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homesman 리뷰 링크




인터넷이.휼륭함 리뷰글이 있어서 링크를 합니다. 일전의 영화 랍스터와도 비슷한 주제가 담겨 있는 것같습니다.

http://dvdprime.donga.com/g5/bbs/board.php?bo_table=movie&wr_id=1035625

감상기 | 더 홈즈맨: 토미 리 존스 [헤살꾼]
작성자 풍류도인 작성일14-11-09 15:53 조회1,480회 댓글0건


이 글엔 이 작품의 결말과 주요 이야기가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드넓은 지평선. 서부 영화의 상징 지평선. ‘더 홈즈맨’은 자신이 서부극이라는 것을 드러내듯이 상당히 많은 지평선을 보여준다. 그러나 여기서의 지평선은 기존의 지평선, 그러니까 전통적 가치를 위해 희생하는 고독한 영웅들의 공간이 아니라 그 전통에서 철저하게 밀려난 소수자들이 사라져 간 공간이다.

이 작품의 첫 시작은 허허벌판 황야에서 홀로 외롭게 밭을 가는 여주인공 ‘커디’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철저하게 남자에게 종속된 당대의 시대 상황을 봤을 때 그녀의 첫 등장 모습은 기존의 남성 중심의 서부극과는 달리 의식적으로 깨친 강한 여성을 다룬 수정주의 서부극을 보여주려는 듯이 보인다. 줄거리도 그렇고 그녀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운 포스터도 그렇고 첫 장면도 그러하니 이런 식의 예상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거다. 허나 뒤이어 나오는 장면은 사뭇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정성스레 음식을 장만한 그녀가 이웃 남자 ‘밥’을 접대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그녀는 첫 장면과는 달리 꽤나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며 그에게 자신과 결혼해줄 것을 간청한다. 하지만 그는 매력이 없다는 이유로 그녀의 간절한 바람을 거절한다. 그렇다면 그녀는 사실은 겉모습만 그런 순종적인 여자인 것일까. 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하면 또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마을에 실성한 여자 3명이 등장하고 그녀들을 고향으로 데려가는 험난한 임무를 남자들이 아닌 바로 여자인 자신이 맡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품은 여주인공 ‘커디’에 대한 상반된 두 모습을 계속 교차해서 보여주며 미묘한 기운을 자아낸다. 여하튼 그녀는 남자들도 거부할 정도로 고된 운송 작업을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사형 당하기 일보직전인 죄수 ‘브릭스’를 구해주며 자신의 운송 여정에 그를 동참시킨다. 그렇게 나름의 운송 조를 편성한 그녀는 자신만의 철저한 청교도적인 윤리로 고통스러운 운송 작업을 견딘다. 여기까지는 상당히 무난하고 정석적으로 흘러간다. 그런데 이야기의 거의 막바지쯤에 강인하고 의식적으로 깨인 듯이 보였던 그녀가 갑자기 자살하는 비극이 일어난다. 그 시점에서 작품은 이제까지 한 이야기 전체를 통째로 뒤엎고 무화시켜 버린다. 어쩌면 무모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급진적인 전개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일까.

그녀의 갑작스러운 자살은 확실히 당혹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감상하는데 상당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품이 곳곳에 세심하게 심어놓은 장치들과 전체 주제를 음미한다면 그녀의 자살은 어쩔 수 없는 필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위에도 이미 적었지만 이 작품에서 그녀의 위치는 상당히 이중적이다. 홀로 거친 황야를 개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녀의 강인함을 보여주더니 이내 남자에게 결혼을 구걸하는 순종적인 그녀를 보여주고, 남자들이 거부하는 고된 운송 작업을 여자인 자신이 대신하며 그녀의 강인함을 다시 부각하더니, 이내 자신이 가야 할 운송 길을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나약함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그녀는 겉으로는 무척 강하지만 그 내면에는 당대의 여성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순종적인 나약함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후 그녀는 길 중간에서 만난 훼손된 어린 소녀 무덤과 조우한다. 거기서 그녀는 불쌍한 소녀의 무덤을 다시 재건하기 위해 동료 '브릭스‘의 반대를 무릎 쓰고 혼자 그 일을 수행한다. 철저하게 청교도적인 윤리에 입각한 그녀의 선의는 이내 처절할 정도로 냉혹한 자연 앞에 맥을 못 춘다. 청도교의 상징과도 같은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는 장면이 바로 그녀의 의지가 자연 앞에 꺾일 것이라는 드러낸다. 이후 그녀는 혹독한 자연 때문에 길을 잃고 방황하다 자신이 다시 세운 소녀 무덤으로 다시 돌아오는 등 온갖 우여곡절 끝에 동료 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때의 충격 때문인지 그녀는 강인하던 이전의 모습을 상실하고 늙은 그에게 자신과 결혼할 것을 요구하며 첫 섹스를 한다. 여자 청교도로서 첫 번째 덕목인 순결을 바치면서 말이다. 즉 자신의 마지막 자존심을 버리면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자존심을 세워달라며 근본도 출처도 없는 어중이떠중이 ’브릭스‘에게 섹스를 요구하는 그녀의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그런 다음 그녀는 다음 날 자살해 버린다. 강인한 겉모습이 나약한 내면에 잠식당해 버린 결과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갑작스러운 자실은 선뜻 이해가 잘 가지는 않는다. 너무 느닷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녀의 자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작품 안으로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녀의 자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이 이야기의 발단을 제공한 3명의 실성한 여인들을 알아봐야 할 것이다. 그녀를 묻은 ‘브릭스’가 실성한 3명의 여자들에게 당신들이 미치지 않았다면 그녀는 죽지 않았다고 힐난하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3명의 여자들이 실성한 대목은 아주 중요한다. 먼저 ‘시어’는 전염병으로 아이들을 모두 잃고 실성한다. 또 다른 여자 ‘스벤센’은 아들을 낳아달라는 남편의 강간과도 같은 섹스에 지친 와중, 어머니의 죽음으로 실성한다. 마지막으로 ‘벨크냅’은 혹독한 환경을 이기지 못 하고 자신의 손으로 아이를 죽인 다음 실성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녀들이 실성한 이유의 핵심에 모두 아이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녀들은 전통적인 가족에서 가장 중요한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아이들을 잃거나 생산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즉 그녀들은 서부극의 오랜 전통인 가족 공동체를 만드는데 완전히 무력한 상태에 놓인 것이다. 그러자 작품은 그녀들을 지금의 정신병원과도 같은 목사관에 유폐한다. 마치 자식을 생산하지 못함으로 해서 가족 공동체를 형성할 수 없는 여자들은 여기 서부극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듯이 말이다.

이처럼 3명의 여자가 실성한 가장 큰 원인은 아이들에게 있다. 한마디로 그녀들은 아이들을 생산, 양육하는 딱 그 정도 수준의 지위에 놓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벨크냅’ 남편은 농작물 관리와 아이들을 돌본다는 이유로 아주 당당하게 운송을 거부하고 ‘스벤센’의 남편의 아들을 낳아달라며 아내를 강간 수준으로 섹스 한다. 심지어는 장모가 바로 옆에 있는 상황에서도 섹스를 한다. 그 외 등등 그렇게 당대의 상황에서 여자의 지위라는 것은 가족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아이들을 낳고 기르는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에서 ‘커디’가 그런 예속적인 가부장적인 가족 체계에 소속되기를 욕망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주변 남자들에게 결혼과 아이에 대해 집요하게 말하는 것이 그 증거이다. 즉 그녀는 주체인 것 같지만 사실은 기존 체제에 포섭된 노예에 다름 아닌 것이다. 다만 그녀는 청교도 윤리가 내세우는 의무에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자신이 주체라고 착각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녀는 이중적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노예라는 사실을 모른 체 주체로서 행동하는 이중 존재. 이쯤 되면 그녀의 강함이라는 것이 하나의 당당한 여성 주체에서 형성된 것이 아닌 라깡 식으로 말하면 당대의 상징계인 청교도 윤리를 마치 자신의 것으로 오인, 착각한 결과로 얻은 강함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즉 자신의 의지로 강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타자라는 외부의 법칙이 요구하는 강함을 그저 수동적으로 행했을 뿐이다. 다만 그녀 자신은 그 사실을 몰랐을 뿐이다. 그러다 실재계라고 할 수 있는 황야에서 자신의 무력함을 깨닫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후 ‘브릭스’가 그녀를 대신해 여정을 마무리한다.

이야기 말미쯤에 ‘커디’가 갑작스럽게 자살한 이후 작품은 그녀의 동료 ‘브릭스’를 통해 여정을 마무리한다. 그런데 왜 그인 것일까. 사실 ‘커디’ 부분이 아주 커서 그렇지 ‘브릭스’도 만만치 않게 중요한 인물이다. 일단 그는 한마디로 무책임한 비겁자이다. 책임지는 것 자체를 싫어해서 뭔가 상황이 어렵다 싶으면 일단 도망부터 치는 인물이다. 기병대를 탈영한 것을 시작해 결혼 생활이 지겨워지자 몰래 도망치고, ‘커디’가 죽자 실성한 여자 3명을 놔두고 도망치려는 등 그라는 인물은 책임감이라는 쥐꼬리만큼도 없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혜와 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녀와 동행을 한 것이다. 그러다 그녀가 자살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나머지 여자 3명 운송을 책임지게 되고 그 와중에 그는 이전과는 달리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짐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것에 대한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자신들을 매몰차게 거부한 호텔에 불을 지르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전 같았으면 적절히 타협했을 그가 아주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이후 그는 무사히 목사관에 실성한 여자들을 데려가고 비극적으로 죽은 ‘커디’를 위해 묘비를 만들어준다. 이쯤 되면 ‘커디’라는 여자에 의해 새롭게 갱생된 서부 사나이 이야기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다.

분명 그는 그녀에 의해 새롭게 거듭났다. 이전의 그가 서부극에 어울리지 않는 실패자였다면 이후의 그는 서부극에 어울리는 고독한 영웅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수정주의 서부극에서 시작해 다시 정통 서부극으로 귀환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를 새롭게 만든 그녀의 유산이 철저히 무화되면서 거꾸로 그의 존재도 무화됐기 때문이다. 그 가장 첫 번째는 그녀가 준 어음이 발행은행의 파산으로 한낱 종이 조각이 되어버린 것이고 두 번째는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묘비가 물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게 그녀와 관련된 모든 것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면서 그와 그녀는 서부 공동체에서 완전히 추방당하게 된다. 즉 한순간이나마 서부 사나이의 덕목인 책임감을 가지고 공동체 안으로 편입되는 듯, 하던 그는 그녀의 완전 소멸로 인해 다시 공동체 밖으로 떠밀린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 ‘있지도 않은 농장이 있다며 서부로 가자는 남자와는 결혼하지 마라. 내가 그랬으니까.’라는 그의 대사는 그의 상황을 단적으로 대변해준다. 동시에 이 작품이 결국 정통 서부극으로 회귀할 수 없다는 것을 표명하기도 한다. 결국 그에게 남은 것은 배 위에서의 공허한 춤을 추는 것뿐이다.

마무리해야겠다. 제일 첫 문단에 지평선을 언급했다. 정통 서부극에서 그 드넓고 황량한 지평선은 단순한 무가 아니다. 이제 막 서부로 이주한 사람들의 염원을 담을 빈 그릇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빈 그릇을 채울 내용은 가족 공동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독한 서부 사나이들을 단순한 아웃사이더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분명 그들은 결국 가족 공동체에 편입되지 못 하고 홀로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다. 하지만 서부 사나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가족 공동체를 지킨 다음 떠난다. 그런 점에서 서부 사나이들은 아웃사이더의 탈을 쓴 인사이더라고 할 수 있다. 즉 가족 공동체를 수호하는 한에서 서부 사나이들이 아무리 아웃사이더 흉내를 내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인사이더인 것이다. 이렇게 전통 서부극에서의 지평선은 무에서 유로 가는 창조의 과정이자 희망의 공간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의 지평선은 그냥 무이다. 완전한 허무. 지평선을 새롭게 채울 가족 공동체는 3명의 실성한 여자(와 노처녀 ‘커디’)로 인해 처음부터 붕괴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것이 재건될 여지가 완벽하게 거세된다. 그런 상황에서 이민자들의 정신적인 중추인 청교도 윤리는 ‘커디’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역시 붕괴되어 버린다. 마지막으로 무책임한 ‘브릭스’가 정신 차리고 전통 서부 사나이의 덕목인 책임감을 가지고 임무를 완수하지만 그를 새롭게 만들어준 그녀와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지면서 그 자신도 붕괴되어 버린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딱 그의 상황인 것이다. 결국 남은 것은 건강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자들에 의해 서부극의 상징인 지평선이 공허한 무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미국을 지탱하던 프런티어 정신의 붕괴와 직결된다. 더 이상 새로운 개척은 없다. 그저 쓸쓸히 사라질 뿐이다. 3명의 실성한 여자들과 자살한 ‘커디’, 그리고 또 다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닐 ‘브릭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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