 된 사람을 가리키며,
이는 내가 낳았다 하고 아들 또한 이 분은 아버지라 한다면,
아버지는 젊고 아들은 늙었으니,
온 세상이 믿지 아니할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도 또한 이와 같으시어
도를 얻으신 지 오래지 않사온데,
이 모든 보살들은 뜻이 굳고 겁약함이 없으며,
한량없는 겁으로부터 오면서 보살도를 행하여
어려운 것을 물어도 답을 잘하고 그 마음 두려움이 없고
욕됨을 참는 마음 결정되어 단정하고 위덕이 있으며
시방 부처님께서 칭찬하시는 바이라, 능히 잘 분별하여 설하며
많은 사람과 있기를 즐기지 아니하고
항상 선정에 있기를 좋아하며
불도를 구하기 위한 까닭으로 아래세계 공중에 머무나이다.
저희들은 부처님으로부터 들어서 이 일에 의심이 없사오나,
원컨대, 부처님께서 미래를 위하시어
연설하여 이해를 열어 주시옵소서.
만약 이 경에 의심을 내고 믿지 않는 자가 있으면,
곧 마땅히 악도에 떨어지리니
원하옵건대, 지금 해설하여 주시옵소서.
이 한량없는 보살들을 어찌하여 짧은 시간에
교화하여 발심하게 하시어
불퇴지(不退地)에 머물게 하셨나이까.
종지용출품 끝
묘법연화경 제 십육 여래수량품
妙法蓮華經 第 十六 如來壽量品
[1]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과 또 일체 대중에게 이르시되, 『모든 선남자여, 너희들은 마땅히 여래의 참된 이치의 말을 믿고 이해하라.』
다시 대중에게 이르시되, 『너희들은 마땅히 여래의 참된 이치의 말을 믿고 이해하라.』
또 다시 모든 대중에게 이르시되, 『너희들은 마땅히 여래의 참된 이치의 말을 믿고 이해하라.』
이 때 보살대중은 미륵보살이 우두머리가 되어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옵건대, 설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들은 마땅히 부처님의 말씀을 믿어 받으오리다.』 이와 같이 세 번이나 아뢰옵고 다시 말씀하되, 『오직 원하옵건대, 설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들은 마땅히 부처님의 말씀을 믿어 받으오리다.』
그 때 세존께서는 모든 보살이 세 번이나 청하여 그치지 아니함을 아시고 이에 일러 말씀하시되, 『너희들은 여래의 비밀한 신통의 힘을 잘 들어라. 일체 세간의 하늘과 사람과 또 아수라는 모두 지금의 석가모니 부처님은 석씨(釋氏)궁전을 나와 가야성 가기가 멀지 않은 도량에 앉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고 생각하느니라. 그러나 선남자여, 내가 진실로 성불하여 옴이 한량없고 가이 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겁이니라.
비유하면, 오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 삼천대천세계를 가령 어떤 사람이 갈아서 미진을 만들어, 동방으로 오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 나라를 지나면서 한 미진을 떨어뜨리고, 이와 같이 동쪽으로 가면서 이 미진이 다한다면, 모든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모든 세계를 가히 깊이 생각하고 산수로 계산하여 그 수를 알겠느냐. 모르겠느냐.』
미륵보살 등이 함께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이 모든 세계는 한량없고 가이 없어서 산수로 알 바가 아니오며, 또한 마음의 힘으로도 미칠 바가 아니오며, 일체 성문 벽지불이 무루(無漏)의 지혜로써 깊이 생각하여도 그 한계의 수를 알지 못하오며, 저희들이 돌아서서 물러남이 없는 지위(阿鞞跋致地)에 머물지라도 이런 일은 또한 통달할 수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모든 세계는 한량없고 가도 없사옵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 큰 보살대중에게 이르시되, 『모든 선남자여, 이제 마땅히 너희들에게 분명히 펴서 말하리라. 이 모든 세계에 만약 미진을 떨어뜨리거나 또 떨어뜨리지 않은 것을 다 미진을 만들어서 한 미진을 한 겁이라 하여도 내가 성불하여 옴은 다시 이보다 지나서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 겁이니라. 이로부터 스스로 오면서 나는 항상 이 사바세계에 있으면서 법을 설하여 교화하였으며 또한 다른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 국토에서도 중생을 인도하여 이롭게 하였느니라.
[2] 모든 선남자여, 이런 중간에 내가 연등(燃燈)부처님 등을 설하였으며, 또 다시 그 부처님께서 열반에 들었다고 말하였으나, 이와 같은 것은 모두 방편으로 분별한 것이니라.
모든 선남자여, 만약 어떤 중생이 나의 처소에 오면은 내가 부처의 눈으로 그의 신심과 모든 근기가 날카롭고 둔함을 관하여 응당 제도할 바를 따라 곳곳에서 이름이 같지 아니하고 나이도 많기도 하고 적게도 하여 스스로 설하였으며, 또한 다시 마땅히 열반에 든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가지가지 방편으로 미묘한 법을 설하여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환희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였느니라.
모든 선남자여, 여래는 모든 중생이 작은 법을 즐기며 덕이 엷고 업이 무거운 자를 보면, 이러한 사람을 위하여 「나는 젊어서 출가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노라.」 하고 설하느니라. 그러나 내가 진실로 성불하여 옴은 이미 오래되어 이와 같지마는 다만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여 불도에 들게 하려고 이와 같이 설하였느니라.
모든 선남자여, 여래가 연설한 바 경전은 모두 중생을 제도하기 위함이니, 혹은 자기의 몸을 설하고 혹은 남의 몸을 설하며 혹은 자기의 몸을 보이고 혹은 남의 몸을 보이며 혹은 자기의 일을 보이고 혹은 남의 일을 보이되, 모든 설한 바의 말은 모두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느니라. 왜냐하면, 여래는 삼계의 상(相)을 실상과 같이 보고 알아 생사와 혹은 물러남과 혹은 나옴도 있음이 없고, 또한 세상에 있거나 멸도하는 자도 없으며, 진실도 아니고 허망함도 아니며,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며, 삼계에서 보는 삼계와 같지 않느니라.
이와 같은 일을 여래는 밝게 보아 잘못됨이 없건마는, 모든 중생은 가지가지 성품과 가지가지 욕망과 가지가지 행동과 가지가지 기억과 생각과 분별함이 있는 까닭으로, 그들로 하여금 모든 선근을 내게 하고자 약간의 인연과 비유와 말로써 가지가지 법을 설하되, 불사를 지어 잠깐이라도 폐하지 않았느니라. 이와 같이 내가 성불하여 옴이 심히 오래되고 멀어서 수명은 한량없는 아승지 겁이라, 항상 머물고 멸하지 않느니라.
모든 선남자여, 내가 본래 보살도를 행하여 이룬 바 수명은 지금도 아직 다하지 않았으며, 다시 위의 수보다 배이니라. 그러나 지금 진실한 멸도가 아니면서 문득 마땅히 멸도를 취한다고 소리높여 말하노니, 여래는 이런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느니라. 왜냐하면, 만약 부처님이 세상에 오래 머무르면, 박덕한 사람은 선근을 심지 않고 빈궁하고 하천하면서도 다섯 가지 욕심에만 탐착하여, 기억과 생각이 허망한 견해의 그물 가운데에 들게 되느니라. 만약 여래가 항상 멸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오로지 교만하고 방자함을 일으키어 싫증과 게으름을 품고 능히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과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아니하리라. 이런 까닭으로 여래는 방편으로 설하되, 「비구여, 마땅히 알지니라. 모든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시는 것은 가히 만나기 어려우니라.」 고 하느니라. 왜냐하면, 모든 박덕한 사람은 한량없는 백천만억 겁이 지나도록 혹은 부처님을 뵈오며 혹은 뵈옵지도 못하는 자가 있나니, 이런 일의 까닭으로 내가 이런 말을 하되, 「모든 비구여, 여래는 가히 뵙기가 어렵다.」 하느니라.
이 중생들이 이와 같은 말을 들으면, 반드시 마땅히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내어 마음에 사모함을 품고 부처님을 우러러 목마르게 생각하며 선근을 심느니라. 이런 까닭으로 여래는 비록 진실로 멸도하지 아니하나, 그러나 멸도한다고 말하느니라.
또 선남자여, 모든 부처님 여래의 법이 모두 이와 같아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함이니, 모두 진실하여 허망하지 아니함이니라.
[3] 비유하면, 좋은 의원이 지혜가 총명하고 통달하여 훌륭한 처방으로 약을 만들어 여러가지 병을 잘 치료하였느니라. 그 의원에게는 자식이 많아 혹은 열이며 스물 내지 백 명에 이르렀는데, 볼 일이 있어서 멀리 다른 나라에 가니, 그런 뒤에 모든 자식들은 다른 독약을 마시고 약기운이 발작하여 답답하고 어지러워 땅에 쓰러져 뒹굴고 있었느니라.
이 때 그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니, 모든 자식들이 독약을 먹고는 혹은 본심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혹은 잃지 않은 아들이 멀리서 그 아버지를 보고 모두 크게 환희하여 무릎꿇고 절을 하며 문안하되, 「안녕히 잘 다녀오셨습니까. 저희들은 어리석어 독약을 잘못 먹었나이다. 원하옵건대, 보시고 치료하여 구원하시어 목숨을 살려 주시옵소서.」
아버지는 자식들의 괴로움이 이와 같음을 보고 모든 처방책을 의지하여 빛과 향기와 아름다운 맛을 모두 다 갖춘 좋은 약초를 구하여, 찧고 체로 쳐서 배합하여 자식들에게 주어 먹게 하고는 이런 말을 하되, 「이 크게 좋은 약은 빛과 향기와 아름다운 맛을 모두 다 갖춘 것이니, 너희들이 옳게 먹으면 괴로움이 빨리 없어지고 다시는 많은 병이 없으리라.」
그 모든 자식들 가운데 본심을 잃지 않은 자는 이 좋은 약의 빛과 향기가 훌륭함을 보고, 곧 이를 먹으니 병이 다 나았느니라. 나머지 본심을 잃은 자식도 그의 아버지가 오는 것을 보고는 비록 또한 기뻐하고 문안하며 병을 고쳐 주기를 바랐으나, 그러나 그 약을 주어도 먹지 않나니, 왜냐하면, 독한 약기운이 깊이 들어가서 본심을 잃은 까닭으로 이 좋은 빛과 향기로운 약을 좋지 않다고 생각하였느니라.
[4] 아버지는 이런 생각을 하되, 「이 자식은 가히 불쌍하도다. 독약의 중독으로 마음이 모두 뒤집혀 비록 나를 보고 기뻐하며 치료하여 구원해 달라고 하면서도, 이와 같은 좋은 약을 먹지 않으니, 내가 지금 마땅히 방편을 내어 이 약을 먹게 하리라.」 하고, 곧 이런 말을 하되, 「너희들은 마땅히 알지니라. 내가 지금 쇠약하고 늙어서 죽을 때가 되었으므로 이 좋은 약을 이제 여기에 놓아둘테니, 너희가 가져다 먹어라. 차도가 나지 않을까 근심하지 말지니라.」 이렇게 가르쳐 놓고는 다시 다른 나라에 가서 심부름꾼을 보내어 전하기를, 「너희 아버지는 이미 죽었다.」 하였느니라.
이 때 모든 자식들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걱정하며 이런 생각을 하되, 「만약 아버지가 계셨으면 우리들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겨 능히 보시고 구호하여 주시련마는 지금 우리들을 버리고 멀리 다른 나라에서 돌아가셨으니, 스스로 생각하니 외롭고 다시 의지할 곳이 없도다.」 하고, 항상 슬픈 생각을 품었으나, 마음이 드디어 깨어나서 이 약의 빛과 향기와 맛이 좋음을 알고 곧 가져다 먹으니 독한 병이 모두 나았느니라. 그 아버지는 자식들이 모두 이미 병이 나았다는 것을 듣고는 다시 찾아 돌아와서 자식들에게 보이게 하였느니라.
모든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과연 어떤 사람이 능히 이 좋은 의원을 허망한 죄가 있다고 말하겠느냐. 아니하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나도 또한 이와 같아서 성불하여 옴이 한량없고 가이 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 겁이건마는, 중생을 위하는 까닭으로 방편의 힘으로 마땅히 멸도한다고 말하였으며, 또한 능히 법과 같이 설하였으므로 나를 허망한 허물이 있다고 말할 자는 없으리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내가 스스로 성불한 이래 지나온 바 모든 겁수는
한량없는 백천만억 아승지 겁이니라.
항상 법을 설하여 수없는 억의 중생을 교화하여
불도에 들게 하였나니, 그리하여 옴이 한량없는 겁이니라.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는고로 방편으로 열반을 나타내었으나,
이는 진실한 멸도가 아니고 항상 여기에 머물며 설법하느니라.
내가 항상 여기 머물면서 모든 신통의 힘으로
생각이 뒤바뀐 중생으로 하여금
비록 가까우나 보지 못하게 하느니라.
중생이 나의 멸도한 것을 보고 널리 사리에 공양하며
모두 다 사랑과 그리움을 품고 우러러 목마른 마음을 내느니라.
중생이 이미 믿고 조복되어 바탕이 곧고 뜻이 부드러워
일심으로 부처님을 뵙고자 스스로 신명(身命)을 아끼지 아니하면,
이 때 나와 또 많은 승려가 함께 영취산(靈鷲山)에 나와서
내가 이 때 중생에게 말하되, 항상 여기 있고 멸하지 않건마는
방편의 힘인 까닭으로 멸함과 멸하지 않음을 나타내노라.
다른 나라 중생도 공경하며 믿고 좋아하는 자가 있으면,
내가 다시 그 가운데서 위없는 법을 설하게 되니
너희들은 이를 듣지 못하므로
다만 내가 멸도한다고 생각하느니라.
[5] 내가 모든 중생들을 보니 고통에 빠져 있음이니라.
그러므로 몸을 나투지 않고 그로 하여금 갈앙심을 내게 하고
사모하는 그 마음으로 인하여 이에 나와서 법을 설하느니라.
신통의 힘이 이와 같아서 아승지 겁에
항상 영취산과 또 다른 모든 곳에 머물고 있느니라.
중생이 겁이 다함을 보고 큰 불이 탈 때에도
나의 이 국토는 편안하여 하늘과 사람이 항상 가득차고,
동산 수풀과 모든 집과 누각은 가지가지 보배로 장엄되고
보배나무에는 꽃과 과실이 많아
중생이 즐겁게 노니는 바이니라.
모든 하늘은 하늘북을 치고
항상 온갖 슬기로운 음악을 지으며,
만다라꽃을 비오듯 하여 부처님과 또 대중에게 흩나니,
나의 정토(淨土)는 헐어지지 않건만
그러나 중생들은 타서 다함을 보고
근심과 두려움과 모든 괴로움, 이와 같은 것이 모두 가득찼느니라.
이 모든 죄의 중생은 악한 업의 인연으로
아승지 겁이 지나도록 삼보의 이름도 듣지 못하느니라.
모든 공덕을 닦아서 부드럽고 온화하며 질직한 자는
곧 내 몸이 여기 있으면서 법을 설함을 다 보느니라.
혹 어느 때는 이 대중을 위하여 부처님 수명 한량없다 말하고,
오래되어 겨우 부처님을 뵙는 자에게는
부처님 만나기 어렵다 설하느니라.
나의 지혜의 힘은 이와 같나니, 한량없는 지혜의 빛을 비추고
수없는 겁의 수명은 오래 닦은 업으로 얻은 것이니라.
너희들 지혜있는 자는 이를 의심을 내지 말고
마땅히 끊어 영원히 다하게 할지니라.
부처님 말씀은 진실하여 헛되지 않느니라.
마치 의원이 좋은 방편으로
미친 자식을 치료하기 위하는고로
진실로 살아 있으면서 죽었다 말한 것은
능히 허망한 것을 설했다고 할 수 없듯이
나도 또한 세상의 아버지로서 모든 괴롭고 아픈 자를 구원하되,
생각이 뒤바뀐 범부를 위하여
실로 있으면서 멸도한다 말하느니라.
항상 나를 보는 까닭으로 교만하고 방자한 마음을 내어
방일(放逸)하고 오욕락에 탐착하여 악도 가운데 떨어지나니,
내가 항상 중생이 도를 행하고 도를 행하지 않음을 알아
응당 제도할 바를 따라 가지가지 법을 설하느니라.
매양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하되, 어떻게 하여야 중생으로 하여금
위없는 지혜에 들어감을 얻게 하여
부처님 몸을 빨리 이루게 할까 하노라.
여래수량품 끝
묘법연화경 제 십칠 분별공덕품
妙法蓮華經 第 十七 分別功德品
[1] 그 때 큰 모임은 부처님께서 설하시는 수명의 겁수가 이와 같이 장원(長遠)함을 듣고, 한량없고 가이 없는 아승지의 중생이 큰 이익을 얻었다.
이 때 세존께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이르시되, 『아일다여, 내가 이 여래의 수명이 장원함을 설할 때에 육백팔십만억 나유타 항하사 중생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으며, 다시 천 배의 보살마하살은 문지다라니문(聞持陀羅尼門)을 얻었으며, 다시 한 세계 미진수 보살마하살은 요설무애변재(樂說無礙辯才)를 얻었으며, 다시 한 세계 미진수 보살마하살은 백천만억 한량없는 선(旋)다라니를 얻었으며, 다시 삼천대천세계 미진수 보살마하살은 능히 불퇴전의 법륜을 굴리며, 다시 이천 중국토 미진수 보살마하살은 능히 청정한 법륜을 굴리며, 다시 소천국토 미진수 보살마하살은 여덟 번 태어나서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며, 다시 네 사천하 미진수 보살마하살은 네 번 태어나서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며, 다시 세 사천하 미진수 보살마하살은 세 번 태어나서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며, 다시 두 사천하 미진수 보살마하살은 두 번 태어나서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며, 다시 한 사천하 미진수 보살마하살은 한 번 태어나서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며, 다시 여덟 세계 미진수 중생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켰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모든 보살마하살이 큰 법의 이익을 얻은 것을 설하실 때, 허공 가운데서 만다라꽃과 마하만다라꽃이 비오듯 하여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온갖 보배나무 아래 사자좌에 앉으신 모든 부처님께 흩어졌으며, 아울러 칠보탑 가운데 사자좌에 앉으신 석가모니 부처님과 오래 전에 멸도하신 다보여래께도 흩어졌으며, 또한 일체 모든 큰 보살과 사부대중에게도 흩어짐이라. 또 고운가루 전단과 침수향 등이 비오듯 하였으며, 허공 가운데서는 하늘북이 저절로 울리니 미묘한 소리가 깊고 멀었다. 또 일천 가지 하늘옷이 비오듯 하였고 모든 영락을 드리우되, 진주영락 마니주영락 여의주영락이 아홉 방위에 두루 하였으며, 온갖 보배향로에는 값도 모를 향을 사르니 자연히 두루 퍼져 큰 모임에 공양하였으며, 한 분 한 분 부처님 위에는 모든 보살들이 있어 번기와 일산을 잡고 차례로 올라가 범천까지 이르러며, 이 모든 보살들은 미묘한 음성으로 한량없는 게송을 노래하며 모든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2] 그 때 미륵보살이 자리로부터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게송으로 말씀하되,
부처님께서 설하신 희유한 법은
예전에는 일찍이 듣지 못한 바이오니,
세존께서는 큰 힘이 있으시며,
수명은 가히 헤아리지 못하나이다.
수없는 모든 불자들은 세존께서 법의 이익 얻은 자를
분별하여 설하심을 듣고 환희한 마음이 몸에 두루 찼나이다.
혹은 불퇴지(不退地)에 머물며 혹은 다라니를 얻으며
혹은 무애요설변재와 만억 선(旋)다라니를 얻으며,
혹은 대천세계 미진수 보살이 있어
각각 모두 능히 물러나지 않는 법륜을 굴리며
다시 중천세계 미진수 보살이 있어
각각 모두 능히 청정한 법륜을 굴리며,
다시 소천세계 미진수 보살이 있어
각각 나머지 여덟 번 태어나서 마땅히 불도를 이룰 것이며,
다시 넷과 셋과 둘의 이와 같은 사천하
미진수 모든 보살이 있어 수에 따라 태어나서 성불하오며,
혹은 한 사천하 미진수 보살은
나머지 한 번 태어남에서 마땅히 일체종지를 이루오리다.
이와 같은 중생들이 부처님의 수명이 장원함을 듣고
한량없고 샘이 없는(無漏) 청정한 과보를 얻었으며,
다시 여덟 세계 미진수 중생이 있어
부처님의 수명 설하심을 듣고
모두 무상심(無上心)을 일으켰나이다.
세존께서 한량없는 불가사의의 법을 설하시니,
요익함이 많고 많아 끝이 없는 허공과 같나이다.
하늘에서 만다라꽃과 마하만다라꽃을 비오듯 하며,
항하사 같은 제석과 범천이 수없는 부처님 나라에서 와서
전단향 침수향을 비오듯 하여 분분히 어지럽게 떨어지는 것이
새가 공중에서 날아내리듯 하여 모든 부처님께 흩어 공양하고,
하늘북은 허공 가운데서 자연히 미묘한 소리를 내며,
천만 가지 하늘옷이 빙빙 돌면서 내려오고,
여러가지 보배의 묘한 향로에는 값도 모를 향을 사르니,
자연히 다 두루 퍼져서 모든 세존께 공양하며,
그 큰 보살대중들은 칠보로 된 높고 미묘한
만억 가지 번개와 일산을 잡고 차례로 범천에 오름이라,
한 분 한 분 모든 부처님 앞에
보배당기와 뛰어난 번기를 달고,
또한 천만 가지 게송으로 모든 여래의 공덕을 노래하나이다.
이와 같은 가지가지 일들은
예전에 일찍이 있지 아니한 바이오니,
부처님의 수명 한량없음을 듣고 일체 모두가 환희하나이다.
부처님의 이름이 시방에 들려 중생을 널리 이익되게 하시니,
일체 선근을 갖추시어 무상심을 도우셨나이다.
그 때 부처님께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이르시되, 『아일다여, 그 어떤 중생이 부처님의 수명이 이와 같이 장원함을 듣고 능히 한 생각으로 믿고 이해함을 내는 데 이르러면, 얻는 바 공덕이 한량없느니라.
만약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하는고로 팔십만억 나유타 겁 동안에 다섯 바라밀인 보시바라밀 지계바라밀 인욕바라밀 정진바라밀 선정바라밀을 행하되, 반야바라밀만 제외한다면, 이 공덕은 앞의 공덕에 비하면 백분 천분 백천만억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이에 산수 비유로도 능히 알 수 없느니라.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이와 같은 공덕이 있고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는 일은 있을 수 없느니라.』
[3]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만약 사람이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려고 팔십만억
나유타 겁 동안 다섯 바라밀을 행하고,
이 모든 겁 가운데서 부처님과 연각과 제자와
아울러 모든 보살대중에게 보시하고 공양하되,
진기하고 훌륭한 음식과 좋은 옷과 더불어 침구와
전단으로 정사(精舍)를 세우고 동산 수풀로 장엄하는,
이와 같은 가지가지 모두 미묘한 것을 보시하기를
이 모든 겁의 수가 다하도록 불도에 회향하고,
혹은 다시 금하는 계율을 지니되,
청정하여 모자람과 샘이 없어
무상도를 구하여 모든 부처님께 칭찬받고
혹은 다시 인욕을 행하여 고르고 부드러운 지위에 머물되,
설령 온갖 나쁜 일이 와서 더할지라도
그 마음 흔들리지 아니하며,
모든 법을 얻었다 하고 증상만을 품은 이가
이를 가볍게 여겨 괴롭혀도 이와 같은 것을 또한 능히 참고,
혹은 다시 부지런히 정진하여 뜻과 생각함이 항상 견고하고
한량없는 억겁에 일심으로 게으르거나 쉬지 아니하며,
또 수없는 겁 동안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머물며서
혹은 앉거나 혹은 경행하면서 잠을 없애고 항상 마음을 닦아
이런 인연의 까닭으로 능히 모든 선정(禪定)이 생겨
팔십억만 겁 동안 편안히 머물러 마음이 어지럽지 않고,
이 한 마음(一心)을 가진 복으로 위없는 도를 구하기 원하여
내가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어 모든 선정의 끝을 다하리라,
이런 사람이 백천만억 겁을 지내 오면서
이 모든 공덕을 행하되, 위에서 설한 바와 같이 하여도,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나의 수명 설함을 듣고
이에 일념으로 믿으면 그 복은 저보다 지나느니라.
만약 사람이 일체의 모든 뉘우침과 의심을 다 없애고
깊은 마음으로 잠깐만 믿을지라도 그 복은 이와 같으니라.
그 어떤 모든 보살들이 한량없는 겁에 도를 행하면서
나의 수명 설함을 듣고 이를 곧 능히 믿어 받으면,
이와 같은 모든 사람들은 이 경전을 머리로 받아서,
저희는 미래에 장수하면서 중생을 제도하기 원하는 것이
오늘날 세존과 같으리라. 모든 석씨(釋氏)중의 왕으로
도량에서 사자후로 설법하되 두려울 바가 없으며,
저희들도 미래 세상에서 일체에게 존경받으며
도량에 앉았을 때 수명 설함이 또한 이와 같으리라 할지니라.
만약 깊은 마음 있는 자가 청정하고 질직하여
많이 듣고 능히 다 지니고 뜻에 따라 부처님 말씀 이해하면,
이와 같은 사람들은 여기에 의심이 있을 수 없느니라.
[4] 『또 아일다여, 만약 어떤 이가 부처님의 수명이 장원함을 듣고 그 말 뜻을 이해한다면, 이 사람이 얻은 바 공덕은 한량없으며, 능히 여래의 위없는 지혜를 일어나게 할 것이거늘, 어찌 하물며 널리 이 경을 듣거나, 만약 사람을 가르쳐 듣게 하거나, 혹은 스스로 지니거나 혹은 사람을 가르쳐 지니게 하거나, 혹은 스스로 쓰거나 혹은 사람을 가르쳐 쓰게 하거나, 혹은 꽃과 향과 영락과 당기 번기와 비단일산과 향유와 소등(蘇燈)으로 경권에 공양함이겠는가. 이런 사람의 공덕은 한량없고 가이 없어서 능히 일체종지(一切種智)가 나게 되느니라.
아일다여,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내가 설한 수명의 장원함을 듣고 깊은 마음으로 믿고 이해하면, 곧 부처님께서 항상 기사굴산에 계시면서 큰 보살과 함께 모든 성문대중에게 둘러싸여 법을 설하심을 보게 되느니라. 또 이 사바세계의 땅이 유리로 되어 평탄하고 반듯하며, 염부단금으로 여덟 갈래 길에 경계를 하며 보배나무가 줄을 지었으며 모든 대(臺)와 누각이 모두 다 보배로 이루어졌으며, 그 보살대중이 다 그 가운데 살고 있음을 보리라. 만약 능히 이와 같이 관(觀)하는 자가 있으면, 마땅히 알지니라. 이것은 깊이 믿고 이해하는 모양이 되느니라. 또 다시 여래가 멸도한 뒤에 만약 이 경을 듣고 훼방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키면, 마땅히 알지니라. 이미 깊이 믿고 이해하는 모양이 되거늘, 어찌 하물며 읽고 외우며 받아지니는 자이겠느냐. 이 사람은 곧 여래를 머리에 인 것이 되느니라.
아일다여, 이 선남자 선여인은 나를 위하여 다시 탑과 절을 세우고 승방을 짓고 네 가지 일로써 여러 승려에게 공양함이 필요하지 아니하느니라. 왜냐하면, 이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전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운다면, 이미 탑을 세우고 승방을 짓고 여러 승려에게 공양함이 되느니라. 곧 부처님의 사리로써 칠보탑을 세우되, 높을수록 넓이는 점점 작아져서 범천에 이르고, 모든 번기와 일산과 또 여러가지 보배풍경을 달고, 꽃과 향과 영락이며 가루향 바르는 향 사르는 향과 여러가지 북과 슬기로운 음악과 퉁소와 피리와 공후와 가지가지 춤과 놀이와 미묘한 음성으로 노래를 불러 찬탄 칭송하되, 곧 한량없는 천만억 겁에 이러한 공양을 하여 마침이 되느니라.
[5] 아일다여, 만약 내가 멸도한 뒤에 이 경전을 듣고 능히 받아지니거나, 혹은 스스로 쓰거나 혹은 사람을 가르쳐 쓰게 하면, 곧 승방을 일으켜 세움이 됨이라. 붉은 전단으로 서른둘의 모든 전당(殿堂)을 지으니 높이는 팔 다라수며, 높고 넓으며 아름답게 장엄하여 백천의 비구가 그 가운데 머무르며, 동산 수풀과 목욕하는 연못과 경행(經行)하며 선(禪)하는 굴과 의복과 음식과 침구와 탕약과 일체 오락하는 기구가 그 가운데에 가득차며, 이와 같은 승방과 전당과 누각이 수백천만억으로 그 수는 한량없나니, 이러한 것으로 지금 이 앞에서 나와 또 비구승에게 공양함이니라.
이런고로 내가 설하기를, 「여래가 멸도한 뒤에 만약 어떤 이가 받아지니며 읽고 외우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설하며, 만약 스스로 쓰거나 혹은 남을 가르쳐 쓰게 하여 경권에 공양하면, 다시 탑과 절을 세우거나 승방을 지어서 여러 승려에게 공양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는데, 하물며 다시 어떤 사람이 능히 이 경을 지니고 겸하여 보시와 지계와 인욕과 정진과 선정과 지혜를 행함이랴. 그 덕은 가장 수승하여 한량없고 가이 없느니라.
비유하면, 허공이 동서남북과 사유상하(四維上下)가 한량없고 가이 없는 것과 같이, 이 사람의 공덕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한량없고 가이 없나니, 빨리 일체종지에 이르느니라. 만약 사람이 이 경을 받아지니며 읽고 외우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설하며 만약 스스로 쓰거나 혹은 사람을 가르쳐 쓰게 하고, 다시 능히 탑을 세우고 또 승방을 지어서 성문의 여러 승려에게 공양하며 찬탄하고 또한 백천만억의 찬탄하는 법으로 보살의 공덕을 찬탄하며, 또 다른 사람을 위하여 가지가지 인연으로 뜻에 따라 이 법화경을 해설하고, 다시 능히 청정한 계를 가지며, 부드럽고 온화한 자와 더불어 함께 머물면서 욕됨을 참고 성냄이 없으며, 뜻과 생각이 견고하며, 항상 좌선하기를 귀하게 여기고 모든 깊은 선정을 얻으며, 용맹하게 정진하여 모든 선법(善法)을 거두어들이며, 영리한 근기와 지혜로 어려운 물음에 잘 대답하면, 아일다여, 만약 내가 멸도한 뒤에 모든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전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는 자가 다시 이와 같은 모든 선한 공덕이 있으면, 마땅히 알지니라. 이 사람은 이미 도량에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가까와 도의 나무 아래 앉은 것이니라.
아일다여, 이 선남자 선여인이 혹은 앉거나 혹은 서거나 혹은 거니는 곳이면 이 가운데에 오로지 응당 탑을 세울지니라. 일체 하늘과 사람이 모두 응당 부처님의 탑과 같이 공양할지니라.』
[6]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만약 내가 멸도한 뒤에 능히 이 경을 받들어 지니면,
이 사람의 복이 한량없음은 위에서 설한 바와 같으니라.
이것이 곧 일체 모든 공양을 구족함이 되느니라.
사리를 모실 탑을 세우되, 칠보로 장엄하고
표찰(表刹)이 매우 높고 넓되 점점 작아져 범천에 이르며,
보배풍경 천만억이 바람에 움직여 미묘한 소리를 내고,
또 한량없는 겁 동안 이 탑에 공양하되,
꽃과 향과 모든 영락이며 하늘옷과 온갖 슬기로운 음악과
향유와 차조기등을 켜서 두루 항상 밝게 비추니,
악한 세상 말법 시대에 능히 이 경을 지니는 자는
곧 이미 먼저 말한 것과 같이 모든 공양을 구족함이니라.
만약 능히 이 경을 지니면 곧 부처님께서 지금 계심과 같으니,
우두전단으로써 승방을 지어 공양하되,
승당이 서른두 개가 있고 높이는 팔 다라수이며,
좋은 반찬과 훌륭한 의복과 평상과 침실을 모두 구족하여
백천의 대중이 머물러 살며, 동산 수풀과 모든 목욕하는 못과
경행하고 좌선하는 굴과 가지가지 모두 훌륭하게 장엄함이니라.
만약 믿고 이해하는 마음이 있어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며 쓰고
혹은 다시 사람을 가르쳐 쓰게 하며 또 경권에 공양하되,
꽃과 향과 가루향을 흩고 수만나꽃과 담복화와
아제목다가 기름등을 훈훈히 항상 켜 밝히어
이와 같이 공양하는 자는 한량없는 공덕을 얻으니,
허공이 끝이 없는 것과 같이 그 복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하물며 다시 이 경을 지니고, 겸하여 보시와 지계와
인욕과 선정을 즐기고 성내지 아니하고 악한 말 아니하며,
탑묘에 공경하고 모든 비구에게 겸손하며
스스로 높다는 마음을 멀리 여의고 항상 지혜만을 깊이 생각하며
어려운 질문이 있어도 성내지 않고 순리에 따라 해설하는,
만약 이런 행을 능히 행하면 공덕을 가히 헤아리지 못하리라.
만약 이 법사가 이와 같은 공덕을 성취함을 보거든
응당 하늘꽃을 흩을 것이며 하늘옷으로 그 몸을 덮어 주며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되,
부처님 생각함과 같은 마음 낼지니라.
또 응당 이런 생각을 하되, 오래지 아니하여 도량에 나아가
무루(無漏)와 무위(無爲)법을 얻어서
널리 모든 인천(人天)을 이롭게 하리라.
그가 머물고 거처하는 곳에서 거닐고 혹은 앉고 눕고 하여
한 게송 설함에 이를지라도 이 가운데 응당 탑을 세우되,
미묘하고 훌륭하게 장엄하여 가지가지로 공양할지니라.
불자가 이런 지위에 머무르면
곧 이는 부처님이 받아 쓰심이니,
항상 그 가운데 있으면서 거닐고 앉고 눕고 할지니라.
분별공덕품 끝
묘법연화경 제 육권
妙法蓮華經 第 六卷
묘법연화경 제 십팔 수희공덕품
妙法蓮華經 第 十八 隨喜功德品
[1] 그 때 미륵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만약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이 법화경을 듣고 따라 기뻐하는 자는 얼마만한 복을 얻게 되나이까.』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되,
세존께서 멸도하신 뒤에 그 어떤 이가 이 경을 듣고
만약 능히 따라 기뻐하는 자는 얼마만한 복을 얻게 되나이까.
그 때 부처님께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이르시되, 『아일다여, 여래가 멸도한 뒤에 만약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와 또 다른 지혜로운 자가 혹은 어른이거나 혹은 어린이거나 이 경을 듣고 따라 기뻐하고는 법회에서 나와서 다른 곳에 이르되, 혹은 승방이거나 혹은 한적한 곳이거나 혹은 성읍의 골목거리나 저잣거리나 시골 마을에서나, 그 들은 바와 같이 부모 종친과 착한 벗과 아는 이를 위하여 힘에 따라 연설하면, 이 모든 사람들이 듣고는 따라 기뻐하며 다시 가르쳐 전하고, 다른 사람이 듣고는 또한 따라 기뻐하며 가르쳐 전하고, 이와 같이 전하고 펴되 오십 번째에 이르러면, 아일다여, 그 오십 번째 선남자 선여인이 따라 기뻐한 공덕을 내가 지금 설하리니 너는 마땅히 잘 들을지니라.
만약 사백만억 아승지 세계의 여섯(六趣)갈래의 네 가지로 나는(四生) 중생으로 알로 나는 것(卵生) 태로 나는 것(胎生) 습기로 나는 것(濕生) 화하여 나는 것(化生) 혹은 형상이 있는 것(有形) 형상이 없는 것(無形) 생각 있는 것(有想) 생각 없는 것(無想) 생각 있는 것 아닌 것(非有想) 생각 없는 것 아닌 것(非無想) 발 없는 것 두 발 가진 것 네 발 가진 것 여러 발 가진 것, 이와 같은 수에 있는 중생에게 어떤 사람이 복을 구하여 그들의 욕망에 따라 오락거리를 모두 주는데, 하나하나 중생에게 염부제에 가득찰 만한 금 은 유리 자거 마노 산호 호박 등 모든 묘하고 진기한 보배와, 또 코끼리 말 타는 수레와 칠보로 이룬 궁전과 누각 등을 주었느니라. 이 큰 시주가 이와 같이 보시하는 것을 팔십 년을 채우고는 이런 생각을 하되, 「내가 이미 중생에게 오락거리를 보시하여 하고자 하는 뜻에 따랐으나, 그러나 이 중생이 모두 이미 쇠약하고 늙어서 나이 팔십이 넘은지라, 머리털은 희고 얼굴은 주름져 장차 오래잖아 죽을 것이니, 내가 마땅히 부처님의 법으로써 가르쳐 인도하리라.」 하고, 곧 이 중생을 모아 불법을 펴서 교화하여 이롭고 기쁜 것을 가르쳐 보이고, 일시에 모두 수다원도 사다함도 아나함도 아라한도를 얻게 하여 모든 번뇌를 다하게 하고 깊은 선정에서 모두 자재함을 얻어 팔해탈을 갖추게 하였다면, 너의 생각에는 어떠하느냐. 이 큰 시주가 얻은 바 공덕이 어찌 많다 하겠느냐. 아니하겠느냐.』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이 사람의 공덕은 심히 많아서 한량없고 가이 없사옵니다. 만약 이 시주가 다만 중생에게 일체의 오락거리만 보시하였더라도 공덕이 한량없사온데, 어찌 하물며 아라한과까지 얻게 함이오리까.』
[2]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이르시되, 『내가 지금 너에게 분명히 말하리라. 이 사람이 일체 오락거리로써 사백만억 아승지 세계의 육취 중생에게 보시하고 또 아라한과를 얻게 한 공덕이, 이 오십 번째 사람이 법화경의 한 게송을 듣고 따라 기뻐한 공덕만 같지 못하니, 백분 천분 백천만억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이에 산수 비유로도 능히 알지 못하느니라.
아일다여, 이와 같이 오십 번째 사람이 법화경을 듣고 전하고 펴고 따라 기뻐한 공덕도 오히려 한량없고 가이 없는 아승지이거늘, 어찌 하물며 가장 처음의 모임 중에서 듣고 따라 기뻐한 자이겠느냐. 그 복은 다시 뛰어나 한량없고 가이 없는 아승지로도 가히 비교할 수 없느니라.
또 아일다여, 만약 사람이 이 경을 위하는고로 승방에 나아가 혹은 앉거나 혹은 서서 잠깐이라도 듣고 받으면, 이 공덕의 인연으로 몸을 바꾸어 태어나면 좋고도 가장 묘한 코끼리와 말과 타는 수레와 진귀한 보배연을 얻게 되며 또 하늘궁전을 타게 되리라.
만약 다시 어떤 사람이 법을 강론하는 곳에 앉았는데, 다시 어떤 사람이 오거든 권하여 앉아서 듣게 하되, 혹은 자리를 나누어 앉게 하면, 이 사람의 공덕은 몸을 바꾸어 다시 태어날 적에 제석천왕이 앉는 곳이나 혹은 범천왕이 앉는 곳이나 혹은 전륜성왕이 앉는 자리를 얻게 되리라.
아일다여, 만약 다시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를, 「법화라 이름하는 경이 있는데 함께 가서 듣자.」 하고, 곧 그 가르침을 받게 하여 이에 잠깐 동안 들을지라도 이 사람의 공덕은 몸을 바꾸어 다라니보살과 함께 한 곳에 태어남을 얻느니라. 근기가 영리하고 지혜가 있어 백천만 세상에 끝내 벙어리가 되지 않고 입에서 냄새가 나지 않고 혀는 항상 병이 없고 입에 또한 병이 없으며, 이(齒)는 때 묻거나 검지도 누렇지도 성글지도 않고 또한 빠지거나 떨어지지도 않고 어긋나지도 굽지도 않고, 입술은 아래로 처지지도 않고 또한 걷어 올라가거나 오그라지지도 않고 거칠지도 않고 부스럼도 나지 않고 또한 언청이거나 또한 비뚤어지지도 않고 두텁지도 크지도 않고 또한 누렇지도 검지도 아니하며 모든 나쁜 것이 가히 없으며, 코는 납작하지도 않고 또한 비뚤어지지도 않으며, 얼굴빛은 검지도 않고 또한 좁고 길지도 아니하고 또한 움푹하거나 비뚤어지지도 않고 일체의 나쁜 모양은 가히 없나니, 입술과 혀와 치아는 모두 다 아름답고 잘 생기며, 코는 길고 높고 곧으며 얼굴 모양은 원만하며 눈썹은 높고도 길며 이마는 넓고 반듯하여 사람의 모양을 구족하여 세세생생 나는 곳마다 부처님을 뵈옵고 법을 듣고 가르침을 믿어 받느니라.
아일다여, 너는 또 이렇게 관할지니라. 한 사람을 권하여 가서 법을 듣게 하여도 공덕이 이와 같은데, 어찌 하물며 일심으로 설함을 듣고 읽고 외우며 그리고 대중 가운데서 사람을 위하여 분별하며 설함과 같이 수행함이겠느냐.』
[3]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만약 사람이 법회에서 이 경전을 얻어듣고,
한 게송에 이를지라도 따라 기뻐하고 남을 위해 설하되,
이와 같이 전하고 펴고 가르쳐서 차례로 오십 번째에 이르러면,
가장 뒷사람이 얻는 복을 지금 마땅히 분별하리라.
마치 어떤 큰 시주가 한량없는 중생에게 공급하되,
팔십 년이 차도록 뜻에 따라 욕망대로 보시하고,
그들이 쇠약하고 늙어 머리털은 희고 얼굴은 주름지고
이(齒)가 성글며 마른 형상을 보고
그가 오래지 않아 죽을 것을 생각하고
내가 지금 응당 가르쳐서 도(道)의 과(果)를 얻게 하리라 하고,
곧 방편으로 열반의 진실한 법을 설하되,
세상은 모두 견고하지 못하여 물거품과 불꽃과 같으니,
너희들은 다 응당 빨리 싫어함과 여읠 마음 낼지니라.
모든 사람이 이 법을 듣고 모두 아라한과를 얻으며
육신통과 삼명과 팔해탈을 구족하여도,
최후의 오십 번째 사람이 한 게송 듣고 따라 기뻐하면
이 사람의 복이 저보다 나아서 가히 비유하지 못하리라.
이와 같이 전하고 편 것을 들은 그 복은 오히려 한량없거늘,
어찌 하물며 법회에서 처음 듣고 따라 기뻐한 자이랴.
만약 어떤 이가 한 사람을 권하여
장차 인도하여 법화경을 듣게 하려고
말하기를 이 경은 깊고 묘하여
천만 겁에도 만나기 어렵다 하고,
곧 가르침을 받고 가서 듣되 이에 잠깐이라도 들음에 이르러면
이 사람의 복의 과보를 지금 마땅히 분별하여 설하리라.
세세생생 입에는 병이 없고 이는 성글거나 누렇거나 검지 않고,
입술은 두텁거나 언청이도 안되고 가히 나쁜 상은 전혀 없으며
혀는 마르거나 검거나 짧지 않고 코는 높고 길고 곧으며,
이마는 넓고 반듯하고 얼굴과 눈은 다 단정하고 엄숙하며,
사람이 기쁘게 보게 되며 입에서는 더러운 냄새가 없고
우담발화 향내가 항상 그 입에서 나오리라.
만약 일부러 승방에 나아가 법화경을 듣고자 하여
잠깐 동안 듣고 기뻐하면, 지금 마땅히 그 복을 설하리라.
뒷 세상 하늘과 사람 가운데 나서 묘한 코끼리와 말과 수레와
진귀한 보배연을 얻으며 또 하늘궁전을 타리라.
만약 법을 강론하는 곳에서 사람에게 권하여 앉아 경을 듣게 하면,
이러한 복의 인연으로 제석 범천 전륜성왕 자리를 얻나니,
어찌 하물며 일심으로 듣고 그 뜻이 향하는 바를 해설하고
설함과 같이 수행함이랴. 그 복은 가히 한정하지 못하리라.
수희공덕품 끝
묘법연화경 제 십구 법사공덕품
妙法蓮華經 第 十九 法師功德品
[1] 그 때 부처님께서 상정진(常精進)보살마하살에게 이르시되,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이 법화경을 받아지니고 혹은 읽고 혹은 외우고 혹은 해설하고 혹은 베껴쓴다면, 이 사람은 마땅히 팔백의 눈의 공덕과 천이백의 귀의 공덕과 팔백의 코의 공덕과 천이백의 혀의 공덕과 팔백의 몸의 공덕과 천이백의 뜻의 공덕을 얻으리니, 이 공덕으로 육근(六根)을 장엄하여 모두 청정하게 되리라.
이 선남자 선여인은 부모가 낳아 준 청정한 육안으로 삼천대천세계의 안과 밖에 있는 산과 수풀과 큰 강과 바다를 보되, 아래로는 아비지옥에 이르고 위로는 유정천까지 이르며, 또한 그 가운데 일체 중생을 보며 또 업의 인연과 과보로 태어나는 곳을 다 보고 다 아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만약 대중 가운데서 두려움 없는 마음으로
이 법화경을 해설하면 너는 그 공덕을 들어보라.
이 사람은 팔백 공덕의 뛰어난 눈을 얻으리니,
이렇게 장엄한 까닭으로 그 눈은 매우 청정하리라.
부모가 낳아 준 눈으로 삼천대천세계의
안과 밖의 미루산과 수미산과 또 철위산과
아울러 모든 다른 산과 숲과
큰 바다와 강과 큰 강물을 다 보되,
아래로는 아비지옥에서 위로는 유정천까지 이르고
그 가운데 모든 중생을 일체 모두 다 보나니,
비록 천안(天眼)은 얻지 못했으나 육안의 힘이 이와 같으니라.
『다시 또 상정진보살이여,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을 받아지니고 혹은 읽고 혹은 외우고 혹은 해설하고 혹은 베껴쓴다면, 천이백의 귀의 공덕을 얻으리라. 이 청정한 귀로써 삼천대천세계의 아래로는 아비지옥에서 위로는 유정천에 이르기까지 그 가운데 안과 밖에 가지가지 있는 바 말하는 소리와 음성을 들으리니, 코끼리소리 말소리 소의 소리 수레소리 울며 곡하는 소리 근심하여 탄식하는 소리 소라소리 북소리 종소리 방울소리 웃는 소리 말하는 소리 남자소리 여자소리 동자의 소리 동녀의 소리 법다운 소리 법답지 않은 소리 괴로운 소리 즐거운 소리 범부의 소리 성인의 소리 기쁜 소리 기쁘지 않은 소리 하늘소리 용의 소리 야차소리 건달바소리 아수라소리 가루라소리 긴나라소리 마후라가소리 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지옥소리 축생의 소리 아귀의 소리 비구의 소리 비구니소리 성문의 소리 벽지불의 소리 보살의 소리 부처님의 소리를 들으리라.
요긴한 것을 말하자면, 삼천대천세계 가운데 일체 안과 밖에 있는 바 모든 소리를 비록 천이(天耳)는 얻지 못하였으나, 부모가 낳아 준 청정한 평상시 귀로써 모두 다 듣고 아나니, 이와 같이 가지가지 음성을 분별하여도 그러나 이근(耳根)은 무너지지 않느니라.』
[2]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부모가 낳아 준 귀는 청정하여 흐리고 더러움 없어,
이러한 평상시 귀로써 삼천대천세계의 소리를 들으리라.
코끼리 말 수레 소의 소리 종 방울 소라 북소리
거문고 비파 공후의 소리 퉁소와 피리부는 소리
청정하고 좋은 노래 소리를 듣고는 집착하지 아니하며,
수없는 종류의 사람 소리를 듣고는 능히 다 이해하나니,
또 모든 하늘소리와 미묘한 노래와 음악을 듣고,
또 남자와 여자의 소리와 동자와 동녀의 소리를 들으며,
산천의 험한 골짜기에서 나는 가릉빈가의 소리와
명명(命命)새와 모든 새들의 그 음성을 다 들으며,
지옥에서 온갖 고통을 받는 소리
가지가지 독한 형벌을 받는 소리
아귀가 기갈에 쫓기며 음식을 구하여 찾는 소리,
모든 아수라들이 큰 바닷가에 살면서
그들이 함께 말할 때 큰 음성을 내어 떠드는 소리,
이와 같이 법을 설하는 자는 이 곳에 편안히 머물면서
멀리서 이 많은 소리를 들어도
그러나 이근(耳根)은 무너지지 아니하며,
시방세계 가운데서 날짐승 길짐승이 서로 울부짖는 것을
그 법을 설하는 사람은 여기에서 다 들을 수 있고,
그 모든 범천 위의 광음천과 변정천과
또 유정천에 이르기까지 말하는 음성을
법사는 여기에 있으면서 모두 다 들을 수 있나니,
일체 비구 대중과 또 모든 비구니가
혹은 경전을 읽고 외우거나 혹은 다른 사람을 위하여 설함을
법사는 여기에 있으면서 모두 다 들을 수 있나니,
다시 모든 보살이 있어 경법을 읽고 외우며
혹은 다른 사람을 위해 설하며 편찬한 것을 모아 그 뜻을 푸는,
이와 같은 모든 음성을 모두 다 들을 수 있나니,
모든 부처님 거룩하신 성존께서 중생을 교화하심과
모든 큰 모임 중에서 미묘한 법을 연설하시는 것을
이 법화경을 지닌 자는 모두 다 들을 수 있느니라.
삼천대천세계의 안과 밖의 모든 음성을
아래로는 아비지옥에서 위로는 유정천에 이르기까지
그 음성을 모두 들어도 이근(耳根)은 무너지지 않나니,
그 귀가 총명한 까닭으로 능히 다 분별하여 아느니라.
이 법화경을 지닌 자는 비록 천이(天耳)는 얻지 못했으나
다만 부모가 낳아 준 귀만 써도 공덕은 이미 이와 같으니라.
[3] 『다시 또 상정진보살이여,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을 받아지니고 혹은 읽고 혹은 외우고 혹은 해설하고 혹은 베껴쓴다면, 팔백의 코의 공덕을 성취하느니라.
이 청정한 비근(鼻根)으로 삼천대천세계의 위와 아래와 안과 밖의 가지가지 모든 향기를 맡으리니, 수만나꽃 향기 사제꽃 향기 말리꽃 향기 담복꽃 향기 바라라꽃 향기 붉은 연꽃 향기 푸른 연꽃 향기 흰 연꽃 향기 꽃나무 향기 과일나무 향기 전단향 침수향 다마라발향 다가라향, 또 천만 가지 화합한 향과 혹은 가루향 혹은 환으로 된 향 혹은 바르는 향을 이 경을 지니는 자는 여기에 머물면서 능히 다 분별하느니라.
또 다시 중생의 냄새를 분별하여 코끼리냄새 말냄새 소와 양 등의 냄새 남자냄새 여자냄새 동자의 냄새 동녀의 냄새 또 초목과 수풀의 냄새를 알되, 혹은 가깝거나 혹은 멀거나 있는 바 모든 냄새를 모두 다 맡아서 분별함에 착오가 없느니라.
이 경을 지니는 자는 비록 여기에 머무르나, 또한 천상의 모든 하늘향기를 맡되, 바리질다라와 구비다라수의 향기 또 만다라꽃 향기 마하만다라꽃 향기 만수사꽃 향기 마하만수사꽃 향기 전단향 침수향 가지가지 가루향 모든 여러가지 꽃 향기 이와 같은 하늘의 향기가 화합하여 나오는 향기를 맡고 알지 못함이 없으며, 또 모든 하늘의 몸 향기를 맡나니, 석제환인(釋提桓因)이 훌륭한 궁전 위에 있으면서 오욕락을 즐기면서 희롱할 때의 향기, 혹은 묘법당 위에 있으면서 모든 도리천을 위하여 법을 설할 때의 향기, 혹은 모든 동산에서 유희할 때의 향기, 또 다른 하늘들의 남자와 여자의 몸 향기를 모두 다 멀리서 맡아, 이와 같이 돌아가면서 범천세계에 이르고 위로는 유정천에 이르러 모든 하늘의 몸 향기를 또한 모두 맡고, 아울러 모든 하늘이 사르는 향기를 맡으며, 또 성문의 향기 벽지불의 향기 보살의 향기 모든 부처님의 몸 향기를 또한 모두 멀리서 맡고 그 있는 곳을 아느니라. 비록 이 향기를 맡으나, 그러나 비근(鼻根)은 무너지지 않고 착오도 없느니라. 만약 분별하여 다른 사람을 위하여 설하고자 하여도 기억하고 생각함이 그릇되지 않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이 사람의 코는 청정하여 이 세계 가운데서
혹은 향기롭고 혹은 구린 냄새 가지가지 다 맡아서 아나니,
수만나꽃 향기 사제꽃 향기 다마라발향 전단향
침수향 계수나무향 가지가지 꽃과 과실의 향기
또 중생의 냄새와 남자와 여인의 냄새를 아느니라.
법을 설하는 자는 멀리 머물면서도
향기 맡고 있는 곳을 아느니라.
큰 세력의 전륜성왕과 작은 전륜왕과 그 아들과
여러 신하와 모든 궁인을 향기 맡고 있는 곳을 알며,
몸에 지닌 진귀한 보배와 또 땅 속에 묻힌 보배와
전륜성왕의 보녀(寶女)를 향기 맡고 있는 곳을 알며,
모든 사람의 몸 장신구와 의복과 또 영락과
가지가지 바르는 향의 향기를 맡고 그 몸을 알며,
모든 하늘이 혹은 다니거나 앉거나 유희하고 신통변화함을
이 법화경 지니는 자는 향기 맡고 능히 다 알며
모든 나무와 꽃과 과실과 또 차조기 기름향기를
경을 지니는 자는 여기 있으면서 그 있는 곳을 다 알며,
모든 산 깊고 험한 곳의 전단나무에 꽃이 핀 것과,
그 가운데 있는 중생을 향기 맡고 능히 다 알며,
철위산과 큰 바다와 땅 속의 모든 중생을
경을 지니는 자는 향기 맡고 그 있는 곳을 다 알며,
아수라의 남녀와 또 그 모든 권속이
싸우고 유희할 때를 향기 맡고 모두 능히 알며,
넓은 들과 좁고 험한 곳의 사자 코끼리 범 이리와
들소와 물소 등을 향기 맡고 있는 곳을 알며,
혹은 애기 밴 자가 있어 그가 아들인지 딸인지 생식기가 없는지
또 사람이 아닌지 모르던 것을 향기 맡고 능히 다 알며
향기 맡는 힘의 연고로 그 처음 애기 밴 것이
성취하고 성취하지 못함과 편안하게 복된 아들을 낳을지 알며,
향기 맡는 힘의 연고로 남녀가 생각하는 것과 욕심에 물들어
어리석고 성내는 마음을 알며 또한 착한 것을 닦는 자를 알며,
땅 속에 여러가지 감춰진 금 은 모든 진귀한 보배와
구리그릇에 담은 것을 향기 맡고 능히 다 알며,
가지가지 모든 영락의 그 값을 알 수 없는 것을
향기 맡고 귀하고 천함과 나온 곳과 있는 곳을 아느니라.
[4]천상의 모든 꽃과 만다라꽃과 만수사꽃과
바리질다 나무를 향기 맡고 능히 다 알며,
천상의 모든 궁전의 상 중 하의 차별과
온갖 보배꽃으로 장엄함을 향기 맡고 능히 다 알며,
하늘동산 수풀과 훌륭한 궁전과 모든 묘한 법당을 관하며
그 가운데 있으면서 오락하는 것을 향기 맡고 능히 다 알며,
모든 하늘이 혹은 법을 듣거나 혹은 오욕락을 누리고 있을 때
오고 가고 다니며 앉고 눕는 것을 향기 맡고 능히 다 알며,
천녀(天女)가 입은 옷에 좋은 꽃과 향기로 장엄하여
두루 돌아다니며 유희할 때를 향기 맡고 능히 다 알며,
이와 같이 돌고돌아 올라가 범천세계에 이르기까지
선정에 들고 선정에 나옴을 향기 맡고 능히 다 알며,
광음천과 변정천과 유정천에 이르기까지
처음 나고 물러나 사라짐을 향기 맡고 능히 다 알며,
모든 비구대중들이 불법에 항상 정진하여
혹은 앉거나 혹은 거닐거나 또 경전을 읽고 외우며,
혹은 수풀과 나무 아래 있으면서 오로지 정성들여 좌선함을
경을 지니는 자는 향기 맡고 그 있는 곳을 다 알며,
보살이 뜻이 견고하여 좌선하며 혹은 읽고 외우며
혹은 사람을 위해 설법하는 것을 향기 맡고 능히 다 알며,
곳곳마다 계신 세존께서 일체에게 공경 받으며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어 설법하심을 향기 맡고 능히 다 알며,
중생이 부처님 앞에 있으면서 경을 듣고 모두 환희하여
법과 같이 수행하는 것을 향기 맡고 능히 다 알며,
비록 보살의 무루법에서 생긴 코는 얻지 못하였으나
이 경을 지니는 자는 먼저 이런 상의 코를 얻느니라.
『다시 또 상정진보살이여,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을 받아지니고 혹은 읽고 혹은 외우고 혹은 해설하고 혹은 베껴쓴다면, 천이백의 혀의 공덕을 얻느니라. 혹은 맛이 좋거나 혹은 좋지 않거나 혹은 아름답거나 아름답지 못하거나 또 모든 쓰고 떫은 물건이 그 혀에 닿으면, 모두 최상의 맛으로 변하여 하늘의 감로와 같아서 맛나지 않는 것이 없느니라.
만약 혀로써 대중 가운데서 연설함이 있으면, 깊고 묘한 소리를 내어 능히 그 마음에 들어 모두로 하여금 환희하고 쾌락하게 하느니라. 또 모든 천자와 천녀와 제석천왕과 범천왕과 모든 하늘이 이 깊고 미묘한 음성으로 연설하는 것을 듣고, 언론의 차례를 모두 다 와서 들으며, 또 모든 용과 용녀와 야차와 야차녀 건달바와 건달바녀 아수라와 아수라녀 가루라와 가루라녀 긴나라와 긴나라녀 마후라가와 마후라가녀가 법을 듣기 위한 까닭으로 모두 와서 친근하고 공경하며 공양하고, 또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국왕 왕자 뭇 신하와 권속들과 작은 전륜왕과 큰 전륜왕과 칠보와 천 명의 아들과 안팎의 권속들이 그들의 궁전을 타고 함께 와서 법을 들으며, 이 보살이 법을 잘 설하는 까닭으로 바라문과 거사와 나라 안의 인민이 그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따라 모시고 공양하며, 또 모든 성문과 벽지불과 보살과 모든 부처님께서 항상 그를 즐거이 보시며, 이 사람이 있는 방면에는 모든 부처님께서 모두 그 곳을 향하여 법을 설하시니, 다 능히 일체 불법을 받아지니며, 또 능히 깊고 미묘한 법음(法音)을 내느니라.』
[5]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이 사람의 설근은 깨끗하여 끝내 나쁜 맛을 받지 않고
그가 먹고 씹는 것은 모두 다 감로가 되느니라.
깊고 깨끗하고 미묘한 음성으로 대중에게 법을 설하되,
모든 인연과 비유로 중생의 마음을 인도하니,
듣는 자가 모두 환희하여 모든 으뜸가는 공양을 베푸리라.
모든 하늘과 용과 야차와 또 아수라 등이
모두 공경하는 마음으로 함께 와서 법을 들으리라.
법을 설하는 이 사람이 만약 미묘한 음성으로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채우고자 하면
뜻에 따라 곧 능히 이르러며,
크고 작은 전륜왕과 또 천 명의 아들과 권속들이
합장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항상 와서 법을 듣고 받으며,
모든 하늘과 용 야차와 나찰과 비사사가
또한 환희하는 마음으로 항상 즐거이 와서 공양하며,
범천왕과 마왕과 자재천과 대자재천의
이와 같은 모든 하늘대중이 항상 그 곳에 와서 이르느니라.
모든 부처님과 또 제자가 그 설법하는 음성을 듣고
항상 생각하고 수호하시며 혹은 때로는 몸을 나타내시리라.
『다시 또 상정진보살이여,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을 받아지니고 혹은 읽고 혹은 외우고 혹은 해설하고 혹은 베껴쓴다면, 팔백의 몸의 공덕을 얻느니라. 청정한 몸을 얻되 깨끗한 유리와 같아서 중생이 보기를 즐겨하며, 그 몸이 청정하므로 삼천대천세계 중생이 날 때와 죽을 때와 위와 아래와 잘 생기고 못생긴 것과 좋은 곳과 나쁜 곳에 태어나는 것이 다 그 가운데 나타나느니라. 또 철위산과 대철위산과 미루산과 마하미루산 등의 모든 산과 또 그 가운데 중생이 다 그 가운데 나타나리라. 아래로는 아비지옥에서 위로는 유정천에 이르기까지 있는 바와 중생이 다 그 가운데 나타나며, 혹은 성문과 벽지불과 보살과 모든 부처님께서 설법하시는 것이 모두 몸 가운데 그 색상(色像)이 나타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만약 법화경을 지니는 자는 그 몸이 매우 청정하여
저 깨끗한 유리와 같으니 중생이 모두 기쁘게 보리라.
또 깨끗하고 밝은 거울에 모든 색과 형상이 다 보이듯이
보살의 깨끗한 몸으로 세상에 있는 것을 모두 보되,
오직 혼자서 스스로 밝게 알고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리라.
삼천대천세계 가운데 일체 모든 생물과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와 지옥과 아귀와 축생의
이와 같은 모든 색상(色像)이 모두 몸 가운데 나타나느니라.
모든 하늘 등의 궁전과 유정천에 이르기까지
철위산과 미루산과 마하미루산과
모든 큰 바다의 물 등이 모두 몸 가운데 나타나며,
모든 부처님과 또 성문과 불자인 보살 등이
혹은 혼자나 혹은 대중 속에 있으면서
설법하는 것이 모두 다 나타나리니,
비록 무루(無漏)의 법성(法性)인 묘한 몸은 얻지 못하였으나,
청정한 평상시 몸에 일체가 그 가운데 나타나느니라.
[6] 『다시 또 상정진보살이여,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여래가 멸도한 뒤에 이 경을 받아지니고 혹은 읽고 혹은 외우고 혹은 해설하고 혹은 베껴쓴다면, 천이백의 뜻의 공덕을 얻느니라.
이 청정한 의근(意根)으로써 한 게송이나 한 구절을 들음에 이를지라도 한량없고 가이 없는 뜻을 통달하리니, 이 뜻을 이해하고는 능히 한 게송 한 구절을 연설하되 한 달이나 넉 달이나 한 해에 이를지라도, 모든 설한 바 법이 그 뜻을 따라서 모두 실상(實相)과 더불어 서로 위배되지 않으며, 혹은 속세간의 경서와 세상을 다스리는 말과 살림하고 생활함을 말할지라도 모두 정법에 순응하리라. 삼천대천세계의 육취(六趣)중생이 마음으로 행하는 바와 마음을 움직여서 짓는 바와 마음으로 희론하는 바를 모두 다 아나니, 비록 무루의 지혜는 얻지 못하였으나, 그러나 그 의근(意根)이 청정함이 이와 같으니, 이 사람이 사유(思惟)하고 있는 바와 헤아리고 설하는 말은 모두 이는 부처님의 법이라 진실하지 않음이 없으며, 또한 이것은 먼저 부처님께서 경전 가운데서 설하신 바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이 사람의 뜻이 청정하여
영리하고 밝아 흐리고 더러움이 없어
이 미묘한 의근(意根)으로써 상 중 하의 법을 알며,
한 게송을 들을지라도 한량없는 뜻을 통달하여
차례로 법과 같이 설하되 한 달 넉 달 한 해에 이르며,
이 세계의 안과 밖의 일체 모든 중생인
혹은 하늘 용 사람과 야차와 귀신들이
그 육취 가운데 있으면서 생각하는 바의 약간의 종류를
법화경을 지니는 과보로 일시에 모두 다 아느니라.
시방의 수없는 부처님께서 백복으로 장엄하신 상으로
중생을 위하여 설법하심을 다 듣고 능히 받아지니며,
한량없는 뜻을 깊이 생각하고 법을 설함이 또한 한량없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잊음도 착오도 없나니,
이는 법화경 지닌 까닭이니라.
모든 법의 모양을 다 알고 뜻을 따라서 차례를 알아
이름자와 말하는 것을 통달하여 아는 바와 같이 연설하느니라.
이 사람이 설한 바 있는 것은 모두 이는 먼저 부처님의 법이니,
이 법을 연설하는 까닭으로 대중에서 두려울 바 없느니라.
법화경을 지니는 자는 의근(意根)이 청정함이 이와 같아
비록 무루는 얻지 못하였으나, 먼저 이와 같은 상이 있느니라.
이 사람이 이 경을 지니고 희유한 지위에 편안히 머무르면
일체 중생이 환희하여 사랑하고 공경하며
능히 천만 가지의 착하고 훌륭한 말로써
분별하여 법을 설하나니, 법화경을 지닌 까닭이니라.
법사공덕품 끝
묘법연화경 제 이십 상불경보살품
妙法蓮華經 第 二十 常不輕菩薩品
[1] 그 때 부처님께서 득대세(得大勢)보살마하살에게 이르시되, 『너는 지금 마땅히 알지니라. 만약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로서 법화경을 지니는 자를 혹은 악한 입으로 욕설하거나 비방하면, 얻는 큰 죄보는 앞에서 설한 바와 같으며, 그 얻는 공덕도 앞에서 설한 바와 같아서 눈 귀 코 혀 몸 뜻이 청정하리라.
득대세여, 지나간 오래된 옛적에 한량없고 가이 없는 불가사의 아승지 겁을 지나서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이름은 위음왕(威音王)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시며, 겁의 이름은 이쇠(離衰)요, 나라 이름은 대성 (大城)이었느니라. 그 위음왕 부처님께서 그 세상 가운데서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를 위하여 법을 설하시되, 성문을 구하는 자에게는 응당 사제법을 설하시어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건너서 마침내 열반하게 하시고, 벽지불을 구하는 자에게는 응당 십이인연법을 설하시며, 모든 보살에게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로 인하여 응당 육바라밀법을 설하시어 마침내 부처님 지혜를 얻게 하셨느니라.
득대세여, 이 위음왕 부처님의 수명은 사십만억 나유타 항하사 겁이고, 정법이 세상에 머무는 겁수는 한 염부제의 미진과 같고, 상법이 세상에 머무는 겁수는 사천하의 미진과 같으니라.
그 부처님께서 중생을 요익하게 하시고는 그러한 뒤에 멸도하시고 정법과 상법이 다 멸한 뒤에 이 국토에서 다시 부처님께서 나셨으니, 또한 이름이 위음왕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시라. 이와 같이 차례로 이만억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모두 같은 한 가지 이름이었느니라. 가장 처음의 위음왕여래께서 이미 멸도하시고 정법이 멸한 뒤 상법 가운데 증상만의 비구가 큰 세력이 있었느니라. 그 때 한 보살 비구가 있었으니, 이름은 상불경(常不輕)이니라.
득대세여, 무슨 인연으로 이름을 상불경이라 하는고 하면, 이 비구는 무릇 보는 바의 만약 비구나 비구니거나 우바새나 우바이거나 모두 다 예배하고 찬탄하며, 그리고 이러한 말을 하되, 「나는 그대들을 깊이 공경하여 감히 가볍게 여기거나 업신여기지 않노라. 왜냐하면, 그대들은 모두 보살도를 행하여 마땅히 성불할 것이기 때문이니라.」 하였느니라. 그리고 이 비구는 오로지 경전을 읽거나 외우지 아니하고 다만 예배만을 행하면서, 멀리서 사부대중을 볼지라도 또한 다시 일부러 가서 예배하고 찬탄하며 이러한 말을 하되, 「나는 감히 그대들을 가벼이 여기지 않노니, 그대들은 모두 마땅히 성불할 것이니라.」 하였느니라.
사부대중 가운데서 성을 내며 마음이 부정한 자가 있어 악한 입으로 욕설하고 말하기를 「이 무지한 비구야, 어느 곳으로부터 와서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그대들을 가벼이 여기지 않노라 하면서 그리고 우리들에게 수기를 주어 마땅히 성불하리라고 하느냐. 우리들은 이와 같은 허망한 수기는 받지 않겠노라.」 하였느니라.
이와 같이 여러 해를 지내는 동안 항상 욕설을 당할지라도 성 내지 아니하고 항상 이런 말을 하되, 「그대들은 마땅히 성불하리라.」 하였느니라. 이런 말을 설할 때 여러 사람이 혹은 몽둥이나 기와나 돌로 치거나 던지면, 피하여 달아나 멀리 있으면서 오히려 큰 소리로 외치기를, 「나는 감히 그대들을 가벼이 여기지 않노니, 그대들은 모두 마땅히 성불하리라.」 하였느니라. 그가 항상 이런 말을 하는 까닭으로 증상만의 비구 비구니와 우바새 우바이가 이름을 상불경이라 하였느니라.
[2] 이 비구가 목숨을 마치려 할 때 허공 가운데서 위음왕 부처님께서 먼저 설하신 바 법화경의 이십천만억의 게송을 갖추어 듣고 능히 다 받아지니니, 곧 위와 같이 안근(眼根)이 청정함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의 근(根)이 청정함을 얻었느니라. 이 육근이 청정함을 얻고는 다시 수명이 더하여 이백만억 나유타 해를 널리 사람을 위하여 이 법화경을 설하였느니라. 그제서야 증상만의 사부대중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로서 이 사람을 가벼이 여겨 천대하여 불경이란 이름을 지은 자가 그 큰 신통의 힘과 말 잘하는 변재의 힘과 크게 착하고 고요한 힘을 얻은 것을 보고, 그가 설하는 바를 듣고는 모두 믿고 복종하고 따르고 좇음이라, 이 보살은 다시 천만억 중생을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물게 하였느니라. 목숨을 마친 뒤에 이천억의 부처님을 만났으니, 모두 이름이 일월등명(日月燈明)이시고, 그 법 가운데서 이 법화경을 설하였으니 이런 인연으로 다시 이천억 부처님을 만났으니, 같은 이름으로 운자재등왕(雲自在燈王)이셨느니라. 이 모든 부처님의 법 가운데서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며 모든 사부대중을 위하여 이 경전을 설한 까닭으로 이 평상시 눈이 청정하며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의 모든 근(根)이 청정함을 얻어 사부대중 가운데서 법을 설하되, 마음에 두려울 바가 없었느니라.
득대세여, 이 상불경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이 약간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 찬탄하여 모든 선근을 심고 그러한 뒤에 다시 천만억 부처님을 만나서 또한 모든 부처님의 법 가운데서 이 경전을 설하여 공덕을 성취하고 마땅히 성불하였느니라.
득대세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때 상불경보살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곧 나의 몸이었느니라. 만약 내가 지난 세상에서 이 경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며 다른 사람을 위하여 설하지 아니하였더라면,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빨리 얻지 못하였을 것이니라. 내가 먼저 부처님 처소에서 이 경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며 사람을 위하여 설한 까닭으로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느니라.
득대세여,그 때 사부대중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는 성내는 마음으로 나를 가볍게 여기고 천대한 까닭으로 이백억 겁에 항상 부처님을 만나지 못하였으며 법을 듣지 못하였고 승려를 보지 못하였으며, 천 겁을 아비지옥에서 큰 고통을 받았느니라. 이런 죄보를 마치고는 다시 상불경보살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교화시킴을 만났느니라.
득대세여,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때 사부대중으로서 항상 이 보살을 가볍게 여긴 자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지금 이 모임 가운데 있는 발타바라 등의 오백 보살과 사자월 등의 오백 비구와 니사불 등의 오백 우바새로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자가 이들이니라.
득대세여, 마땅히 알지니라. 이 법화경은 모든 보살마하살을 크게 요익되게 하여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르게 하나니, 이런 까닭으로 모든 보살마하살은 여래가 멸도한 뒤에 항상 응당 이 경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며 해설하고 베껴써야 하느니라.』
[3]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지난 예전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명호는 위음왕불이시라.
신통과 지혜가 한량없어 일체 중생을 거느려 인도하시니,
하늘과 사람과 용과 신이 함께 공양하는 바이니,
이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 법이 다하고자 할 때
한 보살이 있었으니, 이름이 상불경이니라.
이 때 모든 사부대중이 법에 집착하였거늘
상불경보살이 그 곳에 가서 이르러
일러 말하기를 나는 그대들을 가벼이 여기지 않노니,
그대들은 도를 행하여서 모두 마땅히 성불하리라.
모든 사람이 듣고는 가벼이 여겨 헐뜯고 꾸짖었으나,
상불경보살은 능히 참고 받았느니라.
그가 죄보를 마치고는 목숨이 끝나려고 할 때
이 경을 얻어듣고 육근이 청정하였으며,
신통력으로 말미암아 수명이 더욱 늘었느니라.
다시 모든 사람을 위하여 널리 이 경을 설하니,
법에 집착한 모든 무리는 모두 보살의 교화를 받아
공덕을 성취하여 불도에 머물게 하였느니라.
상불경보살이 목숨을 마치고 수없는 부처님을 만나
이 경을 설한 까닭으로 한량없는 복을 얻고,
점점 공덕을 갖추어서 빨리 불도를 이루었느니라.
그 때의 상불경보살은 곧 나의 몸이요,
이 때 사부대중으로 법에 집착한 자는
상불경으로부터 그대들은 마땅히 성불하리라는
말을 들은 이러한 인연으로 수없는 부처님을 만났으니,
이 모임에 있는 오백의 보살대중과
아울러 사부대중인 청신사 청신녀로서
지금 내 앞에서 법을 듣는 이들이니라.
내가 지난 세상에서 이 모든 사람을 권하여
제일의 법인 이 경을 받아 듣게 하고,
사람에게 열어 보이고 가르쳐 열반에 머물게 하고
세세생생 이 같은 경전을 받아지니게 하였느니라.
억억만겁 동안 헤아릴 수 없음에 이르러
때에야 겨우 이 법화경을 얻어들으며,
억억만겁 동안 헤아릴 수 없음에 이르러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때에야 이 경을 설하시나니,
이런 까닭으로 수행하는 이는 부처님이 멸도하신 뒤에
이와 같은 경을 듣고 의혹함을 내지 말 것이며,
응당 마땅히 일심으로 널리 이 경을 설하여
세세생생 부처님을 만나 빨리 불도를 이룰지니라.
상불경보살품 끝
묘법연화경 제 이십일 여래신력품
妙法蓮華經 第 二十一 如來神力品
[1] 그 때 땅으로부터 솟아나온 천 세계 미진수 등의 보살마하살이 모두 부처님 앞에서 일심으로 합장하고 존안을 우러러 보며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세존의 분신이 계시는 바 국토의 멸도하신 곳에서 마땅히 널리 이 경을 설하오리다. 왜냐하오면, 저희들도 또한 스스로 이 진실되고 청정한 큰 법을 얻어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며 해설하고 베껴쓰며 공양하고자 함이옵니다.』
그 때 세존께서 문수사리 등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옛적부터 사바세계에 머무른 보살마하살과 또 모든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 등 일체 대중 앞에서 큰 신통력을 나타내시어 넓고 긴 혀를 내시니, 위로는 범천에 이르며, 일체 털구멍에서 한량없고 수없는 색깔의 광명을 놓아 시방세계를 모두 다 두루 비추시니, 여러 보배나무 아래 사자좌 위에 계시는 모든 부처님께서도 또한 다시 이와 같이 넓고 긴 혀를 내시어 한량없는 광명을 놓으시었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또 보배나무 아래의 모든 부처님께서 신통력을 나타내신 지 백천 년을 채우신 연후에 설상(舌相)을 도로 거두시고, 일시에 기침을 하시며 함께 손가락을 튕기시니, 이 두 가지 음성이 두루 시방의 모든 부처님 세계에 이르러, 땅은 모두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그 가운데 중생인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 등이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말미암아 모두 이 사바세계의 한량없고 가이 없는 백천만억의 여러 보배나무 아래 사자좌 위에 계신 모든 부처님을 보며, 또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다보여래와 함께 보탑 가운데 계시어 사자좌에 앉으심을 보며, 또 한량없고 가이 없는 백천만억의 보살마하살과 또 모든 사부대중이 석가모니 부처님을 둘러싸고 공경함을 보았음이라. 이미 이런 것을 보고는 모두 크게 환희하며 미증유를 얻었다.
곧 이 때 모든 하늘이 허공 가운데서 높은 소리로 외쳐 말하기를, 『이 한량없고 가이 없는 백천만억 아승지 세계를 지나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은 사바세계이며, 이 가운데 부처님께서 계시니, 이름은 석가모니시라. 지금 모든 보살마하살을 위하여 대승경을 설하시니, 이름은 묘법연화라,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호념(護念)하시는 바이니, 너희들은 마땅히 깊은 마음으로 따라 기뻐하고, 또한 마땅히 석가모니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양할지니라.』 하거늘, 저 모든 중생이 허공 가운데서 나는 소리를 듣고는, 사바세계를 향하여 합장하고 이와 같은 말을 하되,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하고는 가지가지 꽃과 향과 영락과 번기와 일산과 또 모든 장신구와 진귀한 보배와 묘한 물건을 모두 함께 멀리 사바세계에 흩으니, 흩은 모든 물건이 시방으로부터 오는데, 비유하면 구름이 모임과 같은지라, 변하여 보배휘장을 이루어서 두루 이 사이와 모든 부처님 위를 덮으니, 이 때 시방세계는 통달하여 걸림이 없는 것이 한 부처님 국토와 같았다.
그 때 부처님께서 상행 등 보살대중에게 이르시되, 『모든 부처님의 신통력은 이와 같이 한량없고 가이 없으며 불가사의니라. 만약 내가 이 신통력으로 한량없고 가이 없는 백천만억 아승지 겁에서 부촉하기 위한 까닭으로 이 경의 공덕을 설할지라도 오히려 능히 다하지 못하느니라. 요긴한 것을 말하자면,
여래의 일체 가지신 법과
여래의 일체 자재하신 신통의 힘과
여래의 일체 비밀되고 요긴한 법장(法藏)과
여래의 일체 심히 깊은 일을
모두 이 경에서 펴 보이고 나타내어 설하였느니라.
[2] 이런고로 너희들은 여래가 멸도한 뒤에 응당 일심으로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며 해설하고 베껴쓰며 설함과 같이 수행할지니라.
만약 어떤 이가 있는 바 국토에서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며 해설하고 베껴쓰며 설함과 같이 수행하면 만약 경권이 머무는 곳이면, 혹은 동산이거나 혹은 숲속이거나 혹은 나무 아래거나 혹은 승방이거나 혹은 백의(白衣)거사의 집이거나 혹은 전당(殿堂)에 있거나 혹은 산골짜기거나 넓은 들이거나, 이 가운데에 모두 응당 탑을 세워 공양할지니라. 무슨 까닭이냐 하면, 마땅히 알지니라. 이곳은 곧 바로 도량이기 때문이니라.
모든 부처님께서 여기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시며,
모든 부처님께서 여기에서 법륜을 굴리시며,
모든 부처님께서 여기에서 열반에 드시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시되,
세상을 구하시는 모든 부처님께서 큰 신통에 머무시어
중생을 기쁘게 하기 위하는고로 한량없는 신통력을 나투시니,
혀의 형상은 범천까지 이르고
몸에서는 수없는 광명을 놓으시니라.
불도를 구하는 자를 위하여 이런 희유한 일 나타내시니라.
모든 부처님의 기침소리와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두루 시방 국토에 들리니, 땅은 모두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능히 이 경을 지니게 하신 까닭으로
모든 부처님 다 환희하시어 한량없는 신통력을 나타내시니라.
이 경을 부촉하신 까닭으로 받아지니는 자를 찬탄하시되,
한량없는 겁 동안에도 오히려 능히 다하지 못하리라.
이 사람의 공덕은 가이 없고 다함이 없나니,
시방의 허공과 같아서 가히 가와 끝을 얻지 못하리.
능히 이 경을 지니는 자는 곧 이미 나를 본 것이며,
또한 다보 부처님과 또 모든 분신 부처님을 뵈온 것이며,
또 내가 오늘날 교화한 모든 보살을 본 것이니라.
능히 이 경을 지니는 자는 나와 또 나의 분신과
멸도하신 다보 부처님을 일체 모두 환희하게 하며,
시방에 현재 계시는 부처님과 아울러 과거 미래 부처님을
또한 뵈옵고 또한 공양함이며, 또한 환희함을 얻게 한 것이니라.
모든 부처님께서 도량에 앉으사 얻으신 비밀되고 요긴한 법을
능히 이 경을 지니는 자는 오래지 않아 또한 마땅히 얻으리라.
능히 이 경을 지니는 자는 모든 법의 뜻과
글자의 이름과 말씀을 즐겨 설하여 다함이 없어
바람이 허공 가운데서 일체 걸림이 없음과 같으니라.
여래가 멸도한 뒤에 부처님이 설하신 경전의
인연과 또 차례를 알아서 뜻을 따라 실상과 같이 설하되,
해와 달의 밝은 빛이 능히 모든 어둠을 없애는 것과 같으리.
이 사람이 세간에서 행하여 능히 중생의 어둠을 없애고
한량없는 보살을 가르쳐 끝내 일승에 머물게 하느니라.
이런 까닭으로 지혜있는 자는 이 공덕과 이익됨을 듣고
내가 멸도한 뒤에 응당 이 경을 받아지니어라.
이런 사람은 불도에 이르기 결정코 의심이 없느니라.
여래신력품 끝
묘법연화경 제 이십이 촉루품
妙法蓮華經 第 二十二 囑累品
[1] 그 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법자리로부터 일어나시어 큰 신통력을 나투시고 오른손으로 한량없는 보살마하살의 머리를 어루만지시고, 이런 말씀을 하시되, 『내가 한량없는 백천만억 아승지 겁에 이 얻기 어려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을 닦고 익혀서 이제 너희들에게 부촉하노니, 너희들은 응당 일심으로 이 법을 유포(流布)하여 널리 이익되게 할지니라.』
이와 같이 세 번이나 모든 보살마하살의 머리를 어루만지시고, 이런 말씀을 하시되, 『내가 한량없는 백천만억 아승지 겁에 이 얻기 어려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을 닦고 익혀서 지금 너희들에게 부촉하노니, 너희들은 마땅히 받아지니고 읽고 외워서 널리 이 법을 펴서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두루 듣고 알게 할지니라. 왜냐하면, 여래는 큰 자비가 있어 모든 것에 아낌과 인색함이 없고 또한 두려울 바도 없으며, 능히 중생에게 부처님의 지혜와 여래의 지혜와 자연의 지혜를 주는 것이니, 여래는 이 일체 중생에게 큰 시주(大施主)이니라. 너희들은 또한 여래의 법을 응당 따라 배우되, 아끼고 인색함을 내지 말지니라.
오는 세상에서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여래의 지혜를 믿는 자가 있으면 마땅히 이 법화경을 연설하여 얻어듣고 알게 할 것이니, 그 사람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혜를 얻게 하기 위한 까닭이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믿어 받지 않는 자에게는 마땅히 여래의 다른 깊은 법 가운데서 가르쳐 보이고 기쁘게 할지니라. 너희들이 만약 능히 이와 같이 하면, 곧 모든 부처님의 은혜를 이미 보답함이 되느니라.』
이 때 모든 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는, 모두 큰 기쁨이 두루 그 몸에 가득차서 더욱 공경을 더하여 몸을 굽히고 머리 숙여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함께 소리내어 말씀하되, 『세존께서 분부하신 대로 마땅히 갖추어 받들어 행하오리다. 오직 그러하오니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모든 보살마하살 대중이 이와 같이 세 번이나 반복하여 함께 소리를 내어 말씀하되, 『세존께서 거듭 분부하신 것과 같이 마땅히 갖추어 받들어 행하오리다. 오직 그러하오니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그 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시방에서 오신 모든 분신 부처님으로 하여금 각각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시려고 이러한 말씀을 하시되, 『모든 부처님께서는 각각 편안하신 대로 따르시고, 다보 부처님 탑께서도 옛과 같이 돌아가시옵소서.』
이런 말씀을 설하실 때 보배나무 아래 사자좌에 앉으신 시방의 한량없는 분신 모든 부처님과 또 다보 부처님과 아울러 상행보살 등 가이 없는 아승지 보살대중과 사리불 등 성문 사부대중과 또 일체 세간의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 등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를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였다.
촉루품 끝
묘법연화경 제 이십삼 약왕보살본사품
妙法蓮華經 第 二十三 藥王菩薩本事品
[1] 그 때 수왕화(宿王華)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약왕보살은 어찌하여 사바세계에서 노니나이까. 세존이시여, 이 약왕보살은 얼마만한 백천만억 나유타의 난행(難行)과 고행(苦行)이 있었나이까.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간략히 해설하여 주시옵소서. 모든 하늘 용 신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 등과 또 다른 국토에서 온 모든 보살과 이 성문대중이 들으면 모두 환희하오리라.』
그 때 부처님께서 수왕화보살에게 이르시되, 『옛날 지난 옛날 한량없는 항하사 겁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는 일월정명덕(日月淨明德)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셨느니라. 그 부처님께 팔십억의 큰 보살마하살과 칠십이 항하사 큰 성문대중이 있었으며, 부처님의 수명은 사만 이천 겁이요, 보살의 수명도 또한 같았느니라.
그 나라에는 여인과 지옥과 아귀와 축생과 아수라 등과 또 모든 어려운 것이 없었으며, 땅은 평탄하여 손바닥과 같고 유리로 이루어졌으며, 보배나무로 장엄하고 보배휘장으로 위를 덮었으며, 보배꽃 번기를 드리우고 보배병과 향로는 나라 안에 두루하였고 칠보로 된 정자(臺)를 만들되, 나무 하나에 정자가 하나이며 그 나무와 정자의 거리는 한 화살이 날아가는 거리였느니라. 이 모든 보배나무에는 모두 보살과 성문이 있으되 그 아래에 앉았으며, 모든 보배정자 위에는 각각 백억의 모든 하늘이 있고 하늘의 슬기로운 음악을 지어서 부처님을 찬탄하는 노래를 하며 공양을 하였느니라.
그 때 그 부처님께서 일체중생희견(一切衆生喜見)보살과 여러 보살과 모든 성문대중을 위하여 법화경을 설하셨느니라. 이 일체중생희견보살이 고행을 즐거이 익혀서 일월정명덕 부처님의 법 가운데서 정진하고 거닐면서 일심으로 부처님을 구하기를 만 이천 년을 채우고는 현일체색신삼매(現一切色身三昧)를 얻었느니라. 이 삼매를 얻고는 마음이 크게 환희하여 곧 생각하여 말하기를, 「내가 현일체색신삼매를 얻은 것은 모두 이 법화경을 얻어들은 힘이니, 내가 이제 마땅히 일월정명덕 부처님과 또 법화경에 공양하리라.」 하고, 즉시 이 삼매에 드니 허공 중에서 만다라꽃 마하만다라꽃과 굳고 검은 보드라운 전단가루를 비오듯 하여 허공 가운데 가득하여 구름과 같이 내리며 또 해차안의 전단향을 비오듯 하니, 이 향은 육수(六銖)이나 가치는 사바세계만한 것으로 부처님께 공양하였느니라.
[2] 이러한 공양을 하고는 삼매로부터 일어나 스스로 생각하여 말하기를, 「내가 비록 신통력으로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나 몸으로써 공양하는 것만 같지 못하리라.」 하고, 곧 모든 향인 전단향 훈육향 도루바향 필력가향 침수향 교향을 먹고 또 담복과 모든 꽃의 향유를 마시기를 천이백 년을 채우고는 향유를 몸에 바르고, 일월정명덕 부처님 앞에서 하늘의 보배옷으로 스스로 몸을 감고 모든 향유를 붓고는 신통력과 서원으로 스스로 몸을 불사르니, 광명이 팔십억 항하사 세계를 두루 비추었느니라.
그 가운데의 모든 부처님께서 동시에 찬탄하여 말씀하시되, 「착하고 착하도다. 선남자여, 이것이 진실한 정진이며, 이것을 이름하여 여래께 진실한 법공양이라 하느니라.
만약 꽃과 향과 영락과 사르는 향 가루향 바르는 향과 하늘의 비단번기와 일산과 또 해차안의 전단향 이와 같은 등의 가지가지 모든 물건으로 공양을 할지라도 능히 미치지 못할 것이며, 가령 나라와 성(城)과 처자(妻子)를 보시할지라도 또한 미치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이것을 이름하여 제일의 보시라 하며, 모든 보시 중에서 가장 존귀하고 가장 으뜸이니, 법으로써 모든 여래께 공양한 까닭이니라.」 이런 말씀을 하시고는 그리고 각각 묵묵하셨느니라. 그 몸이 천이백 년 동안 불탄 뒤에야 그 몸이 다하였느니라.
일체중생희견보살이 이와 같이 법공양을 하고는 명(命)을 마친 뒤에 다시 일월정명덕 부처님 나라 가운데 태어나되, 정덕왕(淨德王)의 집에 가부좌를 맺고 홀연히 화생(化生)하여 곧 그 아버지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되,
대왕께서는 지금 마땅히 아옵소서.
제가 저 곳에서 경행하면서
곧 그 때 일체 모든 몸을 나타내는 삼매를 얻고
부지런히 크게 정진을 행하여 사랑하는 몸을 버려서
세존께 공양한 것은 위없는 지혜를 구하기 위함입니다.
이 게송을 설하고는 아버지께 아뢰어 말씀하되, 「일월정명덕 부처님께서 지금도 계시나니, 제가 먼저 부처님께 공양하고는 해일체중생어언다라니(解一切衆生語言陀羅尼)를 얻었으며, 다시 이 법화경의 팔백천만억 나유타 견가라 빈바라 아촉바 등의 게송을 들었사오니, 대왕이시여, 제가 지금 마땅히 돌아가서 이 부처님께 공양하고자 하나이다.」 이렇게 아뢰고는 곧 칠보로 된 좌대에 앉아서 허공 위로 오르니, 높이는 칠 다라수이었느니라.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열 손가락을 모아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되,
존안이 매우 기이하고 묘하시며 광명이 시방에 비치옵니다.
제가 마침 일찍이 공양하였더니,
지금 다시 돌아와 친근하나이다.
[3] 그 때 일체중생희견보살이 이 게송을 설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아직도 세상에 계시나이까.」 그 때 일월정명덕 부처님께서 일체중생희견보살에게 이르시되, 「선남자여, 내가 열반할 때가 되었고, 멸하여 다할 때가 되었으니, 너는 가히 평상자리를 편안히 펼지니라. 나는 오늘밤에 마땅히 열반에 들겠노라.」 또 일체중생희견보살에게 이르시되, 「선남자여, 내가 부처님 법을 너에게 부촉하며, 모든 보살과 큰 제자와 아울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과 또한 삼천대천 칠보세계의 모든 보배나무와 보배대와 또 시중드는 모든 하늘을 다 너에게 부촉하노라. 내가 멸도한 뒤에 있을 사리도 역시 너에게 부촉하노니, 마땅히 유포하여 널리 공양을 베풀되, 응당 수천 개의 탑을 세울지니라.」 이와 같이 일월정명덕 부처님께서 일체중생희견보살에게 분부하시고는 늦은 밤에 열반에 드셨느니라.
그 때 일체중생희견보살이 부처님께서 열반하심을 보고 비감하고 괴로워 애태우며 부처님을 사모하여, 곧 해차안의 전단향을 쌓아 부처님 몸에 공양하고는 불을 사르고 불이 꺼진 뒤에 사리를 거두어 팔만 사천 보배병을 만들어서 팔만 사천의 탑을 세우되, 높이는 삼 세계이며, 표찰(表刹)로 장엄하고 모든 번기와 일산을 드리우며 온갖 보배풍경을 달았느니라.
그 때 일체중생희견보살이 다시 스스로 생각하여 말하기를, 「내가 비록 이렇게 공양하였으나 마음에 오히려 흡족하지 못하니, 내가 지금 마땅히 다시 사리에 공양하리라.」 하고는, 문득 모든 보살과 큰 제자와 또 하늘 용 야차 등의 일체 대중에게 말하기를, 「그대들은 마땅히 일심으로 생각하라. 내가 지금 일월정명덕 부처님의 사리에 공양하리라.」 이렇게 말을 하고는, 곧 팔만 사천 탑 앞에서 백 가지 복으로 장엄한 팔을 태우되, 칠만 이천 년 동안 공양하여 성문을 구하는 수없는 대중과 한량없는 아승지의 사람으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게 하고, 모두 현일체색신삼매에 머무름을 얻게 하였느니라.
[4] 그 때 모든 보살과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 등이 그 팔이 없음을 보고, 근심하고 슬퍼하면서 이런 말을 하되, 「이 일체중생희견보살은 바로 우리들의 스승으로 우리를 교화하는 분이시거늘, 그러나 지금 팔을 태워서 몸이 불구가 되셨구나.」 하니, 그 때 일체중생희견보살이 대중 가운데서 이런 서원을 세워 말씀하되, 「내가 양팔을 버렸으니 반드시 마땅히 부처님의 금빛나는 몸을 얻을 것이로되, 만약 진실이고 헛되지 아니하면, 나의 양팔이 다시 도로 옛날처럼 같게 하소서.」 이런 서원을 마치자 자연히 도로 회복되었으니, 이 보살의 복덕과 지혜가 두터움에 이른 까닭이니라. 이 때를 당하여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하늘에서는 보배꽃이 비오듯 하며 일체 사람과 하늘은 미증유를 얻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수왕화보살에게 이르시되, 『너의 뜻에는 어떠하느냐. 일체중생희견보살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지금의 약왕보살이니라. 그가 몸을 버려서 보시한 것은 이와 같이 한량없는 백천만억 나유타수이니라.
수왕화여, 만약 발심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자 하는 자가 능히 손가락이나 발가락 하나라도 태워서 부처님 탑에 공양하면, 나라와 성과 처자와 또 삼천대천국토의 산림과 큰 강과 연못과 모든 진귀한 보물을 공양한 자보다 나으리라.
만약 다시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찬 칠보로써 부처님과 또 큰 보살과 벽지불과 아라한에게 공양을 할지라도 이 사람의 얻은 바 공덕은 이 법화경의 네 구절의 한 게송을 받아지니는 것만 같지 못하니, 그 복이 가장 많으니라.
수왕화여, 비유하건대, 일체 흐르는 내와 강과 큰 강과 모든 물 중에서 바다가 제일이듯이 이 법화경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모든 여래께서 설하신 경 중에서 가장 깊고 큰 것이 되느니라.
또 토산 흑산 소철위산 대철위산 또 십보산의 여러 산 중에서 수미산이 제일이듯이 이 법화경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모든 경 중에서 가장 그 으뜸이 되느니라.
또 많은 별 중에서 달(月天子)이 가장 제일이듯이 이 법화경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천만억 가지의 모든 경법 중에서 가장 밝게 비추느니라.
또 해(日天子)가 능히 모든 어둠을 없애듯이 이 경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능히 일체의 좋지 못한 어둠을 파하느니라.
또 모든 작은 왕 중에서 전륜성왕이 가장 제일이 되는 것과 같이 이 경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많은 경 중에서 가장 그 존귀함이 되느니라.
또 제석천왕이 삼십삼천 중에서 왕이 되는 것과 같이 이 경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모든 경 중에서 왕이니라.
또 대범천왕이 일체 중생의 아버지가 되는 것과 같이 이 경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일체 어질고 성스러운 이와 배우는 이와 배울 것이 없는 이와 또 보살심을 일으킨 이들의 아버지이니라.
또 일체 범부 중에서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 벽지불이 제일이 되는 것과 같이 이 경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일체 여래께서 설하신 바와 혹은 보살이 설한 바와 혹은 성문이 설한 바의 모든 경법 중에서 가장 제일이 되느니라.
능히 이 경전을 받아지니는 자가 있으면,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일체 중생 가운데서 또한 제일이 되느니라.
일체 성문과 벽지불 가운데서 보살이 제일이듯이 이 경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일체 모든 경법 중에서 가장 제일이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모든 법의 왕인 것과 같이 이 경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모든 경 중에서 왕이니라.
[5] 수왕화여, 이 경은 능히 일체 중생을 구원하는 것이며, 이 경은 능히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모든 괴로움을 여의게 하며, 이 경은 능히 일체 중생을 크게 요익하게 하여 그 원을 가득 채우게 하느니라.
맑고 서늘한 못이 능히 일체 모든 목마른 자를 만족하게 함과 같으며, 추운 자가 불을 얻음과 같으며, 헐벗은 자가 옷을 얻음과 같으며, 장사하는 사람이 상주(商主)를 얻음과 같으며, 자식이 어머니를 얻음과 같으며, 나루에서 배를 얻음과 같으며, 병난 이가 의원을 얻음과 같으며, 어두운 데서 등불을 얻음과 같으며, 가난한 자가 보물을 얻음과 같으며, 백성이 임금을 만남과 같으며, 장사하는 사람이 손님의 바다를 얻음과 같으며, 횃불이 어둠을 없앰과 같이, 이 법화경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일체 고통과 일체 병의 아픔을 여의게 하고 능히 일체의 생사의 속박에서 해탈하게 하느니라.
만약 사람이 이 법화경을 얻어듣고 혹은 스스로 쓰거나 혹은 사람을 시켜서 쓰게 하면, 얻는 바 공덕은 부처님의 지혜로써 많고 적음을 헤아려도 그 끝을 얻지 못하느니라. 혹은 이 경권을 써서 꽃 향 영락 사르는 향 가루향 바르는 향 번기와 일산과 의복과 가지가지의 등(燈)인 소등 기름등 모든 향유등 담복기름등 수만나기름등 바라라기름등 바리사가기름등 나바마리기름등을 공양하면, 얻는 바 공덕은 또한 다시 한량없느니라.
[6] 수왕화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약왕보살본사품을 듣는다면 또한 한량없고 가이 없는 공덕을 얻느니라. 만약 어떤 여인이 이 약왕보살본사품을 듣고 능히 받아지니면 이 여인의 몸을 다한 뒤에는 다시 받지 아니하느니라.
만약 여래가 멸도한 뒤 후오백세 가운데서 혹은 어떤 여인이 이 경전을 듣고 설함과 같이 수행하면, 여기서 명(命)을 마치고는 곧 안락세계에 가서 아미타 부처님을 큰 보살대중이 둘러싸서 계시는 곳의 연꽃 가운데 보배자리 위에 나느니라. 다시는 탐욕의 번뇌를 받지 않고 또한 다시 성냄과 어리석음의 괴로움도 받지 않고 또한 다시 교만하고 질투하고 모든 더러운 괴로움도 받지 않고 보살의 신통과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나니, 이 법인을 얻고는 안근(眼根)이 청정하게 되며 이 청정한 안근으로 칠백만 이천억 나유타 항하사 등의 모든 부처님 여래를 뵙게 되느니라.
이 때 모든 부처님께서 멀리서 함께 칭찬하시되, 「착하고 착하도다. 선남자여, 너는 능히 석가모니 부처님의 법 가운데서 이 경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며 깊이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설하였으니, 얻은 바 복덕은 한량없고 가이 없어서 불이 능히 태우지 못하고 물도 능히 빠뜨리지 못할 것이니, 너의 공덕은 일천 부처님께서 함께 말씀하셔도 능히 다하지 못하느니라. 너는 지금 이미 능히 모든 마군을 파하였으며 생사의 군사를 무너뜨리고 모든 나머지 원한의 적을 모두 다 꺾어 없앴느니라.
선남자여, 백천의 모든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 함께 너를 수호하시나니, 일체 세간의 하늘과 사람 가운데서 너와 같은 자는 없느니라. 오직 여래를 제외하고는 그 모든 성문이나 벽지불이나 보살의 지혜와 선정에 이르기까지 너와 더불어 견줄 자는 없느니라.」
수왕화여, 이 보살이 이와 같은 공덕과 지혜의 힘을 성취하였느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약왕보살본사품을 듣고 능히 따라서 기뻐하고 거룩하다고 찬탄하면, 이 사람은 지금 세상에서 입에서는 항상 푸른 연꽃 향기가 나고, 몸의 털구멍에서 항상 우두전단 향기가 나오나니, 얻는 공덕은 위에서 설한 바와 같으니라.
이런 까닭으로 수왕화여, 이 약왕보살본사품을 너에게 부촉하노니, 내가 멸도한 뒤 후오백세 동안에 널리 베풀어 유포하여 염부제에서 끊어지지 않게 하되, 악한 마와 마의 백성과 모든 하늘 용 야차 구반다 등이 그 편의를 얻지 못하게 할지니라.
수왕화여, 너는 마땅히 신통력으로 이 경을 수호(守護)할지니라. 왜냐하면, 이 경은 곧 염부제 사람의 병에 좋은 약이 되느니라. 만약 사람이 병이 있어 이 경을 얻어들으면, 병이 곧 소멸하여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느니라.
수왕화여, 네가 만약 이 경을 받아지니고 있는 자를 보거든 응당 푸른 연꽃과 가루향을 가득히 담아 그 위에 흩어 공양하고, 흩고는 이런 생각을 하여 말하되, 「이 사람은 멀지 않아서 반드시 마땅히 풀을 깔고 도량에 앉아 모든 마군을 파하고, 마땅히 법소라를 불며 큰 법북을 쳐서 일체 중생을 늙고 병들고 죽는 바다를 건너게 하여 해탈하게 하리라.」 할지니라. 이런 까닭으로 불도를 구하는 자는 이 경전을 받아지니고 있는 사람을 보거든 응당 이와 같이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이 약왕보살본사품을 설하실 때 팔만 사천 보살은 해일체중생어언다라니를 얻었음이라.
다보여래께서는 보탑 가운데서 수왕화보살을 칭찬하여 말씀하시되, 『착하고 착하도다. 수왕화여, 너는 불가사의의 공덕을 성취하여 능히 석가모니 부처님께 이와 같은 일을 여쭈어서 한량 없는 일체 중생을 이익되게 하였느니라.』
약왕보살본사품 끝
묘법연화경 제 칠권
妙法蓮華經 第 七卷
묘법연화경 제 이십사 묘음보살품
妙法蓮華經 第 二十四 妙音菩薩品
[1] 그 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대인상(大人相)의 육계(肉髻)광명을 놓으시고, 또 미간 백호상(眉間白毫相)에서 광명을 놓으시어 동방으로 백팔만억 나유타 항하사 등의 모든 부처님 세계를 두루 비추심이라.
이런 수의 세계를 지나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은 정광장엄(淨光莊嚴)이요, 그 나라에 부처님께서 계시니, 이름이 정화수왕지(淨華宿王智)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이시라. 한량없고 가이 없는 보살대중에게 둘러싸여 공경 받으시면서 법을 설하시니, 석가모니 부처님의 백호광명이 그 나라를 두루 비추시었다.
그 때 일체 정광장엄국토 가운데에 한 보살이 있었으니, 이름이 묘음(妙音)이라. 오래부터 많은 덕의 근본을 심어서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친근하여 심히 깊은 지혜를 다 성취하였으니,
묘당상(妙幢相)삼매 법화(法華)삼매
정덕(淨德)삼매 수왕희(宿王戲)삼매
무연(無緣)삼매 지인(智印)삼매
해일체중생어언(解一切衆生語言)삼매
집일체공덕(集一切功德)삼매청정(淸淨)삼매
신통유희(神通遊戲)삼매혜거(慧炬)삼매
장엄왕(莊嚴王)삼매정광명(淨光明)삼매
정장(淨藏)삼매불공(不共)삼매
일선(日旋)삼매를 얻어 이와 같은 등의 백천만억 항하사 등의 모든 큰 삼매를 얻음이라.
석가모니 부처님의 광명이 그 몸을 비추시거늘, 곧 정화수왕지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제가 마땅히 사바세계에 가서 석가모니 부처님께 예배하고 친근 공양하고 또 문수사리법왕자보살과 약왕보살과 용시보살과 수왕화보살과 상행의보살과 장엄왕보살과 약상보살을 뵈올까 하나이다.』
그 때 정화수왕지 부처님께서 묘음보살에게 이르시되, 『너는 저 국토를 가볍게 여겨 하열(下劣)하다는 생각을 내지 말지니라. 선남자여, 저 사바세계는 높고 낮고 하여 평탄하지 못하며 흙과 돌로 된 모든 산과 더럽고 나쁜 것이 가득차고, 부처님의 몸은 아주 작으며 모든 보살대중도 그 형상이 또한 작으니라. 그러나 너의 몸은 사만 이천 유순이요, 나의 몸은 육백팔십만 유순이라, 너의 몸이 제일 단정하여 백천만의 복과 광명이 특수하고 묘하니, 이런 까닭으로 너는 가서 저 국토를 가벼이 여겨 혹은 부처님과 보살과 또 국토를 하열하다는 생각을 내지 말지니라.』
묘음보살이 그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사바세계에 가려는 것은 모두 이는 여래의 힘이오며 여래의 신통으로 유희함이오며, 여래의 공덕과 지혜로 장엄함이옵니다.』
이에 묘음보살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몸을 동요하지도 않고 그리고 삼매에 들어 삼매의 힘으로 기사굴산의 법좌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서 팔만 사천의 많은 보배연꽃을 변화로 만들되, 염부단금으로 줄기를 하고 백은으로 잎을 하고 금강으로 꽃술을 하고 견숙가보로 그 좌대를 함이라.
그 때 문수사리법왕자가 이 연꽃을 보고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이는 어떠한 인연으로 먼저 이러한 상서가 나타났나이까. 몇 천만의 연꽃이 있는데 염부단금으로 줄기를 하고 백은으로 잎을 하며 금강으로 꽃술을 하고 견숙가보로 그 좌대를 하였나이까.』
[2] 그 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이르시되, 『이는 묘음보살마하살이 정화수왕지 부처님의 국토에서 팔만 사천 보살에게 둘러싸여 와서, 이 사바세계에 이르러 나에게 공양하고 친근하여 예배하고자 함이며, 또한 법화경을 듣고 공양하고자 함이니라.』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이 보살은 어떠한 선근을 심었으며 어떠한 공덕을 닦았기에 능히 이러한 큰 신통력이 있으며, 어떤 삼매를 행하나이까. 원하옵건대, 저희들을 위하여 이 삼매의 이름자를 설하여 주시옵소서. 저희들도 또한 부지런히 수행하고자 하나이다. 이 삼매를 행하여야 능히 이 보살의 몸매(色相)의 크고 작음과 위엄있는 거동의 나아가고 머무름을 볼 수 있겠나이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신통력으로 저 보살이 오는 것을 저희로 하여금 볼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 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이르시되, 『여기 오래 전에 멸도하신 다보여래께서 마땅히 너희들을 위하여 그 모습을 나타나게 하시리라.』
이 때 다보 부처님께서 그 보살에게 이르시되, 『선남자여, 오너라. 문수사리법왕자가 너의 몸을 보고자 하노라.』
그 때 묘음보살은 그 국토에서 사라져 팔만 사천 보살과 더불어 함께 떠나오니, 지나오는 모든 국토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모두 다 칠보로 된 연꽃을 비오듯 하며 백천 가지 하늘의 풍악은 치지 아니하여도 저절로 울림이라. 이 보살의 눈은 넓고 큰 푸른 연꽃잎과 같으며, 바름이 백천만의 달을 화합한 것보다도 그 얼굴의 단정함이 다시 이보다 훌륭함이라. 몸은 진금색이고 한량없는 백천의 공덕으로 장엄하고 위덕은 거룩하며 광명이 밝게 비치며 모든 상호을 구족하여 나라연(那羅延)의 견고한 몸과 같음이라. 칠보로 된 대(臺)에 들어가 허공에 높이 오르니 땅에서 떨어지기가 칠 다라수며, 모든 보살대중이 둘러싸서 공경하며 이 사바세계의 기사굴산에 와서 이르럼이라. 이르러서는 칠보로 된 대에서 내려 값이 백천이나 되는 영락을 지니고 석가모니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영락을 받들어 올리며, 그리고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정화수왕지 부처님께서 세존께 문안을 여쭈셨나이다. 병이 적으시고 괴로움도 적으시며 기거하시기에 아주 편안하시며 안락한 행을 하시나이까. 사대(四大)는 잘 조화되나이까. 세상 일은 가히 참을만 하시나이까. 중생은 쉽게 제도되나이까.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질투하고 인색하고 교만함이 많이 없나이까. 부모에게 불효하고 사문(沙門)을 공경하지 않는 일은 없나이까. 삿된 견해와 착하지 못한 마음은 없나이까. 다섯 가지 정욕을 거둬들이나이까. 세존이시여, 중생이 모든 마군의 원수를 능히 항복받나이까. 오래 전에 멸도하신 다보여래께서는 칠보탑 가운데 계시면서 오셔서 법을 들으시나이까.』
또 다보여래께도 문안하되, 『편안하시오며 괴로움도 적으시며 참고 견디시며 오래 머무시나이까.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다보 부처님의 몸을 뵈옵고자 하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저로 하여금 뵈옵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 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다보 부처님께 말씀하시되, 『이 묘음보살이 뵈옵고자 하나이다.』
이 때 다보 부처님께서 묘음보살에게 일러 말씀하시되, 『착하고 착하도다. 네가 능히 석가모니 부처님께 공양하고 또 법화경을 듣고 아울러 문수사리 등을 보기 위하여 일부러 여기까지 왔구나.』
[3] 그 때 화덕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이 묘음보살은 어떠한 선근을 심었으며 어떠한 공덕을 닦았기에 이런 신통력이 있사옵니까.』
부처님께서 화덕보살에게 이르시되, 『지난 옛적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이름은 운뢰음왕(雲雷音王) 다타아가도 아라하 삼먁삼불타이시고, 나라의 이름은 현일체세간(現一切世間)이요, 겁의 이름은 희견(喜見)이었느니라. 묘음보살이 만 이천 년을 십만 가지 기악으로 운뢰음왕 부처님께 공양하고 아울러 팔만 사천의 칠보로 된 바룻대를 받들어 올렸으니, 이런 인연의 과보로 지금 정화수왕지 부처님 국토에 나서 이러한 신통력이 있느니라.
화덕이여, 너의 뜻에는 어떠하느냐. 그 때 운뢰음왕 부처님의 처소에서 묘음보살로서 슬기로운 음악으로 공양하고 보배그릇을 받들어 올린 자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지금 이 묘음보살마하살이니라.
화덕이여, 이 묘음보살이 이미 일찍이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친근하여 오래도록 덕의 근본을 심었으며, 또 항하사 등의 백천만억 나유타 부처님을 만났느니라.
화덕이여, 너는 다만 묘음보살의 그 몸이 여기에 있는 것만 보지마는, 그러나 이 보살은 가지가지 몸을 나타내어 곳곳마다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이 경전을 설하느니라.
혹은 범왕의 몸을 나타내며,
혹은 제석천왕의 몸을 나타내며,
혹은 자재천의 몸을 나타내며,
혹은 대자재천의 몸을 나타내며,
혹은 하늘대장군의 몸을 나타내며,
혹은 비사문천왕의 몸을 나타내며,
혹은 전륜성왕의 몸을 나타내며,
혹은 모든 작은 왕의 몸을 나타내며,
혹은 장자의 몸을 나타내며,
혹은 거사의 몸을 나타내며,
혹은 재관의 몸을 나타내며,
혹은 바라문의 몸을 나타내며,
혹은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의 몸을 나타내며,
혹은 장자나 거사의 부인의 몸을 나타내며,
혹은 재관의 부인의 몸을 나타내며,
혹은 바라문의 부인의 몸을 나타내며,
혹은 동남 동녀의 몸을 나타내며,
혹은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 등의 몸을 나타내어서 이 경을 설하여 모든 지옥 아귀 축생과 또 여러가지 어려운 곳에 있는 것을 모두 능히 구제하며, 내지 왕의 후궁에서 여자의 몸으로 변하여 이 경을 설하느니라.
[4] 화덕이여, 이 묘음보살은 능히 사바세계의 모든 중생을 구호하는 자이니라. 이 묘음보살은 이와 같이 가지가지 변화하는 몸을 나타내어 이 사바국토에 있으면서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이 경전을 설하되, 신통변화와 지혜는 줄거나 감하는 바가 없느니라. 이 보살이 약간의 지혜로써 사바세계를 밝게 비추어서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각각 앎을 얻게 하며, 시방 항하사 세계 가운데서도 또한 역시 이와 같으니라.
만약 응당 성문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성문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벽지불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벽지불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보살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보살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부처님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곧 부처님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느니라.
이와 같이 가지가지 응당 제도할 바를 따라서 이를 위하여 몸을 나타내며, 내지 응당 멸도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멸도를 나타내어 보이느니라.
화덕이여, 묘음보살마하살이 큰 신통과 지혜의 힘을 성취한 그 일이 이와 같으니라.』
그 때 화덕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이 묘음보살은 깊은 선근을 심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이 보살이 어떠한 삼매에 머물렀기에 능히 이와 같이 있는 처소에서 변화를 나타내어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나이까.』
부처님께서 화덕보살에게 이르시되, 『선남자여, 그 삼매의 이름은 현일체색신(現一切色身)이니라. 묘음보살이 이 삼매 중에 머물러 능히 이와 같이 한량없는 중생을 요익하게 하느니라.』
이 묘음보살품을 설하실 때 묘음보살과 더불어 함께 왔던 팔만 사천인이 모두 현일체색신삼매를 얻었으며, 이 사바세계의 한량없는 보살도 또한 이 삼매와 다라니를 얻음이라.
그 때 묘음보살마하살이 석가모니 부처님과 또 다보불탑에 공양하고는 본래 국토로 돌아가니 지나는 모든 국토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보배연꽃이 비오듯 하며 백천만억의 가지가지 기악을 지음이라.
이미 본국에 돌아가서 팔만 사천 보살에게 둘러싸여 정화수왕지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제가 사바세계에 가서 중생을 요익하게 하였으며, 석가모니 부처님을 뵈옵고 또 다보불탑을 뵈옵고 예배하고 공양하였으며, 또 문수사리법왕자보살을 보았으며 또 약왕보살과 득근정진력보살과 용시보살 등을 보았으며, 또한 이 팔만 사천 보살로 하여금 현일체색신삼매를 얻게 하였나이다.』
이 묘음보살 내왕품을 설하실 때, 사만 이천 천자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으며, 화덕보살은 법화삼매를 얻었다.
묘음보살품 끝
묘법연화경 제 이십오 관세음보살보문품
妙法蓮華經 第 二十五 觀世音菩薩普門品
[1] 그 때 무진의(無盡意)보살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이렇게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관세음보살은 어떠한 인연으로 이름을 관세음이라고 하나이까.』
부처님께서 무진의보살에게 이르시되, 『선남자여, 만약 한량 없는 백천만억 중생이 있어 모든 괴로움을 받을지라도 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일심으로 부르면, 관세음보살은 즉시 그 음성을 관(觀)하여 모두 해탈을 얻게 하느니라. 만약 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지니고 있는 자는 설령 큰불에 들어갈지라도 불이 능히 태우지 못하나니, 이 보살의 위엄과 신력으로 말미암은 연고이며, 만약 큰물에 떠내려 가더라도 그 명호를 부르면 곧 얕은 곳을 얻으며, 만약 백천만억 중생이 있어 금 은 유리 자거 마노 산호 호박 진주 등의 보배를 구하기 위하여 큰 바다에 들어갔다가 가령 폭풍이 그 배에 불어 나찰귀신의 나라에 표류하여 떨어질지라도, 그 가운데 만약 한 사람이라도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는 자가 있으면, 이 모든 사람들이 모두 나찰의 난에서 벗어남을 얻느니라. 이러한 인연으로 관세음이라고 이름하느니라.
만약 다시 어떤 사람이 해를 당하게 되었을 적에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저들이 잡고 있는 칼과 막대기가 곧 조각조각 부러져서 벗어남을 얻느니라. 만약 삼천대천국토 가운데 가득찬 야차와 나찰이 와서 사람을 괴롭히고자 할지라도, 그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으면, 이 모든 악귀는 오히려 능히 악한 눈으로 보지 못할진대, 하물며 다시 해를 가하겠느냐.
설령 다시 어떤 사람이 혹은 죄가 있거나 혹은 죄가 없거나 수갑과 형틀과 쇠사슬에 그 몸이 묶였을지라도,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모두 다 끊어지고 부서져서 곧 풀리어 벗어남을 얻느니라.
만약 삼천대천국토에 원적이 가득찬 중에서도 한 상인의 우두머리가 있어 모든 상인을 거느리고 귀중한 보물을 가지고 험한 길을 지나감에 그 중에 한 사람이 이렇게 외쳐 말을 하되, 「모든 선남자여, 두려워하고 무서워하지 말라. 너희들은 응당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부를지니라. 이 보살은 능히 두려움 없는 것을 중생에게 보시하나니, 너희들이 만약 이름을 부르면 이 원수인 도적에게서 마땅히 풀리어 벗어남을 얻느니라.」 여러 상인들이 듣고는 함께 소리내어 「나무관세음보살」 이라고 하면 그 이름을 부른 까닭으로 곧 해탈을 얻느니라.
무진의여, 관세음보살마하살의 위엄과 신력이 높고도 큰 것이 이와 같으니라.
[2] 만약 어떤 중생이 음욕이 많을지라도 항상 관세음보살을 생각하고 공경하면 곧 음욕을 여의게 되며, 혹은 성내는 마음이 많을지라도 항상 관세음보살을 생각하고 공경하면 곧 성내는 것을 여의게 되며, 혹은 어리석음이 많을지라도 항상 관세음보살을 생각하고 공경하면 곧 어리석음을 여의게 되느니라.
무진의여, 관세음보살은 이와 같은 큰 위엄과 신력이 있어 이익되게 하는 바가 많으므로 이런 까닭으로 중생은 항상 마땅히 마음으로 생각할지니라.
만약 어떤 여인이 가령 아들을 구하고자 하여 관세음보살에게 예배하고 공양하면 곧 복덕있고 지혜로운 아들을 낳으며, 가령 딸을 구하고자 하면 곧 단정하고 모양있는 딸을 낳되, 지난 세상에서 덕의 근본을 심었으므로 여러 사람이 사랑하고 공경하느니라.
무진의여, 관세음보살은 이와 같은 힘이 있느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관세음보살에게 공경하고 예배하면 복이 헛되지 않으리라. 이런 까닭으로 중생은 모두 응당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받아지녀야 하느니라. 무진의여, 만약 어떤 사람이 육십이억 항하사 보살의 이름을 받아지니고 다시 몸이 다하도록 음식과 의복과 침구와 의약으로 공양한다면, 너의 뜻에는 어떠하느냐. 이 선남자 선여인의 공덕이 많겠느냐. 않겠느냐.』
무진의보살이 말씀하되, 『심히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만약 다시 어떤 사람이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받아지니고 한 때라도 예배하고 공양한다면, 이 두 사람의 복이 똑같아 다름이 없으니, 백천만억 겁에도 가히 다하지 아니하리라. 무진의여,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받아지니면 이와 같은 한량없고 가이 없는 복덕의 이익을 얻느니라.』
무진의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관세음보살은 어떻게 이 사바세계에서 노닐며 어떻게 중생을 위하여 법을 설하며, 방편력에 관한 그 일은 어떠하나이까.』
부처님께서 무진의보살에게 이르시되, 『선남자여, 만약 어떤 국토의 중생이 응당 부처님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관세음보살이 곧 부처님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벽지불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곧 벽지불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성문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곧 성문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범왕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곧 범왕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제석천왕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곧 제석천왕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자재천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곧 자재천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대자재천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곧 대자재천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하늘 대장군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곧 하늘 대장군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비사문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곧 비사문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작은 왕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곧 작은 왕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장자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곧 장자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거사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곧 거사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재관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곧 재관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바라문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곧 바라문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곧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장자나 거사나 재관이나 바라문의 부인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곧 부인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동남 동녀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곧 동남 동녀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 등의 몸으로써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곧 모두 그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며,
응당 집금강신으로 제도됨을 얻을 자에게는
곧 집금강신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느니라.
무진의여, 이 관세음보살은 이와 같은 공덕을 성취하여 가지가지 형상으로 모든 국토에 노닐면서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느니라. 이러한 까닭으로 너희들은 마땅히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에게 공양할지니라.
이 관세음보살마하살은 두렵고 무서우며 위급한 환난 중에서 능히 두려움 없는 것을 베푸느니라. 이런고로 이 사바세계에서는 모두 이름하여 두려움 없는 것을 베푸는 이라 하느니라.』
[3] 무진의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마땅히 관세음보살에게 공양하고자 하나이다.』 하고는, 곧 목에 장식한 값이 백천양금이나 되는 많은 보배구슬 영락을 풀어 드리면서 이런 말씀을 하되, 『인자(仁者)시여, 이 법으로 보시하는 진귀한 보배영락을 받아 주옵소서.』
이 때 관세음보살이 굳이 이를 받지 아니하거늘, 무진의보살이 다시 관세음보살에게 아뢰어 말씀하되, 『인자시여,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는 까닭으로 이 영락을 받아 주옵소서.』
그 때 부처님께서 관세음보살에게 이르시되, 『마땅히 이 무진의보살과 사부대중과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 등을 불쌍히 여기는 까닭으로 이 영락을 받을지니라.』
곧 이 때 관세음보살은 모든 사부대중과 하늘 용 인비인 등을 불쌍히 여겨서 그 영락을 받아 두 몫으로 나누어, 한 몫은 석가모니 부처님께 받들어 올리고, 한 몫은 다보불탑에 받들어 올렸음이라.
『무진의여, 관세음보살은 이와 같이 자재한 신력이 있어 사바세계에 노니느니라.』
그 때 무진의보살이 게송으로 여쭈시되,
묘한 상호 갖추신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저 일을 거듭 여쭈겠나이다.
불자는 어떠한 인연으로 이름을 관세음이라 하나이까.
묘한 상호를 구족하신 세존께서
게송으로 무진의에게 대답하시되,
그대는 관음의 행을 들을지니라. 모든 곳에 따라 잘 응함이라.
큰 서원은 바다와 같이 깊어 부사의한 겁을 지나도록
천억의 많은 부처님을 모시고 청정한 큰 원을 세웠느니라.
내가 너를 위하여 대강 말하노니, 이름을 듣거나 또 몸을 보고
마음으로 생각하여 헛되지 아니하면,
능히 모든 있는 고뇌가 소멸하느니라.
가령 해치려는 생각을 품고 큰 불구렁에 밀어 떨어뜨려도
저 관음을 생각하는 힘으로 불구렁이 변하여 못을 이루며,
혹은 큰 바다에 표류하여 용과 고기와 모든 귀신의 난에서
저 관음을 생각하는 힘으로 거센 파도가 능히 빠뜨리지 못하며,
혹은 수미산 봉우리에 있을 적에 사람이 밀어서 떨어질지라도
저 관음을 생각하는 힘으로 해와 같이 허공에 머무르며,
혹은 악한 사람에게 쫓기어 금강산에서 떨어지게 될지라도
저 관음을 생각하는 힘으로 능히 털끝 하나 상하지 아니하며,
혹은 원수인 도적이 둘러싸고 각각 칼을 잡고 해치려 해도
저 관음을 생각하는 힘으로 모두 곧 자비한 마음을 일으키며,
혹은 왕의 명령에 고난을 만나 형벌을 당하여 죽게 되더라도
저 관음을 생각하는 힘으로 칼이 곧 조각조각 부러지며,
혹은 옥에 갇혀 칼을 쓰고 손발을 사슬과 형틀에 묶일지라도
저 관음을 생각하는 힘으로 저절로 풀리어 벗어남을 얻으며,
저주와 모든 독약으로 몸을 해치고자 하는 자는
저 관음을 생각하는 힘으로 본인에게 돌아가 해침을 받으며,
혹은 악한 나찰과 독한 용과 모든 귀신들을 만날지라도
저 관음을 생각하는 힘으로 그것들이 감히 해치지 못하며,
혹은 악한 짐승에게 둘러싸여
사나운 이빨과 발톱의 공포에서도
저 관음을 생각하는 힘으로 먼 곳으로 빨리 달아나며,
도마뱀과 독사와 살무사와 전갈이 독기를 불꽃처럼 뿜더라도
저 관음을 생각하는 힘으로 소리 듣고 스스로 도망가며,
구름에서 천둥 번개가 치고 우박과 큰 비가 쏟아질지라도
저 관음을 생각하는 힘으로 응당 곧 흩어져 걷히게 되며,
중생이 곤액과 핍박을 받아 한량없는 고통이 몸에 닥칠지라도
관음의 묘한 지혜의 힘이 능히 세간의 고통을 구원하리라.
[4]신통의 힘을 모두 갖추고 지혜의 방편을 널리 닦아서
시방의 모든 국토에 몸을 나투지 않는 세계가 없으며,
가지가지 모든 나쁜 갈래인 지옥 아귀 축생과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을 점차로 다 없애느니라.
참된 관(眞觀)과 청정한 관(淸淨觀)과
넓고 큰 지혜의 관(廣大智慧觀)과
비관(悲觀)과 자관(慈觀)을 하나니,
항상 원하고 항상 우러러 볼지니라.
때 없이 청정한 광명인 지혜의 해가 모든 어둠을 깨뜨리고
능히 재앙의 바람과 불을 굴복시키고
널리 세간을 밝게 비추느니라.
대비를 체(體)로 하는 계율은 우뢰되고
자비의 뜻은 미묘한 큰 구름되어,
감로의 법비를 내려서 번뇌의 불꽃을 소멸하리라.
다투어서 송사하는 관청에서나 두렵고 무서운 진중(陣中)에서도
저 관음을 생각하는 힘으로 원수의 무리 모두 물러나 흩어지리.
미묘한 소리 세상을 관하는 소리 범음(梵音)과 해조음(海潮音)은
저 세간음(世間音)보다 뛰어나나니,
그러므로 항상 모름지기 생각하여
생각생각에 의심을 내지 말지니라.
관세음보살은 맑고 거룩한지라,
고통의 번뇌와 죽음의 곤액에서 능히 믿고 의지함이 되느니라.
일체의 공덕을 갖추고 사랑스러운 눈으로 중생을 보며
복더미가 바다같이 한량없나니,
그러므로 응당 머리숙여 예배할지니라.
그 때 지지(持地)보살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서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만약 어떤 중생이 이 관세음보살품의 자재로운 업을 넓은 문으로 나타내어 보이는 신통의 힘을 듣는 자는 마땅히 이 사람의 공덕이 적지 아니함을 알겠사옵니다.』
부처님께서 이 보문품을 설하실 때 대중 가운데 팔만 사천 중생은 모두 비할 수 없이 평등(無等等)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켰다.
관세음보살보문품 끝
묘법연화경 제 이십육 다라니품
妙法蓮華經 第 二十六 陀羅尼品
[1] 그 때 약왕보살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능히 법화경을 받아지니는 자가 있어, 혹은 읽고 외워서 통달하거나 혹은 경권을 베껴쓴다면, 얼마만한 복을 얻겠나이까.』
부처님께서 약왕보살에게 이르시되, 『만약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팔백만억 나유타 항하사 등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면 너의 뜻에는 어떠하겠느냐. 그 얻는 바 복이 어찌 많다 하지 않겠느냐.』
『심히 많사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능히 이 경의 네 구절의 한 게송이라도 받아지녀 읽고 외우며 뜻을 이해하고 설함과 같이 수행하면, 공덕이 심히 많으리라.』
그 때 약왕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마땅히 법을 설하는 자에게 다라니 주문을 주어서 수호하오리다.』 하고, 곧 주문을 설하되,
안니 만니 마녜 마마녜 지례 자리제 샤마 샤리다위 선제 목제 목다리 사리 아위사리 상리 사리 사예 아사예
아기니 선제 샤리 다라니 아로가바사파자빅사니 녜비제 아변다라녜리제 아단다파례수지 구구례 모구례 아라례
파라례 수가차아삼마삼리 붓다비기리질제 달마파리차뎨 승가녈구사녜 바사바사수지 만다라 만다라사야다 우루다 우루다교사랴 악사라 악사야다야 아바로 아마야나다야
『세존이시여, 이 다라니 신주는 육십이억 항하사 등의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이오니, 만약 이 법사를 침노하고 헐뜯는 자가 있으면 곧 이 모든 부처님을 침노하고 헐뜯는 것이 되옵니다.』
이 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약왕보살을 칭찬하여 말씀하시되, 『착하고 착하도다. 약왕이여, 너는 이 법사를 어여삐 여기고 옹호하는 까닭으로 이 다라니를 설하니, 모든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바가 많으리라.』
그 때 용시(勇施)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법화경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는 자를 옹호하기 위하여 다라니를 설하오리다. 만약 이 법사가 이 다라니를 얻으면, 혹은 야차나 혹은 나찰이나 혹은 부단나나 혹은 길자나 혹은 구반다나 혹은 아귀 등이 그의 잘못을 구할지라도 능히 편의를 얻을 수 없게 하오리다.』 하고, 곧 부처님 앞에서 주문을 설하되,
자례 마하자례 우지 목지 아례 아라바제 녈례제 녈례다바제 이지니 위지니 지지니 녈례지니 녈리지바지
『세존이시여, 이 다라니 신주는 항하사 등의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이오며, 또한 모두 따라 기뻐하신 것이오니, 만약 이 법사를 침노하고 헐뜯는 자가 있으면, 곧 이 모든 부처님을 침노하고 헐뜯는 것이 되옵니다.』
[2] 그 때 세상을 보호하는 비사문천왕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중생을 불쌍히 생각하여 이 법사를 옹호하기 위한 까닭으로 이 다라니를 설하겠나이다.』 하고, 곧 주문을 설하되,
아리 나리 노나리 아나로 나리 구나리
『세존이시여, 이 신주로써 법사를 옹호하고, 저도 또한 스스로 마땅히 이 경을 지닌 자를 옹호하여 백 유순 안으로 하여금 모든 쇠약함과 환난이 없게 하오리다.』
그 때 지국(持國)천왕이 이 모임 중에 있으면서 천만억 나유타 건달바 무리에게 공경받으며 둘러싸여 부처님 앞에 나아가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다라니 신주로써 법화경을 지니는 자를 옹호하오리다.』 하고, 곧 주문을 설하되,
아가녜 가녜 구리 건다리 전다리 마등기 상구리 부루사니 알디
『세존이시여, 이 다라니 신주는 사십이억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이오니, 만약 이 법사를 침노하고 헐뜯는 자가 있으면, 곧 이 모든 부처님을 침노하고 헐뜯는 것이 되옵니다.』
그 때 나찰녀(羅刹女)들이 있었으니,
첫째 이름은 남바(藍婆)요,
둘째 이름은 비남바(毘藍婆)요,
셋째 이름은 곡치(曲齒)요,
넷째 이름은 화치(華齒)요,
다섯째 이름은 흑치(黑齒)요,
여섯째 이름은 다발(多髮)이요,
일곱째 이름은 무염족(無厭足)이요,
여덟째 이름은 지영락(持瓔珞)이요,
아홉째 이름은 고제(皐帝)요,
열째 이름은 탈일체중생정기(奪一切衆生精氣)라.
이 십 나찰녀가 귀자모와 더불어 아울러 그 아들과 권속과 함께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같은 소리로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또한 법화경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는 자를 옹호하여 그 쇠약함과 환난을 없애오리다. 만약 법사의 잘못을 구하는 자가 있으면 편의를 얻지 못하게 하겠나이다.』 하고, 곧 부처님 앞에서 주문을 설하되,
이제리 이제민 이제리 아제리 이제리 니리 니리 니리 니리 니리 루혜 루혜 루혜 루혜 다혜 다혜 다혜 도혜 로혜
『차라리 저의 머리 위에 오르게 할지언정 법사를 괴롭게 하는 것을 없애오리다.
혹은 야차나 혹은 나찰이나 혹은 아귀나 혹은 부단나나 혹은 길자나 혹은 비타라나 혹은 건타나 혹은 오마륵가나 혹은 아발마라나 혹은 야차길자나 혹은 인길자나 혹은 열병으로 혹은 하루나 혹은 이틀이나 혹은 사흘이나 혹은 나흘이나 내지 이레나 혹은 항상 열병이나 혹은 남자 형상이나 혹은 여자 형상이나 혹은 동남의 형상이나 혹은 동녀의 형상이 꿈 속에 이를지라도 또한 다시 괴롭게 하는 것을 없애오리다.』 하고,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을 설하되,
만약 저의 주문을 순종하지 않고 설법하는 자를 괴롭게 하면
머리를 일곱 조각으로 부수어 아리수 가지와 같이 하리니,
부모를 죽인 죄와 같고 또한 기름을 짜는 재앙과 같고
저울과 말로 사람을 속임과 같고,
조달이가 승가를 파한 죄와 같아
이 법사를 침범한 자는 마땅히 이러한 재앙을 받으오리다.
모든 나찰녀가 이 게송을 설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또한 마땅히 몸소 이 경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며 수행하는 자를 옹호하여 편안함을 얻게 하며 모든 쇠약함과 환난을 여의게 하고 모든 독약이 소멸하게 하오리다.』
부처님께서 모든 나찰녀에게 이르시되, 『착하고 착하도다. 너희들이 다만 능히 법화경 이름을 받아지니는 자를 옹호하여도 복은 가히 헤아리지 못하거늘, 어찌 하물며 구족하게 받아지니고 경권에 공양하되, 꽃 향 영락 가루향 바르는 향 사르는 향 번기와 일산과 기악과 가지가지 등불을 켜되, 소등과 기름등과 모든 향유등과 소마나꽃 기름등과 담복꽃 기름등과 바사가꽃 기름등과 우발라꽃 기름등, 이와 같은 등의 백천 가지로 공양하는 자를 옹호함이랴. 고제여, 너희들과 권속들이 마땅히 이와 같은 법사를 옹호할지니라.』
이 다라니품을 설하실 때 육만 팔천 사람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다라니품 끝
묘법연화경 제 이십칠 묘장엄왕본사품
妙法蓮華經 第 二十七 妙莊嚴王本事品
[1]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대중에게 이르시되, 『지나간 옛적 한량없고 가이 없는 불가사의 아승지 겁을 지나서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이름은 운뢰음수왕화지(雲雷音宿王華智) 다타아가도 아라하 삼먁삼불타이시며, 나라의 이름은 광명장엄(光明莊嚴)이요, 겁의 이름은 희견(喜見)이었느니라.
그 부처님 법 가운데 왕이 있었으니, 이름은 묘장엄(妙莊嚴)이며, 그 왕의 부인의 이름은 정덕(淨德)이며, 두 아들을 두었으니 첫째는 정장(淨藏)이요, 둘째는 정안(淨眼)이라.
이 두 아들은 큰 신통력과 복덕과 지혜가 있었으며, 오래도록 보살이 행하는 도를 닦았으니, 이른바 단(檀)바라밀 시라(尸羅)바라밀 찬제(羼提)바라밀 비리야(毘梨耶)바라밀 선(禪)바라밀 반야(般若)바라밀 방편(方便)바라밀 자비희사(慈悲喜捨) 삼십칠품의 도를 도우는 법(三十七品助道法)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명료하게 통달하였느니라. 또 보살의 정(淨)삼매 일성수(日星宿)삼매 정광(淨光)삼매 정색(淨色)삼매 정조명(淨照明)삼매 장장엄(長莊嚴)삼매 대위덕장(大威德藏)삼매를 얻었으며, 이런 삼매에 또한 다 통달하였느니라.
그 때 그 부처님께서 묘장엄왕을 인도하고자 하시며 또 중생을 불쌍히 생각하신 까닭으로 이 법화경을 설하셨느니라.
이 때 정장과 정안 두 아들은 그 어머니 처소에 가서 열 손가락과 손바닥을 합장하고 아뢰어 말씀하되, 「원하옵건대, 어머니께서는 운뢰음수왕화지 부처님 계신 데 나아가소서. 저희들도 또한 마땅히 모시고 가서 친근하고 공양하고 예배하오리다. 왜냐하오면, 이 부처님께서는 일체 하늘과 사람과 대중 가운데서 법화경을 설하시오니, 마땅히 듣고 받으옵소서.」
어머니가 아들에게 일러 말씀하되, 「너희 아버지는 외도를 믿고 받아서 바라문 법에 깊이 탐착하시니 너희들은 응당 아버지께 가서 여쭙고 함께 가도록 하여라.」
정장과 정안이 열 손가락과 손바닥을 합장하고 어머니께 아뢰기를, 「저희들은 바로 법왕의 아들이거늘, 그러나 이런 삿된 견해를 가진 집에 태어났나이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일러 말씀하되, 「너희들은 마땅히 너희 아버지를 염려하여 신통변화를 나타낼지니라. 만약 보시게 되면 마음이 반드시 깨끗해져서 혹시 우리들이 부처님 계신 데 가는 것을 들어주시리라.」 이에 두 아들은 그 아버지를 생각하는 까닭으로 허공으로 일곱 다라수 높이에 솟아올라서, 가지가지 신통변화를 나타내어 허공 가운데서 다니고 머물고 앉고 누우며, 몸 위에서 물을 내고 몸 아래서 불을 내며 몸 아래서 물을 내고 몸 위에서 불을 내고 혹은 큰 몸을 나타내어 허공에 가득하게 하였다가 다시 작게도 나투고 작았다가 다시 크게 나투며, 공중에서 사라졌다가 홀연히 땅에 있다가 땅에 들어가기를 물과 같이 하고 물 위를 걷기를 땅과 같이 하는, 이와 같은 등의 가지가지 신통변화를 나타내어서 그 부왕으로 하여금 마음이 깨끗해져 믿고 이해하도록 하였느니라.
[2] 이 때 아버지는 아들의 이와 같은 신통력을 보고 마음이 크게 환희하여 미증유를 얻고 합장하고 아들을 향하여 말씀하되, 「너희들의 스승은 누구시며, 누구의 제자이냐.」
두 아들이 아뢰어 말씀하되, 「대왕이시여, 저 운뢰음수왕화지 부처님께서 지금 칠보로 된 보리수 아래 법좌에 앉아 계시면서, 일체 세간의 하늘과 사람의 대중 가운데서 널리 법화경을 설하시오니, 이 분이 저희들의 스승이옵고, 저희는 이 분의 제자이옵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일러 말씀하되, 「나도 지금 또한 너희들의 스승을 뵈옵고자 하니 함께 같이 가도록 하자.」
이에 두 아들은 공중에서 내려와 그 어머니 계신 곳에 가서 합장하고 어머니께 아뢰되, 「부왕께서 지금 이미 믿고 이해하여 맡아 견딜만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켰나이다. 저희들은 아버지를 위하여 이미 부처님의 일을 하였사오니, 원하옵건대, 어머니께서는 저 부처님 계신 곳에 출가하여 도를 닦도록 허락하여 주옵소서.」
그 때 두 아들은 그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어머니께 아뢰되,
원컨대, 어머니께서 저희들을 놓으사
출가하여 사문이 되게 하소서.
모든 부처님 만나기 매우 어렵나니,
저희들은 부처님 따라 배우겠나이다.
우담발화와 같아서 부처님 만나기 다시 이보다 어려우며,
모든 고난 벗어나기 또한 어렵나니,
원컨대, 저희들 출가를 허락하옵소서.
어머니가 곧 일러 말씀하되, 「너희의 출가를 허락하노니, 왜냐하면, 부처님을 만나 뵙기가 어려운 까닭이니라.」
이에 두 아들은 부모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거룩하신 부모님이시여, 원하옵건대, 지금 운뢰음수왕화지 부처님 처소에 가셔서 친근하고 공양하옵소서. 까닭은 무엇인가 하오면, 부처님을 만나 뵙기가 어려운 것은 우담발화와 같으오며, 또 한쪽눈 거북이가 떠 있는 나무의 구멍을 만나는 것과 같사옵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지난 세상의 복이 깊고 두터워서, 나면서 부처님의 법을 만났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부모님께서는 마땅히 저희들의 출가를 들어주시옵소서. 왜냐하오면, 모든 부처님은 만나 뵙기가 어렵고 또한 만날 기회가 어렵나이다.」
[3] 그 때 묘장엄왕의 후궁 팔만 사천인이 모두 다 이 법화경을 받아지니고 맡아 견디며, 정안보살은 법화삼매를 이미 오래도록 통달하였으며, 정장보살은 이미 한량없는 백천만억 겁에 모든 악취(惡趣)를 여의는 삼매를 통달하였으니,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모든 악으로 나아감을 여의도록 하고자 하는 까닭이며, 그 왕의 부인은 모든 부처님을 모이시게 하는 삼매를 얻어서 능히 모든 부처님의 비밀한 법장(法藏)을 알았느니라. 두 아들은 이와 같은 방편의 힘으로 그 아버지를 잘 교화하여 마음으로 하여금 믿고 이해하게 하여 부처님의 법을 좋아하게 하였느니라.
이에 묘장엄왕은 여러 신하와 권속과 더불어 함께하고 정덕부인은 후궁의 시녀와 권속과 더불어 함께하며, 그 왕의 두 아들은 사만 이천 사람과 더불어 함께하여 일시에 같이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서는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는 물러나 한 쪽에 머물렀느니라.
그 때 그 부처님께서 왕을 위하여 법을 설하시어 이롭고 기쁜 것을 가르쳐 보이시니, 왕은 크게 기뻐하였느니라.
그 때 묘장엄왕과 그 부인이 가치가 백천양금이나 되는 진주영락을 목에서 풀어 부처님 위에 흩으니, 허공 가운데서 변화하여 네 기둥의 보배좌대를 이루었고 대(臺)안에는 큰 보배평상이 있으며, 백천만의 하늘옷이 펼쳐 있고, 그 위에 부처님께서 가부좌를 맺고 계시면서 큰 광명을 놓으셨느니라.
그 때 묘장엄왕은 이런 생각을 하되, 「부처님 몸은 희유하시어 단정하시고 엄숙하시며 특수하시어 제일 미묘하신 용모를 성취하셨구나.」 하였느니라.
이 때 운뢰음수왕화지 부처님께서 사부대중에게 일러 말씀하시되, 「너희들은 이 묘장엄왕이 내 앞에서 합장하고 서 있는 것을 보느냐. 않느냐. 이 왕이 나의 법 가운데서 비구가 되어 불도를 돕는 법을 부지런히 닦고 익혀서 마땅히 성불하리니, 이름은 사라수왕(娑羅樹王)이며, 나라의 이름은 대광(大光)이며, 겁의 이름은 대고왕(大高王)이니라. 그 사라수왕 부처님께서는 한량없는 보살대중과 또 한량없는 성문이 있을 것이며, 그 나라는 평탄하고 반듯하니, 공덕이 이와 같으니라.」 하셨느니라.
그 왕은 즉시 나라를 아우에게 부탁하고 부인과 두 아들과 함께하여 모든 권속과 아울러 부처님 법 가운데 출가하여 도를 닦았느니라. 왕이 출가하여서는 팔만 사천 년을 항상 부지런히 정진하여 묘법연화경을 수행하였나니, 이렇게 한 뒤에 일체정공덕장엄(一切淨功德莊嚴)삼매를 얻고 곧 높이가 일곱 다라수 허공으로 올라서, 그리고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저의 이 두 아들은 이미 불사를 지어 신통변화로 저의 삿된 마음을 돌려서 부처님 법 가운데 편안히 머물게 하고, 세존을 뵈옵게 하였사오니, 이 두 아들이란 바로 저의 선지식이옵니다. 지난 세상의 선근을 일어나게 하여 저를 이익되게 하고자 하는고로 저의 집에 태어났나이다.」
[4] 그 때 운뢰음수왕화지 부처님께서 묘장엄왕에게 일러 말씀하시되, 「그와 같고 그와 같으니라. 네가 말한 바와 같도다.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선근을 심은 까닭으로 세세생생 선지식을 얻나니, 그 선지식이 능히 불사를 지어 이롭고 기쁜 것을 가르쳐 보이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들게 하느니라.
대왕이여, 마땅히 알지니라. 선지식이란 바로 큰 인연이니, 이른바 교화하고 인도하여 부처님을 뵈옵게 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게 하느니라.
대왕이여, 그대는 이 두 아들을 보느냐. 않느냐. 이 두 아들은 이미 일찍이 육십오백천만억 나유타 항하사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친근하여 공경하였으며 모든 부처님 계신 곳에서 법화경을 받아지니고, 삿된 견해의 중생을 불쌍히 생각하여 바른 견해에 머물게 하였느니라.」
묘장엄왕이 곧 허공 중에서 내려와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심히 희유하시어 공덕과 지혜로 말미암아 정상육계(頂上肉髻)의 광명을 밝게 비추시며, 그 눈은 길고 넓고 감청빛이시며, 미간의 백호상은 흰 마노의 달과 같으시며, 치아는 희고 가지런하고 촘촘하시며 항상 광명이 있으시고, 입술빛은 붉고 아름다와 빈바(頻婆)의 과일과 같나이다.」
그 때 묘장엄왕은 부처님의 이와 같은 등의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공덕을 찬탄하고는 여래 앞에서 일심으로 합장하고 다시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일찍이 없던 일이옵니다. 여래의 법은 불가사의 미묘한 공덕을 구족하게 성취하였으므로 가르침과 계율로써 행하는 바는 편안하고 쾌락하나이다. 제가 오늘부터 다시는 스스로의 마음을 따라 행하지 않고 삿된 소견과 교만하고 성내는 등의 모든 나쁜 마음을 내지 않겠나이다.」 이런 말을 설하고는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났느니라.』
부처님께서 대중에게 이르시되, 『어떻게 생각하느냐. 묘장엄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지금의 이 화덕(華德)보살이며, 그 정덕부인은 지금 부처님 앞의 이 광조장엄상(光照莊嚴相)보살이니라. 묘장엄왕과 또 모든 권속을 슬피 불쌍히 여긴 까닭으로 그 가운데 태어났던 그 두 아들이란 지금의 이 약왕보살과 약상보살이니라. 이 약왕과 약상보살은 이와 같은 모든 큰 공덕을 이미 성취하고 한량없는 백천만억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많은 덕의 근본을 심어서 불가사의의 모든 착한 공덕을 성취하였느니라. 만약 이 두 보살의 이름자를 아는 사람이 있으면, 일체 세간과 모든 하늘과 인민이 또한 응당 예배할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묘장엄왕본사품을 설하실 때 팔만 사천 사람이 미진을 멀리하고 더러움을 여의고 모든 법 가운데서 깨끗한 법안(法眼)을 얻었다.
묘장엄왕본사품 끝
묘법연화경 제 이십팔 보현보살권발품
妙法蓮華經 第 二十八 普賢菩薩勸發品
[1] 그 때 보현(普賢)보살이 자재한 신통력과 위덕과 이름이 소문나서 한량없고 가이 없어 가히 일컬을 수 없는 수의 큰 보살과 함께 동방으로부터 오는데, 지나는 모든 국토는 널리 모두 진동하고 보배연꽃이 비오듯 하며 한량없는 백천만억 가지가지 기악이 울리었다.
또 수없는 모든 하늘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인비인 등의 대중이 둘러싸고 각각 위덕과 신통력을 나타내며, 사바세계의 기사굴산 중에 이르러 머리 조아려 석가모니 부처님께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일곱 번을 돌고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제가 보위덕상왕(寶威德上王) 부처님 국토에서 멀리 이 사바세계에서 법화경을 설하심을 듣자옵고 한량없고 가이 없는 백천만억의 모든 보살대중과 함께 와서 듣고자 하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마땅히 설하여 주시옵소서.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여래께서 멸도하신 뒤에 어떻게 하여야 능히 이 법화경을 얻을 수 있겠사옵니까.』
부처님께서 보현보살에게 이르시되,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네 가지 법을 성취하면 여래가 멸도한 뒤에 마땅히 이 법화경을 얻으리라.
첫째는 모든 부처님께서 보호하고 생각하심이요,
둘째는 많은 덕의 근본을 심음이요,
셋째는 정정취(正定聚)에 듦이요,
넷째는 일체 중생을 구원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니라.
선남자 선여인이 이와 같은 네 가지 법을 성취하면 여래가 멸도한 뒤에 반드시 이 경을 얻느니라.』
그 때 보현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후오백세의 흐리고 악한 세상에서 이 경전을 받아지니는 자가 있으면, 제가 마땅히 수호하여 그의 쇠약함과 환난을 제하여 편안함을 얻게 하며, 잘못을 엿보는 자가 그 편의를 얻지 못하게 하오리다. 혹은 마(魔)나 혹은 마의 아들이나 혹은 마녀나 혹은 마의 백성이나 혹은 마가 붙은 자나 혹은 야차나 혹은 나찰이나 혹은 구반다나 혹은 비사사나 혹은 길자나 혹은 부단나나 혹은 위타라 등의 사람을 여러가지로 괴롭게 하는 자가 모두 편의를 얻지 못하게 하오리다.
이 사람이 혹은 다니거나 혹은 서서 이 경을 읽고 외우면 제가 그 때 어금니 여섯 개의 흰 코끼리왕을 타고 큰 보살대중과 함께 그의 처소에 가서 스스로 몸을 나타내어 공양하고 수호하여 그 마음을 편안하게 위로하고 또한 법화경을 공양하기 위한 까닭으로 이 사람이 혹은 앉아서 이 경을 깊이 생각하면, 그 때 제가 다시 흰 코끼리왕을 타고 그 사람 앞에 나타나며 그 사람이 만약 법화경의 한 구절 한 게송이라도 잊어버린 바가 있으면 제가 마땅히 가르쳐 함께 읽고 외워서 도로 통리(通利)하게 하오리다.
[2] 그 때 법화경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는 자가 저의 몸을 보게 되면 매우 크게 환희하고 더욱 다시 정진하며, 저를 본 까닭으로 곧 삼매와 다라니를 얻으리니, 이름이 선(旋)다라니며 백천만억 선다라니며, 법음방편(法音方便)다라니며, 이와 같은 등의 다라니를 얻으오리다.
세존이시여, 만약 다음 세상 후오백세의 흐리고 악한 세상 가운데서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로서 구하고 찾는 자와 받아지니는 자와 읽고 외우는 자와 베껴쓰는 자가 이 법화경을 닦아 익히려면, 삼칠일 동안에 응당 일심으로 정진하여 삼칠일을 채우면 제가 마땅히 어금니 여섯 개의 흰 코끼리를 타고 한량없는 보살에게 더불어 스스로 둘러싸여 일체 중생이 보고 기뻐할 몸으로 그 사람의 앞에 나타나서, 법을 설하여 이롭고 기쁜 것을 가르쳐 보이겠나이다. 또한 다시 그에게 다라니 신주를 줄 것이며, 이 다라니를 얻은 까닭으로 사람 아닌 것이 능히 파괴할 자가 없을 것이며, 또한 여인에게 유혹되어 혼란하지 아니하고, 저의 몸도 또한 스스로 항상 이 사람을 수호하겠나이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제가 이 다라니 주문을 설하는 것을 허락하시옵소서.』 하고는, 곧 부처님 앞에서 주문을 설하되,
아단지 단다바지 단다바제 단다구사례 단다수다례 수다례 수다라바지 붓다파선녜 살바다라니아바다니 살바바사아바다니 수아바다니 싱가바리사니 싱가녈가다니 아싱기 싱가파가지 제례아다싱가도랴아라제파라제 살바싱가삼마지가란지 살바달마수파리찰제 살바살타루타교사라아로가지 신아비기리지제
『세존이시여, 만약 어떤 보살이 이 다라니를 얻어듣는 자는 마땅히 보현의 신통력인 줄 알 것이옵니다. 만약 법화경을 염부제에서 행하여 받아지니는 자가 있으면, 응당 이런 생각을 하되, 「이는 모두 보현의 위신력이다.」 라고 할 것입니다.
[3] 만약 어떤 이가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며 바르게 기억하고 생각하며 그 옳은 뜻을 이해하고 설함과 같이 수행하면, 마땅히 알 것이옵니다. 이 사람은 보현의 행을 행하여 한량없고 가이 없는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깊은 선근을 심은 것이니, 모든 여래께서 손으로 그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심이 된 것이옵니다.
만약 다만 베껴쓰기만 하여도 이 사람은 명을 마치면 마땅히 도리천상(忉利天上)에 태어나며, 이 때 팔만 사천 천녀가 여러가지 기악을 지어 이를 와서 맞이하며, 그 사람은 곧 칠보로 된 관을 쓰고 시녀 가운데서 즐겁게 놀며 쾌락하겠거늘, 어찌 하물며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며 바르게 기억하고 생각하며 그 옳은 뜻을 이해하고 설함과 같이 수행함이오리까.
만약 어떤 사람이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며 그 옳은 뜻을 이해하면, 이 사람이 명을 마치면 천 부처님께서 손을 주시어 두렵고 겁나지 않게 하시고 악도에 떨어지지 않게 하시며, 곧 도솔천상(兜率天上)의 미륵보살 계신 곳에 왕생하오리다. 미륵보살은 서른두 가지 훌륭한 상을 갖추고 큰 보살대중에게 둘러싸여 백천만억의 천녀 권속이 있는 이 가운데 태어나리다.
이와 같은 등의 공덕과 이익이 있사오니, 이런 까닭으로 지혜로운 자는 응당 일심으로 스스로 쓰고 혹은 사람을 시켜 쓰게 하며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며 바르게 기억하고 생각하며 설함과 같이 수행해야 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신통력으로써 이 경을 수호하여 여래께서 멸도하신 뒤 염부제 안에서 널리 유포하여 끊어지지 않게 하겠나이다.』
그 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칭찬하여 말씀하시되, 『착하고 착하도다. 보현이여, 네가 능히 이 경을 수호하고 도와서 많은 중생으로 하여금 안락하게 하고 이익되게 하였나니, 너는 이미 불가사의한 공덕과 깊고도 큰 자비를 성취하여 오래 전부터 오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뜻을 일으키고, 능히 이런 신통의 원을 세워 이 경을 수호하노니, 나도 마땅히 신통력으로 능히 보현보살의 이름을 받아지니는 자를 수호하리라.
보현이여, 만약 이 법화경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며 바르게 기억하고 생각하며 닦아 익히고 베껴쓰는 자가 있으면, 마땅히 알지니라. 이 사람은 곧 석가모니 부처님을 본 것이며, 부처님의 입으로부터 이 경전을 듣는 것과 같으니라.
마땅히 알지니라. 이 사람은 석가모니 부처님께 공양함이며,
마땅히 알지니라. 이 사람은 부처님이 착하다고 칭찬함이며,
마땅히 알지니라. 이 사람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손으로
그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는 것이며,
마땅히 알지니라. 이 사람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옷으로
덮어 주는 바가 되느니라.
이와 같은 사람은 다시 세상의 욕락에 탐착하지 아니하며, 외도의 경서와 수필(手筆)을 좋아하지 아니하며, 또한 다시 그 사람과 모든 악한 사람들로, 혹은 백정이나 혹은 돼지 양 닭 개를 기르는 자와 혹은 사냥하고 혹은 여색을 팔아 생활하는 자를 친근하기를 좋아하지 아니하며, 이 사람은 마음과 뜻의 바탕이 곧아 바른 기억과 생각함이 있고 복덕의 힘이 있느니라. 이 사람은 삼독(三毒)의 괴로움을 받지 아니하며, 또한 다시 질투와 아만과 삿된 교만과 증상만의 괴로움도 받지 않느니라. 이 사람은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알아 능히 보현행을 닦느니라.
[4] 보현이여, 만약 여래가 멸도한 뒤 후오백세에 혹은 어떤 사람이 법화경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는 자를 보거든 응당 이런 생각을 하되,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 마땅히 도량에 나아가서 모든 마군의 무리를 파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 법륜을 굴리며 법북을 치고 법소라를 불며 법비를 내리게 하며, 마땅히 하늘과 사람의 대중 가운데서 사자법좌 위에 앉으리라.」 할지니라.
보현이여, 만약 뒷 세상에서 이 경전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는 이 사람은 다시 의복과 침구와 음식과 생활하는 물품에 탐착을 아니해도 원하는 바가 헛되지 아니하며, 또한 지금 세상에서 그 복의 과보를 얻으리라.
만약 어떤 사람이 가벼이 여겨 헐뜯는 말을 하되, 「너는 미친 사람이다. 헛되이 이런 행을 하나니, 끝내 소득이 없으리라.」 고 하면, 이와 같은 죄보로 마땅히 세세생생 눈이 없으리라.
만약 공양하고 찬탄하는 자가 있으면, 마땅히 지금 세상에서 좋은 과보의 나타남을 얻고, 만약 다시 이 경을 받아지니는 자를 보고 그의 나쁜 허물을 드러내면, 혹은 사실이거나 혹은 사실이 아니거나, 이 사람은 지금 세상에서 백라병(白癩病)을 얻고 만약 경멸하여 웃는 자가 있으면 마땅히 세세생생 이(齒)가 성글고 빠지며, 입술은 추하고 코는 납작하며 손과 다리가 뒤틀어지고 눈동자는 한쪽으로 돌아가고 신체에서 더러운 냄새가 나고 나쁜 악창으로 피고름이 나며, 배에는 물이 차고 숨이 가쁘며 모든 나쁜 큰 병에 걸리리라.
이런 까닭으로 보현이여, 만약 이 경전을 받아지니는 자를 보거든 마땅히 일어나 멀리 가서 영접하기를 마땅히 부처님을 공경함과 같이 할지니라.』
이 보현권발품을 설하실 때 항하사 등의 한량없고 가이 없는 보살이 백천만억 선다라니를 얻었으며, 삼천대천세계 미진수 모든 보살은 보현의 도를 갖춤이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하실 때 보현 등의 모든 보살과 사리불 등의 모든 성문과 또 모든 하늘과 용과 인비인 등의 일체 큰 모임은 모두 크게 환희하며 부처님의 말씀을 받아지니고 예배하고 그리고 물러갔다.
우리말 법화경 (묘법연화경)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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