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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캐러밴이 준비를 마치고 나니 짐이 상당히 많은 것 같았다. 그러나 사실 나는 필수품들만을 챙겼을 뿐이다. 내가 추가한 거라곤 51 파운드 가량의 비스킷 통들뿐이었다. 티베트인들, 특히 라마승들이 이 비스킷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비스킷으로 사원의 승원장 라마들의 환심을 사곤 했다. 티베트인의 기호를 아는 것은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나는 일반인들로부터도 환영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또한 실크 스카프들을 많이 장만했다. 그것은 티베트의 전통적인 의식용 선물이었다. 나는 미리 이 전통 예절에 대해 숙지했다. 실크 스카프를 상대방의 목에 걸쳐주면 그것은 당신이 그를 당신과 동등하게 여긴다는 표시이다. 만일 스카프를 그냥 넘겨주면 상대방을 아랫사람으로 본다는 표시이다.
나는 항상 스카프를 상대방의 목에 걸쳐 주었고, 그런 행위로 말미암아 큰 덕을 보았다. 특히 고위 라마들이 내게 많은 은혜를 베풀어주었고, 나는 기꺼이 그것을 받아들였다.
나는 칼림퐁의 작은 마을을 떠나 티스타 강의 계속으로 내려갔다. 이강은 세계에서 가장 물살이 빠른 것으로 여겨진다. 히말라야의 거대한 빙하로부터 내려온 눈과 얼음이 혼합되어 강 빛이 청백색을 띠었다. 특히 웅장한 칸첸중가의 대빙하의 물이 많이 유입되었다. 칸첸중가는 히말라야 산맥에서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로, 에베레스트보다 더 오르기 힘든 것으로 여겨졌다.
계곡은 점점 더 깊어졌고 길은 때로 실 자국 같았다. 이 길은, 수 천 년 동안 물이 계속 흘러 만들어진 협곡을 관통하는 티스타의 포효하는 물을 따라 이어지고 있었다. 낮은 지대의 대기는 숨이 막힐 듯 했다. 사방을 둘러싼 빽빽한 정글로부터 습한 냄새가 올라왔다. 이 짙은 녹색의 울창한 숲 속에는 코끼리, 물소, 사나운 벵갈 호랑이, 표범, 원숭이, 뱀, 구렁이 등의 야수, 파충류들이 우글거렸다.
이 무시무시한 분위기의 정글을 빠져나왔을 때는 무척 기뻤다. 저지대로부터 올라오니 공지들이 이곳저곳에 보였고 비현실적인 놀라운 풍광을 연출했다. 푸른 하늘은 녹색의 숲을 덮은 천개天蓋 같았다. 산허리에는 진달래들이 울긋불긋했고, 티스타 강은 특급 열차 같은 굉음을 내며 돌출된 바위 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 광경은 나의 기억 속에 아직도 깊이 각인 돼 있어서, 지금 글을 쓰면서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산, 정글, 강, 길, 나무, 녹색 벌판이 한데 어우러져 파노라마처럼 숨 막히도록 아름답게 펼쳐지는 이 모든 야생에 나는 매혹되었다. 하지만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죽음의 정글이 기다리고 있고, 티스타의 급류에 휩쓸리는 치명적인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지가 하나 둘 나타나면서 저 멀리 만년설을 인 히말라야의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루나 이틀 안으로 이 봉우리들을 나누고 있는 저 준령을 넘어야만 했다.
마침내 내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모험의 장도에 올랐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기쁘기 그지
없었다.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나는 기대감에 마냥 설레고 기뻤다.
나는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모든 일이 잘 되리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믿음을 가지고 어떤 위험에도 맞설 준비가 돼 있었다. 나는 저 장대한 히말라야 산맥 넘어 어딘가에 내가 풀어야만 될 신비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첫날 우리는 12마일을 여행했다. 하루에 딱 맞는 거리였다. 우리는 강변의 작은 마을에서 묵었다. 지표로부터 몇 피트 높이 떨어진 기둥들 위에 오두막들이 지어져 있었다. 그 주위에는 꽤 넓은 공지가 방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밤에 호랑이나 표범들의 습격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세워진 것이었다. 도상에 관료들이 사용하는 오두막이 있었다. 하지만 밤이 되면 관료가 거하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집을 찾았다.
나는 마을 위 언덕배기에 있는 작은 오막을 선택했다. 이 오막은 초막집이었다. 심부름꾼이 내게 말했다.
"나리, 이곳이 안전할까요?"
"글쎄," 내가 대답했다. "저 아래서 가축들 사이에서 자는 것보다야 낫겠지. 우리가 오기 전에 다른 사람들도 이곳에서 묵은 거 같아. 확실해."
그 오막은 깎여 있는 언덕비탈로부터 2피트가량 떨어진 곳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심부름꾼이 나의 침낭을 꺼내 펴주었다. 세숫대야에 한 양동이 물로 씻은 뒤 저녁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기분 좋은 피로감이 몰려왔다. 나는 거의 눈을 감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밤 동안 허술한 우리 오막 앞에 한 짐승이 어슬렁거리는 바람에 나는 잠에서 깨었다. 그놈은 뭔가 냄새를 맡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그놈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냈다. 호랑이 아니면 표범임을 알 수 있었다. 그놈이 더 대담해지기 전에 겁을 주어 쫓아내야만 했다. 나는 아까 씻었던 물이 가득 찬 대야를 들어 놈이 있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냅다 던졌다. 그리고 바로 양동이를 또 던졌다. 그러자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놈은 완전히 겁을 집어먹었음에 틀림없었다.
날카로운 비명 소리를 지르며 잽싸게 도망쳤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돼지가 꽥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추측컨대 그 야수가 결국 식사거리를 찾은 모양이었다. 내가 희생자가 아닌 것에 마음이 놓였다. 사실 그 일 때문에 나의 마음이 동요되지는 않았다. 나는 처음에는 그 사건을 다소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심부름꾼이 다음날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리, 하마터면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나는 웃어넘겼지만 그러면서도 다음부터는 좀 더 안전한 곳을 선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면도와 세수를 한 후 우리는 아침을 먹었다. 메뉴는 소금 간을 한 죽(소금 간을 하지 않으면 내게는 죽이 너무 싱거웠다.), 크림, 토스트, 베이컨, 차였다. 나는 정말로 행복했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그때의 느낌이 거의 다시 살아난다.
우리는 그날 아침 아주 행복한 기분으로 출발했다. 나의 행복감이 전염된 듯 조랑말과 노새들조차 흥겨워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산길을 오르고 또 올랐다. 수천 피트의 가파른 길을 올랐다. 저 아래로 티스타 강의 포효 소리가 들렸다. 비록 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수백 마일 떨어진 빙하가 강으로 흘러들어 바다로 향하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저 강에는 사연도 많겠지?" 내가 심부름꾼에게 말했다.
"예." 그가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저 강에서 목숨을 잃었어요, 나리."
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 거의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을 정도였다. 우리는 위험스럽게 길 안쪽 벼랑에 바짝 달라붙어서 나갔다. 노새 위의 짐이 벼랑을 쳐서 천 피트 아래 협곡으로 굴러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다행히도 마부가 경험자여서 노새들을 안전하게 몰고 갔다. 나는 조랑말을 타는 모험을 하지 않았다. 나는 조랑말을 끌며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갔다. 그놈도 경험이 풍부했다.
그런 길을 전에 여러 차례 걸었던 놈이었다. 우리가 막 그 길을 빠져 나온 뒤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산사태로 돌들이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어떤 돌은 어젯밤 우리가 잤던 오막만큼이나 컸다. 우리는 때맞추어 막 지나온 것이었다. 어떻게 해서 산사태가 났을까 궁금했다. 산에 사는 곰이 돌을 잘못 건드렸기 때문이었을까? 그 일대에는 곰들이 많이 있었다. 아니면 산 염소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우기에는 산허리 전체가 협곡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바람에 때때로 길이 막히기도 한다고 한다. 그럴 때면 산으로 올라가는 새 길을 내는데 며칠씩 걸린다고 한다. 그렇다. 히말라야를 오르는 것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힘든 일인 것이다!
그날 밤 우리는 시킴 국경에 도착했다. 거기서 우리는 영허즈번드 탐험대가 지은 튼튼한 산막 중 하나에서 편안하게 묵었다.
거기에는 일단의 구르카족 병사들이 주둔하여 불법으로 티베트의 관문인 시킴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막고 있었다. 나는 여권을 보여주고 명부에 서명했다. 그리고 나의 여행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7개월 후 귀환할 때 나는 이전의 서명 밑에 사인을 해서 전과 동일인이고 무사히 돌아감을 입증했다.
우리는 닭, 계란, 감자를 쉽게 살 수 있었다. 그날 밤 우리는 닭고기 구이와 감자구이를 먹었다. 그날은 하루에 이틀분의 여행을 했기 때문에 허기가 져서 음식이 너무도 맛있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강을 건너 시킴으로 들어간 뒤 시킴의 수도인 강톡으로 향했다. 강톡에는 티베트의 관료 고울드씨가 주재하고 있었다. 나는 그날 밤 그와 함께 풍성한 만찬을 즐겼다. 다음 날 나는 시킴의 왕을 예방하여 저녁 내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왕비는 아름다운 티베트 여성으로, 야퉁의 귀족 출신이었다. 그녀는 매혹적이었다. 그녀는 매력적인 악센트로 영어를 구사했다. 그것 때문에 그녀가 더욱 고혹적으로 느껴졌다.
다음 날 우리는 여정 중에서 가장 힘든 코스를 향해 출발하였다. 바로 나툴라령嶺을 오르는 것이었다. 길의 폭은 대부분 2피트도 안 되었고 가파른 산허리를 지그재그로 올라갔다. 높이 올라갈수록 벼랑과 협곡은 더욱 깊어졌다.
나귀와 야크 행렬이 예닐곱 번 우리를 지나쳐갔다. 때로 한 줄에 나귀가 백 마리도 넘었고 어떤 줄에는 야크가 8백 마리도 넘었다. 그놈들 등에는 온갖 짐들이 실려 있었다. 티베트에는 바퀴달린 운반수단이 없었다. 심지어 손수레도 없었다.
우리는 한 나귀 행렬과 아주 위험한 좁은 길에서 만났다. 길 바깥쪽은 패인 채 떨어져 나가 있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산 벽 쪽으로 가까이 붙어 걸으면 짐이 돌출된 바위와 부딪혀 수천 피트 절벽 아래로 짐과 함께 곤두박질 치게 된다는 걸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알고 모두들 길 바깥쪽으로만 걸었기 때문이었다.
딸랑거리는 방울소리가 들렸다. 나귀 목에 걸린 방울소리였다. 우리는 멈춰 서서 나귀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나의 기분이 어떨지 당신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날 밤 무역로를 따라 저 멀리 있는 숙소에서 우리는 휴식했다. 나는 짐을 부린 일부 나귀들의 등을 살펴보았다. 그놈들 대부분의 등이 짐 실은 안장과의 마찰로 까져 있었다. 이 가엾은 동물들이 얼마나 아팠을 지 생각하니 기분이 몹시 안 좋았다. 나는 통역을 통해 마부들을 꾸짖었다.
그들은 나귀들이 고통을 느끼는 걸 생각하지 못했노라고 말했다. 그들은 내게 면도날로 베인 것 같은 상처들이 난 발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해가 진 뒤 길가의 진창이 얼면서 생긴 날카로운 얼음 날에 베인 상처들이었다. 그들로서는 나귀들의 고통을 헤아릴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해가 뜨면 길 위의 눈이 녹는다. 그러나 해가 지면 진창길이 얼어 면도날처럼 뾰족해지고 발에 밟혀 부서진다. 많은 티베트인들은 새끼줄 같은 걸로 발을 감싸 얼어붙은 진창의 날카로운 날로부터 보호한다.
나는 이 작은 나귀들이 호리한 다리로 끔찍하게 많은 짐들을 나르는 걸 보고 감탄했다. 놈들은 거의 자기 몸만큼의 무게가 나가는 짐을 지고 낑낑거리며 가파른 산길을 올라갔다.
어느 날 아침, 노새 중 한 마리가 갑자기 발길질을 해댔다. 놈은 더 이상 짐을 나르길 원치 않았다. 우리가 짐을 올려놓기만 하면 허공에 뒷발질을 해댔다. 하지만 곧 사태는 수습되었다. 마부가 노새의 뒷발과 앞발을 가지런히 밧줄로 묶었다. 노새가 다시 발길질을 하자 땅바닥에 코를 박고 넘어졌다. 놈은 더 이상 발길질을 하지 못했고, 우리는 계속 여행을 하였다. 확실히 이런 비법은 종종 사용되는 거 같았다.
구불구불 가파른 히말라야 산길을 올라 이틀 만에 우리는 만년설이 덮인 나툴라령 꼭대기에 도착했다. 그곳은 산림선 위 2천 피트, 해발 1만 6천 피트였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장관이었다. 저 멀리 눈이 닿는 곳까지 눈 덮인 거대한 히말라야의 장엄한 봉우리들이 하얗게 펼쳐져 있었다.
나는 위로 저 멀리 하늘을 올려다보고, 아래로 춤비 협곡을 내려다보았다. 이곳은 낯선 땅이었다. 외부 세계에서 볼 때 이곳은 신기한 세계이고, 이곳에서 볼 때 외부 세계가 신기한 곳이었다. 그곳은 꿈의 땅이었다. 저 아래 협곡으로 내려가면 내 인생의 긴 소망의 성취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자 그 장엄한 광경에 심장이 박동 쳤다.
춤비 협곡을 향해 내려가자 산허리가 핑크색, 붉은 색, 자색, 흰색 등 울긋불긋 만개한 진달래꽃으로 덮여 있었다. 해발 1만 1천 피트의 녹색 협곡의 바닥은 온갖 색깔의 야생화들로 덮여 있었다. 여기 저기 붉은 지붕의 티베트 집들이 보였다. 그 집들은 녹색, 적색, 갈색의 경작지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사이를 아모추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수로를 통해 그 물길을 농지로 끌어 대고 있었다. 나는 세계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이 절경을 바라보며 넋을 잃고 서 있었다. 그때 안개 속에 휩싸인 채 산허리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신비로운 티베트 사원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잊혀진 고대의 지식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신비 학원이었다. 그것은 몇 시간이고 아무리 보아도 싫증날 것 같이 않은 마법의 양탄자 같은 절경이었다.
그날 밤 우리는 산비탈의 한 오막에서 편히 쉬었다. 내일은 야퉁으로 내려가게 될 예정이었다. 우리가 막 넘어온 나툴라령은 우리를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시켰다. 이제 우리는 세계의 지붕에 있는 신비의 땅, 금단의 땅에 들어선 것이다. 구하면 얻으리라는 말은 진실이다. 어떤 사람은 그림 같은 절경, 깎아지른 비경, 위험한 스릴를 구한다. 그러나 나는 풍경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영원한 것을 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것을 발견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막 안에 우리는 불을 지폈다. 나는 그 앞에 앉아 내일 일을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음에 틀림없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 새 불이 약해져 있었다.
나는 촛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모닥불의 붉은 잔화가 희미해져가고 있을 때 나는 몽상에서 퍼뜩 깨었다. 내 잠자리 곁에 한 형체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나는 하인이 뭘 가지러 왔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왜 왔어?"
아무 대답도 없었다. 내가 다시 그 형체를 쳐다보았다. 그것은 라마의 법복을 입은 한 사람이었다. 소름이 전신에 쫙 퍼졌다.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존재는 아주 잘 생긴 몽고인 타입으로, 높은 이마, 꿰뚫을 듯한 두 눈, 해처럼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미간 사이가 넓고 얼굴은 미남형이었다. 그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 없었다. 그가 마치 나를 알고 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서서히 그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나는 환시를 본다거나 뭔가 공상하는 버릇이 없었다. 나는 탐구심이 아주 강했다. 나는 충분한 숙고를 하지 않고는 아무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것은 실제로 어떤 존재가 나를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 내일이 되면 뭔가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야퉁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칼림퐁에서 본 나의 친구를 다시 만났다. 나는 그를 친구라고 불렀지만 사실상 내게 있어서 그는 친구 이상의 존재, 스승이었다. 나는 그에게 나의 경험에 대해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오늘밤은 여기서 쉬어. 내일 너를 알고 있는 사람과 만나게 될 거야." 나는 그의 말이 의아스러웠다. 왜냐하면 이 금단의 땅에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이 되었다. 나는 내가 만나게 될 사람에 대해 깊은 흥미가 느껴졌다. 우리는 단 둘이서만 출발했다. 내가 물었다. "그 사람을 만나려면 얼마나 가야죠?"
그가 협곡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이 링마탕이야. 거기에 너를 만나보기 원하는 대사가 주석하고 있어. 그분은 너를 알고 있어. 그는 사원에 살고 있지만 이미 오래 전에 종교적 신조, 도그마, 의식儀式 등을 초월했어. 그곳이 편하니까 그냥 머물고 있어. 그는 모든 라마들로부터 존경 받는 분이야. 사실상 나라 전체에서 위대한 마스터로 여기고 있지. 그러나 그분은 네게 필요한 것이 마스터가 아니라고 말씀하실 거야. 왜냐하면 가장 위대한 것은 너의 내면속에 있기 때문이지. 너의 내면속에서만 너는 네가 구하는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발견할 수 있어."
말을 마치자 그가 침묵에 잠겼다. 우리가 그 사원에 도착할 때까지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원은 산허리에 교묘하게 위치해 있었다. 바로 앞에 당도할 때까지 사원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정말 신기한 광경이었다. 사원은 어느 순간 불쑥 우리 앞에 나타났다. 나는 산비탈에 어떻게 저런 거대한 석조건물이 지어졌는지 의아스러웠다.
나는 잠시 동안 내 앞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깊은 상념에 젖은 채 서 있었다. 커다란 바위 계단을 오른 뒤 우리는 사원의 거대한 문 앞에 이르렀다. 그 문의 높이는 적어도 30피트는 되었다. 육중한 문이 조용히 열렸다. 마치 돌쩌귀가 볼베어링으로 되어 있는 것 같았다.
틀림없이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며 보고 있었음에 틀림없었다. 왜냐하면 바로 우리 앞에 예닐곱 명의 라마들이 마중 나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라마들의 안내를 받은 우리는 몇 개의 홀들을 거치고 굽은 통로를 지나 마침내 한 금문 앞에 이르렀다. 문 옆에는 금술이 달린 기다란 능라가 드리워져 있었다. 한 라마가 금술을 잡아당기자 안에서 징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문이 열리자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 내 앞에 위대한 게쉬 린포체가 서 있었다. 그 얼굴은 내가 이틀 전에 오막에서 보았던 바로 그 얼굴이었다. 나는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 만남은 내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나는 그 순간 내가 위대한 신비의 언저리에 와 있음을 깨달았다. 그가 나를 형제처럼 환영해 주었다. 즉각적으로 따스한 온기가 나의 온 몸을 감쌌다. 나는 이런 파장을 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 아주 오래 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아마 7,8년은 되었음에 틀림없다.
나는 너무도 행복했다. 우리는 나의 여행에 대해, 그리고 내가 떠나 온 세상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그는 온 세계를 여행했었고, 수개국어를 할 줄 알았다.
음식이 미리 준비돼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얘기를 나중으로 미루었다. 나는 편안한 숙소로 안내 되었다. 그가 내게 지금 휴식이 필요하니 내일 다시 함께 얘기하자고 말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나는 전에 없이 단 잠에 곯아 떨어졌다.
다음 날 아침 나의 스승, 게쉬 린포체,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천천히 야생화들 사이를 거닐었다. 우리는 개울 옆의 한적한 장소에 이르렀다. 개울물이 부드럽게 매끄러운 바위 위를 넘실거리고 있었다. 바위는 오랜 세월에 걸쳐 흐른 개울물에 의해 반질반질해져 있었다. 공기가 알싸했다. 게쉬 린포체가 오막 속에서 내게 나타났던 일에 대해 말했다. "음, 너도 알다시피 이런 대기 속에서는 아스트랄 투사가 무척 쉽지."
"예." 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때가 처음 저를 찾아온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요. 동일한 파장을 수년 동안 느껴왔어요. 이제 이해가 되는군요."
나의 말은 유창했다. 왜냐하면 완전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말했다.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어째서 이 사역을 위해 제가 선택되었나 하는 겁니다."
그가 대답했다. "아들아, 그 사역을 위해 너는 태어난 거야." 그가 언제까지라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많은 경우 우리의 소망이 창조주의 의지와 일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그러면 하늘과 땅의 모든 힘들이 그 의지를 실현시키기 위해 작동하게 되지. 어떤 고급한 힘이 너를 지금 이곳으로 데려오도록 계획한 거야."
그가 잠시 동안 침묵했다가 입을 열었다. "네가 이곳으로 오려고 계획했니?"
내가 대답했다. "어떤 사람들은 환생이 진리라고 믿습니다."
"아," 그가 말했다. "너는 다른 사람이 네게 한 말, 책에서 읽은 것을 받아들이고 있어. 하지만 너는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모르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아! 오로지 하나의 생명만이 존재해. 그 생명은 나뉘지 않아. 네 안에 있는 생명과 내 안에 있는 생명은 동일한 하나의 생명이야. 거기에는 분리라는 것은 없어. 그것은 하나야. 몸속의 이 생명은 몸 밖의 생명과 동일한 거야. 전체 생명은 너와 나 속에서 분리될 수 없어.
"심지어 네가 보고 있는 것, 그리고 느끼고 있는 것 속에도 분리는 있을 수 없어. 너는 물질세계에 '물질'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고 있어. 하지만 너는 그것이 무언지 아니?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할 때 그것은 다른 것으로 바뀌어버리지. 또 그 바뀐 것을 알려고 노력할 때 그것은 다시 또 다른 것으로 변해버려. 계속 이런 식이야. 종국이라는 것은 없어.
무한 속에 끝은 없어. 마음은 결코 진리를 알 수 없어. 왜냐하면 진리는 마음을 넘어서 있기 때문이야. 마음은 진리에 대한 관념, 진리에 대한 이미지, 진리에 대한 신조만을 만들 수 있을 뿐이야. 그러나 그것은 진리 그 자체는 아니야. 그러므로 너는 진리가 무엇인지 결코 알 수 없어. 너는 오로지 너의 내면속에서만 진리를 발견할 수 있어."
내가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진리에 대해 설하고 있는 많은 책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 책들을 쓴 사람들은 단지 자신들이 모르는 것을 찾아 탐구하고 있을 뿐임을 이제 알겠네요.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관념, 단어들뿐입니다. 그것들은 더 많은 관념과 단어들을 끝없이 계속 양산할 뿐입니다."
"그래, 아들아." 그가 말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 그것은 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지. 다른 것들도 비슷해."
그가 계속 말했다. "하지만 너의 사역은 관념이 무엇인지, 이미지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거야. 그리고 마음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은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거야. 하지만 너는 우선 하나의 관념을 가져야만 해. 그런 연후에 그 관념이 무엇인지 이해해야만 해. 네 속에는 관념들로 가득 차 있어. 너는 그것들을 진리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나 마음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은 진리가 아니야. 왜냐하면 진리는 구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너는 이 말을 듣고 또 듣게 될 거야."
"예." 내가 말했다. "이제 알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관념들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함부로 비난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그가 계속 말했다. "하나의 관념이나 이미지가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네가 잘 알고 있다 해도, 진리에 대한 어떤 관념이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너를 비난할 사람들이 있을 거야. 하지만 진리는 어떤 관념이나 이미지가 아니야. 그것들은 심적인 창조물들이야. 하지만 진리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야. 진리는 모든 창조물들 배후에 있는 창조성이야. 만들어지는 것은 진리가 아니야. 오로지 창조되지 않는 존재만이 창조적이야. 그것이 진리야.
마스터 예수는 이렇게 말했어. "나는 진리요 생명이다." 그것은 너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야. 왜냐하면 전체 속의 하나, 하나 속의 전체만이 존재하기 때문이지."
그가 막 말을 마치자 라마들의 기도 시간을 알리는 총가(의식용 나팔) 소리가 울렸다.
내가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 모든 형식과 의식儀式이 필요 없다고 보십니까?"
"아니야." 그가 대답했다. "만일 내가 그것을 비난한다면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어. 하지만 이제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때문에 더 이상 의식에 참여하지 않아. 기독교에도 형식과 의식이 존재해. 조금 다를지언정 그것들은 모두 유사한 거야.
"의식儀式은 정신적인 것이지 영적인 것은 아니야. 그것을 수행하는 방법은 다를 수 있어. 하지만 그것은 모두 마음에 속한 거야. 이것을 너는 반드시 이해해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너는 결코 자유를 얻을 수 없어. 만일 네가 그것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면 너는 여전히 그것에 의해 속박 당하게 돼. 네가 그것을 믿든 그렇지 않든 말이야. 영성은 의식儀式의 반복이 아니라 사랑, 지혜, 힘의 고요한 표현이야.
"자, 이제 우리 들어가서 의식에 참여해 보자. 네가 그것을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러면 너는 모든 종교들이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표현은 다를 수 있어. 영창靈唱도 다를 수 있지. 하지만 마음이 하나의 관념을 따르고 있어. 그것이 전부야. 그러나 그것은 너를 자유롭게 하는 진리가 아니야. 너는 마음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 지, 그것들이 어떻게 어디에서 생겨나게 되었는지 이해했을 때만 자유를 얻을 수 있어.
"어째서 어떤 사람은 불교를 믿고, 어떤 사람은 기독교를 믿고, 어떤 사람은 이슬람교를 믿고, 또 어떤 사람은 무신론자일까? 그들은 근본적으로 모두 동일한 것이 아닐까? 종교는 각기 다를 수 있어. 하지만 그들은 모두 하나의 관념을 따르고 있어. 이것은 무신론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야. 어떤 종교를 믿거나 믿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야. 그것은 모두 마음에 속한 것이지. 그렇지 않니? 그것은 단지 관념들의 갈등에 불과해."
총가 소리가 계속 길게 울렸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징 소리 같았다.
"자," 그가 말했다. "기독교인들은 총가 대신 종으로 기도 시간을 알리지."
우리는 커다란 법당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라마들이 연화좌로 앉아서 "옴 마니 반메 훔"을 영창하고 있었다. "그것은 연꽃 속의 보옥이여!"라는 의미이다. 한 쪽 승려들이 "훔"하고 끝내면 다른 쪽 승려들이 "옴"하고 시작했다. 그렇게 영창은 계속 이어져 법당의 거대한 기둥이 울릴 정도였다. 사이사이에 커다란 징이 울렸다. 그 무거운 징소리가 진동하며 수많은 작은 종소리들과 섞였고, 라마들의 목소리는 더욱 더 커져갔다.
그 소리가 뇌를 통해 울리자 그 파장이 나를 깊은 무아경 속으로 이끌었다. "옴 마니 반메 훔"을 반복함으로써 어떻게 일부 라마들이 금욕고행자가 되는지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자기 최면이었다.
예불이 끝난 후 영창 소리, 징과 총가 소리가 내게 굉장한 영향을 주더라고 말했더니 나의 스승이 이렇게 말했다. "맞아. 라마들은 소리의 힘을 알고 있어. 하지만 그들이 그 소리의 원천을 안다면 세계를 지배할 수도 있을 거야. 너도 알다시피 대령大靈만이 소리를 가지고 있어." 이것이 그가 입을 열어 말한 첫 말이었다.
"자, 가서 우리 초기 거장들과 근대 거장들의 음악을 즐겨보자꾸나." 린포체가 말했다. 린포체가 나의 긴장을 풀어주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날은 내게 있어서 경이로운 날이었고, 보고 들은 많은 것들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위대한 마스터들이 그렇듯, 대사는 자신의 제자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우리는 대사의 내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완벽한 소리를 내는 훌륭한 축음기가 있었다. 우리는 가벼운 음식을 나누며 베토벤, 바그너, 그리그, 모차르트, 바하, 멘델스존, 쇼팽 등 거장들의 음악을 들었다. 음악을 들은 후 우리는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나는 내 마음을 관하기 시작했다. 나는 의식의 표면 위로 떠오르는 것들을 초연하게 주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마음을 구성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침묵만이 남았다. 그것은 내게 익숙한 그런 침묵이 아니었다. 그것은 관념과 이미지의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운 마음으로부터 나온 고요였다. 그리고 그 고요 속에서 나는 실재에 대한 느낌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 순간 속에 영원이 있었다. 그것의 표현인 그 모든 힘과 영광은 바로 '지금' 존재했다.
지혜와 사랑과 힘의 이 놀라운 원천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상념이 흘렀고, 그것을 놓쳐 버렸다.
나는 그 순간을 다시 잡으려고 애썼지만 그것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그것은 하나의 경험, 하나의 기억에 불과했다. 그것은 이미 과거가 되었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 순간 속에 영원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나는, 순간에서 순간으로 사는 것이 살아있는 진리라는 것을, 그리고 만물의 하나 됨이 지금 여기에 존재함을 알지 못했다. 거기에는 시작도 끝도 없었다. 이것을 인식하게 되자 나는 더 이상 분리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전체와 하나 되었다. 창조주와 그의 피조물이 나와 함께 하나가 되었다.
말로는 이 존재의 상태를 설명할 수도 드러낼 수도 없다. 그것은 지금 그리고 영원히 나의 것이었다. 나는 만족했다. 탐구는 끝났다. 이제 나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었다. 나는 내 자신의 외부에 있는 것으로는 결코 그것을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내 힘으로 그것을 깨달아야만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날 나머지 시간 동안 내 숙소에 머물렀다. 저녁에 나는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마치 무거운 짐을 벗어던진 듯했다. 나는 영원의 순간 속에 살았다. 나는 더 이상 갈구하지 않았다. 나의 갈망은 그쳤다. 나는 자유로웠다.
밖으로 나왔다. 하늘은 맑았다. 검푸른 천개天蓋 속에 수천 개의 별들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며 산과 계곡을 뚜렷하게 비춰 주고 있었다. 거대한 설산 뒤로 서서히 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색색의 빛살이 아름답게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일출과 함께 반짝이는 별들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검푸른 천개가 서서히 밝은 청색으로 바뀌어갔다. 하늘이 무지갯빛으로 차례로 반사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연홍색 빛살, 그다음에는 적색과 분홍색 빛살이 나타나더니 서로 섞이면서 온 사방으로 퍼져갔고, 푸른 하늘을 뚫고 솟아있는 눈 덮인 산들에 반사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산 그림자들이 계곡 아래로 사라져갔다.
태양의 첫 햇살이 나타나 사원의 문들에 부딪힐 무렵 라마들의 '옴마니반메훔' 영창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계곡 아래로 메아리 치고 있었다. 미풍을 타고 향 내음이 허공에 맴돌았다. 그 후 내가 받은 온갖 인상들에도 불구하고 이때의 모습은 나의 오감에 지워지지 않는 그림으로 새겨지고 있다.
지금도 나의 마음속에는 그때의 황홀한 장면과 느낌이 생생히 떠오른다. 세차게 달리는 강물 소리, 커다란 징 소리, 총가들의 소리, 라마들의 영창 소리, 매혹적인 향 내음. 그렇다. 그것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나는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몸을 돌리니 나의 스승이 내 바로 뒤에 있었다. 그 역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장관을 즐기고 있군."
"예." 내가 말했다. "이 분위기 속에 있으니까 전혀 다른 기분이 듭니다."
"그래." 그가 말했다. "모든 상념은 육체의 원자와 세포 속에 상이한 움직임을 만들어내지. 그렇기 때문에 얼굴의 근육들은 염파의 표현을 드러내게 돼. 얘야, 내가 보니 너는 더 젊어졌어. 너의 심장박동과 호흡이 이미 너의 조직 속에 일어난 변화를 보여주고 있어. 원인과 결과는 하나야."
나는 주의 깊게 그의 말을 들었다. 그가 말하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중요했다. 나는 그가 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 아들아, 신성한 창조는 영원한 현재, 지성적 에너지가 변화 되어 형체를 입은 거야. 그것은 신성한 마음으로부터 방사되어 나왔어. 그리고 너의 수용 능력에 맞추어 보다 위대한 빛으로 변화되게 되지. 진동은 창조의 열쇠야. 리드미컬한 원자들의 조직이 형상을 입는 것을 우리는 볼 수 있어.
"그것이 몸과 마음의 건강과 힘을 유지하지. 그것의 자력적 인력과 고유한 지성적 작용은 보다 높은 목적에 사용될 수 있어. 그것은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위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지. 그 지성적 작용은 한 개인 속에서 현현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초월하여 지구 전체를 감싸고 있어.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신성한 법칙에 따라 우리는 신성의 미를 우리 자신의 혼속에 반영하게 되지. 우리의 후손들은 태초에 존재하였던 말씀, 전 인류 속에 내재하는 신의 그리스도에 의해 우리를 창조한 신성의 본성을 더욱 잘 표현하게 될 거야."
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그가 목소리 톤을 낮추어 말했다. "조만간 게쉬 린포체는 육신을 떠나게 될 거야. 그 때문에 우리는 네가 그와 만나기를 바라고 있는 거야. 육신을 지니고 있을 때 말이야. 그는 비교적 젊게 보이지. 하지만 그는 2백년도 넘게 이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일해 왔어. 그가 여기로 오고 있군." 내가 그를 보았을 때 그는 50살이 넘어 보이지 않았다. 그의 존재 자체가 내게 새로운 활력을 주었다.
그는 우리가 하는 말을 감지했음에 틀림없었다. 그가 이렇게 단언하듯 말했기 때문이다. "그래. 만물을 창조한 지성은 항상 현존해. 우리가 그것의 진정한 표현을 위해 자기 자신을 준비할 때 우리는 이제까지 희미하게만 상상해왔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지."
그가 계속 말했다. "전 우주를 통하여 활동하고 있는 동일한 지성이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활동하고 있어. 그 표현을 막는 유일한 것은 인간 그 자신이야. 하지만 인간에게는 상상을 초월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존재해. 인간은 그것이 현현할 수 있는 초점이야. 편재하는 전지의 계시를 기다리고 있는 그 전능한 존재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우리가 육신을 떠나도 생명은 끝나지 않아. 몸 안의 생명과 우주 안의 전체 생명 사이에는 분리라는 건 없어. 그것은 하나야. 이른바 죽음이라는 것도 그것을 나누거나 분리시킬 수 없지." 깊은 고요가 흘렀다. 우리는 모두 그 고요함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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