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과 수행처 그리고 스승은...

 너무 소승적인가요?

밀승에서의 본존과 스스의 존재는 매우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마음 가짐에 있어서 좋은 교훈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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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과 같이 부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앉아 문답을 주고받으실 때,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 대해 아난 존자가
      이렇게 말했다.
       "세존이시여, 좋은 스승을 만나면 깨달음을 다 이루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아니다, 아난아. 좋은 스승을 만난 것은 깨달음의 반밖에 이루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이 사리불을 향해 물으셨다.
       "사리불이여,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가?"
       사리불은 스승의 물음에 고요히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저는 좋은 도반을 만난다면 깨달음의 길을 다 이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은 사리불의 대답에 찬탄하며 말씀하셨다.
       "그렇다, 옳다. 사리불이여! 그대 수행자들이 좋은 도반을 만나 깨달음의 길을 같이 간다면 그것은 깨달음을 다 이룬
      것이다."
      
       스승에 대한 두 제자의 다른 생각
       부처님의 수행 비서와 같은 아난 존자와 부처님의 수제자라 할 수 있는 사리불의 생각과 행동은 우리에게 전달하는
       바가 참으로 많다.
        오랜 시간 동안 부처님의 손발이 되어 스승을 모셔온 아난 존자였지만 그는 스승에 대한 의존심을 끝까지 버리지
       못했다. 부처님의 곁에서 모든 법문을 듣고 진리의 말씀에 가장 가까이 있었지만 스승의 가르침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부처님께서 틈만나면 집착과 의존을 끊고 홀로 우뚝 선 수행자로 살아야 하며, 오직 자기 완결적 인간
      이 되어야 참된 수행자라고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하여 부나 명예, 인간에 대한 집착은 물론 스승에
       대한 의존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하지만 거룩한 스승이 항상 곁에 있는데 그 스승에 대한 의존을 끊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으리라.
         아난 존자는 부처님의 열반을 앞둔 무렵부터 깊이깊이 두려워 떨며 울었다. 숲속에 들어가 나무를 붙들고 오열
       했다. 불안햏나는 아난 존자의 마음을 읽으신 부처님께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친절하게 올바른 수행자의 자세에
       대해 말씀하며 타이르셨다.
         하지만 스승이 열반에 들자 아난 존자는 끈 떨어진 연이 된 심정으로 낙담하고 불안해했다. 그렇게 거룩한 스승을
       항상 곁에서 모셨던 아난 존자로서는 좋은 스승이 있다면 자신이 힘쓰지 않고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싶
       싶었을 것이다.
          깨달음은 성령처럼 강림하는 것도 아니고, 하늘의 재화와 같이 무릎 위에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당연히 스승이
        "옛다! 여기 깨달음!" 하고 던져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좋은 스승이 있다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는 아무
        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그저 좋은 스승만 찾아다니면 될 것이다.
          반면에 사리불은 아난 존자와 달리 스승이란 그저 하나의 표상일 뿐 깨달음을 손에 쥐어 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을 '깨닫고' 있었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오직 자신의 발로 걸어야 하는, 멀고도 긴 여정이다. 그 길에서 가장 중요
        한 이는 스승이 아니라 서로 힘을 북돋우며, 선의의 경쟁을 하며, 서로 지지하며, 서로 점검하며 험한 그 길을 끝까
        지 같이 가는 도반이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의존한다는 것은 자신의 노력을 다른 사람이 대신 해주기를 바라는 어리석은 마음이다.
       거기에는 이기심이 숨어 있다. 그래서 의존한 대상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으면 분노하고 공격한다.
       하지만 마음의 위로가 필요할 때 같이 않아 차 한잔을 하는 짧은 참에도 마음이 쉬게 되는 경험은 어떻게 할 수 있
       는가?
          그런 위로는 오직 자신의 삶은 스스로 책임지면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을 때, 그런 노력을 같이하며 사는 사람
        을 만났을 때만 가능하다. 그런 사람일 때만 서로 의지하고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다.
           도반이란 그런 사람이다. 의존하지 않되 의지할 수 있고, 때로는 경책하고 때로는 위로를 주고받는 사람
       무엇보다 자기의 노력과 수행의 깊이만큼 도반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현명한 도반과 함께 가라"
         <수타니파타>(불교 초기 경전)에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말고 홀로 가라는 의미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유명한 후렴구가 반복된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딱 한 구절에서만은 "혼자서 가라"는 말씀을 멈추고 다르게 말씀하
        신다.
          "만일 그대가 지혜롭고 성실하고 예의바르고 현명한 도반을 얻었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리니, 기쁜마음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가라."
           스승을 찾아 헤맬 일이 아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심지어 좋은 도반을 찾아 헤매지도 않을 것이다.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훌륭한 도반이 되기 위해 먼저 힘쓸 것이다.

                                      - 2011년 가을호,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소식지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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