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 성적 합일 수행은 극소수의 한 방편일 뿐”

http://well.hani.co.kr/4729

“밀교 성적 합일 수행은 극소수의 한 방편일 뿐”

조현 2009. 06. 03
조회수 20836 추천수 0
한국인 첫 밀교 학자·수행자 최연철 박사
스승 통해 깨달음 세계 미리 보고 궁극의 길 수행
천국과 하느님도 있고 아미타불 세계도 존재한다


Untitled-2 copy.jpg티베트불교가 대승불교나 근본(상좌부·남방)불교와 다른 독특한 점은 밀교다. 밀교란 ‘준비된 제자’에게만 스승이 전해주는  비밀스런 가르침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그 세계를 들여다보기 어렵다. 통상 어린시절 출가하는 티베트의 승려들도 13년 과정의 강원에서도 밀교는 고학년이 되어야 배울 수 있을 정도로 고차원적인 수행으로 여겨지고 있다. 티베트사찰에 가면 밀교의 ‘깨달음의 세계’를 형상화한 만달라가 내걸려 있다. 하지만 눈으로는 보여도 그 뜻을 알기 어렵다.  그런데 그 비밀스런 세계의 일단이나마 엿볼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불교평론>이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마련한 ‘만달라와 밀교수행’ 열린논단 강좌를 통해서였다. 강사는 <티벳불교의 향기>의 저자 최연철(41) 박사. 티베트 불명 로덴을 붙여 최로덴으로 불리는 밀교 학자이자 수행자다. 인도 델리 박물관연구소(NMI)에서 ‘티베트불교 칼라챠크라 탄트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히말라야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의 지도로 밀교 수행을 하면서 11년을 인도에서 보내고 지난 2007년 귀국해 동국대 불교대학 인도철학전공분야에서 티베트불교를 강의하고 있다.

수행하면 이성을 성적 욕망 대상 아닌 자기 자신으로 여겨

기자가 최 박사에 대해 들었던 것은 오래 전부터였다. 달라이라마의 지도로 20년간 다람살라에서 티베트불교를 수행해온 청전스님으로부터였다. 기자가 5년전 다람살라에 잠시 머물 때 청전 스님은 “티베트 밀교를 건실하게 공부하고 있는 청년이 있다”며 최 박사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청전 스님은 ”달라이라마 존자께서도 한국인 가운데 티베트 밀교를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이 나와 흡족해 하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때는 최 박사가 델리에 머물러서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5년 만인 이번에 그를 만나게 된 것이다. 최 박사도 청전 스님으로부터 기자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듣고 있어서 익히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전남 고흥 금산면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유학을 와 대원외고 1회로 입학했지만 일찍부터 가출 아닌 가출을 하며 입산하는 방랑벽을 겪었다는 최 박사는 어느 출가자 못지않은 청순하고 순수한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최 박사는 강의에서 밀교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반인들은 쾌락을 누리면서 수행도 할 수 있는 방중술(성교를 통한 수행기술)에 관심이 많기에 (성교를 통한 합일에 의해 수행하는) 성적인 게 밀교의 전부인 양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극소수에게만 통용되는 한 방편일 뿐 그게 밀교 수행의 본질이 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밀교는 남녀의 구분까지도 없는 미세한 차원의 의식을 다루기 때문에 남녀의 성적 결합이 (깨달음의 길로 가는) 본질이 될 수 없으며, 밀교 수행을 하게 되면 이성을 성적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과 다름이 없게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최 박사는 “이미 30여년 전 밀교를 받아들였던 타이완에서도 성적 합일에 대한 관심만이 팽배하다가 이것이 밀교의 요체가 아님을 깨닫고 오랜 시행착오 끝에 다시 기초수행부터 시작하는 풍토가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Untitled-3 copy.jpg

만달라란 ‘부처의 마음’ 형상화한 것…의욕과 욕심 앞서면 몸 상해

그렇다면 만달라란 무엇일까.

“지도다.”

최 박사의 답은 간단 명료하다. 만달라란 이미 깨달은 이들이 ‘보신(報身)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형상화한 것이란다. 법신(法身·붓다의 청정한 본래 마음 그 자체), 응신(應身·중생들에게 나타나는 붓다의 모습)과 함께 삼불신(三佛身)의 하나인 보신은 ‘높은 단계의 보살들에게 나타나는 붓다의 마음 세계’이다.     

밀교 수행을 하려면 달라이라마를 비롯한 현존하는 스승들이 이끄는 관정식(灌頂式)에서 입문의식을 치러야하는데, 이 때 스승은 만달라를 통해 입문자가 가야할 궁극의 길을 미리 보여준다고 한다. 이때 입문자는 ‘꿈속에서 몸을 체험’하는 것과 같이 보신의 세계를 경험한다고 한다. 그런 다음 곧바로 만달라를 해체하는데, 결국 입문자가 내면에 만달라의 세계를 구축하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최근의 관정식은 지난 2002년 오스트리아 그리즈니에서 8천명이 운집한 가운데 달라이라마가 직접 이끌었다고 한다. 이 관정식은 주로 달이 중천에 떠있는 보름날 행하는데, 참가자들의 ‘제3의 눈’(미간)을 잠시 닫아두었다가 전날 꿈자리들을 점검해 가장 적절한 수행을 파악한 뒤 스승이 직접 만달라의 세계를 보여준다고 한다. 이렇게 관정을 받으면 아무리 힘들더라도 밀교 수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잘 아는 티베트인들은 오히려 관정을 잘 받으려 하지 않지만, 한국인들은 수행을 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받고 보자는 풍토가 많다고 최박사는 지적했다.

밀교는 스승의 지도 아래 체계적으로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특히 현교(밀교와 달리 공개된 가르침)를 배운 뒤 현상계와 내면을 조작된 세계로 분명히 인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밀교 수행을 시작하도록 한다. 그런데도 의욕과 욕심이 앞서 스승의 가르침에 따르지 않은 채 밀교 수행을 하다가 몸을 크게 상하기도 하는 경우가 많다. 최 박사는 “한 한국계 미국인이 다람살라의 고층 건물에서 떨어진 일이 있었는데, 그의 방에 들어가보니 온갖 빨간 형형색색의 만달라들이 걸려 있었다”면서 “후에 이탈리아의 한 병원에서 뇌를 촬영해보니 두개골이 깨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과욕으로 수행할 경우 큰 일을 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의식의 변형’에서 보면 기독교-불교 함부로 개종 불필요

Untitled-1 copy.jpg최 박사는 “밀교 수행은 대승적 보살도를 실현하는 마지막 서원단계를 제외하고는 인도 요가의 쿤달리니 경험과 유사하지만, 한국에서 쿤달리니를 경험했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전혀 쿤달리니와는 관계가 없는 체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자리에서 팔정도와 오온, 심이처, 12연기를 확고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면서 밀교 수행으로 인한 불교의 근본 지식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해탈이란 공간을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유스러워지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깨달음은 평면적이 아니라 입체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다른 수행에서 보기 어려운 밀교 수행을 통해 나타난 현상의 일단을 알려주었다. 만달라는 죽어가는 과정을 역으로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빛으로 표현되어 있다. 죽음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빛에 대해 최 박사는 “존재가 나고 죽는 곳이 (척추 앞에 뻥 뚫린 관인) 중앙맥관인데 빛은 맥관이 붕괴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최 박사는 이와 관련해 “숨이 끊어진 사람이 몸의 윗쪽부터 차가워지면 바람직하지 않은 과정으로 가고 있으며, 아래쪽부터 차가워지면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로 그 과정을 잘 가고 있는 증거”라고 귀띰하기도 했다.

최 박사는 “(석가모니 당시 일천 부처가 동시에 눈앞에 출현한) ‘천불화현’의 신통도 신화로만 여겨지지만 (밀교적) ‘의식의 변형’ 차원에선 관정의식 중 눈앞에서 이를 보는 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최 박사는 또 “달라이라마가 ‘평생 그리스도교를 믿어온 이들이 불교로 함부로 개종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리스도교인들의 의식에서 보신(천국)과 하느님이 존재하며, 불자들에겐 서원에 의해 아미타불 세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면서 “‘의식의 변형’을 이해할 때 이를 깨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현 종교명상전문기자 cho@hani.co.kr


다른기사 링크

http://mediabuddha.net/bbs/board.php?bo_table=07_1&wr_id=3488&page=


붓다의 덕상 신속히 얻게 하는
가장 인간적인 수행 ‘만달라’
열린논단, ‘만달라와 밀교수행’ 토론회
기사등록 : 09-05-27 14:09▣ 이학종 urubella@naver.com
 기사등록 : 09-05-27 14:09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Me2Day로 보내기 게시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기사 인쇄
 글쓴이 : 이학종
  추천 : 0   비추천 : 0
불교평론 열린논단은 지난 22일 '만달라와 밀교수행'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밀교의 수행은 대승이나 초기불교 수행법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수행에 대한 관심이 점증하고, 바야흐로 수행불교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이즈음, 밀교수행법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우리에겐 여전히 생소한 불교, 생소한 용어들, 그래서 왠지 생경한 가르침으로 여겨지는 밀교와 그 수행법을 다룬다는 점에서 불교평론 ‘열린논단’이 지난 22일 마련한 ‘만달라와 밀교수행’ 주제의 토론은 관심 있는 이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최연철 박사이날의 주제발표자는 『티벳불교의 향기』를 쓴 저자 최로덴으로 더 잘 알려진 최연철 박사.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티벳불교를 가르치고 있는, 청학동 도인마냥 댕기머리를 한, 영화배우 같은 인상을 가진 교수다. 외양만으로도 티베트 불교의 전문가다운 ‘면모’를 물씬 풍긴다.
밀교수행은 어떤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티베트 불교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최연철 박사의 티베트 불교 정의는 이렇다.
“수행자 개인의 생활양식은 소승의 관점에 두고, 깨달음을 향한 의식은 이타행의 대승적 관점에 두며, 깊고 심오한 내면의 깨달음은 지혜와 방편이 합일된 금강승(金剛乘)의 길에 의지한 불교가 티벳불교다. 티벳불교에서 꿈꾸는 완전한 수행자의 모습은 바로 이 세 가지의 길을 함께 가는 것이다.”
티베트 불교의 수행은 그러므로, 소승과 대승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지혜와 방편이 잘 조화를 이룬 심오한 수행의 길이라는 것이다. 티베트 불교수행의 핵심인 밀교수행은 따라서, 현교(顯敎)에 대한 완전한 통찰을 바탕으로 한다. 동국대 김성철 교수의 말마따나 “현교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부처의 복덕을 갖추는 방법”이 밀교수행법인 셈이다.
밀교수행, 딴뜨라, 즉 금강승의 길은 무엇인가. 딴뜨라는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끊이지 않고 흘러가는 어떤 것을 뜻한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내밀하게 이어지는 흐름! 그래서 밀교에서의 스승은 절대적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만달라란 무엇인가. 만달라는 본래 붓다의 깨달음의 경지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부처나 보살을 일정한 방식으로 배치하여 깨달음의 세계를 나타낸 도식이다. 깨달은 사람들이 표출하는 상징의 세계다. 따라서 그 의미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딴뜨라는 위험할 수 있다. 밀교의 장점 중의 하나가 보다 많은 사람에게 그림(만달라)을 통해 그 가르침을 알려주는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수준과 이에 따른 적용 방법의 문제다. 잘 모르고 만달라를 나타내는 것도, 잘 모르고 만달라를 해석하는 것도 위험하다. 스승의 위상이 절대적인 이유다. 따라서 밀교 수행의 출발은 퀄러티(근기 또는 수준)를 어디까지 확보하고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밀교가 비밀이라서 비밀이 아니라 충분히 공부를 할 조건이 성숙한 후에 가르침이 전승되는 것이기에 ‘비밀스럽게’보일 뿐이다.
일반인들의 밀교에 대한 오해, 또는 관심과 흥미의 동기는 아마도, 솔직히 남녀교접의 존상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딴뜨라, 밀교라는 말을 들으면 이 모습을 떠올린다. 인도 여행 중에 구입한 ‘까마수뜨라’와 뭔가 깊은 연관이 있는 변질된 불교가 아닐까 하는 정도가 밀교와 밀교수행에 대한 보통의 이해수준이라고 한다면 지나칠까. 이들에게 남녀교접의 상이 상징하는 것은 지혜와 방편을 비유한 것이라는 설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수행의 끝자리에서 마침내 드러나는 힌두밀교와 불교밀교의 차이는 ‘지혜’를 얻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아들을 이가 얼마나 될까.
밀교는 앞서 언급한대로 수준의 문제와 직결된다. 매우 신속하게 부처가 갖춘 덕상, 지혜와 자비를 갖추는 비전(秘傳)이기에 잘못 가면 낭패를 볼 위험이 크다. 밀교 수행에서 스승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이유다.
“티벳불교는 금강승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불교가 아니다. 석가모니의 전통에서 전해진 인도불교 1500년 역사를 그대로 이어받은 전통 가운데 하나가 바로 티벳불교다. 티벳불교에서 활발하게 전해지고 있는 금강승의 수행전통은 현교(顯敎)적 내용들을 바탕으로 한 수행전통이다.”
밀교수행에 대한 최 박사의 설명이다. 최 박사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만달라에는 형식과 내용에 따라 모래, 그림, 인체, 우주, 상징, 본존 등의 다양한 것이 있다. 우주의 형태를 나타내는 원방각(圓方角)의 기본적 도형과 다양한 장엄장식을 포함한 기하학적 도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면과 입체로 표현되지만, 깨달음의 이론과 실제를 모두 포괄하고 있는 상징적 형상의 총합이다.”
수행의 직접적인 대상으로 사용될 때는 그에 따른 성취 차제와 의례 의식, 전승 체계를 모두 갖추고 있으며, 관상(觀想)을 통해 실제로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붓다의 깨달음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우주적 도형으로서 언어도단의 자리에 도달한 자가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말의 경계, 즉 서언존과 지혜존의 거주처인 정토세계이자 수행자의 의식에서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성취의 세계를 나타낸 것이 만달라라는 것이다. 따라서 “만달라는 세속적 존재의 해체성의 진리인 진공(眞空)과 성취세계가 실제로 구현된 묘유(妙有) 세계의 의미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최연철 박사의 설명이다.
티베트 불교에서의 복잡하고 번다하게까지 보이는 의식(儀式)은 만달라의 단계별 경계를 통과하는 중차대한 수행이자 장엄이다. 이런 의식을 통해 구현해 가는 만달라 수행은 의식(意識)을 정화하고 공성(空性)과 자비의 깨달음을 성취하는 수단인 것이다.
최연철 박사는 ‘만달라와 밀교수행’을 이렇게 결론짓는다.
“형상으로 나타난 만달라는 정화의 차제와 함께 수행하는 도구이다. 생리학적 체계를 잘 이해하고 그 원리를 잘 이용해서 수행을 가르치기에 밀교수행은 가장 인간적 수행이다.”
네티즌이 만드는 정토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Previous
Next P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