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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리랑어로서의 ‘熊’ 그리고 ‘곰’
(1)
먼저 ‘熊’과 비슷한 음운의 어휘를 찾아보면 라틴어에서 곰을 뜻하는 ‘Ursus'와 그에서 파생된 어휘를 찾아볼 수 있다. 우선 ‘Ursine'1)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말의 ‘어르신’2)과 정확하게 연결된다. 지금도 지리산지역에서는 반달곰을 어르신이라고 칭한다고 한다3). 이것은 우리말의 ‘어르다’4)에서 비롯된 ‘어르신’이란 말이 곰을 신격화 혹은 경의의 뜻으로 부른 말로 전해져 인도-아리안어 조어에 영향을 끼쳤으나, 그 뜻은 약간 동떨어져 버린 예의 하나라고 볼 것이다5).
그리고 ’Ursa'6), 'Ursula'7) 등의 인명(人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확하게 그 뜻은 ‘웅녀(熊女)’라는 뜻이다.
또한 큰곰자리를 뜻하는 ‘Ursa Major’8)는 여주인공인 칼리스토9) 역시 암곰으로 변해 웅녀다. 큰곰자리는 다시 말해 ‘웅녀자리’10)이다. 이 큰곰자리와 관련된 신화들은 우리에게는 웅녀신화로 전해진 어떤 원형의 신화가 후대에 변형발전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11).
더군다나, 우리 민간 신앙에서 ‘칠성님’으로 불리는 북두칠성12)도 바로 이 ‘웅녀자리’에 있는 별들이다. 우리는 별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일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으나 북두칠성에 대한 신앙은 매우 흔한데, 이를 불교와 도교의 영향을 받은 것13)이라 생각하는 견해도 있지만, 꼭 그렇다고 볼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14). 단적인 예로, 수많은 고인돌 위에 새겨진 북두칠성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칠성은 이렇게 오래전부터 신으로 모시기도 했는데, 칠성은 비, 수명, 인간의 운명 등을 관장하는 것으로 여겨 칠성단을 쌓고 그 위에 정화수를 놓아 빌기도 했고 "칠성님께 명(命)을 빈다"는 말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관점에 따라서는 칠성신앙이 웅녀 할머니에 대한 신앙이 변한 것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14).
[註]
1) ursine [ə́ːrsain, -sin] a.
곰의, 곰류(類)의; 곰 비슷한; 〖동물〗 강모(剛毛)에 덮인.
2) 어ː르신
【명사】 어르신네. 남의 아버지나 나이 많은 사람, 윗사람에 대한 경칭.
¶ 자네 ∼께서는 안녕하신가/ 마을 ∼들을 모시고 잔치를 열다.
3) 시베리아 툰트라 지역의 유목민들도 곰을 어르신에 해당하는 그들의 말로 칭한다고 한다. EBS 다큐멘터리 ‘알타이’ 참조.
4) 나는 우리말 ‘어르다’는 ‘우러르다’의 하대(下對)형으로 본다.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어른’ 또한 ‘어르다’의 인칭형이다.
어ː르다1
〔어르니, 얼러〕【타동사】【르 불규칙】 어린아이나 짐승을 귀엽게 다루어 기쁘게 하여 주다.
¶ 아기를 추스르며 ∼.
「어르고 뺨치기」 위하는 척하면서 은근히 남을 해침.♣
5) 이런 비슷한 경우의 전형적인 예가 일본어에서 커피를 뜻하는 ‘ほっと(ホツト; 호쯔토)’이다. 원어인 ‘hot-coffee'에서 본 뜻인 'coffee'는 떨어져 버리고 'hot'만이 남아 전해져 뜨겁다는 말이 전혀 상관없는 커피가 되어 버렸다. 전혀 달랐던 언어끼리 만났을 경우 이런 경우는 적지 않다.
일본사람들 멍청하다고 욕할 것 없다. 우리도 같은 실수를 한다. 특히 상품명 등에서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모회사 화장품 이름인 ‘에뛰드’는 연습이란 뜻의 불어다. 제품제작자는 쇼팽의 연습곡을 떠올리며 이렇게 이름지었을 것이나, 막상 프랑스인은 이것이 연습용 시제품인가 하고 의아해 한다. 이런 예는 수없이 많다.
6) Ursa [ə́ːrsə] n.
여자 이름. [L. =(she- or great)bear].
7) Saint Ursula ?~?
축일은 10월 21일.
4세기에 로마에서 활동한 전설적인 여성지도자.
지금의 독일 쾰른에서 유럽 남동부의 유목민 침략자들인 훈족에 의해 순교한 것으로 유명한 11명 또는 1만 1,000명의 처녀들을 이끈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이야기는 쾰른에 있는 장크트우르술라 교회에서 발견된 4세기 또는 5세기의 비명(碑銘)에 기초한 것으로서, 이 비명에는 거룩한 처녀들이 죽음을 당한 장소에 고대의 한 대성당이 복원되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이 이야기는 8세기 또는 9세기의 어떤 설교에 다시 언급되는데, 이때는 처녀들의 수가 수천 명으로 늘어났고, 로마 황제 막시미아누스 당시 순교한 것으로 되어 있다. 야코부스 데 보라지네의 〈황금전설 Legenda Aurea〉(1265~66, 1483년 〈Golden Legend〉로 영역됨)은 우르술라가 잉글랜드 공주로서 1만 1,000명의 처녀들을 데리고 로마로 갔다가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훈족에게 순교를 당한 것으로 묘사한다. 1155년 쾰른에서 이 순교자의 유골인 듯 한 것이 있는 고대 로마의 묘지가 발견됨으로써 더 많은 전설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우르술라는 소녀 교육에 헌신한 수녀회인 성 우르술라 수도회의 수호성인이다. 1969년 로마 가톨릭 교회가 교회력을 개혁함에 따라 그녀의 축일은 특정 지역들에서만 지키게 되었다.
8) Ursa Major
북반구 하늘에 있는 별자리.
적경 약 10시 40분, 적위 56°에 위치해 있다. 이 별자리는 〈구약성서〉(욥기 9 : 9, 38 : 32)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Iliad〉에 언급되어 있다. 그리스인들은 이 별자리를 님프인 칼리스토로 생각했는데, 그리스·로마 신화에 의하면 제우스가 칼리스토를 곰으로 만들어 아들인 '곰 수호자' 아크투루스와 함께 하늘로 올려 보냈다고 전해진다. 그리스인들은 이 별자리가 북극성을 중심으로 일주하는 것을 보고 이를 가리켜 아르크토스, 암곰 또는 헬리스로 이름 붙였다. 로마인들은 이 별자리를 아르크토스 또는 곰자리로 알고 있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이 별자리의 별 중 8개를 자신의 목록에 수록했다. 이 별 가운데 7개의 밝은 별은 북반구 하늘에서 가장 특징적인 모양을 이룬다. 이 7개의 별은 북두칠성, 짐마차, 쟁기, 큰 국자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인도에서는 이 별들을 7명의 현자(賢者)로 생각했다. 알파별과 베타별을 이으면 북극성을 가리키기 때문에 이 두 별을 지극성(指極星)이라고 부른다. 이 별자리의 5개의 별들은 공통된 고유운동을 하지만, 알파별과 에타별(꼬리의 마지막 별)은 다른 고유운동을 한다. 같은 성단에 포함된 별들은 천구상의 다른 위치에서도 발견된다. 예를 들면 시리우스도 이 성단의 멀리 떨어진 구성원 중의 하나이다.
9) Callisto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 또는 아르카디아의 리카온이나 닉테우스 또는 케테우스의 딸.
칼리스토는 아르테미스 여신이 사냥할 때 시중드는 요정 가운데 하나로, 결혼하지 않고 처녀로 남아 있겠다고 서약했다. 그러나 칼리스토는 제우스의 사랑을 받게 되었고, 일부 전설에 따르면 제우스(자기가 한 짓을 아내 헤라에게 숨기기 위해)나 아르테미스 또는 헤라(두 여신은 정숙하지 못한 칼리스토의 행실에 격분했음)가 칼리스토를 곰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후 칼리스토는 질투심 많은 헤라의 음모 때문에 칼리스토를 진짜 곰으로 착각한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쫓기다가 죽었다. 그러자 제우스는 칼리스토가 낳은 그의 아들 아르카스를 티탄족 여자인 마이아에게 주어 키우게 했고, 칼리스토를 하늘의 별들 사이에 올려 큰곰자리라는 별자리로 만들었다. 또 다른 전설에 따르면 아르카스는 사냥을 하다가 곰으로 변신한 어머니를 죽이려 했는데, 그 순간 하늘로 올라가 목자자리라는 별자리로 변했다고도 한다.
10) 여자이름으로 쓰이는 ‘Ursa'를 딴 ’Ursa Major'은 '큰곰자리'보다는 '암곰자리' 혹은 '웅녀자리'가 더 원의에 가까운 번역일 것이다.
11) 어쩌면 제우스로 표현된 어째 좀 엉큼하셨던 환웅할아버지와 금발에 벽안의 웅녀할머니 사이에 있었던 사실이 신화화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12) 北斗七星 (The Big Dipper; 북두·북두성·칠성이라고도 함.)
북쪽 하늘에 국자 모양을 이루고 있는 7개의 별들.
그 모양이 기름이나 술을 풀 때 쓰는 국자와 비슷한 '두기'를 닮아 두(斗)자를 쓴다. 동양에서는 독립된 별자리로 다루지만 서양에서는 큰곰자리의 일부분으로 여긴다. 고대 중국에서는 마차 모양으로 생각하기도 했으며 서양에서는 커다란 쟁기로 보기도 했다. 현대 천문학에서 쓰이는 성도(星圖)에서는 큰곰자리의 꼬리에 해당하는α별에서 η별까지 7개의 별로서 동양에서는 각각 천추(天樞)·천선(天璇)·천기(天璣)·천권(天權)·옥형(玉衡)·개양(開陽)·요광(搖光)으로 부른다. 7개의 별 모두가 2등급보다 밝은 별들이다. 북두칠성은 밝고 뚜렷한 모양을 가지고 있어서 항해의 지침으로 쓰이거나 여행의 길잡이로 이용되었으며, 밤에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에 쓰이기도 했다. 즉 α별과 β별을 잇는 연장선을 따라서 α별과 β별 사이의 각거리(角距離)의 4배만큼 연장하면 북극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방향을 찾는 데 유용하게 쓰였다. 또한 북두칠성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일주운동을 하고 북반구에서는 사계절 어느 때나 볼 수 있으므로 그 위치를 보면 밤에도 시간을 알 수 있었다. 북두칠성 중에서 ε별은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이고 ξ별은 육안으로도 구별되는 쌍성이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에서 활을 쏘는 병사를 선발할 때 시력측정에 이용하기도 했다.
13) 北斗崇拜
북두칠성을 향하여 예배하는 불교수행법의 하나.
재앙을 소멸하고 수명을 길게 하기 위하여 닦는 일종의 기도법이다. 북두법(北斗法)·북두공(北斗供)·북두존성왕법(北斗尊星王法)이라고도 한다. 사찰에 모신 삼신각 중 칠성각의 주신이 북두칠성이다. 북두칠성을 모시고 수복식재를 축원하는 것이 칠성신앙인데, 이는 불교 고유의 수행법은 아니고 도교의 신앙이 불교에 깊이 스며들면서 생겨난 것이다. 북두칠성에 예배하는 것은 〈묘견보살신주경 妙見菩薩神呪經〉·〈묘견보살다라니경 妙見菩薩陀羅尼經〉 등에 의지한 것이며, 〈각선초 覺禪鈔〉에 존성왕법·북두법 등의 수행법이 있어 이 법을 따르면 복덕(福德)과 수명을 증장(增長)하고 선원(善願)을 성취한다고 했다. 또 북두칠성을 하늘을 관장하는 신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에 따라 북두칠성이 인간의 숙명과 운명을 주관한다고 보기도 하고 농사와 관련된 비를 내리는 신성한 존재로 생각하기도 했다. 중부지방의 무속에서는 무녀들이 동경인 명도에 칠성을 그리거나 칠성단을 쌓아 기원하기도 했다. 또 제주지방에서는 칠성신이 뱀으로 상징되기도 하고, 집의 재물신으로 모시기도 한다. 북두칠성과 관련된 설화로는 얼마 살지 못하는 소년이 북두칠성에 빌어서 그 덕택으로 오래 살게 되었다는 내용도 있다. 그 외 북두칠성과 관련된 설화가 많이 있는데, 모두 무병장수와 관계가 있다. 한국의 북두숭배에 대해서는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노무편(老巫篇)에 칭원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칠성을 뜻하는 말로 고려말에 북두칠성을 신으로 모신 것을 알 수 있다. 〈송도기이 松都記異〉에 만력연간(萬曆年間 : 1573~1620) 북두에 절하고 솔잎을 먹는 스님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 뒤 조선 숙종 때 월저(月渚) 도안(道安)의 법손인 상월 새봉(璽)이 자정에 반드시 북두칠성에 예배했고 그의 문하에서 북두칠성 숭배에 힘썼던 것으로 보인다.
14) 앞의 글에서 ‘제환인다라’에 대한 비판의 예에서도 보듯이, 불교가 도교의 것을 받아들였음은 확실하고, 최치원의 난랑비서문에서 밝혔듯이 도교 또한 우리의 현묘지도인 풍류도를 충실히 계승 발전시킨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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