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3장 영혼의 힐러, 맥도날드 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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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춤비 협곡의 푸른 벌판을 내려다보니 많은 야크들이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그들은 아침 안개 속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슬이 매달려 있는 풀이 더 맛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방이긴 하지만 내게 있어서 그것은 익숙한 풍경이었다.

나는 스코틀랜드의 하일랜드에서 이른 아침 안개 속에서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걸 보고는 했다. 때로는 야생 사슴이 언덕으로부터 내려와 푸른 초장에서 풀을 뜯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는 먼저 야생 사슴이 왔는지 살펴보고는 했다. 이곳의 풍경도 흡사했다. 털북숭이 머리를 한 야크는 하일랜드의 소들과 다르지 않았다. 차이점이라면 야크는 목과 어깨가 만나는 곳에 혹이 있다는 것뿐이었다.

내가 물었다. "이 모든 야크들은 누구 소유죠? 어제 밤에는 저기에 없던데."

"저기 강변을 봐." 린포체가 대답했다. "거대한 모직 포대더미가 보이지. 저것은 4백여 마리의 야크 행렬이야. 인도로 티베트 양모를 운반하는 거지. 이곳에서는 아주 흔한 풍경이야. 야크들이 아침을 먹으면 몰이꾼이 와서 한데 모은 다음 짐을 싣지. 그리고는 다음 날 고개를 넘어가게 되지. 아래로 내려가 보자구.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우리는 협곡 바닥으로 내려갔다. 거기에는 족히 8백여 개는 됨직한 티베트 양모 포대가 있었다. 야크 한 마리당 안장 양쪽에 두 개의 포대를 날랐다. 티베트 양모는 촉감이 좋아서 인도에서 인기가 많았다.

"야크는 아주 흥미로운 짐승이야." 린포체가 말했다. "야크는 티베트인들의 모든 필요를 공급해주지. 머리털은 짜서 유목민이 사는 커다란 텐트로 쓰이지. 가죽은 장화와 신발 만드는데 사용되고 고기는 식용으로 쓰이지. 그리고 풍부한 버터와 우유를 공급해 주지. 또 많은 양의 버터가 램프에도 사용돼. 특히 사원에서 어떤 램프들은 계속 불을 밝혀두거든.

"야크 똥은 모아서 불을 지펴 음식을 만들고 집안 난방에 사용돼. 야크는 또 밭을 가는데도 이용돼. 뿐만 아니라 티베트인들의 온갖 생필품들을 등에 실어 운반해 주기도 하지. 이렇게 보듯이 야크는 티베트에서 가장 유용한 짐승이야. 평원에는 수백 마리씩 야생으로 돌아다니지.

"티베트에는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협곡들이 있고 사람이 사는 협곡들도 있어. 그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라. 그들 역시 외부 세계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지. 그들은 거대한 산맥에 둘러싸여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 있어. 그들은 바깥 세계에 대해 알려고 거의 애쓰지 않아.

"그 고립된 지역들 속을 여행하면서 나는 본Bon 숭배가 아직도 행해지고 있는 한 사원을 만났어. 아주 드물긴 하지만 인신공양이 행해지기도 했어. 라마들이 이 악마숭배를 티베트에서 거의 몰아내었지. 비록 종교적인 도그마와 미신에 빠져 있긴 하지만 라마들은 적어도 이 나라에 한 가지 진정한 공헌을 한 셈이지."

"예." 내가 말했다. "라마교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요. 외부 세계에서는 라마들에 대해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라마교에 대한 기괴한 얘기들이 돌아다니고 있지요."

"맞아." 린포체가 말했다. "도그마와 미신이 절정에 달한 곳에는 사람들 사이에 무지와 가난이 판을 치지. 그것은 분명 진보에 커다란 장애야. 종교적인 미신에 빠져 있는 곳의 사람들은 가난해. 왜냐하면 그들은 착취를 당하기 때문이지. 무지에 빠져 있는 한 그들은 미신과 두려움을 통하여 지배를 받게 되지. 하지만 그것도 빠른 속도로 끝나가고 있어.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오지에 있는 나라인 이곳 티베트에서조차 스스로의 힘으로 사물을 생각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어.

"티베트에는 3천 개 이상의 사원들이 있다는 걸 아나? 그중 가장 큰 사원은 라사 인근에 위치한 드레풍 사원이야. 그곳에는 9천명이 넘는 라마들이 거주하고 있어. 이 라마사원들은 마치 도시 같아. 그곳들은 완전히 자급자족이야. 두 번째로 큰 사원은 세아라 사원이야. 드레풍 사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8천 명이 넘는 라마들이 있어.

"라사 밖에는 간덴 사원이 있는데, 거기에는 5천 명이 넘는 라마들이 있어. 그곳은 티베트 학문의 중심지로, 가장 뛰어난 학승들이 모여 있지. 나도 그 사원에서 몇 년 동안 가르친 적이 있어."

"흥미롭군요." 내가 말했다. "거기서는 무얼 가르치지요?"

"철학, 신비주의, 마법, 점성학, 고대 문학, 형이상학, 의술 등을 가르치지. 거기에는 마법사들뿐만 아니라 티베트에서 가장 위대한 학자, 신비가들이 있어. 너를 그들 중 몇몇과 만나게 할 작정이야.

"티베트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은 삼예 사원이야. 수백 년 전에 파드마 삼바바라는 마법사 라마에 의해 창설되었지. 전설에 의하면 그가 인근 말그로 호수의 정령들을 부려 엄청난 양의 금과 보석들을 가져오게 한 뒤 그것들을 거대한 석실에 감추었다고 해. 사원은 바로 그 석실 위에 세워졌지. 그렇게 해서 수백 년 동안 엄청난 양의 금과 보석들이 사람의 손에 닿지 않고 보관돼 온 거지.

"내 생각에는 파드마 삼바바가 라마들을 시켜 인근 산과 호수에서 금과 보석들을 캐내고 찾아내게 한 거 같아. 왜냐하면 이 지역은 티베트 전체에서 자원이 가장 풍성하기 때문이야. 금이나 보석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들을 사원으로 가져가야만 했어. 그것들을 사적으로 보관하는 것은 신성모독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지. 이제 알겠지, 사원들이 왜 이렇게 부유하고 백성들은 가난한지.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지시를 받지. 오직 소수의 사람들만이 스스로 생각할 줄 알고, 자유를 얻었지."

"그것은 서양도 거의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말했다.

"그래." 그가 단언했다. "사람들은 거짓 속에서 살면서 진리를 구하고 있어. 그러나 그들이 거짓을 인식할 때까지 거짓은 계속 남아 있을 거야. 그들이 거짓을 알아볼 때 비로소 거짓은 사라지게 돼. 거짓은 결코 진리를 내포할 수 없어. 무지는 결코 이해를 포함할 수 없어."

린포체가 영적인 고양감 속에 잠기고 있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질문을 하여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앉아서 이 지혜와 진리로 가득한 연륜 깊은 현자의 말에 귀 기울였다. 나는 실재에 대한 깊은 탐구욕으로 충만했다. 듣고 있으려니 그의 말이 나에게 어떤 변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거짓을 볼 수 없어." 그가 말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것에 갇혀 있기 때문이지. 그들은 선입견, 신조, 타인의 말에 의해 조건화 돼 있어. 그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식별하는 창조적 능력을 발현하지 못해. 거짓에 대한 유일한 진리는 그것이 거짓이라는 거야. 그들은 그것을 이해하고, 자신들이 어떻게 그것에 갇히게 되었는지 알 때까지 그것에 갇혀있게 될 거야."

이제 그는 스승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들아, 네가 그점을 명징하게 인식하기를 바란다." 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진리를 보기를 소망하면서도 거짓에 붙잡힐 거야. 하지만 그런 상태로는 진리를 보는 것은 불가능해."

"먼저," 그가 말했다. "너는 어떻게 해서 뭔가를 믿게 되었는지 인식해야만 해. 그러면 너는 다른 신조나 관념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서 적대적이 되었는지 깨닫게 돼. 만일 네가 너 자신의 견해에 의해 조건화 된 상태로 여기 온다면 너는 그 조건을 통해서만 볼 수 있어. 그러나 네가 네 자신의 조건으로부터 자유롭다면 너는 우리가 자유롭다는 것을 볼 수 있어.

그렇게 되면 너는 모든 형식, 국적, 종교, 교리를 벗어던지고 내가 너를 보듯이 나를 볼 수 있어. 그러면 우리는, 우리가 창조주의 이미지로 창조되었다는 것을 서로 알게 돼. 그리고 우리가 동일한 질료, 동일한 생명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내면에 하나의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왜냐하면 거기에는 어떤 분리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지. 신의 본성은 무한이야. 신만이 존재해. 그 밖의 것은 아무 것도 없어. 이것이 우리의 존재야."

나는 탄성을 자아냈다. 왜냐하면 여기에 인류의 형제애, 신의 부성父性에 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것을 그토록 간단한 말 몇 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분위기를 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천사 같은 표정이었다. 마치 대천사가 그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몰랐다. 생명의 내적인 비밀을 알고 있는 그를 통해서. 그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어조로 계속 말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낭랑하게 울려왔다.

"사람들은 특정 종교, 국적, 이데올로기의 그룹을 조직하고 그 속에 들어가지. 그리고는 자신들이 진리를 대변한다고 믿어. 그러면서 서로 다퉈. 다투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서로를 죽이지. 그 속에 무슨 진리가 있지?"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없어요." 하지만 혀가 말을 듣지 않았다. 내 안의 깊은 느낌이 표면으로 올라왔다. 뭔가가 나로 하여금 단 한 마디도 말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너는 이해하지 못할까봐 두려워하고 있어. 그래서 너는 가이드를 원해. 너는 신조를 원해.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너는 더욱 갈등 속에 갇히게 돼. 너는 갈등 속에 있기 때문에 두려운 거야. 너는 하나의 이상理想을 원해. 너의 두려움을 볼 수 있도록 말이야. 하지만 그것은 이해하지 않고 너의 두려움을 덮어두는 것에 불과해. 너의 두려움을 이해할 때 너는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게 되고, 갈등은 사라지게 되는 거야.

"너의 이상과 두려움은 너의 마음을 이루고 있어. 마음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실재가 아니야. 너의 이상과 두려움은 진리 속에 기반을 가지고 있지 않아.

"진리는 마음속에서 구성되는 것이 아니야. 진리는 존재할 뿐이야! 너는 그것을 구성할 수 없어! 구성된 것은 진리가 아니야!

"사람, 관념, 사물 등과의 관계를 식별할 때 너는 거짓을 알 수 있어. 거기 적대감, 두려움, 욕망, 선입견, 갈등이 없다면 관계는 존재할 수 없어. 마음이 갈등 속에서 원망하고 저항하고 비난하는 한, 이해도 관계도 있을 수 없어. 이해하기를 원한다면 너는 비난해서는 안 돼.

"네가 거짓을 본다면 너는 알 수 있어. 너는 더 이상 그것의 일부가 되지 않아. 그때 진리는 현현하게 돼. 그것은 항상 존재하고 있어. 그것은 실재이고 영원이야. 그것은 항상 순간순간 존재해. 그것은 결코 변하지 않아. 하나의 관념에서 다른 관념으로 바꾸는 것은 너의 마음일 뿐이야. 믿음이 무엇인지, 관념이 무엇인지 인식할 때 마음은 자유롭게 돼. 그리고 그 자유 속에서 실재가 현현하지.

"마음은 비난, 원망, 회피, 수용, 저항 등을 통해 둔탁하게 돼.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해. 모든 조건으로부터 자유로운 너의 관계 속에서만 해방이 존재해. 그 해방 속에 평화가 있고, 그 평화 속에 사랑이 있어. 호불호로 가득하다면 너는 너 자신의 조건을 투사하고 있는 것에 불과해."

나는 진리가 어떻게 존재하는 지 잠시 동안 생각했다. 왜냐하면 타인은 우리가 자신을 볼 수 있는 하나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티베트를 여행하면서 너는 좋고 싫은 것들을 보게 될 거야." 그가 말했다. "하지만 불쾌감이 너를 혼란시킨다면 너는 저항하고 있는 거야. 너는 자유롭지 못해. 사랑이 있을 때 우리는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게 되지. 그 사실들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지 않아. 나는 알아, 네가 이 사랑의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지 않다면 너는 이곳에 있을 수 없어.

"어떤 사람들은 만트라를 반복해 외우지. 하지만 그것은 가슴을 채울 수 없어. 반대로 그것은 가슴을 텅 비게 만들지. 가슴은 마음이 망상을 떨지 않을 때만 가득 채워질 수 있어. 마음이 대립, 관념, 선입견 등으로 속박돼 있지 않을 때만 가슴은 사랑으로 생생히 살아 있을 수 있어.

"그때 비로소 우리는 서로 손을 맞잡는 것 속에 따스한 온기와 풍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사랑은 영원 속에서 완벽해. 사랑은 저항과 대립을 몰라. 너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돼. 왜냐하면 너는 영원한 사랑으로 충만하기 때문이야. 신은 사랑이고 신만이 존재하고 있어. 신을 가리고 있는 것은 마음의 망상이야. 아들아, 이제 너로부터 거짓이 떨어져 나가고 있구나. 이사야서 65장 17절에 이런 구절이 있지. '보라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나니 이전 것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생각나지 아니할 것이라.'"

이 마지막 말과 함께 그가 눈을 떴다. 그의 시선이 아득히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머지않아 육신을 자신이 온 원질 속으로 용해시킬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진실로 신의 마음속에 거하고 있었다. 그의 영은 모든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웠다. 그에게는 영적, 물질적 갈망이 더 이상 없었다. 그는 자신이 생명이고 '존재'를 발견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일어서더니 법복을 챙기고는 자리를 떴다. 나는 그날 나머지 시간동안 홀로 남겨졌다. 린포체와 나의 스승은 일부러 나를 혼자 두었다. 그것은 내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하려는 의도임을 나는 알았다. 몇 번인가 내가 어떤 질문을 하려고 하면 공허한 표정의 반응을 받곤 했다.

지금 나는 그 질문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내게 아주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하는 습관이 있다. 사람들이 내게 많은 질문들을 쏟아 부을 때 대답을 하지 않으면 무례하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의도는 전혀 없다. 오로지 깊은 사랑만이 가슴을 지배한다. 대답은 단지 또 하나의 이미지만을 더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아마 당신도 이해할 것이다. 만일 어떤 대답을 해주면 또 다른 관념만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것은, 마음이 스스로 지어낸 허구, 신조, 편견,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돕기는커녕 방해만 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사실이다. 사실은 믿음이 아니고, 믿음이 사실은 아니다. 사실을 믿지 않고, 사실을 사실대로 볼 때, 비로소 이해라는 것이 가능하다.

과학적인 질문에는 대답이 가능하다. 최소한 사실을 발견하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다. 그러나 사실에 대한 믿음은 사실 그 자체가 아니다. 왜냐하면 사실에 대한 믿음은 결코 사실을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분명히 이해하게 되자 나는 질문하기를 그쳤다.

몇 시간 동안 앉아 있었음에 틀림없었다. 나는 마음을 텅 비웠다. 나는 상념들을 스크린 위의 영상처럼 아주 초연하게 바라보았다. 이제 나는 나의 마음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판단도 칭찬도 비난도 하지 않았다. 나는 마치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보는 것처럼 나의 마음을 관했다.

그러자 그동안 집착하고 있던 관념들이 마음의 깊은 층들에서 하나씩 빠르게 풀어져나갔다. 이제 나는 나의 마음이 어디서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그것은 오랜 습관의 결과였다. 무수한 인상, 관념, 편견 등. 그것들 대부분은 자기 자신의 조건과 거짓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의견, 주장, 진술 등으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그것들은 우리로 하여금 유일자의 진리를 보는 것을 막는다. 유일자 속에는 분리는 없다. 나는 내가 어떻게 그것들을 아무런 의심이나 시험 없이 받아들였는지도 볼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나는 조건화되었던 것이다.

나는 이제 아무런 비난도 없이 영향도 받지 않은 채 거짓 속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나는 그것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들에 둘러싸여 산다 해도 다시는 결코 그것에 갇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깨어 있는 의식을 가지고 타인의 의견에 의문을 제기해야만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는 빛의 속도로 그들의 진술들을 탐사했다. 그리고 그들이 단지 모방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단지 앵무새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으로 충분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내 자신의 상념-느낌-반응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이 어디로 왜 어떤 힘에 의해 움직여 가고 있는지 인식해야만 한다. 그것의 배후 동기는 무엇인가?

이제 나는 내 마음 속에 무엇이 있는 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어디에서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명징하게 봄으로써 나는 그것의 속박하는 영향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이제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내 스승의 말이 아주 분명하게 내게 다가왔다. 이제 나는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리 중요한 게 아니야!"

내 홀로 가야만 하는 이 길에 서광이 비치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내게 진리를 드러내 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홀로 발견해야만 한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관념이 아니라 내 자신의 것이다. 타인의 진리는 결코 나의 진리일 수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단지 하나의 관념, 하나의 신조에 불과하고 나는 여전히 구속되게 될 것이다.

이제 이 사실이 너무도 분명하게 인식되었다. 나는 진리를 내 스스로 체험해야만 한다. 나는 어떻게 내 자신의 인도에 따라 길을 가야만 하는지 이해하였다. 영원한 영의 인도가 '지금' 내 안에 항상 현존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순간이 영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순간순간 존재한다. 지나간 순간은 기억이 된다. 그것을 아무리 애써 붙잡으려 해도 그것은 단지 심적인 이미지에 불과하다. 나는 과거와 미래로부터 해방되어 매 순간을 살아야만 한다. 과거와 미래는 오로지 마음속에만 존재할 뿐 그 어디에도 없다. '지금'이 유일한 실재이다. 나는 영원한 생명이다. 그 밖의 다른 존재일 수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하나의 관념, 스스로 만든 이미지에 불과하다.

나는 의식적으로 자유롭게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나의 마음을 초월한 힘을 체험했다. 나는 우주의 모든 힘이 현현하는 초점이었다. 나의 믿음은 더 이상 두려움과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었다. 이제 그것은 앎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실재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비록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것은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러므로 나 역시 그것이다.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다."

나는 주님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가 항상 내 안에 계신다." 그는 작용자이다. 이 힘의 활동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나는 의식적으로 자각해야만 한다. 이 자각을 통해서만 실재는 표현될 수 있다.

나는 생각했다. 어떻게 이 놀라운 사실을 놓치고 있었지? 그것은 너무도 간단하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서 내가 분리 속에, 신조 속에 갇히게 되었는지 식별할 수 있었다. 나는 나의 관념, 신조, 편견, 두려움에 의해 타인과 분리돼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나는 그것을 온전히 인식할 수 있었다.

내면의 진아는 모든 사람들 안에서 동일하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그것은 더 이상 상투적인 말이 아니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하는 행동은 바로 내 자신에게 하는 행동이었다. "너희가 이들 중 한 사람에게 한 행동은 바로 나에게 한 것이라." 그것은 나를 보낸 자에게 한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전체 속에 있고 전체는 나 속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되돌아 갈 수 없었다. 나는 실제로 내 속에서 자유, 지혜, 사랑을 느꼈다. 그것은 하늘과 땅 위의 모든 힘이다.

나는 이제 주님의 치유력을 알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음을 느꼈다. "일어나 걸으라."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그 이후 전 세계 곳곳에서 나는 수천 명의 사람들을 치유했다. 그들 중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에게서 나이가 사라져버렸다. 사람들은 내 나이를 알면 나의 젊은 모습에 신기해하였다.

이렇게 말하면 아주 낭만적으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 어떤 낭만보다도 위대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힘을 소유하고 있다. 그것의 발현을 막는 유일한 이유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뿐만 아니라 인간과 신 사이에 거짓과 분리가 덮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실재 속에서 '하나'이다. 무지한 자들은 아직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볼 때 선과 악은 상대적인 것이다. 그것은 마음의 조작이다. 왜냐하면 신성 속에는 악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성만이 실재이고 영원한 현재이다. 악이나 지옥, 악마에 대해 설교하는 것은 거짓이다.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악에 사로잡혀서 그 밖의 것들을 보지 못하는지 알고 있다. 마음은 자기가 보는 것을 닮는다는 말은 진실이다.

그렇다. 주 예수의 가르침은 그를 믿는다고 공언하는 사람들에 의해 종교적 형식으로 뒤덮여 있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신비화하고 대중을 혼란시킨다.

이 책이 이제야 비로소 씌어지게 된 이유를 알 것 같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이제야 이 놀라운 얘기를 할 때가 온 것이다.

라마들에게 기도 시간을 알리는 총가 소리에 나는 다시 일상 의식으로 돌아왔다. 해가 사원을 품고 있는 산 너머로 지고 있었다. 하늘에 펼쳐진 그 찬란한 색상의 향연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햇살이 분홍색에서 진홍색으로 변하며 사방으로 퍼져갔다. 사원이 마치 거대한 화염 속에 있는 것처럼 그 안에 깃들어 있었다.

나는 사원으로 돌아왔다. 나의 스승과 게쉬 린포체가 나를 만나기 위해 왔다. 나의 얼굴이 환해져 있었음에 틀림없다. 스승이 이렇게 말했다. "아들아, 젊음을 되찾았구나." 그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수천 년 동안 짊어져온 짐을 부린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자유로웠다. 그것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자유였다. 내가 느낀 해방감과 힘은 언설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황홀했다.

그날 밤 우리는 클래식 음악을 더 들었다. 그것은 내게 있어서 약과 같은 것이었다. 내 자신이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다음 날 나는 사원을 죽 둘러보기를 원했다. 나는 금은보석으로 된 조상彫像들이 보고 싶었다. 그것들에 대해 아주 많은 얘기를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총센이라는 라마가 나를 안내해 주었다. 그는 영어를 잘 했다. 그는 25살이 채 안되었다. 그는 다르질링의 영국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라마가 되고자 하는 소망 때문에 티베트로 돌아온 것이었다.

"영어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덕분에 사원을 안내해 줄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그가 말했다.

"너를 만나게 돼서 정말 기뻐." 내가 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사실 영어를 잘 하는 가이드를 만났다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먼저 우리는 고위 라마들이 차를 마시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내게 같이 차를 마시도록 권했다. 그것은 하나의 영광이었다. 왜냐하면 그곳은 아무나 드나들기 힘든 성소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가 게쉬 린포체의 제자라는 말을 듣자 그들은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나는 그때까지 실제로 마셔보지는 않았지만 티베트 차에 대해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그 차는 중국으로부터 고형의 불그스름한 벽돌 형태로 수입되었다. 그것을 긁어 단지 속에 넣고 거기에 고약한 냄새가 나는 버터 한 조각과 약간의 소금을 첨가하였다. 그러고 나서 펄펄 끓는 물을 부어 몇 시간동안 우려내었다. 내게 있어서 그것의 맛은 피마자유 같았다. 나는 피마자유를 무척 싫어했다. 소년 시절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피마자유를 억지로 먹어야만 했다.

보통의 경우 라마들은 차를 마시며 사원과 관련된 많은 주제들을 이야기하곤 했다. 그들은 뜸을 들여서 이따금 홀짝홀짝 마셨다. 그런 식으로 몇 시간 동안을 보내는 것이다.

차를 맛본 나는 거의 토할 뻔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차에 대해 차마 싫은 내색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단숨에 삼켜버렸다.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 악취 나는 버터와 소금 맛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고 나니 기분이 괜찮았다.

그러나 잔을 내려놓자마자 다시 또 따라주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제 나는 차를 아주아주 천천히 찔끔찔끔 마셨다. 그래서 잔에 차가 계속 남아 있게 하였다. 잔에 다시 차를 따르지 못하게 하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나는 그 차를 서서히 좋아하게 되었다. 그것은 자극적인 효과가 있었고 추위를 견디게 해주었다. 나는 원장의 성소를 나왔다. 안내자가 인도하며 내게 많은 흥미로운 설명들을 해주었다.

그가 말했다.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원은 항상 해가 떠오르는 방향으로 세웁니다. 정면이 암반의 앞마구리를 따라 나란히 향하게 하고, 후면이 산을 향하게 해서 보호받도록 하지요. 부지는 점성가가 잡습니다. 주춧돌을 놓는 날을 정하고, 매해 정초일에 기념 의식을 행합니다. 그런 식으로 수백 년이 된 사원도 있고, 어떤 사원은 천 년도 넘었어요. 주춧돌 속에는 부적, 경전, 고가의 금은불상 등을 넣어요."

내가 말했다. "이런 종류의 모든 관례가 사라진 먼 훗날 누군가 횡재할 수 있겠군요." 그러자 그가 놀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영국식 교육을 받았지만 그의 고정 관념은 변하지 않았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도서관으로 갔다. 그가 말했다. "이 도서관은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에요. 희귀하고 오래 된 사본들이 많기로 간덴 사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죠. 이 고대 사본들의 인쇄는 커다란 목형木型으로 방안을 가득 채울 만큼 긴 종이 위에 찍어요."

수백 개의 선반들 위에 커다란 인쇄물들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많은 라마들이 그것들을 돌보고 있었다. 도서관의 이곳저곳에 라마들이 우리에게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열심히 독서하고 있었다. 방은 일반 공회당만큼 컸다.

법당 입구에는 금빛 능라와 실크 스카프가 드리워진 12피트 높이의 조상彫像들이 있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 조상들은 악령들이 법당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수호신들이라고 한다. "설마 당신이 그걸 믿는 건 아니겠죠?" 내가 물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내실 또는 성소에는 유리관 속에 금은 불상들이 있었다. 제단 앞에는 수백 개의 금은 램프들이 타오르고 있었다. 거기에는 야크 버터가 가득 채워져 있었고, 버터가 공급되는 한 심지는 계속 타올랐다. 어떤 경우에는 이 램프들이 수 백 년 동안 계속 타고 있기도 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티베트의 종교는 온갖 고문들이 행해지는 수많은 지옥에 대해 가르친다고 한다. 사람의 유형에 따라 지옥도 천차만별인 것 같았다. 심지어 환자를 죽인 의사들이 가는 지옥도 있었다. 거기서 그들의 몸은 난도질을 당한 뒤 합쳐지고, 다시 난도질 당하고 합쳐지고 반복된다고 한다.

그들의 몸에 검은 선이 쳐지면 그 선을 따라 악마가 벌겋게 달구어진 톱으로 썬다고 한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가는 지옥도 있다. 거기서 그들의 혀는 끝에서 뿌리까지 예닐곱 개로 갈려진 후 뜨거운 꼬챙이로 꿰인다고 한다. 불평을 일삼는 자들은 뜨거운 납물을 목구멍에 들이 붓는다고 한다. 어떤 지옥에는 빙산들이 있다. 죄인은 그 거대한 틈에 처넣어진 뒤 빙벽으로 그를 으깨버린다.

"이런 온갖 너절한 것들을 가르치다니." 내가 말했다. "티베트인들이 두려움에 빠지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군. 당신은 설마 그걸 믿지 않겠죠?"

"다는 안 믿죠." 그가 긍정도 부정도 아닌 모호한 대답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사람들에게 가르치도록 배워요."

"정말이지, 당신들은 모두 위선자요." 내가 소리쳤다. "어째서 그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 거죠?"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이 땅에서 힘을 잃게 될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내가 말했다. "당신들을 위한 지옥도 분명 있겠군요." 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덧붙여 말했다. "내 생각에 사원에 시주를 하지 않는 자들을 위한 지옥도 있을 거 같은데요. 그래야 겁을 집어먹고 그들이 시주를 하게 할 수 있으니까."

"그럼요, 물론이죠." 그가 말했다.
"언젠가 역화를 당할 거라는 생각은 못하나요? 티베트는 오늘날처럼 언제까지고 고립된 상태로 있지는 않을 거예요. 위대한 학승 라마들은 이 너절한 것들을 믿지는 않겠죠?"

"예." 그가 말했다. "라마들 중에는 위대한 신비가들이 있어요. 위대한 학자, 치유가, 예언가, 과학자 등. 원자 과학자들도 있는데, 이들은 서양인들보다 원자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어요. 간덴 사원에 가면 당신은 이 학자들 중 몇몇을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들이 외부 세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지식에 당신은 놀라실 거예요."

"그들에 대해서는 나도 들었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위대한 게쉬 린포체의 제자예요."
"예." 그가 대답했다. "린포체라는 호칭은 '존귀한 자'라는 의미죠. 그는 마스터들 중의 마스터예요."
"그에게 당신을 가르쳐달라고 왜 부탁하지 않죠?" 내가 말했다.

"불행히도 이제 그는 더 이상 제자를 받아들이지 않아요. 나는 게쉬 투드루의 제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의 이름의 의미는 '지혜의 마스터'라는 의미죠. 그는 간덴 사원에서 가르치는 한 스승이기도 하죠."

"나는 곧 그를 만날 예정이에요." 내가 안내자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가르침의 허위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가르치고 있는 거군요. 사람들이 미신에 의해 속박되게 말이죠."

"예." 그가 말했다. "하지만 서양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거대한 종교 건물들을 보세요. 돌과 모르타르와 권위의 표시를 위해 쏟아 붓는 돈들을 보세요. 그 돈으로 가엾은 사람들 수천 명은 도울 수 있을 거예요."

내가 지적했다. "하지만 당신들은 사람들을 먼저 교육시켜야만 해요. 어떤 사람들에게 욕실이 딸린 집을 주었더니 그 안에 석탄을 보관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내가 덧붙여 말했다. "우리 서양인들 역시 희생을 믿어요. 그것은 단순히 일종의 착취에 불과하죠. 큰 차이는 없어요. 당신들이 조금 더 야만적일 뿐, 결국 대동소이한 거 같아요."

내가 한 발 물러서자 효과가 나타났다.
"예." 그가 말했다. "불행히도 그것은 사실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도 미신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어요."

"하지만 빠르게 떨어져나가고 있어요." 내가 대답했다.
이윽고 우리의 대화는 '생명의 바퀴'에 이르렀다. '생명의 바퀴'는 인간의 끝없는 탄생, 죽음, 환생을 묘사한 것이다. 내가 말했다. "그것은 힌두 철학이죠, 그렇지 않나요?" 그는 유창하게 그 문제에 대해 말했다. 그는 인간이 어떻게 그리고 왜 거듭거듭 태어나게 되는지 설명했다. 내가 말했다. "당신들은 사람들에게 그걸 가르치며 돌아다니겠군요!"

나는 그가 아직 그것에 대해 식견이 없고, 그것의 허구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약간 흥분된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그것에 대해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나는 게쉬 린포체가 왜 그를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가 린포체를 처음 찾아가 제자가 되기를 간청했을 때의 이야기를 내게 해주었다. 린포체는 그를 강가로 데리고 가서 무릎을 꿇게 한 후 얼굴을 물속에 처박았다. 그리고는 그가 결사적으로 머리를 들어 올리려고 할 때까지 계속 누르고 있었다.

린포체가 손을 놓고는 그에게 물었다. 물속에 있을 때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가 하고. 그가 대답했다. "숨을 쉬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린포체가 대답했다. "네가 그렇게 숨을 쉬고 싶을 만큼 간절하게 진리를 원할 때 내게 다시 오거라."

사원에는 수많은 불상들이 있었다. 그것들 중 상당수는 크기도 거대했고, 고가의 황금 능라를 입히고 비단 천이 드리워져 있었다. 돌아가서 나는 린포체에게 그 모든 것에 대해 말하였다. 그러자 그가 내게 간단명료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가 말했다. "티베트의 라마교에는 두 개의 종파가 있어. 홍모파와 황모파. 황모파는 신비의 길을 따르지. 내가 배운 것이 황모파야. 홍모파는 의식儀式과 예식을 따라. 그들은 외적인 보여주기와 전시를 좋아하지. 그들은 황모파와 같은 신비력을 행사하지 못해. 간덴 사원은 황모파에 속해. 나는 거기서 공부했고 수년 동안 가르치기도 했지."

내가 말했다. "나를 안내해 준 라마 총센에게 진리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주교나 신학자에게 말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거 같아요."

그러자 그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가르쳐 준다면 그들도 멍에를 벗어버릴 수 있을 거야."

서양에서 한 신학자를 설득시키려고 해보았지만 먹히지 않더라고 그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다시 한 번 노력해봐. 그러면 이번에는 성공할지 모르지."

그러고 나서 그가 덧붙여 말했다. "총센 가문은 부유해. 그는 친구들이 찾아 올 수 있는 자기 방을 가지고 있어."

"가난한 라마들은 어떻죠?" 내가 물었다.
"오, 그들은 숙소 큰 방에서 함께 잠을 자지."
"그런데도 총센 혼자 독방에서 잠을 잔다구요?" 내가 물었다.

"그래." 그가 대답했다. "그의 집안에서 사원에 기부를 많이 하거든. 그것이 이 나라의 관습이야. 네가 이미 알고 있다시피 정해진 차별들이 있어. 오로지 시간만이 그것들을 바꾸게 될 거야."

게쉬 린포체의 설명에 의하면 티베트의 거의 모든 가구가 한 명의 남자를 라마로 출가시킨다고 한다. '라마'는 '상위의 존재'라는 의미로, 엄격히 말하자면 사원의 승원장들에게만 해당되는 단어이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티베트 사원의 모든 성년 승려들을 의미하는 용어가 되었다.

그가 말했다. "일반적으로 일곱 살 무렵에 사원에 들어오고, 엄격한 심사를 받게 돼. 어떤 육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으면 승려가 될 수 없어. 아이의 천궁도를 작성하여 그에게 무엇이 적합한지 살핀 후 적절한 부문으로 보내지게 되지. 예술, 기술 등 다양한 부문들이 있고, 한 명의 원장이 각 부문을 맡고 있어.

"어린 승려들은 단계적으로 발전해 가게 돼. 티베트 종교의 모든 신화들을 천착하고, 희망할 경우 대학에 들어가게 되지. 오랜 해 동안 준비한 뒤 21살이 되면 봉직을 위해 원장의 허락을 구하게 돼. 그러면 그는 특정한 입문식을 거친 후 정수리에 한웅큼만 남겨두고 머리를 깎게 되지. 그런 다음 그는 거지 옷을 입고 법당에 모인 승려들 앞에 나아가 자신이 자유로이 라마의 생활을 받아들이고 선택했음을 선언하게 돼.

"그러면 원장은 그의 머리 위에 남은 머리카락을 깎고 법명을 수여하게 되지. 그 후부터 그는 그 법명으로 불리게 돼. 그는 거지 옷을 벗고 라마의 법의를 입게 되지. 그리고 그가 앞으로 앉게 될 자리가 지정되게 돼.

"나중에 그가 내적인 가르침을 따르기를 선택하면 밀교에 정통한 라마에게 보내지게 되지. 그러면 그는 고급한 가르침과 관련된 보다 중요한 주제들과 형이상학을 마스터해야만 해.

"그가 진보하여 더 이상의 지식을 사원에서 얻을 것이 없을 때 그는 자신이 바라는 지식을 줄 수 있는 마스터를 찾기 위해 사원을 떠나겠다고 요청하게 돼. 그런 가치 있는 바람일 경우 요청이 거절되는 일은 결코 없어. 그는 충분한 식량과 옷을 등에 지고 사원을 떠나게 되지.

"안식처도 없이 소량의 식량만 가지고 히말라야의 폭풍 속을 헤맨다는 것은 무척 힘든 고행이야. 이 시험을 통해 그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게 되지. 그가 자신의 스승을 발견하면 바로 가르침이 시작돼.

"그는 마음속에서 이전 삶의 모든 환영과 그림자를 떨쳐버리도록 지시받게 되지. 그는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거기 무엇이 있는지 보도록 가르침 받아. 그는 자신의 마음이 스스로 만든 이미지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되지. 하지만 그것들에는 스스로 부여한 힘 외에는 아무런 힘도 없어. 그는 인간의 상념과 반응이 두려움, 걱정, 의심, 무지로 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인식하게 돼. 그는 거지 옷을 던져버리듯이 그렇게 그것들을 모두 던져버려야만 해.

"그러면 그는 진아가 상념, 이미지, 관념, 환경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지. 그는 인간의 상념의 거짓됨을 인식하기 시작하게 돼. 그것은 수련의 요체야. 마음의 정화를 통해 그는 집중력과 외부 세계에는 알려지지 않은 능력을 계발하게 돼.

"그는 모든 환영으로부터 자유롭게 되고, 사물의 이면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서게 되지.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상념, 느낌, 반응의 노예가 되지 않게 돼. 그러면 그는 몸의 기능, 심장의 박동, 피의 순환을 지배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배우게 돼. 그의 몸은 반응에 예민한 통로가 돼. 그리고 그의 마음은 명민하게 깨어 있고 투명해지지. 그는 더 이상 혼란에 빠지지 않아. 그의 심신은 그의 명령에 즉각적으로 순종하게 되지.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해. 그는 나머지 길을 스스로의 힘으로 발견해야만 해. 왜냐하면 누구도 그를 대신해서 그것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지.

"아들아, 너는 바로 이 단계에 있고, 여기에 왔어." 게쉬 린포체가 말했다.
나는 그의 명료한 설명에 감사드렸다. 나는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나의 어깨를 손으로 감싸며 말했다.

"아들아, 너는 나의 믿음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어. 나는 너의 삶의 다른 모든 위대한 안내자들과 함께 너의 곁에 있을 거야. 너는 그들 중 일부 존재들과 이미 말한 적이 있지."

"예, 당신은 그것에 대해 모두 알고 계시군요." 내가 말했다.
"오, 그럼. 그 모두를 알고 있지. 보이지 않는 세계와 보이는 세계 사이에는 구분이 없어. 구분을 짓는 것은 오로지 진리에 무지한 인간 그 자신이란다."

저녁을 먹은 후 우리는 앉아서 게쉬 린포체의 애청곡들을 들었다. 분위기에 딱 맞게 멘델스존의 선율이 부드럽게 흘렀다. 내게는 조화를 만들어내는 효과가 필요했다. 게쉬 린포체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 안에서 갈등이 녹아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아직도 내 자신에 대한 외적인 갈등은 남아 있었다. 내가 아직 식별하지 못한 어떤 것이 남아 있었다. 어떤 분노가 내 안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 역시 드러나게 되리라는 것에 만족했다. 이제 나는 나의 자유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완전하기 않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다.



[출처] 1부 3장|작성자 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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