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트라 수행 후의 몽중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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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교 수행은 입문하기 전에 반드시 먼저 본존 관정을 받아야 하고,
 수호 본존의 가피를 얻기 위하여 본존불의 만트라 수행을 일정 기간 동안 하게 된다.
 이제 내가 만트라 수행을 통하여 몽중가피를 얻었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북인도 따시종에 있을 때의 일이다.
 나는 구루 암틴으로 부터 낭마파의 대표적인 본존요가인 야만타카 관정을 받고
 본존불 만트라 수행을 두 달 동안 하게 되었다.

 구루(스승)는 미리 수행을 위한 가르침을 주는 과정에서 야만타카 본존불의 가피를 확인할 수 있는
 현전가피와 명훈가피,몽중가피에 대하여 설해 주셨다.

 암틴의 말 가운데 강한 인상으로 남았던 것은,
 수행하는 중에 확실한 가피를 얻었다는 확신을 하게 되면 감사의 예물로
 싸인돌마(돌마는 보리가루로 만드는 공양물,싸인돌마는 가피의 확실한 징조를 주신 데 대해
 본존불께 감사의 예물을 올리는 공양물임)를 미리 만들어 잘 덮어두었다가 올리라는 것이었다.

 나는 싸인돌마를 조심스럽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받아 한쪽에 잘 덮어두었다.
 그리고 싸인돌마 때문에 조금 더 긴장하면서 조심스럽게 만트라 수행에 임하였으며,
 외호를 도와준 도반스님도 내가 언제 싸인돌마를 올릴 것인지 자못 주의를 기울이고 지켜보았다.

 그렇게 한 달 남짓 지났을 때였다.
 꿈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타나 나를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할머니는 당신이 쓰신 정토발원문을 주시며 말씀하셨다.

 "네 신심이 확고하지 못해서 그렇지, 신심만 확고하다면 정토 수행법으로도 한 생에 성불할 수 있다.
 법당에 가서 친견할 분이 있으니 따라오너라."

 법당문 밖에 이르니 안에는 금빛의 찬란한 비단 가사를 수하신 한 분의 부처님과
 비단옷을 입어 보통의 스님과는 분위기가 좀 다르고 매우 후덕해 보이는 두 보살님이
 아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세 분은 왠지 낯이 익은 모습들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잠이 깨었다.
 꿈이 너무도 생생하여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 세 분은 내가 대만에 유학하고 있을 때
 탱화에서 자주 뵈었던 아미타부처님과 관음보살.대세지보살이셨다.

 티베트불교를 접한 이후, 나는 그 전까지 줄곧 해오던 정토수행을 소원하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본존불께서 꿈에 나타나 흔들리지 않도록 신심을 불어넣어 주신 것이라고 여겨졌다.

 나는 동이 트기도 전에 싸인돌마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여느 때보다 일찍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도반스님은 "싸인돌마를 올리느냐"며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따라 올라왔다.

 야만타카 본존불과 극락세계에 계신 세 분의 불보살님께 감사를 드리는 마음으로 돌마공양을 올리자,
 마치 극락세계에서 내가 올린 공양물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동쪽에서 비치기 시작한 아침햇살을 받아 서쪽에 찬란한 무지개가 선명하게 수직으로 뻗어
 하늘로 솟아올라갔다.

 영문을 알지 못한 도반스님은 '새벽녘의 서쪽 무지개는 처음 본다' 면서 유난히 환희심을 내었다.

 이러한 꿈을 평소에도 꾸게 되면 수행에 도움이 되는 징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좋다 나쁘다' 하는 집착이 없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여름에 산에 오르면 이름 모를 갖가지 풀꽃들이 많이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듯이,
 수행자에게 일어나는 체험이나 꿈의 경계도 무수히 많은 법이다.
 그것은 지나가는 한 과정에 불과할 뿐, 집착을 일으키면 병통이 된다고 스승님들은 항상 경계의 말씀을
 잊지 않으셨다.






 출처  : 설오스님의 '티베트불교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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